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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3 01:07:31
Name 파라돌
Subject [일반] 무서움은 왜 느껴지는 것인가, 귀신은 있나, (군대경험담)
메피스토님 글을 보니 간만에 여유가 있어서 경험을 써봅니다.

어렸을 때 몸이 약간 허약해서 그런지 가위도 좀 눌려보고 귀신을 몇 번 보았네요. 아마 4~5살때 정도였을 겁니다.
기억나는 건 가족이 다 같이 자는데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가족을 내려다보길래
무서움보다 제대로 확인하려고 형광등을 켜는 순간 귀신은 없어지고 자고 있던 엄마 아빠가 갑자기 불을 왜 켜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귀신 봤다니까 빨리 잠이나 자라고 했고 그전과 후로 귀신을 봤을 땐 항상 소복 입고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더군요. 달걀귀신처럼 얼굴이 없습니다.
확실히 그 불을 켰던 상황, 귀신이 나옴으로써 느끼는 무서움에 내성이 생겨서 불을 켜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어두운 장소를 너무나도 무서워했습니다. 지하 보일러실, 다락 같은 데는 혼자서 가지 않으려고 했죠.
근데 꼴에 남자다워야 한다고 이 악물고 가보니 점점 무서움이 약해지더군요.
어머니께서 선생님이셔서 혼자서 교실에 남아있는 경우가 좀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 복도가 꽤 무서웠습니다.
밤에 어떤 행사 때문에 학교에 있었는데 지루하다고 렌턴을 들고 돌아다니다가 맞이한 컴컴한 복도,
복도 끝까지 아무도 없는 건조한 공간...  무서워서 재빨리 교실로 돌아갔죠.
무엇을 티비에서 본 건지, 읽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혼자 남은 교실복도,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비록 귀신은 안 봤지만 무서움은 꽤 컸습니다.
어쨌든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스스로 남자다워야 한다고 마음먹어서인지 극복은 하게 됐죠...
 




그리고는 군대..
군대 귀신 얘기야 많이 들었지만 나올 리는 없다 생각했습니다.
군대는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조교로 갔는데 훈련연대 조교를 꿈꿨다가 거기에 가게 돼서 별로 마음에 안 들고
간단해 보이던 일과가 이등병이 되니 일과중 절반 이상은 뛰어다녀야 하고 훈련병 있을 때 잠은 5시간(갈굼과 근무)
정말 짜증나는 하루하루 그리고 열악한 시설.. 훈련병 나가면 통합막사에 올라가야 해서 짐을 옮겨야 하는데 다 막내 라인이 해야 하고
놓고 온 짐이 있으면 텅 빈 중대막사를 혼자서 한밤중에 렌턴을 들고 많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어느 정도 극복했으니까요. 가끔 무섭기도하지만..
근데 의외의 장소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야외 화장실...

일병 초에 야외화장실이 얼었는데 입영객들 오기 전까지 못 녹이면 완전 헬 되는지라 겨우겨우 입영 날 되어서야 뚫고
야외화장실엔 난로를 틀어야 하고 매시간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라는 지시 덕분에 3일 동안 한밤중에 화장실을 확인해야 했죠.
2인 1조로 가라는데   인원 전체가 잠이 부족할 때라 다른 동료들은 혼자는 무섭다고 2인 1조로 가지만
전 혼자 간다고 했고 저랑 병장이랑 한 조가 됐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혼자 가게 됩니다 크크..)

그날 전 마지막 타임, 새벽 3시경이었습니다.
야외화장실은 밖에서 양쪽을 잠그는 구조라 문을 따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은 켜면 안되고 (추측건대 대대장은 화장실이 언지 몰랐나 봅니다)
렌턴에 의지해 대변기 칸을 하나씩 물이 내려가는지 직접 확인합니다.
하나, 둘, 셋, 넷....
근데 어떤 대변기칸 하나가 잠겼는지 안 열리더군요.
문의 구조상 아무리 확 닫아도 잠기지는 않습니다.
느낌이 쎄합니다. 혹시 누가 장난치나???
아니 장난이라고 해도 그 사람 혼자서 그 화장실에 30분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도 안 됩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문을 두드려봅니다
"누구 있습니까?" 대답은 없습니다.
인기척조차 없습니다.
슬쩍 뒤로 가봅니다.
밑에가 뚫려있으니 안에는 뭘 밟을만한 것도 없습니다.
있긴 한데 물 내리는거... 그거 밟으면 인기척이 납니다..
발이 없습니다. 점점 무섭습니다.
용기를 내어 변기 칸을 턱걸이하듯 올라서 안을 확인해보려 합니다.
손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온몸이 곤두서서 마치 위험신호를 알리는거 같습니다.
본능에 충실하기로...
포기했습니다
그리고는 군홧발로 몇 번 차봤습니다 역시 안 열립니다.
다른 변기칸 확인 못 하고 다시 밖에서 두 문을 잠급니다. 이키는 중대에만 있는 키입니다.
돌아와서는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말도 안 된답니다. 맞죠... 말도 안 되죠..
그럼 대신 내일 아침에 제가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다음날 아침..
그 문은....
열려있습니다.
키는 제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 없는데..

선임에게 강력하게 어필했습니다. 다음날도 혼자 가겠다고
밤이됐습니다.
여느 때처럼 입구의 문은 밖에서 잠겨있습니다.
대변기칸 확인합니다. 이번엔 반대쪽부터 하나, 둘, 셋.....
그 문앞에 섰습니다.
다른 문처럼 조금씩 열려있는게 아니고 또 닫혀있습니다.
밀어봅니다
역시 잠겨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이 시도
이번에도 턱걸이로 해서 안을 보려는데
온몸에서 오르지 말라고 엄청난 저항을 합니다.
포기했습니다.
대신 누구의 소행일지도 모르는 의구심에 밖에서 문을 잠그자마자
빠른 속도로 막사 복귀 인원파악을 합니다.
하나,둘,셋... 인원 이상 무
다음 날 아침
또 열려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전역할 때 까지 그때 너 놀린 거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귀신을 보진 못했지만.... 있다고 믿어버릴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네요.
때때로 항상 학생들이 무서운 얘기 해달라면 이 얘기를 꼭 합니다. 죽을 때까지 기억할만한 무서운 경험이었기에...

무서움에 대해 잠깐 검색해보니 이런 논문이 있네요
'유년기 무서움을 느낀 공간에 대한 원풍경의 체험특성에 관한 연구'

http://academic.naver.com/view.nhn?doc_id=47024235&dir_id=0&page=0&query=%EC%9C%A0%EB%85%84%EA%B8%B0%20%EB%AC%B4%EC%84%9C%EC%9B%80%EC%9D%84%20%EB%8A%90%EB%82%80%20%EA%B3%B5%EA%B0%84%EC%97%90%20%EB%8C%80%ED%95%9C%20%EC%9B%90%ED%92%8D%EA%B2%BD%EC%9D%98%20%EC%B2%B4%ED%97%98%ED%8A%B9%EC%84%B1%EC%97%90%20%EA%B4%80%ED%95%9C%20%EC%97%B0%EA%B5%AC&ndsCategoryId=10515&library=16

보시면 원문 무료 다운로드 됩니다. 읽어봤는데 나름 읽을만하네요.
경험을 해봤기에 보진 못했어도 귀신은 있을꺼같네요.
지금도 학원에서 혼자 지내는데 아주 가끔씩 무서움은 있지만 아주 잠깐 느끼는거라 괜찮네요.
근데 이 무서움이 귀신이랑 연관이 있을까요?? 다른분들의 경험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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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스
14/05/03 01:10
수정 아이콘
첫플이 뻘플이라 죄송하지만 외국에서 서양 귀신을 보면 한국에서 귀신 볼때보다 덜 무섭겠죠?
파라돌
14/05/03 01:11
수정 아이콘
전 영화의 서양 귀신은 안 무섭더라구요. 일본 타이어 광고가 좀 무서웠습니다 크크..
알파스
14/05/03 01:28
수정 아이콘
저는 서양 영화에서 귀신 보다는 사람이 무섭더군요. 어찌 그리 창의적으로 사람을 죽이는지...
14/05/03 10:53
수정 아이콘
뭐랄까.... 서양쪽은 최고신이 있는 종교가 하도 꽉 잡고 있다보니 귀신을 퇴치할 방법도 그만큼 많은 것도 원인인 거 같습니다.
귀신이라고 해봤자 신과 급이 너무 다르니 일단 비빌 곳이 확실하죠.... 근데 동양쪽은 마땅히 답이 없고요. ㅠㅠ
14/05/03 01:30
수정 아이콘
와 불끄고침대누워서 폰으로봤는데 소름끼치네요. 갑자기 등뒤가 쎄해요. 벽보고 옆으로 누워있는데 몸을 못돌리겠네요 크크
14/05/03 01:31
수정 아이콘
누구였을까 정말 궁금하긴 하네요. 귀신을 믿지 않는 저지만 그 상황에서는 글쓴이처럼 혼자서는 절대 열어볼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누구 한 명하고만 같이 갔으면 분명히 누군지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제가 다 궁금하네요.

그런데 그 시간에 누군가가 거기 들어가 있을 확률은 정말 너무 희박한 것 같은데... 대대장이나 주임원사 같은 높은 사람이 열쇠를 하나 더 가지고 있을 확률도 있겠네요.(근데 그 사람들이 거길 왜 잠가놨을까...) 물론 꼭 열쇠가 두 개가 아니더라도 군대에서 쓰이는 자물쇠라면 구부러지는 철사 몇 개로 전부 열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거기 그 시간에 사람이 들어가있는 건 말이 안 되고 누군가 모종의 의도로 그곳을 잠가놓았다는 얘기인데... 부대원이 아니라면 간부 아니면 정말 외부사람이죠. 왜 잠갔을까? 거길 잠그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면? 이렇게 꼬리를 물고 아침에 그 변기통을 조사해보시면 무언가 좋은 결과를 얻...........기는 개뿔이겠네요. 아, 저도 궁금하네요 이건 진짜.크크크.
파라돌
14/05/03 01:37
수정 아이콘
장난친 사람은 분명 나중에라도 자신임을 밝힐텐데 전역할때 까지 그 이후에도 본인이 했다 라고 한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믿고 싶지만 납득이 안되네요 하하하하.
그러고보니 철사로 열만큼 허술한 열쇠는 맞네요.
14/05/03 01:41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느낌이 장난 같습니다. 뭐 어떤 근거도 없지만(;;;) 고참들이 장난쳐놓고 낄낄거리다가 그냥 까먹은 것 같네요.

나중에 병장 때 다시 한 번 가보셨으면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얻으실 수 있으셨을 것 같은데. 진짜 제가 다 궁금하네요. 크크크.
Euphoria
14/05/03 01:31
수정 아이콘
천둥번개(도심에서의 천둥번개가 아닌..번개치는순간 천둥이 거의 동시에 치는..시골 사시는분은 알만한)군대 해안가 옥상 견시초소에서 15분간 나를 놀래킬려고 그 비바람천둥번개속에서 근무교대한뒤....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견시초소 창문으로 번개가 치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서 보이게할려고 깜깜한 암흑속에서 15분간 서있던 선임의 미친짓이후로 귀신따위 믿지도 않아지고 무섭지도 않더라고요. 인간이 무서우면 무서웠지.. 제평생 가장 크게 놀라고 가장 크게 소리친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아무리 무서운 공포게임을 해도 공포영화를 봐도 너무 감각이 떨어지더군요... 자기총에 번개떨어지면 어쩔려고 그짓거리를 하는지.. 이병 골려먹는 재미가 그리 재밌는지 참-_-...
14/05/03 01:36
수정 아이콘
이걸 보니 의외로 그냥 몇몇 병장급 선임의 장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Euphoria
14/05/03 01:42
수정 아이콘
군대용어인지 잘모르겠는데 해안가에 비바람에 따라 황천이라는 등급이 매겨지는게 이게 1~5급으로 나누어집니다.
보통 비바람일경우 4~5급이고 태풍급일땐 1~2급 뜨는데 그날이 제기억으로 분명히 1급인 날이어서 바람도 진짜 장난이 아닌데 왜 그짓거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태풍은 아니고 그냥 미친듯한 적란운에 거의 1분에 한번꼴로 번개치는 야외활동 금지되는 위험한 날씬데도 하는걸보면 참..그 선임이 상근에 시골사람이라 그런거 같기도 하고..
지금은 뭐 추억거리 였지만 그 당시에는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것같은 ..그랬던 거 같네요..
14/05/03 01:49
수정 아이콘
그런 고참 은근히 많지 않나요? 사람 하나 놀라게 하려고 한겨울에 두세 시간씩 야산에서 잠복하고 있던 게 제가 본 말년의 병장들이었는데;;;

딱 상상이 가네요. 비에 홀딱 젖으면서 혼자 이등병 놀라게 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숨어있는 병장의 모습...크크크크크크
Euphoria
14/05/03 01:52
수정 아이콘
숨어 있지도 않았어요. 그냥 대놓고 견시초소 창문 정면으로 계속 서있었답니다. 번개가 견시초소 앞으로 떨어져야 잘보이는데 자꾸 뒤로 떨어져서 제가 늦게 반응하고 봤다며 오히려 절 뭐라고 하더군요.크크(물론 선임의 모든 말의 반은 욕설이 섞여서)
파라돌
14/05/03 01:42
수정 아이콘
포인트는 내가 상대방의 놀람을 봐야 즐거운건데
제 경험을 생각해보면 저는 놀래지도 않았고 놀래키려면 다른 대상이 더 효과적이었겠죠...
근데 댓글 그 선임은 정말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네요.. 하긴 군대가 적응하면 좀 무료하기도 해서 크크...
14/05/03 01:58
수정 아이콘
이 글이나 댓글에서만 봐도 파라돌 님의 행동이나 말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난 대담하고 놀라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동료들은 무섭다고 같이 가는데 이등병(막내라고 하셨으니)이 "(난 무섭지 않으니) 혼자 가겠다."라고 말하는 건 어떻게 보면 겁쟁이 고참들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죠.

고참들 입장에서는 그러한 파라돌 님의 태도가 거슬렸고 또 파라돌 님을 겁먹게 하고자 하는 고참들의 도전욕구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글을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고참의 장난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14/05/03 09:28
수정 아이콘
크크크 아 진짜 웃기네요 15분간 서있었다니
14/05/03 01:34
수정 아이콘
밤에 읽기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원풍경은 영어로 하면 Primary Psycho-Scenes 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유령을 봤다는 건 뇌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확률이 높지 않나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요 ^^; 초자연현상이 실존한다면 전지구적으로 비슷한 빈도로 일어나야 될테지만, 각 문화권마다 특정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죠. 우리나라에선 간혹 저승사자를 봤다는 말이 있습니다만(옛이야기에서도) 서양에서 그런 저승사자를 봤다는 목격담은 없었죠. 정신과에서 진료하는 병 중에도 문화권과 연관이 큰 병이 있는데, 홧병은 동양권에 많고 서양권에 드문 바면 다중인격은 서양권에 많고 동양권에 드물고...
14/05/03 01:37
수정 아이콘
제 후배가 사단(군단이었나? 가물가물) 헌병대여서 거기 정문 위병소 붙박이로만 있었던 때 겪었던 귀신 이야기가 가장 오싹한 것 같습니다.
지통실 CCTV 보던 근무자가 나무 밑에 흰옷 입은 민간인 여자 출현했다고 해서 거수자로 취급해서 5대기 뜨고 포위했는데 포위상태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못 보고 지통실 CCTV에만 계속 나오더라는... 다들 초당황했다네요.
14/05/03 01:46
수정 아이콘
들어보면 꽤 소름돋는 일이긴 합니다만... 사실 이런 건 거의 99% 거짓말 혹은 헛것을 본 것이죠. CCTV가 저장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14/05/03 01:48
수정 아이콘
그렇겠죠? 술자리 허풍.
닉부이치치
14/05/03 01:44
수정 아이콘
오늘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덧붙여서 저도 경험담 이야기 하나 해볼게요
중학교 시절 이야기인데 제 집은 일제시대 지어진 오래된 단층집이라 방 문이 미닫이문이였습니다.
그날 저는 제 방에서 좀 늦은시간까지 게임(...) 을 하고있었는데 제 방문을 좀 열어두고, 저는 문을 등지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게임에 집중하다보면 느끼기 힘든, 쎄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더 말하면 인기척이랄까 그런게 분명 느껴져서 뒤를 돌아봤어요.
그 때 방문에 빼꼼히 얼굴을 반쯤 내밀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소름은 돋았는데, 크게는 안 놀랐어요. 왜냐하면 저는 아버지가 아들 뭐하냐 보러 오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얼굴이 사라지고,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겁니다. 저는 뒤돌아선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어요. 뭐야? 방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다시 안방가실거면 발소리가 안나지? 뭐지? 하며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옴싹달싹을 못하겠거군요.
한 어림잡아 5분은 그러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 문쪽으로 가서 밖을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안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부모님 두분다 깊이 주무시고 계셨어요. 그걸 확인하고 발걸음이 잘 안떨어지는걸 어찌어찌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겜하던건 해야겠어서 머리가 쭈뼛거리는데도 이번에는 방문 꼭 닫고 하던겜 계속하던건 함정... 근데 정말 헛것을 보긴봤어요. 그때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던 시기였습니다.
파라돌
14/05/03 01:53
수정 아이콘
갑자기 생각나는건데 16개의 생활관중에서 유독 2층에 인접해 있는 2개 생활관만
훈련병이 잘때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났네요.
예전에 선임들이 그 생활관 조심하라고 귀신있는거 같다고는 했습니다..

훈련병들 입영 첫날밤에 당직이었는데 그 엄청난 비명과 괴성 덕분에 자해하는줄 알고 달려갔더니 잠꼬대
나머지 한번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개거품 물으면서 눈이 뒤집어졌는데 빰때리니 정신차리고 -_-;;
minimandu
14/05/03 02:33
수정 아이콘
턱걸이 자세로 안을 들여다 보지 않은건 정말 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귀신이 있었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렇기도 하거니와, 만약 그냥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공포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부평의K
14/05/0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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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저도 한 두어번 봤습니다.

아래 메피스토님이 죽을뻔한 경험을 하신이후에 보셨다고 하니, 문득 저도 내가 왜 귀신을 보았나를 알 수 있겠네요.
저는 11살때 익사할뻔 했거든요. 정확하게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건져주셔서 살았습니다만...

저는 중학교때 귀신을 봤는데... 제가 나온 학교는 원래 묘지터를 밀고 만든곳이라...

중3때 연합고사를 앞두고 나름 여섯시 정도까지 학교에서 붙잡아 놓고 공부 시킬때였죠. 끝나자마자 교실에서 일착으로 뛰어나와서
버스 정류장까지 왔는데, 아차! 책상서랍에 책을 두고 나왔습니다. ㅓ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갔는데... 학교 교문에서 정류장까지 걸어서 2분이나 걸리나... 하는데 다시 교실이 있던 뒷건물로 돌아갔는데
정말 단 한명의 사람도, 기척도 없더군요. 4층에 있던 교실까지 뛰어서 올라가서 책상에서 책을 꺼내고 교실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정말 누가 나를 보고 있구나. 라는 느낌과 소름이 동시에 쫙! 끼치더군요.

뒤를 돌아보니 저쪽 복도끝에 불도 꺼지고 늦가을이라 해도 짧아져서 어두운데도 정말 확연하게 보이는 여자의 형체.

근데 희안한건, 귀신을 봤는데... 으아아악! 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무지 침착해 지더군요.
그런데 그 형체가 다가오는 순간 정말 미친듯이 뛰어서 학교를 탈출했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목격한건 2006년 가을. 자유로귀신 봤습니다. -_-;
메피스토
14/05/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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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헛것을 보면 그냥 다시보려고 하는데, 귀신을 보면 딱 보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나 감각이 딱 듭니다.
근데 그게 대부분 무서운 생각이 들기 전에 평온한 상태부터 시작되어 공포가 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고,
뇌의 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 실감나게 보입니다. 어둡고 밝은 것과는 상관 없이요.
뭣보다 제 경우엔 보이기 전에 순간적으로 이유없이 오한이나 두통 어지러움증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보이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실감나는 꿈이 아니라 깬 상태로 악몽 꾸는 그런 기분? 그런 기분입니다. 뭐 진짜 있건 없건 간에 요즘은 안보이니 다행입니다.
14/05/03 10:06
수정 아이콘
전 가위를 엄청 눌립니다. 한 번 가위 눌리게 되니까 계속 연달아 눌리기도 하고...뭐...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잠을 자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웃는데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그 뒤로 잠을 못 잤습니다.
중학교 때 즈음이었나...잠을 자는데 옆에서 누가 TV를 보면서 웃는 겁니다. 그냥 가족들이 왔나 보구나 싶었는데...일어나 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가위 눌렸을 때 상상한 게 그대로 나온다고 해서 멍청하게도 연예인이 아니라 귀신만 상상했습니다. 진짜로 귀신 모습이 바뀌더라구요. 헿. 다음엔 꼭 태연이나 뭐...음. 상상해 볼 겁니다.
대학 다닐때 선배와 학교 근처를 산책했는데(학교가 오지 of 오지라 진짜 주변에 산밖에 없습니다) 밤 늦은 시각이 되니 선배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제 등 쪽 옷을 잡고 제가 인도하면서 나올 때 였습니다. 묘지 옆을 지나는데 눈 앞에 새하얀 뭔가가 보이더라구요. 선배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고...선배도 귀신인가 오만가지 생각에 미쳐버릴 거 같았지만 어찌어찌 학교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귀신이나 그런게 너무너무 무서웠는데...아는 여자애 하나랑 귀신 이야기 하다가 '귀신이 있을리도 없고 만약 있다해도 하나님 딸인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리가 없지' 라는 말 한 마디에 저도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크. 그래도 가위는 종종 눌린다는 게 함정.
진나라
14/05/03 10:32
수정 아이콘
저희소대에 여닫이식 총기보관함이 있었는데, 할일없는 병장이 새벽2시근무 맡은 후임 놀래키려고 거기 숨어있었던 기억이나네요.
14/05/03 10:59
수정 아이콘
갑자기 그거 생각났어요. 중학교 때 친구가 컴퓨터 본체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빛 새어나갈까봐 부모님 몰래 새벽에 몰컴하는데

뭔가 베란다에서 소리가 나서 (당시 그 친구 방은 베란다와 밖이 보이는 구조) 무심코 헉 부모님 깨셨냐? 하고 이불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는데 도둑과 눈이 마주쳤다고..
14/05/03 11:46
수정 아이콘
이게 젤 무섭네요;;
14/05/03 11:48
수정 아이콘
인정합니다. 그깟 귀신....
14/05/03 11:50
수정 아이콘
도둑도 놀랐나봐요. 껌껌한데서 갑자기 컴퓨터 빛 받은 사람 얼굴이 갑툭튀했으니 크크 창문으로 다시 도망갔다네요..
14/05/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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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들 장난인거같네요. 그전 근무조들은 이상사항확인못했고 (만약 귀신이고 문을 잠글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하는 수준이라면 다른근무자들도 겪었어야하죠) 다른근무조와는 달리 님이 혼자라는걸아는 선임들이 장난친거같아요. 그전근무조들이 미리 문을 잠궈버리고 아침되기전에 다시 열어버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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