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에 힐러 관련 글을 올렸던 아타락시아입니다. 이번에는 와우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아시다시피 와우는 정말정말정말 세계관도 방대하고 스토리 양도 많습니다. 특히나 단순히 와우 오리지널부터 내려져 오는 스토리 뿐만이 아니라 그 전에 워크래프트3 혼돈의 지배, 얼어붙은 왕좌에서부터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약 2003년 (지금 2003년생이 중3일겁니다.) 부터 내려오는 스토리 전반을 이해해야 다음 확장팩의 스토리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익히기도 바쁜 와린이들이 이런 걸 할 수 있을리가 있을까요? 와린이들은 스토리 이해 못하고 그냥 스킵스킵하면서 겜해야 합니다. 남이 설명해주지 않는한 봐도 도저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거든요. 한 두번, 인내심을 가지고 한 열번의 퀘스트 정도를 내용이해를 하면서 한다 쳐도 그 이후에는 "아니 뭔 소리야 이게,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고 뭘 하고 있는건데?"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결국 스킵스킵 하면서 레벨업을 하게되죠.

  예를 들어보죠. 킬제덴 (신화 킬제덴 XX, 화신 XXX해봐. 진짜 지금 생각해도 먹었던 아침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을 잡았을 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물론 초고난이도의 레이드보스를 잡았으니 좋아하는 거구나 생각했는데 10년 넘게 이어져온 악연이 끊어졌다고 하네요. 네? 이건 무슨 소리에요? 킬제덴 그냥 2017년 여름에 처음 나온 보스가 아니었어요? 그냥 갑툭튀 한 군단의 수장 A인 줄 알았던 그 놈이 예전에도 나왔다고 하니 모든 게이머의 정보수집처 네모창.... 이 아니라 꺼라위키에 들어가서 "킬제덴"을 검색해봅니다. 그리고 점점 줄어드는 오른쪽 스크롤 바의 길이. 압도적인 문서의 길이를 보고 꺼라위키 해버립니다. 그리고 한 마디 하죠. "아 킬제덴 잘 잡았네요."

  살게라스, 굴단도 마찬가지에요. 다른 사람에게는 불타는 성전을 일으킨 주적, 워크래프트 초창기, 나아가 드래노어에 걸쳐 군단까지 말썽쟁이인 친구지만 와린이한테는 그저 아제로스에 칼 한번 꽂고 리타이어한 포스없는 최종보스 A, 히오스에서 즐겨하던 원거리 딜러 B일 뿐이라고요. 우리는 그 친구들의 진가, 스토리 상에서 차지하는 진짜 위치를 유튜브에서 누군가가 알려주거나 친한 친구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알 수가 없다고요. 그리고 우리는 왜 한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유튜브까지 찾아봐야 합니까? 그냥 스킵합니다. 지금도 저는 퀘스트가 뜨면 내용 절대 안 읽습니다. 그냥 해오라는 거 해가고 보상 받는, 아제로스의 흥신소, 사설탐정을 자처하고 용병이 되죠.

  격아에서의 텔드랏실 방화사건과 로데론 공성전도 마찬가지에요. 텔드랏... 뭐? 그게 뭔지도 모릅니다. 근데 말퓨리온이 지키려고 하는 거 보니까 나름 중요한 거지만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거만 와린이들은 알 수 있을 뿐이죠.  로데론도 뭔지 모릅니다. 생전 처음듣는 지명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가 언더시티였고 원래 얼라이언스의 땅이었는데 빼았겼고 뭐 중요한 곳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역병을 뿌리는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역병을 뿌리는 건 실바나스 입장에서 할 법한 전술입니다. 어짜피 지는 거 그 땅을 못쓰게 해서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게 하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거든요. (물론 자기네 호드들한테 방독면도 안 주고 청야작전을 하는 것은 그냥 실바나스가 미친거죠.) 그런데 역병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커뮤니티, 스토리 분석하는 유튜버들이 난리가 납니다. 왜? 또 내가 모르는 뭐가 있어? 보니까 역병이 엄청난 무기이고 여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네요. 하... 이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와우에는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친구가 있지 않나요? (음... 히오스에서는 그러던데 혹시 와우에서는 아닌가요?) 크로미! 이 친구를 활용하 는 건 어떤가요? 각 확장팩의 중요한 스토리 분기나 레이드를 잡아서 약 5,6개의 퀘스트로 구성하는거죠. 그래서 그 퀘스트들을 활용하면 그 확장팩에서 지정했던 만렙을 찍고 다음 확작팩의 퀘스트로 넘어갈 수 있게 구성하여 레벨업도 빠르게 하고 스토리도 요약해서 깔끔하게 신규유저들에게 전달해주는 방법은 어떨까요? 물론 이러면 구 레이드 구 인던이 버려지겠지만, 솔직히 지금도 구 레이드, 구 인던 찾아서 가는 분은 안계시잖아요. 와우라는 것은 결국 빨리 만렙찍고 해당 확장팩의 최종컨텐츠를 즐기는 게임인데 그러러면 앞서 제시했던 방법으로 전 확장팩 만렙까지 빠르게 도달시켜주면서 스토리도 압축해서 알려주면 신규유저들이 이 게임을 즐기는데 훨씬 더 수월하고 몰입되지 않을까요?

  애초에 이 게임은 MMORPG잖아요? 유저수가 곧 게임 생명에 직결되는 게임인데 신규유저가 진입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있으면 게임 자체 수명을 점점 갉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잘 만든게임이고 완성도도 높은 갓겜인데 사람이 좀 많이 적어요. 나름대로 제 입장에서 신규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이 게임을 더 수월하게 입문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런 글을 써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피쟐분들 중에 아직 와우 안 하신 분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진짜 재미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윗 문단이 끝입니다. 이후 이야기는 사족인데요. 격아 울디르가 9/4일에 열리기로 예정되어있습니다. 보니까 피쟐에도 와우를 즐겼거나. 즐기고 있는 분들이 꽤 계신 것 같아서 수요조사를 해볼까 하는데요. 제가 공장을 잡고 주말 9/8, 9/9 일 중 하루를 잡아서 피쟐분들을 모시고 가서 울디르를 트라이 해보려고 합니다. 웬만하면 우리 커뮤니티 내부 사람들로만 구성하고 싶고, 안된다면 외부 인원으로 충당하여 갈 생각입니다. 다들 유부남이신 거 아니까 급작스런 내무부장관님의 호출, 자녀분의 호출 등등으로 인한 중탈도 허용할거고 평균나이가 좀 있으시니까 웬만한 실수도 너그럽게 넘어가려고 합니다. 격아가 열린뒤에 한 번 더 와우 관련 글을 쓰면서 수요조사를 할 예정이니 우선 생각있으신 분들은 알아만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P.S 근데 꺼라위키 보니까 와우 플레이어가 이뤄놓은 업적이 정말 어마어마하던데, 아제로스도 위기에서 몇 번 구한 거 같고요. 왜 이 친구는 120레벨 찍을 동안 아직도 잡심부름을 하고 있는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