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세기전 모바일 게임이 새로 나오나 봅니다. 요즘 오고 가는 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광고판이 붙어있는걸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광고에 적혀있는 '이번엔 정말 다르다고' 라는 문구를 보니 뭔가 참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2. 창세기전을 처음 알게된건 제가 어렸을 때 (집에서 EBS 보라고 신청해준 캐이블 티비로 투니버스만 열심히 보던 때) 정확한 프로그램 명과 채널은 기억나지 않지만 게임 소식을 알려주면서 마지막에는 한 주간 게임 순위를 발표해주던 방송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언제부터인가 항상 1위를 하던게 창세기전2 였고요. 확실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한 20주 넘게는 계속 1위를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응 그렇구나 했다가 나중에는 와 저건 뭔데 이렇게 오래 1위를 하고 있는걸까 궁금한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컴퓨터 게임 사달라고 얘기하는 건 상상도 못했을 시기라. 그냥 그렇게 넘어갔었습니다.

3. 그리고 이렇게 창세기전2가 어느덧 기억에서 지워지나 싶을 때 언제부터인가 1위를 쭉 차지했던 게임이 창세기외전 서풍의 광시곡 이였습니다. 서풍의 광시곡이라는 이름만 보고는 이거 전에 봤던 창세기전2와 이어지는 게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고 그져 순위를 발표할 떄 나온 하이라트 화면 (메디치가 인페르노 감옥으로 뛰어드는 초반 장면이나 시라노가 유폐 되어 있던 데이모스를 만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와.. 그래픽 좋네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떄도 궁금하긴 했지만 게임 사달라는 얘기는 못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게 됐었죠.

4. 그러다가 제가 처음 플레이 해본 창세기전 시리즈는 창세기외전2 템페스트 였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예쁜 여성 캐릭터들에 반해서 이 게임좀 빌려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보게 됐었죠. 이게 어렸을 때 봤던 창세기전 시리즈와 연결된다고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요.  그런데 사실 케릭터로 먼저 눈이 갈 수 밖에 없는게 일러스트가 그 B급의 토니라서... 그리고 그 땐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템페스트의 여캐들은 전형적으로 너가 뭘 좋아할지 모르니 일단 다 넣어봤어. 그러니까 취향대로 골라봐 의 정석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지금와서 보면 버그도 많고 게임 형식도 좀 이질적일 수 있는 템페스트 였지만 당시 전 참 재밌게 플레이 했습니다.

5. 그렇게 템페스트를 해보고 그 뒤로 창세기전3, 창세기전2, 서풍의 광시곡을 모두 그 친구를 통해서 접해보면서 전 창세기전 시리즈의 열열한 팬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가 더 고파졌지만 지금이야 그냥 구글이나 네이버 가서 검색하면 뚝딱 나오지만 예전엔 뭔가 정보를 더 접하고 싶으면 pc통신을 통하는 수밖에 없었죠. 남들은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유료 통신 사용할 때, 아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 에듀넷이라는 무료 통신밖에 사용하지 못했던지라. 에듀넷에 있던 창세기전 동호회에 가입했었습니다

6. 동호회가 활성화 되었던건 제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넘어갈 때 정도 시기까지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로는 주요 활동 인원들이 학업 등으로 활동이 미미해지고 결정적으로 pc통신 에듀넷 자체가 사라지는 바람에 모두 헤어지게 됐었죠.
동호회 활동이라는게 뭐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긴 한데 일단 재밌었습니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글도 쓰고, 채팅도 하고. 소사라고 나름 룰 정해서 TRPG 같은 게임(?)도 했었죠.
첫 정모도 기억나네요. 창세기전 파트2 제작 발표회 때 날로 기억합니다. 창세기전이 나름 상당히 인기 있던 시기라 모인 사람은 많고 핸드폰 같은게 있던 때도 아니라 에듀넷 창세기전 동호회에서 오신분~ 이렇게 외치며 만났던 기억이 나네요.

7. 술 한 잔도 하고 오랜만에 좀 추억에 젖다 보니 제가 생각해도 글이 참 두서 없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싶던 말은 누군가에겐 그냥 게임1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여려모로 연결된, 한 시대를 관통할만한 추억에 젖은 게임을 수도 있다는거 뿐이였습니다.

8. 새로 나오는 게임 발매일이 25일 오늘이죠. 또다른 망겜으로 남아 창세기전 부관참시 꼴로 남게될 가능성이 클 거 같지만.. 그냥 오랜 창세기전의 팬으로서 조금이라도 흥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