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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6/02 23:04:35 |
Name |
글곰 |
Subject |
[기타] [CK2] 별 것 아닌 크킹2 플레이 현황 3편 (끝) |
슬하에 4남 1녀를 둔 알폰소 7세. 그들 중 본처 소생은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지만,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가 4명이나 되는 것 같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겠죠. 그중 한명은 턱없이 나이가 어렸기에 저는 성인이 된 세 사람의 능력치를 잘 살펴보았습니다. 특출나게 좋은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둘째 아들이 괜찮은 능력을 타고 났기에 둘째를 적자 사생아로 인지합니다. 적자로 인정된 사생아는 외교력 -1이 달릴 뿐 딱히 크게 다른 단점은 없습니다. 이로서 미래에 알폰소 8세가 될 후계자가 정해졌죠.
후계자의 나이가 열일곱이었기에 결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저의 나이는 벌써 마흔을 훌쩍 넘겼습니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죠. 문제는 아들입니다. 단 한 명의 아들만을 적자 사생아로 인정했기 때문에 그 아들에게 혹시 문제라도 생기면 후계구도가 또 꼬일 수 있어요.
물론 해결책은 아들이 빨리 손자를 낳는 겁니다. 그래요. 그럼 설령 제가 죽고 아들까지 요절하더라도 손자가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후계자에게 고르고 고른 능력치 최상의 아내를 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며느리를 유혹해 바람을 피웠습니다. (......)
항상 강조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저 지엄한 Jimena 가문의 번성을 위해 후계구도를 탄탄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예요. 아들 결혼시켜 놨는데 이 녀석이 딴 데 한 눈 팔다 자식을 안 낳으면 대체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저는(=선대 알폰소 6세는) 이미 그런 일을 겪어 보았습니다. 그건 곤란하죠. 아주 곤란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며느리랑 바람을 피워서 자식을 낳으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안 들키면 그냥 그 녀석은 아들의 자식으로 살아가겠죠. 좋은 일입니다. 혹시라도 들키면? 그럼 제 자식으로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그럼 적자 인정 사생아가 둘이 되지만 어차피 후계자보다 어리기 때문에 계승순위는 밀리고, 만에 하나 후계자가 자식 없이 죽어도 그 아이가 왕위를 이어받을 거니까요. 그렇습니다. 이게 가장 완벽한 해결책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열심히 며느리와 바람을 피웠습니다. 그러는 김에 재혼도 했죠. 아내는 저보다 30살쯤 어린 것 같지만, 심지어 며느리보다도 어린 것 같지만, 뭐 이게 중세 아니겠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도 가끔씩 있는 일인걸요.
역시 제 생각대로였습니다. 아들 놈은 아이를 낳아 가문을 번성시킬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며느리가 제 아이를 임신했거든요! 안타깝게도 아들에게 들키는 바람에 아무도 모르게 손자인 척 하는 첫 번째 플랜은 실패했고, 대신 두 번째 계획대로 제 적자 사생아로 인정했습니다. 아들이 화내더군요. 쯧쯧. 그래서 불러서 자상하게 타일렀습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니. 이게 다 우리 가문을 위한 이 애비의 헌신이란다. 너도 내 나이가 되면 이 애비를 이해하게 될 거다.
글쎄요. 못 알아먹는 눈치더군요. 에잉 한심한 녀석.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그렇게 한 건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들은 며느리와의 사이에서 연달아 딸만 둘 낳았거든요. 그러는 동안 저는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1남 2녀를 보아서 모두 5남 3녀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루시퍼 교단에 가입했다는 걸 저번에 말씀드렸죠. 심심풀이삼아 다른 사람을 저주하기도 하고 루시퍼에게 재물도 바치고 그러고 살았는데, 맙소사. 재혼한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딸 중 하나가 악마의 자식이었지 뭡니까? 처음에 그 이벤트가 떴을 때는 이게 뭔가 하고 그냥 가볍게 넘겼어요. 그리고 그 딸이 여섯 살이 되었는데요.
새해가 되니까 제 자식 하나가 죽더라고요. 며느리와 바람피워 낳은 바로 그 아들이요.
응? 처음에는 왜 죽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워낙 암살이다 음모다 하는 동네다 보니 누가 암살했나 싶었죠.
2년 후에 또 하나가 죽었습니다.
오 망할. 제 딸은 정말 말 그대로 악마의 자식이었습니다. 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오빠를 죽였다고요. 그리고 여덟 살에 다시 동생을 죽였단 말입니다. 제가 루시퍼 교단에 가입해서 기분전환삼아 돌아다닌 게 이런 식으로 돌아오다니. 저는 정말이지 나쁜 일이라고는 하나도 안 했는데! 그냥 단지 친구 두엇쯤을 악마에게 재물로 바친 것밖에 없었는데, 어째서 제게 이런 시련을 준단 말입니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이 딸아이가 또 제 자식을 죽이면 어떡하죠? 그것도 후계자를 죽이면?
저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이 개막장 게임에서조차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것만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악마들린 이 딸아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결국 이번에도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단 하나뿐이었죠.
제가 빨리 죽는 겁니다. 제가 죽으면 후계자가 제 자리를 이어받고, 형제간에는 암살이 되니까, 돈이든 뭐든 뿌려서 공범들을 모아 악마들린 배다른 여동생을 암살해야만 이 가문이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여러 가지 고초가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비교적 일찍 죽을 수 있었습니다. 워낙 바람을 많이 피웠던 탓에 저한테 원한을 품은 자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공정한 자' 알폰소 7세, 아버지 알폰소 6세로부터 나라를 물려받아 40년간이나 다스리며 레온 왕국을 제국으로 만들고 이교도를 물리치며 레콘기스타의 업적을 이루어낸 영웅은 그렇게 무수한 애인의 남편 중 하나에게 암살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즉위한 알폰소 8세의 당면목표는 여동생을 암살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해야 했습니다. 왜냐면 즉위하고 두 달만에 형제 하나가 또 죽었거든요.
다행히도 악마들린 여동생을 성벽 위에서 밀어버리는 것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이제는 평화만이 남았죠. 다만 문제는 여전히 있었습니다. 저의 나이는 벌써 마흔인데 자식은 딸 둘밖에 없는 겁니다. 크킹2에서는 여자가 후계자면 모든 봉신들이 불만을 품습니다. 이 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했죠. 일단 딸 둘은 모두 데릴사위를 들여 모계결혼을 시키고, 딸들이 손자를 낳기를 바라며, 동시에 언제나 그랬듯 바람을 피워 사생아를 데려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즉위 4년째. 갑작스레 뜬 이벤트로 아내와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 알폰소 8세는 난데없는 복상사로 사망합니다.
진짜로요. 놀라서 입을 쩍 벌린 채 모니터만 보고 있었지 뭡니까.
레온 제국의 황제이자 히스파니아 제국의 황제, 레온 왕국과 안달루시아 왕국과 포르투갈 왕국과 카스티요 왕국과 나바라 왕국의 왕, 세비야와 그라나다의 공작 지위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에게, 아직 백일조차 넘지 않은 손녀딸 하나만을 데리고 있는 어린 딸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딸 옆에 있는 건 그저 데릴사위로 온 멀끔하게 생긴 남편 하나뿐이었죠. 과연 제국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 레온 제국은 봉신들의 반란과 이교도의 공격을 물리치고 유럽을 평정할 수 있을까요?
그걸 알고 싶어서 저는 오늘도 게임하러 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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