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 있어서 분위기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좌우하곤 한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사람들이 한 행동일지라도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지금과 같이 신나고, 시끌벅쩍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평소보다 술을 더 잘 넘긴다.
또 다른 분위기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조금 짖궂은 농담이 아주 웃긴 개그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분위기라는 것은 사람 대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분위기는 독립적이면서도 독립적이지 않은 변수다.
자연스럽게 변하지 않는 특정한 분위기가 형성되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구성원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또 특이한 경우에는 특정 한 명이 좌중과 분위기를 장악해버리기도 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공식적인 파티'라는, 파티이지만 조금 딱딱한 자리가 있다고 하자.
이 파티에서는 썰렁한 농담이나 우스개 소리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분위기가
저절로 형성된다.
어떤 친구들 모임에서는, 어떤 친구가 있냐 없냐에 따라 미묘하게, 혹은 크게 그 모임의
분위기가 바뀐다.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은 한 명이 분위기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같은 학생들을 두고 수업할 지라도, 어떤 선생님은 좋은 분위기를 이끄는 반면에
어떤 선생님은 그 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이끌리고 휘둘리기도 한다.
(이러한 좌중과 좌중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걸 카리스마라고 하고 싶다.)
요는 어떤 일에 있어서 분위기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것을 스스로 장악하든, 잘 읽고 활용하든, 아니면 잘 맞추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내가 압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고
그럴 수 없다면 분위기를 잘 파악해 그것을 활용하는 게 차선이다.
두 가지 모두 불가하다면, 최소한 그 분위기에 적응하고 순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마지막이다.
마지막 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자의가 아닌 분위기에 휩쓸린 선택이나 행동을 하고,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
내가 은하에게 고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백할 분위기, 고백을 쉽게 승낙할 수 있는 분위기.
그것을 잘 보고 캐치하거나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은하는 해오름제의 즐거운 분위기 탓인지 제법 술을 마셨고,
시간이 지나자 얼굴에 빨갛게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딸기처럼 뺨을 붉히고, 주변의 아이들과 웃으며 대화한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열려 있다.
더 늦어서 집에 가야한다는 시간의 촉박함에 분위기가 깨지기 전인 지금.
그 최고의 고백 타이밍에 승부수를 띄운다.
천천히 은하에게 다가가 나즈막이 속삭인다.
[은하야. 잠깐 같이 바람 좀 쐬고 올래?]
2.
밖은 시원했다.
술을 마셔서 살짝 달아오른 얼굴에 시원한 저녁 봄바람이 부딪혀 아주 상쾌했다.
- 후아. 시원하다.
은하는 나오자마자 양 팔을 벌리고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술을 마시다가 갑갑할 때 쐬는 찬바람은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 같다.
[술 많이 마셨어?]
- 으응? 아니. 헤헤. 많이는 안 마신 것 같은데?
고백를 하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은하의 티없이 맑고 예쁜 웃음을
보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가슴이 설렌다.
[오늘 재밌었어?]
- 응. 재밌었어.
다 같이 체전도 응원하고... 또... 그... [또?]
- 현민이 네가 활약하는 것도 봤잖아.
사실 나 농구는 잘 모르지만, 멋있었어. 아... [응?]
은하는 들뜬 기분에 무심코 속마음을 비친 것 같다.
자기 말에 흠칫 놀라 말을 얼버무리는 은하가 마냥 귀엽기만 해서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 응? [아, 아냐 아냐! 그래서 오늘 어쨋든 좋은 하루였다는 거지?]
- 뭐야. 치...
은하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은하도 그걸 깨달았는지 슬쩍 째릿한 표정을 지었다.
- 좋은 하루였지. 사실 나 옛날부터 사람하고 잘 친해지고, 얘기하고 그러질 못했거든. [응.]
- 그래서 항상 외향적이고, 사교성 좋은 사람들이 부러웠어.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유민 선배처럼?]
유민 선배를 바라볼 때 느껴지던 은하의 눈빛. 역시 그건 동경의 눈빛이다.
나도 저럴 수 있으면, 저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 응.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잖아. 또... 굉장히 예쁘시고.
잠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더라도 은하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빛나는 사람인데.
나는 그걸 은하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보기엔 네가 더 예뻐.]
- 응? [음. 그러니까 내 말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활기차고 당당한 유민 선배보다
수줍고, 서툴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은 은하 네가 더 예쁘다는 거야.]
- 아...
솔직히 유민 선배가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다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은하에게 한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 뭐야... 그게...
은하는 부끄러운듯 겉옷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 나 대학생이 되는게 기대되면서도 사실 걱정됐었어.
내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대학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근데 지금은 괘, 괜찮은 것 같아. 다 현민이 덕분이야. [정말?]
- 정말로. 사실 내가 제일 부러운 건 유민 선배가 아니라 현민이 인걸. [응?]
- 서스럼 없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또 말도 잘하고...
참, 생각하는 것도 어쩜 이리 귀여울까. 순간 그대로 은하를 와락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어쨌든 할 건 해야하니.
[누구한테나 친절한 게 아냐.]
- ? [야,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은 뭐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바보야.]
- ???
물론 눈치제로에 대인관계가 서툰 은하가 알리 없다는 건 알고 있다.
단지 밑밥일 뿐이지. 은하같은 타입에게 고백할 때는 직관적이고, 솔직담백한 말이
달콤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무장한 말보다 백 배 낫다.
[은하야. 나 너 좋아해.]
- 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으니까. 잘해 준거고, 볼수록 더 좋아지니까 더 잘해준거야.]
- ... [나를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 은하 너는 지금 이대로도, 수줍고 서툰 모습 그대로도
예쁜걸.]
- 아아... [좋아해. 은하야.]
- ...
뭐 나에게는 전혀 갑작스럽지 않지만, 눈치빵인 은하에게는 내 고백이 갑작스러운 모양이다.
은하는 놀란 듯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후. 호감도를 잘 쌓아왔더라도 금방 날 받아들일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이 침묵은 정말이지
쫄린다.
- 정말...이야? [응?]
- 정말 내가 좋아?
은하는 내 고백이 못 믿긴다는 듯이 재차 되물었다.
어쩌면 알게 된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이, 내 감정의 깊이가 얕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걱정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럴 땐 그녀에게 확신을 줘야한다. 흔들린 감정의 틈을 꽉 잡아주고, 그 감정이 나를 향하도록.
[응. 정말 좋아. 알게 된지 이제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
은하 네가 내 여자친구였음 좋겠어. 진심으로.]
- ...
부담스러울까? 아니면 걱정스러울까?
은하의 속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여자의 마음을 보채지말고, 기다려야 한다.
보채서 반강요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시간을 줘야한다.
어차피 당장 몇 분안에 답을 들으리라는 생각도 없었다.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더 생각해 보고... 은하 너도 나를 좋게 생각한...]
- 좋아. 나도. [어?]
- 나도 좋아해.
두근.
뭘까. 이 소년 같은 두근거림은.
- 솔직히...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하지만
나도 현민이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 좋아해.
벅차는, 뿌듯한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래. 그거면 됐어.]
와락.
그대로 은하를 안아버린다.
코 끝으로 향기로운 은하의 샴푸 냄새가 느껴졌다.
은하는 참 작고 여리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여자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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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성공!
현은하의 호감도 : MAX
튜토리얼 본 미션 성공으로
스킬포인트 4를 얻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검은 기류가 눈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안 돼, 이대로 미션을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은하와 있을 즐거운 일들도 이제 시작일텐데...
야속하게도 검은 기류는 순식간에 온 세상을 뒤덮었다.
9 끝. 10에 계속..
튜토리얼 드디어 끝났습니다!
잠시 휴식기간을 거치고,
새로운 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히로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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