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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15 01:37:48
Name jerrys
Subject [일반] 사회인 야구를 좋아하시나요? 직장 사회인 야구 이야기
뜬금없이 새벽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글을 올려 봅니다.
야구를 잘 못하지만 야구하는 것을 좋아하여 야구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개인사업을 하다가 들어간 직장에서 직원들을 꼬셔서 야구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저와 비슷하여 야구는 무지 좋아하지만 그다지
재능은 없어 노력은 열심히 해도 실력은 늘지 않았지요.
약 3-4개월간 점심시간에 매일 연습하고 즐거워했습니다.
그 때 회사의 유서 깊은 축구팀으로부터 결투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야구로 한판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축구팀과 야구팀은 명예를 걸고 한 판 합니다.

결과 : 26-13 야구팀 패배.

원래부터 스포츠맨인 뼈포츠맨 축구팀과 몸치인 야구팀의 대결은 그야말로
"될놈될"의 극치였습니다.
그 이후로 야구팀은 해체했습니다.흑흑.



그로부터 4년 후.

저는 일본에서 선진 야구를 경험한 대학후배를 직원으로 영입합니다.
(...라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근무한 개발자 후배를 그냥 스카웃한 것임.
알고보니 이 친구가 일본에서 취미로 약간 야구를 했었음.)
이 친구와 함께 다시 한 번 회사 내에 야구팀을 만들어보자는 결의를 합니다.

그리고 사업부만의 팀을 만들었던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전사적으로 공모를 해서
팀을 구성합니다. 2011년 첫 해. 경쟁사와의 첫 경기를 깔끔하게 17-4로 이긴 후에
강팀들에게 콜드를 당하면서도 열심히 연습경기를 하고 하반기 루키리그에 가입하여
3승 4패 1무의 준수한 성적으로 리그를 마무리 합니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지만 참으로 재미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40-13으로 진 경기도 있었습니다. 진짜 경기가 길더군요.

소설 "삼미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이럴 수는 없다!"

그쯤 되면 적당히 끝낼만도 한데 기록 관리 차원인지 주구장창 쳐댑니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는 2시간 제한이라 수비만 하다가 2시간이 다 갔지요.
여담이지만 저희팀에게 40점 낸 그 팀이 결국 리그 우승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결투장이 날아들었습니다.
4년전 저의 야구팀을 무참하게 박살냈던 회사 축구팀이 다시 도전을 해온 것입니다.
운동신경이 특출난 스포츠맨들만의 집합체 축구팀.
깔보는 듯한 태도로 저희에게 결투 신청을 합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 알지만 직원들 중에 운동 잘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요.
축구팀은 그런 스포츠맨들의 집합체지요.
뭘 해도 잘하는 스포츠맨 축구팀과는 달리 야구팀의 소속원들은 그다지 스포츠맨
티는 안나는 조용,소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요.


결전의 날.
이번엔 공정하게 심판도 부르고 경기장도 빌려서 한판 벌입니다.
감독이 결장해서 수석코치인 제가 임시 감독을 맡았지요.

그런데 저는 그날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에이스를 놔두고 단 한 번 등판했던 2군 투수를 선발로 올린 겁니다.
오기와 존심이었죠.
우리는 야구팀인데 전력을 다하지는 않겠다는.

그 날 축구팀은 4년 전 저희가 패배할 때의 에이스를 다시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날 축구팀의 플레이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빼포츠맨다운 호수비와 저희도 못하는 신기한 플레이의 연속이었지요.
처음 3루를 본 3루수인데 3루 강습 타구를 다이렉트로 1루로 쏘아 정확히 아웃시킬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요.
유격수는 동물적인 본능으로 타구를 잡아내더군요.
정말로 야구팀인 저희보다도 체력, 반응속도 등이 비교가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경기는 저희가 12-3으로 이겼습니다.

심지어 야구팀에서는 에이스도 단 1닝만 나왔고(포크볼의 달인 이상목 선수로부터 개인
레슨도 받은 우리 에이스입니다. 이닝 이터죠, 흐흐) 선출인 유격수도 나오지 않았는데
1.5군 전력만으로 이겼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축구팀은 야구팀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공식 스포츠팀으로요. 비록 우리가 축구팀의 선수들처럼 피지컬적인 특출함은 없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이해하려 하는 점이 그들보다 낫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 것이지요.



P.S.
그런데 그 이후로 축구팀 멤버가 야구팀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워낙 운동 잘하는 친구들이니 금방 주전을 꿰 차더군요.
원래 야구팀하던 친구들 입지는 좁아졌으니 이것이 과연 전화위복일까요. 흑흑.

P.S.2
원래는 사회인 야구 리그를 까는 글을 올리려 했는데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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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커피
12/09/15 01:43
수정 아이콘
뭔가 H2 초반부가 생각나는 내용이군요
야구란게 구력이 쌓이면 모를까 비슷한 구력이면 결국 타고난 피지컬이죠 크크
전준우
12/09/15 02:34
수정 아이콘
내일.. 아니 오늘 당장 11시 게임인데 아직까지 안자고 이글을 보고있다니..ㅠ
사회인야구리그 참가비좀 줄여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리그는 경기수도 적고 서비스도 뭐같으면서 돈만 매년 올리고..
아케론
12/09/15 02:57
수정 아이콘
저는 9시경긴데요 ^^
대학생팀이지만 열정만큼은 역시나 최곱니다.
사회인 야구에 관한 글이 가끔 보일때 너무 좋아요.
노력으로 누구나 극복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흥미를 가질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있습니다.
무릎도 안좋고 모두 기피하는 1루수를 보고 있지만 요즘 바운드 송구를 모두 받아 내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볼때
너무도 뿌듯합니다.
모두 야구 해보세요 꼭요!
12/09/15 03:36
수정 아이콘
대학 와서 야구 시작한지 3년째인데, 아직 던지고 받는 것도 잘 안되니 이거 참 문제입니다. 엉엉.. 그렇다고 치는게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에서 야구를 하다 보면 나중에 사회인 리그에서는 한번 에이스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정작 대학에서 야구를 하다보니 얼떨결에 KBA에서 선출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와서 사회인 리그를 못뛰게 되었지 말입니다. 엉엉엉..
다반향초
12/09/15 03:37
수정 아이콘
광주에서 사회인야구 참여 하고있는데 한주가 너무 기다려집니다 정말
대학생인데 취업할때 꼭 사내 야구동호회가 있는지 고려사항 1순위 입니다 흐흐

'젊다'는 이유로 숏을 보고있는데... 콜을 안한다고 맨날 혼만납니다ㅠㅠ

축구팀 박살 축하드립니다~
돼지아들목사
12/09/15 04:24
수정 아이콘
같은팀 축구팀에게 졌다는 그 만화같은 일이 여기있었군요 크크
켈로그김
12/09/15 09:11
수정 아이콘
야구는 구력이죠.
타격이야 고만고만할 때는 운동신경으로 어찌어찌 어설프게 된다고 해도, 수비상황에서는 훈련한게 티가 확 나버리니..

축구든 야구든 하고싶네요..
버디홀리
12/09/15 13:22
수정 아이콘
위에 켈로그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야구는 경험이예요.
강한 어깨나 빠른 발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경험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이기는 경우가 아주 많죠.

신생팀인듯 하니 조금 조언을 드리자면 연습을 소홀히 하시면 안됩니다.
가끔 게임에 목을 메는 사람들이 있는데 야구는 굉장히 위험한 스포츠입니다.
연습은 잘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가끔 조언을 해줍니다.
다치지 않고 즐거운 야구 하시길 바랍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PGR 캐치볼 모임과도 한 게임 하시죠. ^^
12/09/15 16:00
수정 아이콘
버디홀리님, 연습은커녕 요새 다들 야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가고 있어서 문제네요.
작년에는 리그가 안정적이라 재미 있게 했는데 이번에 가입한 리그는
운영부터 모든 부분이 너무 무성의하고 파행적입니다. 경기 통보도 일주일은 커녕
3-4일 전에 해버리고. 다들 직장인들이니 선약이나 일정이 있어 참가 못하면 (벌금도 15만원 내는데도)
왜 이런 식으로 하냐고 역정을 냅니다. 3경기 남았는데 언제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경기일정을 2-3개월 전에 잡아 체계적으로 발표했던 작년 리그와는 반대로 여기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듭니다. 벌써 한달째 경기도 없고 이러니 점점 관심이 멀어지는군요.
12/09/15 16:04
수정 아이콘
경기장 도착하니 그때서야 나무 방망이 써야 한다고 알려주고.
추최측에서 어디선가 주워온 이상한 배트로 경기했는데 그날 경기를 결국 망쳤지요^^;
지금도 경기 시작 전에는 나무방망이로 할지 알루미늄으로 할지 모릅니다.
그때그때 다르니 전부 준비해가야죠.
더군다나 마지막 경기에서 심판은 경기가 기울어지니 일방적으로 편파 판정을 하네요.
(콜드 만들어서 집에 일찍 가려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 놀랐습니다.)
얼굴 높이로 들어오는 볼을 스트라이크로 마구 잡아주네요.^^
돈내고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키스도사
12/09/15 19:26
수정 아이콘
사회인 야구장이 좀 많아졋으면 좋겟습니다. 저희동네도 야구장이 2개 잇는데 크기도 유소년 야구장 규격이고 맘대로 쓰지도 못해 반 폐허 수준입니다. 야구장 놔두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캐치볼만 하는게 다죠.

부산만해도 이정도인데 다른곳은 더 열악하지 싶습니다.
12/09/15 23:03
수정 아이콘
저희가 뛰는 리그가 루키-3부 같이 엮어주는 리그더라고요.
나무배트를 사용하라는 이유는 저희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주로 사용하는 중학교 운동장이 작아서입니다.

최근엔 팀끼리 시작 전에 서로 협의하면 알루미늄도 쓰게 해준던데
처음에 저희랑 했던 팀이 나무배트를 고집해서 어쩔 수 없이
나무배트가 없는 저희는 어디서 빌려온 썩은 나무배트로 경기를 했죠.
이런 걸 보면 원칙도 없고,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하는 모양인데
저희 총무가 착해서 항의도 안하니 그냥 자기들 멋대로네요.
애패는 엄마
12/09/16 12:38
수정 아이콘
실례지만 언북중리그 뛰시나요? 다 내용이 언북중리그 같은데
나무배트 쓰는 리그 종종 있습니다 올해 언북리그 뛰신거면 작년에는 경기고리그 뛰셨나
12/09/16 17:11
수정 아이콘
애패는 엄마님 쪽지로 답변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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