PGR21.com


Date 2002/04/24 15:45:00
Name 조정현
Subject 이윤열을 바라보는 어느게임담당PD의 아쉬움

이윤열을 생각하다가 제가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글입니다.
이글은 MBC게임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하며 순수한 제 개인입장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
MBC게임은 작년 5월 개국을 한 이후 기존의 게임방송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물론 그 노력을 알지 못하는 게임 팬들도 있을 것이고 잘 알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과정을 거치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적이 참많았던 것 같다.

특히, 개국을 위해 거의 1주일간을 새벽 5시, 6시에 퇴근해 집에가서 잠시 졸다가 다시 회사로 나오며 몇번이고 운전중 쏟아지는 잠을 내치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내던 기억, 제1회 월드사이버 게임즈를 준비하며 MBC게임의 제작PD들이 업무일지에 전원이 7일간 철야라고 기록했던 일 등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그런 육체적인 짐은 일을 마친후 에 따르는 쾌감이 있기에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으며 힘든 일 뒤에 스텝들과 기울이는 소주한잔은 세상 어느 보약보다도 더 값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난 요즘 프로게이머 이윤열의 상황을 보고 지금까지 10년동안 PD생활을 하며 겪어왔던 육체적인 노동의 양에 비할 수 없을정도로 크나큰 정신적인 고통을 느낀다.

개국초기에는 MBC게임의 편성팀장으로 또 지금은 제작팀장으로 일하며 수많은 프로게이머, 감독, 소속사 사장, 게임팬들과 함께하며 지금까지 지켜왔던 원칙이 있었다.

게임매체가 많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또 거기에 따른 편성, 제작, 마케팅 전략이 자사중심의 전략으로 철저히 옹립되어진다 하더라도 게이머들과 게임제작, 유통사들이 피해를입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신념이었다.

즉, 방송매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은 바로 수많은 게임개발사들의 좋은 작품들이 전국, 아니 전세계의 유저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점과 게임이용을 하나의 문화로 전이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런 조건없이 문화선봉에서 묵묵히 고생을 하고 있는 현재 수백명에 이르는 프로게이머 혹은 준프로게이머들이 올바른 직업인, 문화전도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난 최근 이제 막 봉우리를 피우려고 하는 프로게이머 이윤열이 방송매체들간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점을 직시하며 우리가 가야할 길은 무었인지에 관한 심각한 고민과 현실의 부조화에서 오는 상당한 정신적 무게감에 부담을 느낀다.

MBC 게임은 작년 KPGA투어를 출범시키며 타 방송사의 리그 일정 혹은 이벤트전 일정을 피해 어렵게 목요일날을 선택했다. 그리고 종족최강자전을 기획하며 상당시간 고민 끝에 화요일을 선택해 대다수의 프로게이머와 감독들에게 양해를 구한바 있었다. 또한 최근의 G게임방송도 게임리그를 출범시키며 우리 MBC게임 일정과 기타방송사의 일정을 고려해 조심스레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각 방송사들의 노력으로 인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간의 게이머들의 일정이 자연스럽게 고정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과 유저들도 자연스럽게 시청습관이 형성되며 각 요일별로 스타크래프트 중심이긴 하지만 게임문화의 축이 이동하며 게이머, 시청자, 매체가 서로의 역할을 리듬감 있게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O방송사의 월요일 방송일정 타이틀이 변경되며 편성시간이 화요일로 옮겨지며 내 머리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담당PD와 편성, 제작팀 모두는 십여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렸했다. 좁은 게임방송시장에서 요일이 중복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특정방송사 아니면 프로게이머들에게 돌아갈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초기 결론은 MBC 게임이 요일을 바꾸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순전히 우리 매체들의 안일한 편의주의로 인해 영문도 모르는 프로게이머들이 피해를 보게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내 우리의 입장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요일을 변경했을 때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요인이었고, 이러한 전례를 통해 향후 방송매체간에 더욱 치열한 집단이기주의적인 경향이 발생한다면 이는 게임매체와 게임관계산업 전체를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였다.
그렇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일단은 우리의 기득권인 화요일 생방송을 지켜나가기로 결정했었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갈등에서 오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짐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종족 최강전 생방송이 있기 하루전의 일이었다.
윤열이의 소속사인 IS에서 전화가 왔었다. 솔직히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고 고민을 하며 내게 정서상의 혼란스러움을 털어놓았다.

그때 난 윤열이가 O방송사와 우리 종족최강자전에도 동시에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겠냐고 우문을 던졌고 IS는 쓴 웃음만을 내게 주었다. 물론 난 그런 어정쩡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과정을 IS측에 충분히 전달을 하였다.
그렇기에 윤열이와 IS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게시판에서인가  윤열이와 IS 감독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MBC게임에 출연한 이유를 <의리>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힌 글을 보고는 윤열이의 맑은 눈이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 없었다.

MBC 게임의 한 제작PD로서 윤열이에게 큰 신세를 진 듯 하다. 신세라기 보다는 내가 윤열이에게 미안해 하는 감정의 골이 조금은 낮아질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난 지금도 등줄기의 뜨거움을 느낀다. 혹시라도 윤열이가 매체들간의 아전인수격인 경쟁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된 것은 아닌가 해서...
아니 이번 일은 우리 게임매체와 게임관계자들이 큰 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윤열아, 이번일로 인해서 네가 프로게이로서 위축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는 안될 것 같아.
또다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테니 지금처럼 항상 밝고 명랑하게 토네이도 테란으로서의 자리를 굳게 지켰으면 한다"

                    2002년 4월 24일 오전 11시     MBC 게임 사무실에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신미영
전 g방송사의 개국때부터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게임을 사랑하고 게이머들을 사랑하는
게임문화에 앞장서는 그들의 모습이 항상 마음에 와 닿
았습니다.왜 이럴까요?..
이젠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이런 이기주의적인 대립이
많은 프로게이머들을 설곳을 잃어버리게 할수 있습니다
이윤열선수가 그 첫번째 타켓입니까?
o방송사는 반성해야합니다
프로게이머는 한방송사의 소유물이 아닌
프래랜스입니다
각성하십시요
게임문화를 이끌어가는게 아니라 방송국만을 방대하게
키우시려거든 멋대로 하십시요
언젠간 프로게이머들이 자진해서 출전안하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죠
양측에서 좋은 협상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홍홍홍
직장인게임팬님의 글.... 동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즐큐...
이번 이윤열선수 사태를 보면서..
만약 이윤열이 아닌 임요환 이었다면..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해졌을거같네영......
직장인게임팬
현직에 있는 게임PD의 말씀이라 생생한 방송현장의 느낌을 전해주는 내용이군요.
이윤열 선수! 방송시간에 얽힌 문제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실 것 같군요.
이윤열 선수에게 좋은 해결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PD님의 글에는 하나 짚고 넘어 갈 점이 있습니다.
개인의 사견이라는 전제하에서 현재 이윤열 선수가 처한 상황에 대해 언급하신 PD님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 프로게이머를 위하는 마음이 상당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견을 전제하고 말했다 하더라도
이미 PD님의 글 속에서는 상대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이윤열 선수에 대해 피해를 준 것으로 말씀하시는 군요.
물론 PD님 말씀대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상대 방송사는 정말 도의를 저버린 행동을 한 것이며, 비난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겜비씨나 상대방송사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나오기 전에
해당 방송사의 책임있는 분이 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따라 상대 방송사의 비난이 될 수도 있는 의견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보다 더 어색하게 보이는 것은 경쟁 방송사의 행동을 비판하는 방식입니다.
주요 게임방송사의 제작팀장님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사견임을 전제한다고, 가엾은 게이머를 위한다며
은근 슬쩍 상대방송사의 행동을 비난하면서 겜비씨 제작진의 노력을 강조하시는 군요.

그토록 이윤열 선수의 입장을 생각하신다면 차라리 게임방송사의 팀장으로서 정당하게 상대 방송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책임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며 게임방송국 제작팀장님의 진짜 역할이 아닐까요?

여론 형성에 폭팔력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그것도 적절히 감성을 자극하는 말들을 섞어 여론을 호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PD분이 일하시는 게임방송의 프로그램을 개국부터 죽 지켜본 시청자입니다.
장학퀴즈, 게임뽀뽀뽀 등의 창의적인 기획은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기존의 게임방송 포맷을 따라하는 모습에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어차피 겜비씨도 시청율을 위해 고민하는 방송국 아닌가요?

방송시간의 변경으로 피해를 본 이윤열 선수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방송사의 싸움에 한 당사자인 PD님의 이런 형태의 의견 개진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제작팀장이라는 직위에 계신다면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공인이면 공적인 경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뒤전에서 푸념만 늘어 놓는다면, 오히려 제2의 이윤열이 나오는 것을 방조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냥한번
지금이라도 이윤열선수를 1패한상황으로 오창종선수대신 투입하믄 안될까여??????
Juliana Icy
02/04/24 18:01
수정 아이콘
어느 특정 게임방송국만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 는 없을거 같네요. 나름대로 시간조율 노력을 안한것도 아니구요. 물론 윤열님의 선택은 옭다고 생각하지만요 -.-
홍홍홍
Dark당~ 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
위에 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G방송국이던 O방송국이던 게임방송국입니다. 스타크래프트방송국이 아니란말이지요. 이렇게 작은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선수가 있다고 제살깍이라고 이해하시는 것은 단지 게임=스타크래프트란 생각에서 나온게 아닌가 하네요..
같은 시간대에 G에서는 커프가 O에서는 쥬라기가 합니다. 이 유저들은 오늘도 묵묵히 자기가 할일을 합니다. 더욱더 작은 시장에서 더욱더 적은 선수들로 말이죠..
보시고 싶은 선수를 못보고, 보고 싶은 경기를 못보는 분들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이번 일이 어떻게 결정이 나더라도... 게임방송국이라면 게임방송국다운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나던길
겜비씨에서 방송을 만드는 분들 역시 프로게이머와 게임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셨구나...게임계가 걱정이 되면서도 이런 분들이 계셔서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온게임넷 방송을 좋아하는 까닭은 바로 게임을 사랑하고 게이머들을 아끼는 분들이 만드는 방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도 이런 결정을 하시기에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라 봅니다. 게임계가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도록 방송계에 계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각 팀 감독님들, 그리고 선수들 모두 노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피디 님 노력에 팬으로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윤열 선수, 올바른 선택을 한 자신에 자긍심을 갖고 더 분발해 주셨으면 합니다.
Dark당~
전 성격자체가 좀 극단적일수도 있겠단 생각도 해 봤지만.. 제가 이해하고 있기론 종족최강자전이 먼저 이미 생방송으로 방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O사에선 이윤열 선수건이 발생하고서야 사후약방문격으로 조취를 취한거 같구요... 처음 서로 같은 시간대에 같은 생방송을 결정한다면 이미 이런것들은 예견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음~ 그리 열렬한 팬도 아닌 내가 왜 열받을까나... -_-;; 운동이나 하러가야겠다... ~~(--)
수시아
02/04/24 17:04
수정 아이콘
O사가 잘못한 것처럼 비춰지는 pgr회원님들 분위기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종족최강자전은 이벤트성 있는 대회니까 일주일정도 미뤄도 됐고 몇 일전에 녹화를 선택한 것도 가능했을 듯 한데요... O사도 이윤열선수 스케줄을 고려해서 첨부터 선택을 강제하고 빼버린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 경기를 먼저 치루게 하였고 이윤열선수 경기는 뒤로 미뤄주면서 배려해 준 걸로 보이는데 말이죠...(종족에 같이 출전했던 장진남, 박정석 선수는 챌린지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구는 옳은 선택을 하였고 누구는 그른 선택했다라고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결국 한 선수의 칭찬 받을만한 선택은 있었을 뿐...
Mr.Bunker.
리플을 읽다 보니 뜬금없이 스맥다운과 러가 선수를 드래프트 하는게 생각 나는 군요..
음.. 그래도 WWF에선 챔피온은 양쪽다 나올 수 있는데... ㅡ.ㅡ;;

횡설수설.. 주절주절.. 웅얼웅얼...
어쨌건 o사가 잘못했고, 근데, 겜비시는 종족최강자전을 녹화방송으로 바꾸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은걸까? 화요일 오전 녹화로만 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 지....... itv는 녹화로만 해도, 그다지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02/04/24 16:31
수정 아이콘
지금이라도 온게임넷이 옮겨주었으면 하지만 이미 그 회사와 계약이 되었다고 들었으니 그것도 힘들겠네요. 차라리 커프나 엠파이어 어스를 화요일을 옮기고 챌린지를 옮기면......(커프는 둘째쳐도 엠파이어 어스는 스타와 차별되는 독자적인 인기가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일명 스타류와는 워낙 다른 게임이니......) 챌린지 리그 경기는 재밌지만 좀 씁쓸하네요. 특히 어제 추가 합격(?)된 선수들의 경기가 이뤄졌을 때의 기분은......
02/04/24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