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8/14 23:15:35
Name edelweis_s
Subject [픽션] 빙화(氷花) 13
빙화(氷花)


-비음(庇蔭)은 내일 새벽 비양팔조(飛揚八組)보다 먼저 태언장(太彦壯)을 향해 간다.


저녁 바람이 제법이나 소슬하다. 까닭 없이 가슴이 답답해 서지훈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냥 가슴이 아픈 것이 아니라 한 구석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터질 듯 말 듯 하면서 두근대고 있는 듯 하다. 무엇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지 서지훈은 알 수 없었다.

“…….”

스르릉. 가만히 서서 빙화를 뽑았다. 달빛이 반사 되어 파랗게 빛나는 도신이 오히려 반문 하는 듯 하다. 왜 자기를 꺼낸 거냐고. 글쎄. 내가 왜 널 뽑았을까. 지금 왜 이 자리에서 너를 들고 서 있는 걸까.

“하.”

입 밖으로 어이없는 웃음이 탁 튀어나왔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칼에게 물어봤자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는 것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도로 집어넣었다.

“자네 아직 자지 않고 뭐하는가.”

순간 귓전에 울리는 이인(異人)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인광(燐光-박태민)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침의(寢衣) 차림인 것으로 보아 잠을 자다가 깨어 밖으로 나온 듯싶었다. 천천히 다가오더니 어깨에 손을 짚으면서 말한다.

“내일 새벽에 일찍 떠날텐데, 자지 않고 뭐하는 게야?”

“자네야말로. 이 야심한 시각에 침의 차림으로 어딜 돌아다니는 건가?”

“아. 요즘에 칼이 잘 뽑히지 않아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한 대답에 박태민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소리가 워낙 커서 자는 사람들이 깨지나 않을까 걱정까지 해야만 했다. 박태민의 웃음이 수이 멈출 것 같지 않자 서지훈은 그의 어깨를 잡으며 웃음을 멈추게 했다.

“이거 왜 이러는가? 다른 사람이 모두 잠든 시각에.”

“아니 자네 말이 웃기잖은가. 칼이 잘 안 뽑힌다니. 하하하!”

“이 사람이. 진짜라니까.”

그러나 웃음을 멈추지 않는 박태민 때문에 곧 서지훈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진짜인데. 이래저래 지금처럼 웃고 있는 때에도 무슨 고민이 그리 많은지. 그냥 모든 걸 다 잊고 웃고 싶은 심정이다.

******

“최연성……? 어떤 자야?”

“허 자네 거차부(巨車斧) 최연성을 모르는가. 이 사람 많이 어둡군 그래.”

“요즘에 아주 유명한 무인인데. 그가 나서면 지는 일이 없다고 하더군.”

이른 새벽. 남들보다 먼저 기침(起寢) 하여 태언장으로 가는 산을 넘는 도중에 박성준이 물음을 던졌다. 그에 박태민과 서지훈이 대답하자 박성준의 얼굴이 핼쓱하게 질렸다.

“아니. 그렇게 강한 자를 왜 하필 내게.”

태언장의 고수들 중에 가장 강하다 정평이 나있는 세 사람을 암살하는 것이 비음(庇蔭)의 이번 임무였다. 그 중 박성준이 처리해야할 표적이 바로 거차부 최연성. 태언장이 배출 한 엄청난 용력의 무사이다. 그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대한 도끼를 무기로 쓴다. 그렇지만 도기가 없다고 해도 그의 사지가 모두 흉기이다. 그 정도로 완력이 뛰어난 무인. 여태껏 그가 꺾은 정파의 무인들의 시체를 쌓으면 태산보다 높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전투에서 전과를 올렸으며 싸워서 진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박태민의 표적은 바로 황제(皇帝) 임요환. 이미 정사대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천하에 그 위명을 떨치던 초고수이다. 채찍(鞭)이라는 상당히 독특한 무기를 사용한다. 비록 요즘엔 태언장 내에 몸을 숨기며 밖으로 잘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무림 최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다.

“나한테도 거물이 걸렸구만 그래.”

서지훈이 맡은 자는 악마(惡魔) 박용욱이다. 역시 이도(二刀)라는 그다지 널리 퍼지지 않는 병기를 사용한다. 양 팔의 반대쪽에 위치한 도를 뽑아 검을 교차시키며 상대를 공격하는 발도술(拔刀術)은 방어해내기가 지극히 어렵다고 한다. 설령 간신히 막아내더라도 그 후에 좌우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떠나기 전에 강민이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조심해야 한다. 그 자는 위험해.

“흐음.”

얼마나 강하길래 강 사형이 신신당부 할 정도란 말인가. 아직 말로만 들었을 뿐 실제 대면한 적은 없어서 감히 예측하기조차 어려웠다.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

태언장은 보통 그렇듯이 큰 고을 안에 위치한다. 비음 세 명은 신분을 숨기고 그 고을 안으로 무사히 잠입 할 수 있었다. 이 곳 객잔에서 아군의 첩자를 만나 표적의 얼굴을 확인하고 미행, 암살하는 순서대로 일이 진행 될 것이다. 셋 모두 넓은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어느 큰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어섭셔~”

들어서자마자 점소이가 뛰어나와 그들을 맞았다. 점소이는 그들을 빈 자리로 안내하려 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일행이 먼저 와있다고 말했다. 점소이는 무안한 듯 머릴 긁적이더니 인사를 꾸벅하고는 새로 들어온 손님을 맞으러 뛰쳐나갔다. 그들은 객잔 안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첩자는 붉은색 명주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삿갓을 쓰고 있으며 혼자 앉아 소흥주(紹興酒)를 마시고 있을 것이라 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곧 발견했다. 그들은 조심이 걸음을 옮겨 탁자에 앉았다.

“안녕하시오. 난 ‘보정’이라 하오. 당신들을 안내할 사람이요.”

앉자마자 보정이 속사이듯이 작게 말했다. 그들은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보정은 고개를 까닥이며 문 쪽을 가리켰다. 밖으로 나가자는 뜻이었다. 그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객잔 밖으로 빠져나가고 보정은 그 자리에 앉아 소흥주 몇 잔을 더 들이키다가 몸을 일으켰다.

“따라오시오.”

보정은 역시 속삭이듯이 말하고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 바른 걸음걸이로 걸어 나가는 보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도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들은 낌새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느새 사람이 북적거리던 거리를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근교(近郊)의 다리에 도착한 것이다. 아무도 지나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 소리만 요란하다.

“이봐 자네. 여기가 어딘가. 왜 우릴 여기로 데려온 건가?”

박태민이 먼저 보정에게 물었다. 그러나 보정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은채 침묵을 유지했다. 박태민은 그런 그의 행동에 열을 받았는지 언성을 높였다.

“왜 말이 없…….”

순간 보정의 허리춤에서 작디작은 소도(小刀)가 뽑혀져 나왔다. 카앗. 기이한 기합성과 함께 보정은 소도를 쥐고 박태민에게 돌진했다. 빠르게 가슴팍으로 치고 들어온 보정을 긴 창으로 밀쳐내기에는 무리였다. 보정은 기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박태민의 가슴팍을 향해 소도를 찔러 넣었다.

“끄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지며 허공에 피가 흩뿌려진다. 그러나 정작 쓰러진 사람은 박태민이 아닌 보정이었다. 박태민이 그를 처리하지 못할 상황이라 해서 나머지 두 사람마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보정은 서지훈이 던진 빙화에 미간이 꿰뚫려 뒤로 거꾸러졌다. 서지훈은 즉사한 보정의 시체에 박혀 있는 칼을 뽑아냈다. 피를 먹은 날이 유난히 스산하다.

“당했군.”

“함정인가…….”

말을 꺼내자마자,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엄청난 수의 무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서지훈은 빙화를 고쳐쥐었고 박태민 역시 창을 굳게 잡았다. 박성준은 검보(劍褓)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검을 꺼내들었다.

“일진 한 번 안 좋군.”






******

아. 개학 전에 끝내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진 걸까요,

정말 글 안써지네요. 보아주시는 여러분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전격 예고 빙화 14>

함정에 빠진 비음 삼인조.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8/14 23:40
수정 아이콘
오호^^
역시 스지훈이~ 구웃^^
다음편 더욱더 기대기대^^
빨리 oK?
blue wave
04/08/15 01:02
수정 아이콘
^^ 저도 기대됩니다.
Game_mania
04/08/15 01:46
수정 아이콘
거차부에 정말 올인하렵니다^^ 열심히 읽고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blue wave
04/08/15 01:56
수정 아이콘
솔직히 이 소설 조회수 대비 댓글 및 가치 1위의 올인!!^^
edelweis_s
04/08/15 09:48
수정 아이콘
trmey/지금 쓰고 있답니다 ^^;;
blue wave/1위랄 것 까지야;; 부끄부끄;;
Game_mania/옙!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939 [잡담] 요새 즐겨듣는 씨디와 음악. [36] 레프3054 04/08/16 3054 0
6938 5년간의 프로게임 리그를 바라보며... [32] TomatoNYou3392 04/08/16 3392 0
6937 [잡담] 파리의 연인에 나온 팡야 [36] 꿈꾸는scv4208 04/08/15 4208 0
6934 스타리그 주간 MVP......!! (8월 둘째주) - 이재훈 [61] 발업질럿의인3777 04/08/15 3777 0
6933 스타리그 주간 MVP......!! (8월 첫째주) - 강민 [31] 발업질럿의인3324 04/08/15 3324 0
6932 [완전잡담]...Daydreamer님의 사상기질과 kimera님의 소고를 읽고 나서..."그럼 나는" -0- [4] Lunatic Love3605 04/08/15 3605 0
6931 가볍게 쓰는 스타리그를 패러디한 스타왕국 500년 [7] may0543212 04/08/15 3212 0
6928 테테전에서 왜 배틀이 아닌 레이스가 대세인가요? [42] KuclassiC6985 04/08/15 6985 0
6927 가볍게 읽는 Zeal의 안유구 제2탄 고스트 [22] Zeal3148 04/08/15 3148 0
6926 [픽션] 빙화(氷花) 15 [3] edelweis_s3376 04/08/15 3376 0
6924 그러고 보니 딱 1년전이군요. [6] i_love_medic3097 04/08/15 3097 0
6923 [픽션]빙화 1~13편 모음(연재 중) 빙화 서지훈, 몽상가 강민 무협소설 [5] blue wave3970 04/08/15 3970 0
6922 WCG 3,4위전이 끝났군요..(결과있음..) [13] 기회3796 04/08/15 3796 0
6920 추억이냐.부활이냐. [1] EX_SilnetKilleR3407 04/08/15 3407 0
6919 [잡담] 동전 여덟개 [2] 탐정3181 04/08/15 3181 0
6918 [잡담] 새로 산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습니다 [11] 정석보다강한2870 04/08/15 2870 0
6917 [큐리어스팀 고찰] 8/7 - 8/14 + 오늘은 제 생일 입니다. [4] 눈물의 저그3153 04/08/15 3153 0
6916 [픽션] 빙화(氷花) 14 +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9] edelweis_s3518 04/08/15 3518 0
6915 [잡담] 오늘 아침있었던일~! [2] 니케3561 04/08/15 3561 0
6914 줄라이 박성준선수,새로운강자의 등장은 즐겁다,, [15] 절대바보아님4471 04/08/15 4471 0
6913 itv 결승전을 보고 와서... (스포일러 잔뜩 있음...) [47] 앤써6944 04/08/15 6944 0
6912 ITV랭킹전 결승전 잘끝났네요^^(스포일러 없습니다) [10] 해처리에서 아3991 04/08/15 3991 0
6911 TheMarine..? flyhigh..? [NC]leader..? [12] 트레빌3225 04/08/15 322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