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에 열린 EVO 2021 길티기어 부문 아시아 대표 선발대회 패자조 결승입니다. (시간 02:20:33 에 맞춰 놓았습니다)

한국 유저(xyzzy)와 일본 유저(BNBBN) 의 대결인데요,

xyzzy(자이지) 는 사슬낫을 쓰는 액슬 유저,
BNBBN(반바반) 은 대검과 불을 내뿜는 솔 유저입니다.

여기서 액슬은 양학에 최적화된 스킬셋을 가지고 있으나, 천상계에서는 상성을 좀 타고 매치업에 따라 A~B를 오가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캐릭터고
솔은 길티기어에서 원탑 S+++ 개캐 반열에 있어, 모든 유저에게 '망가진 캐릭터'라는 소리를 듣는 캐릭터입니다. (이때문에 얼마전에 있었던 패치에서 이런저런 너프를 받았습니다)

때문에 철권에서 초창기 리로이가 그랬듯 이번 선발전에서 8강이 솔 잔치가 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다행히 솔만은 안된다는 선수들의 노력 덕에 제법 다양한 캐릭터들이 올라올 수 있었고 이번 패자 결승도 그 일환 중 하나입니다.

2:20:33부터 시작되는 패자결승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을 처음보는 사람도 솔은 뭔가 억지같다라는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혼자 막 툭툭 퍽퍽 치니까 피가 절반가량 까이며 구석에 몰리고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느샌가 죽어있는, 불합리한 캐릭터란 느낌을 받으실겁니다.

솔 플레이어인 BNBBN도 일본에서 최정상급 솔 유저이며, 얼마전에 한국에서 열린 온라인 대회에서도 우승한바 있는 강자입니다.
xyzzy 선수도 우리나라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한 적 있는 강력한 유저지만 길티기어 본고장 일본의 최정상급 솔을 얼마나 상대할 수 있냐는 장담할 수 없었죠. 게다가 직전에 있었던 승자 결승에서 0:3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해 흐름이 좋지않은 상태에서 이 자리에 왔거든요.

그렇게 벌어진 이 대전의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하고 왜 격투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BNBBN 선수는 자기가 길티기어를 하면서 처음으로 타임아웃을 경험했다고 하며(데미지가 높고 흐름이 빠른 게임 특성상 타임아웃은 거의 보기힘듭니다 하물며 솔 유저가 경험하기란 쉽지 않죠), 마지막 세트 마지막 라운드는 진짜 아무도 기대를 안했을건데 모두의 생각을 뒤집어 버린 결과에 해설자들과 채팅창 유저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지요.

이미 최종 결승에 또다른 한국인 유저가 올라간 덕에 (다루이노) 아시아 대회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vs한국 매치가 벌어졌고 아시아에 두장 주어지는 미국행 결선 티켓을 한국인이 모두 가져가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는 국제 길티기어 대회 사상 최초입니다.

이 대회의 MVP이자 최고의 매치로 이 시합을 손꼽으며 위 영상을 감상하는 걸 추천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인 선수들에게 큰 기대를 해봅니다.


*..관람을 즐기는 한가지 포인트를 알려드리자면, 체력 게이지 아래아래, 파란 게이지 아래에 있는 가느다란 게이지가 보일겁니다. 이건 리스크 게이지라고 하는데 상대방의 공격을 가드하면 차오릅니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플레이에 페널티를 주기 위한 시스템 중 하나로, 이게 차오르면 받는 데미지가 늘어나며 가득차면 받는 공격이 무조건 카운터 나면서 받는 데미지가 엄청나게 뻥튀기 되지요. 이 점을 염두하고 마지막 세트를 보면 더 쫄깃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