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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3/31 23:07:10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서평]《만안의 기억》- 안양, 만안이라는 한 도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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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안의 기억 : 아래로부터 읽는 안양시 만안구 공간사회 이야기,
            김성균 외 지음

서울과 경기도 서남부에는 조선 시대 과천군에서 비롯한 다섯 시와 구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시는 안양시며, 가장 인구가 적은 시는 과천시다. 그러나 원래 과천군의 중심은 지금은 가장 인구가 적은 과천시였다. 《만안의 기억: 아래로부터 읽는 안양시 만안구 공간사회 이야기》(이하 만안의 기억)에서도 수원과 한양을 잇는 요충지로서의 과천을 엿볼 수 있다.

“만안교가 부설되기 전까지는 『춘향전』에서 나오는 노정처럼,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원을 기점으로 하여 볼 때 지지대 고개를 거쳐 호계동, 인덕원, 과천, 남태령 고개를 넘어 노량진 나루터를 건너야 한양에 도달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양시가 가장 큰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책에서는 과천 근처에 정조의 마음을 아프게 한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의 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신하들이 이러한 정조 대왕의 마음을 헤아려 수원 지지대 고개에서 호계동을 거쳐 안양 만안교를 지나 시흥과 신림동을 거쳐 노량진 나루터로 가는 새로운 노정을 마련하였고 이후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이 노정을 거쳐 지나면서 점차로 과천은 한적한 촌락으로 변모하고 안양이 발전되어 갔던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계기 때문에 지역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역사는 정조 같은 높은 사람의 결정 때문에 오가는 것 같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만안의 기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높은 사람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주목하는 것은 정조가 아니라 만안교다. 정조의 결정은 한순간일지언정 안양 사람들은 만안교를 배경으로 고유의 전통을 만들었으니, 그 자리에서 답교놀이를 하면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충효를 강조하는 대장기를 달아 안양의 가치를 만들어나간 것이다.

이처럼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역사적인 흔적들에서 시작해서, 이 책은 중앙시장, 삼덕제지, 대동문고 등 안양을 지켜 온 삶의 터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보통의 옛 할아버지들이 전해 주는 이야기 같아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꾸밈이 없는 생생한 보통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안양시 만안구만에서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엿볼 수 있다.

아파트와 재개발 열풍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2층 주택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런 집들의 이야기도 이 책은 놓치지 않는다. '한병하 가옥'이라는 한 꼭지를 내어주어서 이런 집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만들어졌다는 특징도 짚어준다. 책에 같이 나와 있는 한병하 가옥의 사진을 보면 마치 옛적 아파트촌이 되기 전 흔히 볼 수 있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옛날 도시의 풍경이 떠오른다.

여러 책을 읽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이 있다. 사소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첫 경험, 기원과 같은 이야기다. 이 책에서도 이런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다. 바로 한국에서 최초로 느타리버섯을 상업 재배한 곳이 바로 안양이라는 증언이다.

“70년대 이천우 씨의 부친은 당시 수원농촌진흥청에서 시험재배 중이던 느타리버섯을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느타리버섯을 키울 물로는 공업화로 오염된 안양천이 어렵게 되자 지하수를 개발해줄 것을 요청하고, 70년대에 지하수개발을 하게 된다.”

《만안의 기억》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렇게 사용된 이 지하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1996년 당시 이천우 시의원의 도움으로 책이 나온 2013년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체도 신기한 일이지만, 과연 구술자든 책을 쓴 사람이든 느타리버섯 상업재배에 관한 증언을 얻고자 했던 것이었을까? 의도하지는 않았을 이런 뜻밖의 지식을 얻어갈 수 있다는 점도 보통 사람의 삶에 역사가들이 이제 주목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참고로 이천우 씨는 2007년 경기도의원으로서 안양시의 또 다른 강인 삼막천 오염 문제(오마이뉴스 기사 삼막천 오염처리시설 설치 경인교대측 수락)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시의원과 구의원이 이렇게 도시를 위해 일하고 있는 장면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각자 내 고장, 내 마을에 조금만 더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준다면, 이 책처럼 마음을 잠시 머물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안의 기억》의 대표저자인 김성균 교수는 성결대학교 지역사회과학부 겸임교수로,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지역개발을 전공해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사단법인 지역사회연구원 이사와 의왕시 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여러 대학교에서 커뮤니티와 환경관련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 이 글은 밀리의서재 포스트로 올린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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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9 AaronJudge
24/04/01 00:27
수정 아이콘
오 ㅋㅋㅋㅋ
퍼펙트게임
24/04/01 01:58
수정 아이콘
저희 옆동네네요 ㅋㅋㅋㅋ
계층방정
24/04/01 20:19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안양은 저에게도 옆동네였던 적이 있어요.
아케르나르
24/04/01 05:01
수정 아이콘
제가 나고 자란 곳이라 지명들이 친숙하네요. 정조대왕 행사는 매년 하던데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계층방정
24/04/01 20:22
수정 아이콘
책에서는 아쉽게도 대동서적이 부도가 났다고 하더군요. 저도 만안교에 저런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아케르나르
24/04/02 01:16
수정 아이콘
대동서림이 한때는 잘 나갔죠. 작은 건물 한동이 다 서점이었으니. 지금은 원래 있던 건물은 판 것 같고, 옆에 구 본백화점 건물 지하층에 있어요.
시무룩
24/04/01 10:40
수정 아이콘
잠깐이지만 만안구에 살았었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군요
계층방정
24/04/01 20:23
수정 아이콘
만안구가 안양시에서도 먼저 발전한 쪽이다 보니 여러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DownTeamisDown
24/04/01 12:13
수정 아이콘
사실 지금도 남태령 넘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만만찮은 고개라서요.
그런 측면에서 만안교쪽으로 돌아간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안양이 정조의 선택으로 큰것도 있지만 이후 경부선도 안양으로 가는데 이유야... 남태령을 넘어가느니 돌아가는게 낫다고 생각한거죠.
경부선도 화성을 약간 비껴가려고 서쪽으로 틀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요.
계층방정
24/04/01 20:24
수정 아이콘
과거에는 그래도 빨리 가는 길이라서 남태령 쪽이 주 도로였지만 현대 와서 철도와 자동차도로를 놓기가 어려워진 남태령이 밀려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게지히트
24/04/01 13:55
수정 아이콘
서울의 중심이 종로에서 강남으로 옮겨가며. 다시 자연스럽게 과천, 남태령, 사당으로 이어지는 동선 활용도가 높아진 것 같네요.
DownTeamisDown
24/04/01 15:10
수정 아이콘
4호선이 금정 - 평촌 - 과천 - 남태령 - 사당으로 이어지긴 해서 그 동선활용도가 높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천에서 남태령이 아닌 양재천쪽으로 해서 주암동을 거쳐서 양재로 넘어가서 강남으로 가는 동선이 지금도 도로교통으로는 더 많이 쓰이는 상황이고 앞으로 그방향으로 GTX-C와 위례과천선이 지나갈 예정입니다.
따라서 그 선상에서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과천 주암동이나 서초구 우면동 같은 지역 이 개발계획이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오늘 뭐 먹지?
24/04/03 19:18
수정 아이콘
저 만안초 나왔어요. 크크크
예전엔 진짜 큰 학교였는데,
엄청 큰 버드나무 같은 것도 많고,
모래 운동장에서 열심히 곤봉이랑 부채춤 연습하던거 생각나네요 .크크크
최근엔 운동장이 트랙 같은 걸로 바뀌고, 모래 없어지고,,
계층방정
24/04/04 11:48
수정 아이콘
이 댓글 보고 찾아보니 만안초가 꽤나 오래된 학교네요.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는 아니지만, 그 바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안양초등학교에서 분리된 다섯 초등학교 중에서 가장 먼저 분리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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