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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4 18:23:12
Name metaljet
Subject [일반] 극한의 좌우대립을 거쳐 어떤 답(?)을 찾아낸 프랑스
요즘 우리도 광장 정치와 극한의 분열적 정치 상황이 점점 화두가 되고 있는데   
아마 다른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비슷한 좌우대립과 극한 갈등의 사례로 또 유명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프랑스일 것입니다. 

'쎈강은 좌우를 가르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라는 홍세화의 유명한 말처럼 프랑스인들은 적어도 19세기부터 최근까지 누구나 자신이 좌우 어느쪽에 속하는지 분명히 진영을 정하고 그 결과로 설령 나라가 극한대립으로 개박살이 날 지언정 서로 극한까지 치고박고 싸우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독일한테 두번째 능욕을 당한 이후에 이러다간 아예 나라 망하겠다 싶어서 자신은 좌도 우도 아니라며 나선 드골 정부 이후 프랑스 정치 진영의 좌우 균형 관계는 어떤 측면에서는 상당히 안좋은 형태로 정착되는데..  
몇가지 알려진 부패 스캔들 사례를 볼때 일종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1 우파 지스카르 데스탱의 다이아몬드 수뢰 사건 
1981년에 사회당의 미테랑 후보는 우파 연합의 데스탱 대통령을 누르고 사회당 최초의 대통령에 당선하는데..  
박빙의 선거전 도중 막판 데스탱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았던 것은 뜬금없는 [다이아몬드 스캔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독재자 보카사가 자신을 지지해주는 댓가로 데스탱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상대로 수천만 프랑에 상당하는 다이아몬드를 직접 뿌렸음을 폭로하였던 것. 
데스탱은 적극적으로 잡아뗐으나 둘은 실제 막역한 사이로 직접 수수 장면을 목격한 요리사 등의 증언도 나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대선 승리 후 사회당 정권에서는 조용히 덮어버림. 딱히 프랑스 국민들도 여기에 대해 뭐라 하지 않음. 

#2 우리라고 질쏘냐 좌파의 천문학적 추문 엘프 스캔들
1998년 미테랑의 측근으로 전직 외무장관을 지낸 헌법위원장 롤랑 뒤마의 애인과 관련된 부패스캔들을 수사하는 과정에
당시 수사를 받던 프랑스 국영 정유회사 ELF 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정치권에 천문학적 자금을 상납해왔음을 자백함.
한 임원은 심지어 자신이 엘리제 궁에 직접 전달한 자금만 10억 프랑(대충 한화 2000억원정도)이 넘는다고 했는데 사법기관은 다 묵살하고 오직 실토한 임직원들만 깜빵에 보냄. 당시 상납하고 남은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스위스은행과 리히텐슈타인 등지에 약 5억달러가 넘었다고 함.

당시 엘프가 각종 명목으로 뿌린 돈의 범위는 국경을 가리지 않아 독일 기독민주연합(CDU)으로도 일부가 흘러들었던 것이 밝혀져 헬무트 콜 전총리 정치생명이 끝장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프랑스 국내에서 집권중이던 우파의 시라크 대통령은 이를 굳이 적극적으로 파헤치지 않음. (분명 자기편도 많이 받아먹었기 때문이겠지만) 심지어 여론조사에서도 [위대한 프랑스의 이미지를 위해] 그만 덮자는 의견이 많이 나타남. 

이쯤되면 좌우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선을 넘는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는다]가 프랑스 정치 암묵의 룰이라고 봐도 할말이 없을 정도이지만...


#3. 물론 예외는 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의 후임이자 올랑드의 전임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워낙 인기가 없었던 데다 여론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어서 예외.

프랑스에는 특유의 [수사판사 제도]라는게 있음. 
이것은 사법부 판사가 경찰 및 검사의 역할까지 맡는 제도로 나폴레옹때 시작되었는데 한때 독일 일본 등 대륙법 국가들에 널리 퍼져있었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지금은 다 사라지고 오직 프랑스에만 남아있는 일종의 전근대적인 제도. 
물론 중세 때 인퀴지터 처럼 수사판사가 담당 사건의 재판까지 직접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판사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엄청 강려크해서 프랑스에서 특수사건 및 고위공직자 사건을 거의 수사판사가 독식하다 시피 했던 시절도 있다 함.
어쨌든 구식이 된 제도이고 당연히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사르코지가 재임도중에 이걸 과감하게 [개혁]하려다가 그만 벌집을 쑤셔놨음. 수사판사들의 엄청난 반발로 개혁은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었고 퇴임 후 두고보자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던 수사판사들에 의해 퇴임 하자마자 측근 팔다리 다 잘리고 각종 정치자금 문제로 본인도 꼼짝없이 기소됨.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아마도 프랑스에서 페탱 이후 최초로 실형을 받는 전직 국가 원수가 될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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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made
19/10/04 18:44
수정 아이콘
유럽의 중국....
19/10/04 18:44
수정 아이콘
ELF사 라니 문득...
도라지
19/10/04 18:45
수정 아이콘
프랑스는 민주주의를 세울 때 피를 엄청나게 봤습니다.
그게 부작용도 있겠지만, 과거 청산은 확실하게 했죠.
우리나라도 친일파를 싹 청산했다면 이정도는 아니었을거 같아요.
그린우드
19/10/04 20:35
수정 아이콘
30년 넘게 지배당한거랑 몇년 지배당한건 상황이 많이 다르고, 자세하게 알아보면 프랑스라고 과거 청산이 확실하게 된것도 아니더라고요.
고지보딩
19/10/04 23:06
수정 아이콘
대표적인 좌파 포르노죠. 프랑스는 과거 청산이 확실하다. 세상에 그런 나라 하나도 없습니다
응~아니야
19/10/05 09:19
수정 아이콘
??? 비시 프랑스 부역자 청산은 독일 나치 부역자 청산이랑 비하면 댈 것도 아닐걸요
밴가드
19/10/04 18:45
수정 아이콘
사르코지가 기소된게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죠? 리비아 개입도 카다피를 제거해서 저 부패의 흔적을 숨기고 재선을 하기 위해 했느니 등 말들이 꽤 있었죠.
metaljet
19/10/04 20:15
수정 아이콘
사르코지가 기소된것은 다른건입니다. 카다피건은 국제적으로도 워낙 창피한일이라 그냥 덮는 분위기인것 같아요.
리벤트로프
19/10/04 19:03
수정 아이콘
첫댓처럼 흔히 프랑스는 유럽자장면 등의 속어로 유럽의 중국이라 비아냥받는데, 사실 유럽의 한국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초강력 관료엘리트 및 기득권과 대중의 격리, 상호불신, 원만한 갈등해소를 위한 의회 등 공적 창구의 파탄...
소독용 에탄올
19/10/04 19:18
수정 아이콘
마지막은 토크빌 시절부터 유구하게 내려오는 프랑스 정치의 전통같은거죠.
중간단계 단체들이 적고 공적 대표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파리에 모여 집회와 시위를 통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

유럽에서 가장 한국과 유사한 나라를 고르라면 그건 프랑스일겁니다.
metaljet
19/10/04 20:21
수정 아이콘
그중에서도 또 시점을 고르라면 미테랑 당선 직후의 프랑스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9/10/04 20:35
수정 아이콘
유럽의 한국은 같은 반도국 이탈리아죠. 프랑스는 비슷하기에는 땅떵어리가 너무 넓어요. 실제로 프랑스가 중국과 가깝기도 하구요.
19/10/04 19:51
수정 아이콘
수사판사제는 진짜 미개하네요
19/10/04 21:26
수정 아이콘
아니 원님재판이 아직도
19/10/04 23: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선을 넘는 치명상은 입히지 않는다고 하기엔, 지난 대선에서 선거전 시작때만 해도 사실상 대통령 확정 분위기였던 우파 후보 피용이 페넬로프 스캔들 (부인 페넬로프를 보좌관 이름으로 올려서 실제 일하지 않으면서 급여를 받은 의혹) 로 날라가지 않았나요?

요즘 한국 분위기 보면 대선국면에 이정도 스캔들 따위야 오히려 지지층 결속만 강화하며 서로 탄압 음모론 외쳐댈 느낌이라.. 이 또한 청출어람인가..
하긴 페넬로프 스캔들 당시에도 마크롱을 당선시키려는 엘리트 세력의 음모다 뭐 이런 얘기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뭣보다 지난번 대선을 기점으로 좌우파가 적대적 공생을 논하기에 창피할 정도로 쪼그라들고 대략 5개 세력 (극우 우파 중도 좌파 극좌까지) 이 20%씩 먹고 싸우는 느낌으로 변해서, 본문의 주 논점이 '극한의 좌우대립의 결과가 서로 부패 눈감아주기로 합의한 좌우파의 적대적 공생' 이라면 프랑스 현실과 좀 거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metaljet
19/10/05 10:09
수정 아이콘
요즘 제3지대 대두로 인해 소위 기득권 침묵의 카르텔이 완화되는 건 사실인것은 같습니다.
특히 스트로스 칸 사건이후로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네요. 사생활이나 가족 문제는 옛날같으면 분명히 그냥 넘어갔을 사안이죠.
-안군-
19/10/05 12:55
수정 아이콘
어지간한 스캔들엔 꿈쩍도 않는건 이탈리아가 한수위... 역시 유럽의 한국은 이탈리아인가?!!
이탈리아 유학다녀온 분이 하셨던 얘기중에 기억에 남는게, "~해서 죽겠다."가 관용적으로 쓰이는 나라가 서구권에선 이탈리아가 거의 유일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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