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0/12 21:13:42
Name 솔빈
Subject [일반] 카페에서 생긴일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하며 성선설을 주장했다. 그에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며 성악설을 주장했다. 과연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는 우리가 갓난아기 때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이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 하나의 경험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여지가 생겼다.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나름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후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서너 살 먹은 사내아이, 부부,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중에서 사내아이는 4옥타브에 다다른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공공장소인데 조금은 조용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서관이 아닌 카페니 어쩔 수 없는 생각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남은 책을 마저 읽고 있었다. 한참을 읽고 있다가 소변이 마려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던 중에 찬물 한잔 따라서 마시고 있었다. 마시는 사이 개구쟁이 처럼 생긴 그 소리 지르던 사내아이가 아주 공손하게 물 한 잔만 달라고 했다.

아까는 조금 나쁘게 보던 마음이 사르르 사라지고 꽤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인데 내가 오해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으며 종이컵에 물 한잔 따라주고 화장실로 들어가 용무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며 그 사내아이가 화장실로 따라 들어오는 게 아닌가?

설마 `감사합니다.` 인사를 못 해서 왔나 싶어서 `착하네!`하며 흐뭇했지만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 조금은 난감하던 찰나 바짓단 끝이 축축해졌다. 응? 왜 바짓단이 축축해지지? 내가 벌써 그럴 나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뭔가 이상해 뒤 돌아봤다.

돌아보니 그 사내아이가 종이컵에 따라준 물을 내 바짓단에 쏟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외쳤다.

"이런 싹 퉁 머리 없는 xx`

그러자 아예 물을 바닥에 쏟고 종이컵을 던지며 부모에게 달아났다. 용변를 마치고 부모를 찾아 따졌지만 들리는 소리라곤 "애가 그럴수도 있지"라는 아주 평범한 부모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물을 쏟은 거라 세탁비나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아이가 저렇게 크고 이런 장난을 치는 건 부모의 영향이 크구나 새삼 깨달았다. 결국, 내 생각은 인간은 날 때부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부모의 영향을 제일 크게 받는 것 같다. 좋은 부모는 좋은 아이를 낳는다. 이게 진리고 진실인 거 같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올해는취업이될까
16/10/12 21:17
수정 아이콘
글쓰신분 성자시네요
16/10/12 21:41
수정 아이콘
성자보다는 소심한 소시민이죠.
싱싱싱싱
16/10/12 21:17
수정 아이콘
와 제가 다 열받네요
애키우는 아빠로서 다시한번 다짐하게 되네요
뽀디엠퍼러
16/10/12 21:23
수정 아이콘
애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애 부모들은 그러면 안되죠..
태공망
16/10/13 13:49
수정 아이콘
그렇죠 애는 그럴 수 있지만 부모는 그러면 안 되죠.

나중에 애가 어떻게 커갈지 그림이 어렴풋이 그려지네요.
16/10/12 21:23
수정 아이콘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소리지르는데 그걸 아무제재 안 하고 방관하는 부모들이 정말 많은가요? 전 보질 못 해서...
16/10/12 21:45
수정 아이콘
자제를 시키긴 하던데, 효과가 미비했어요.
16/10/13 00:32
수정 아이콘
아 왠지 알거 같아요
아이를 훈육해야겠다는 의미에서의 제재라기보다 ...예의상 액션한번 취해주는...뭐 그런거 같은 느낌 ;;;
tannenbaum
16/10/12 21:45
수정 아이콘
음...... 우리 가게에도 몇 분 계시긴 합니다.
그런데 퍼센티지로 보면 5프로도 안될겁니다. 임팩트가 크니 강력한거지 대부분 부모들은 특히 젊은 엄마들일수록 아이가 떠들면 제재하고 교육을 시키더군요. 오늘도 두돌이 좀 지난 아이를 데려왔는데 아이가 소리를 지르자 얼마 마시지도 않은 커피를 남겨 놓고 데리고 나가더라구요.

기억에 남는 분은 '00이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엄마랑 같이 밖으로 산책 나갈 수 있어요? 없어요?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면 00이가 좋아하는 외출을 못하는데 그래도 좋아요?' 차분하게 아이에게 설명을 하는 어느 젊은 새댁이었습니다. 윽박지르거나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것 같습니다.
16/10/13 00:36
수정 아이콘
실은 키즈카페가 아니고선...애를 데리고 카페를 방문한다는 거 자체를 좀 이해하기 힘들긴 해요
애가 지루하고 답답하고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장소라 생각되서....
DavidVilla
16/10/13 09:58
수정 아이콘
아래 어머님처럼 하는 게 맞다고 봐요.
BessaR3a
16/10/13 09:10
수정 아이콘
진짜 많습니다
16/10/12 21:34
수정 아이콘
애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부모가 보여주고 가르친데로 행동할 뿐인데요.

저런 일이 있을때마다 항상 느끼는건 애가 아니라 부모를 조져야합니다.
멀면 벙커링
16/10/12 21:43
수정 아이콘
미친 부모가 미친 아이를 만드는 거죠.
무한방법
16/10/12 21:49
수정 아이콘
진상한테똑같이물뿌려주지그랬어요
16/10/12 22:30
수정 아이콘
그러기엔 전 소심합니다..
게르다
16/10/12 21:55
수정 아이콘
불량품이 불량품을 생산함.
16/10/12 22:04
수정 아이콘
부모가 잘못가르치기도 했지만, 아이역시 책임이 있죠.
애도 부모도 그러면 안되는 건데..에휴..
16/10/12 22:15
수정 아이콘
애도 부모도 잘못이죠 애가 잘못이 없다는건 말이안되요
16/10/12 22:17
수정 아이콘
성선설도 성악설도 아니고 그냥 보면 교육과 상관 없이 못된 애들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질을 물려 받는 거고, 교육이나 사회화 이전에 이미 공격적이거나 못되거나, 결정되어 있죠.
다만 못되게 태어나도 살면서 교육과 경험에 의해 다소 개선되고 사람답게 바뀔 수는 있겠지만 이 못된 기질도
그 부모에게 물려받은 거라서...쩝.
술이 싫다
16/10/12 22:52
수정 아이콘
Adhd인가 보군요. 유전적인요소라서 부모가 정상이고 자식은 adhd 일수도 있으니까
빠른 치료가 필요 하겠네요.
16/10/12 22:26
수정 아이콘
이런상황이면 어떻게 하는게 정답일까요?
별빛의샘
16/10/12 22:29
수정 아이콘
애있는게 무슨 벼슬이나 되는 줄 아는 부모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자루스
16/10/12 22:49
수정 아이콘
애가 그럴수도 있지라는 사람을 별루 못봤네요.
그래서 이런 글이 올라오면 운이 없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애를 데리고 카페를 가는 부모들이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들죠.
애들이 거기서 할게 뭐가 있다고.....
Thursday
16/10/13 11:59
수정 아이콘
자루스님이 운이 좋으신 것일수도 있습니다.
이혜리
16/10/13 00:41
수정 아이콘
하하하 이런 경험 한 번 해보고 싶네요 :)
진짜 소지품에 그린티프라프치노 자바칩 잔뜩 갈아넣고 휘핑도 빵빵하게 채운거 엎어줄 텐데..
실수할 수도 있지요 뭘.
16/10/13 01:59
수정 아이콘
저도 공공장소에서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는 애들을 보면서 쯧쯧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보니 그 애가 이제 제 애더라고요 ㅠㅠ
애가 갑자기 돌고래 고음을 내면 얼른 입막음하고 다른 분들께는 죄송스러워서 애를 들쳐업고 뛰쳐나가거나 하는데, 다른 그런 애를 보면 어느새 그럴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저도 하고 있더라고요.
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애가 그럴수도 있지라는 생각보다는 '저 부모는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크크
그런데 그러한 애가 저희 가족한테 피해를 입히려고 하는건 절대 용서 못합니다.
파핀폐인
16/10/13 04:51
수정 아이콘
근데 이해가 안가는게 아무리 애여도 저런 행동을 합니까? 생전 모르는 사람한테 물을 뿌리는 행위를요? 저정도면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요? (애를 욕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진짜 궁금하고 놀라워서 그럽니다)
덴드로븀
16/10/13 09:30
수정 아이콘
뭐 저런 행동 하나만 가지고 판단할수는 없죠. 정말로 ADHD 같은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 어디선가 실수로 사람에게 물을 쏟았는데 놀라거나 하는 반응이 재밌어서 부모에게 혼나지도 않아서 몰래 계속 반복하는걸수도 있구요.
애니까 오히려 무슨행동을 할지 예측하는게 더 어렵습니다...
원해랑
16/10/13 09:3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애가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은
'애가 잘못을 했다 -> 애니까 모르고 그럴 수 있다 -> 그러므로 잘못에 대한 처벌은 면하되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다시 못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의 의미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처벌을 면하는 것은 피해자가 결정할 문제죠.

그런데 애 엄마들은
'애가 잘못을 했다 -> 애니까 모르고 그럴 수 있다 -> 그러므로 애는 잘못을 한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된 사과 및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가해자의 법적 대리인께서 본인들의 가해를 셀프 용서해 버리죠.
DavidVilla
16/10/13 09:56
수정 아이콘
저런 장난은 상상도 못했던 것 같은데..
참 대단한 부모네요.
16/10/13 10:00
수정 아이콘
"애가 그럴수도 있지" 는 자기 아이의 가정교육을 포기한 행동과 다를바가 없죠
16/10/13 10:08
수정 아이콘
정말 성인군자시네요. 저 같은 일반인은 그 순간 애를 발로 찼을거 같은데..
전방카메라
16/10/13 12:26
수정 아이콘
"'애가 그럴수도 있지'하니까 애가 그렇게 크는거에요"라고 따끔한 일침을...
켈로그김
16/10/13 12:36
수정 아이콘
4옥타브 단계에서부터 저는 한마디 합니다.
제가 사장이 아닌 공간에서는 넘나 자유로운 것..
어랏노군
16/10/13 13:12
수정 아이콘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입니다만 아이가 그럴 수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해야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건 부모의 몫이니 말이지요.
살려야한다
16/10/13 14:18
수정 아이콘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947 [일반] 2차 토론회에서 드러난 힐러리와 트럼프의 중동정세 인식 [17] 군디츠마라7975 16/10/13 7975 3
67946 [일반] 아이를 가지는게 제겐 너무 힘든 일이네요. [74] 天飛9202 16/10/13 9202 13
67945 [일반] LCHF를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한 야매 경험담 [111] 쉬군15761 16/10/13 15761 1
67944 [일반] 이 때 쯤 V20 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쓰는 리뷰글 [67] 자마린12568 16/10/13 12568 2
67943 [일반]  갤럭시 노트7 사용자의 한탄? [119] Alchemist110345 16/10/13 10345 1
67942 [일반] 혼술남녀 보면서 떠오르는 재수 시절 종합학원 이야기 [4] 언어물리5687 16/10/13 5687 0
67941 [일반] 허리케인 매튜와 긴장했던 보험시장 - Intro [3] 장비3642 16/10/13 3642 6
67939 [일반] 용산 CGV, 심야, 완벽한 영화 관람에 대하여 [23] Jace T MndSclptr8524 16/10/13 8524 14
67938 [일반]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중이랍니다 [87] 삭제됨13072 16/10/12 13072 0
67937 [일반] 카페에서 생긴일 [37] 솔빈6752 16/10/12 6752 11
67936 [일반] 낯부끄러운 실수... 여학생들 보는 앞에서 땅바닥을 뒹굴다. [33] 마음속의빛8033 16/10/12 8033 1
67935 [일반] '정부는 뭐하나'…김현미 의원 "후쿠시마산 79% 검사없이 통과"- 뉴시스 [42] blackroc7477 16/10/12 7477 0
67934 [일반] 현 정부의 취업해결책은?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로! [246] 최강한화10973 16/10/12 10973 7
67933 [일반] 제주도는 노지를 마신다 [13] 헥스밤6736 16/10/12 6736 18
67932 [일반] [잡담]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15] Total3899 16/10/12 3899 9
67931 [일반] 최근 가장 추천할만한 미드, 더 나이트 오브 추천합니다. [27] 조타조아19812 16/10/12 19812 7
67930 [일반] 가지뿔영양 (Pronghorn) 과 수렴진화 [20] 모모스20139215 16/10/12 9215 9
67929 [일반] 준비하던 공모에 입선되었습니다. [29] 표절작곡가4614 16/10/12 4614 17
67928 [일반] kt wiz 새 감독, 김진욱 전 두산 감독 [60] 킹보검9770 16/10/12 9770 0
67927 [일반]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75] 기다9732 16/10/12 9732 23
67925 [일반] 박 대통령님 머리 안좋다 한거 반성하고 있습니다. [71] FRAN13875 16/10/12 13875 18
67923 [일반] [SBS] "배터리 모서리 설계 누락"…문서 입수 [137] 바밥밥바18174 16/10/11 18174 2
67921 [일반] 84년산 서울촌놈의 첫 제주 홀로 여행기 (1) [5] 시즈플레어4045 16/10/11 4045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