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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01 04:28:11
Name stila
Subject 글쓰기에 대해..
솔직히, PGR에 글을 쓰기가 무섭습니다.
다들 너무 글을 잘 쓰셔서 제가 무슨 얘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 글쓰기를 좋아하고, 또 제가 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차례 Pgr에 글 쓰기를 시도해 볼까... 했습니다만은 역시 그리 쉽게 돼지 않더라구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좋은 말이 날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웠거든요.

뭐. 지금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어줍잖은 글솜씨로 덤볐다가 괜히 면상만 팔리는건 아닐까.. 지금도 제 머릿속은 열심히 계산중이지만, 이상하죠. 그와 아랑곳 하지 않고 제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작년까지 저는 시문학을 공부하는, 나름대로 문학소녀였습니다 ^^; 지금이야 뭐 문학에 대한 환상도 꿈도 접고 모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입학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요. 시문학을 공부하게 된건 정말이지 너무 애다운 발상이였습니다. 네. 바로 '너 글 되게 잘쓴다~'이 한마디에 넘어간 거죠. 어릴때부터 그다지 특출나게 잘하는거라곤 없이 정말 활자중독처럼 허구헌 날 책만 읽어대는게 저란 아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글솜씨는 글짓기란 과제 앞에서 쩔쩔매는 수준이였거든요. 그런 저에게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해 준게 바로 시였습니다. 제가 검정고시를 준비할 당시 다녔던 청소년쉼터에서 수능을 공부하게 되고... 또 수능을 공부하다 언어공부를 하게 되잖아요 ^^ ...언어영역을 가리키던 한 여자 선생님께서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시를 가리키셨어요. 그 선생님이 지금의 저를 만드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그 분은 시 한편을 일단 읽게 한 뒤 그것에 대한 감상문을 두세줄 정도로 짧게 쓰게 하셨거든요. 당시만 하더라도 저는 그 쉼터에서 나름대로 - _ - 똑똑한 편에 속했던 지라 온갖 단어들을 써가며 그 두세줄을 채우는데 급급했습니다. 그런데, 놀랍죠. 길게 쓰랄때는 죽어도 안써지던 글들이 두세줄 쓰라니까 왜이리도 잘 풀어지는지요. 마치 시같다며 그 글을 칭찬해 주시던 그 여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맴도는 것 같네요.. 그 경험은 아직도 제게 신기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건 아마 글쓰기에 대한 저의 두려움이 걷히는 과정이였을 거에요. 그날 이후로 저는 글을 쓰는게 아주 즐거워졌으니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게 그 선생님의 칭찬 덕분에 전 글쓰기에 맛을 들렸고, 그 덕분에 문예창작과 입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분을 만나게 됩니다. 그 분과 저는 서로 비판과 견제를 가하는... 지금 생각해 보자면 꽤나 멋진 사제관계였죠. 그 분께 시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을 받고 또 생각을 확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받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 분이 저는 정말 좋았어요. 그 분과의 토론을 통해 말 솜씨를 닦을 수 있었거든요 ^^; 덕분에 작년과 올해 말싸움에선 단 한번도 안졌습니다.(뭐 이런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찌만요;) 뭐 문학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맞춤법따위는 배우지 않았습니다만 진심을 이끌어 내는데 대해서는 혹독하셔서 가끔 힘들정도로 절 몰아붙이시곤 하셨어요. 몰론 그러고 나서 전 잊지않고 틈 날 때마다 그분을 향해 독설을 퍼붓곤 했죠 ^^ 생각해보면 그때 꽤나 재밌었어요. 특히 기독교신자로써의 그분과 무신론자인 저의 입장에서 벌어졌던 한밤중의 토론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저 자신도 놀랄만큼 제가 멋있었거든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뭇튼 그 분과 저의 스스럼없는 토론을 통해 전 좀 더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Pgr에 글쓰는게 무섭냐...
의야해 하실 분들이 계실것 같아 변명 몇마디 더 늘어놓으려 합니다.
- _ -;; 참으로 남루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변명입니다만 제가 공부했던 글쓰기는 시입니다. 설명문이나 논설문에 대해선 글 한번 읽어본 적 없고 그나마 받았던 글쓰기 교육도 저런거여서 체계적으로 글을 공부했던건 기껏해야 방송작가로써의 작법 정도 뿐입니다. 장문은 체질적으로 않받는 모양인지...
장문을 쓰다보면 지쳐서 헉헉대기 일쑤입니다;

얘기가 참 길어졌는데.. 여튼 그랬습니다.
생각하는 바를 똑부러지게 표현해 내시는 pgr의 분들을 보시면 참 부러워요. 전 그런걸 잘 못하거든요. 압축과 요약에 있어서는 나름대로의 훈련도 받아 본 적 있고 합니다만은 역시나 약해요. 이런 부분은. 설명문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
지금까지 읽으신 분들도 참.. 힘드셨을듯..;

아. 이번엔 좀 가벼운 마음으로 write버튼을 누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지만요.

여튼 그래요. 저에게 글쓰기란게 참 싫은 일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꽤 즐겁거든요. 정말 우연한 한마디에 사람이 변한다...하는 말. 지금보다 더 어릴땐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믿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상당히 두서없는 글이 되버린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만;
여튼 꾸욱하고 write버튼을 누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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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토스
06/02/01 04:47
수정 아이콘
정말 글 잘쓰시는 분 많죠? 읔 글의 대해선 전 자격도 없는 놈입니다.. 아흑 말싸움을 잘하신다구요? 저랑 언제 나중에... 시간내서... 쿨럭..(작업?) 농담이구요 글과 시를 좋아하신다니.. 기대 할께요.. 저 그런거 매우 좋아 하거든요. 자신의 감정을 글로써 표현 한다... 멋진일이죠!
06/02/01 05:03
수정 아이콘
하루 두세시간씩 토론하는데 말싸움솜씨가 안늘수가 없더라구요. 배는 고프지 어떻게든 토론은 끝내야겠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체념토스
06/02/01 05:15
수정 아이콘
음... 상당히 늦게 주무시네요^^
... 환상은 끝까지 간직하시길!
Ms. Anscombe
06/02/01 08:04
수정 아이콘
잘 쓰는 사람, 못 쓰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맞습니다.(저같은 사람은 후자 쪽에 가깝겠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글 쓰는 테크닉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문자를 익힌 사람이라면,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갖추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은 글이 이야기하고 있는 어떤 생각(사상)일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글 쓰는 기술 같은 것은 사소한 일입니다.

글을 씀에 있어서 중요한 건, 작법이 아니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세계'입니다. 글을 통해서 전개해 나갈 자신의 세계가 있다면, 글을 써 내려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글쓴이라도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이며, 테크닉은 부족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잘 아는 세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겠죠. 언어와 생각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겠지만, 그 언어가 작법(테크닉)에 한정되지는 않는 셈입니다.

설명문이니, 논설문이니 하는 구분은 참으로 교과서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구분이지만, 중요한 건 그런 구분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려는 생각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글을 잘 못 쓰는 것은 자신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자기 자신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종종 다른 사람이 명확히 해 주기도 하지만)
06/02/01 08:29
수정 아이콘
전 중학교 다닐 적에 어떤 시조시인께 시를 배웠습니다. 1년 동안 하루도 글써본 것을 거른 적이 없고, 매일 선생님께 들고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주제를 내어주면 그 주제에 대해 써가는 식이었는데요, 그렇게 1년쯤 쓰니까 안늘수가 없더군요 -_- 물론 지금 제가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고 재능이 있다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꾸 쓰다보면 조금씩은 늘어납니다. 다작, 다독, 다상이란 말이 글쓰기의 정석이며 가장 빠른 길인것 같습니다.
시야 물론 표현적인 측면이 상당히 부각되곤 하지만 다른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소한 PGR에서의 글쓰기는 멋진 표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오해없고 여과 없이 정확히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타인의 생각을 얼마나 넓게 포용하고 이해하느냐도 중요하구요.
06/02/01 11:36
수정 아이콘
제가 참고하게 됐네요..
06/02/01 11:57
수정 아이콘
여자는 어떤 글이든 환영입니다. 두려워 하지 마세요!! -_-;
맞춤법이 몇 군데 틀리긴 했는데.. 독서를 좋아하신다니 금방 고쳐지실 겁니다.
첫 글 축하드려요~
Dark-probe
06/02/01 12:14
수정 아이콘
글쓰기는 평생 도움됩니다.
전 공대생인데 미적분,물리,화학같은건 다 C+ B+ 이렇게 나오고
학술적글쓰기, 철학입문, 기타 글로 승부보는 과목에서 A+ 메꿔서 장학금 받았어요.
아니 아예 학교자체를 언어특차로 들어감 -_-;
Dark-probe
06/02/01 12:19
수정 아이콘
요즈음엔 맞춤법 전부 외울 필요는 없어요.
http://164.125.36.48/urimal-spellcheck.html
06/02/01 13:57
수정 아이콘
맞춤법 사이트 주소가 바뀌었군요.
추가 해야 겠네요. 다프님 감사. ^^
06/02/01 22:18
수정 아이콘
중고등학교때만 국영수? 아닙니다.
대학이든 직장이든 평생 국영수가 기본이 안되면 고생하기 쉽죠.
특히나 글쓰기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부족하기 쉬워서 더욱 중요하구요.

중고등학교때 백일장용 시인이나 싸이월드용 시인 참 많아요.
하지만 시를 많이 쓰고 읽고 공부할 수록 시인만큼 논리적이고
절제되고 여유 넘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시인학과도 없고, 국문과 출신이 시인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도 않아요.
오히려 제가 존경하는 분들 중에는 국문과나 문창과 출신은 적죠.
한 때라도 시인을 꿈꾸셨다면 그걸 밑바탕으로 인생의 좋은 윤활류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져보시길 권유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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