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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25 23:45:52
Name 마다오
Subject [일반] 나의 사랑이야기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칠때면 항상 생각나는 한사람

그녀를 처음 만난건 대학졸업 후 첫직장에서 만났다.
작은 중소기업에 입사한 나에게 그녀는 무척 무서운 사람이었다.
가뜩이나 사람. 특히 여자에게 경직되는 나에게 그녀의 첫인상은 무서움이었다.

경리업무를 보는 그녀는 품의서나 서류업무말고는 일적으로 부딪히지 않았다.
직급도 사원이었던 나에겐 8살이나 많던 30대 중반의 대리란 존재는 커보였다.
아저씨들 사이에서도 당차게 이야기하며 성희롱같은 말도 되려 응수도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제일 막내였다.
20대 후반이었지만 20대는 나뿐이었다.
모둔게 서툴고 경직되었지만 그나마 30대 중반이었던 남자대리 한명이 날 알뜰히 챙겨줬다.
뭐든지 신기해하고 감탄하는 내가 재밌었던거 같다.

남자대리는 술은 먹지 않지만 술자리가 생기면 날 항상 불러내 같이 먹곤했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남자대리와 여자대리는 전연인관계 였다.
그리고 남자대리는 그녀를 항상 욕했다.
인사도 하지 말라며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라고 했다.
나는 그녀를 욕하는 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다닌지 1년이 넘었을까.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 순간 나는 그녀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다.
농담도 건네고 그녀를 보는 시선이 점점 길어졌다.

남자대리는 내가 그녀와 있으면 정말 싫어했다.
둘이 잠깐 이야기를 해도 날 항상 불러내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리고 2년이 넘었을까. 나보다 2살 어린 친구가 입사를 했다.
회사 기숙사에 있던 나와 룸메이트가 된 그 녀석은 넉살이 좋았다.
어느새 나보다 더 그녀와 친해진 녀석을 난 질투하기 시작했다.

남자대리는 그 녀석을 싫어했다.
애는 착한데 개념이 없다며 앞으론 웃지만 뒤에선 욕을 했다.

난 그녀석과 지내며 같이 술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
질투하긴 했지만 칠칠맞고 실수투성이었던 그녀석을 난 챙겨주고 조언도 해주었다.
"그렇다. 진짜 애는 착했다."

기숙사에서 술을 먹으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던 어느날
그녀석에게 "X대리님 이쁘지 않냐?" 라고 했다.
그녀석은 "에이~ 이모뻘이 왜 이뻐보여요~ 여자로 안보여서 모르겠네요~" 라며 웃었다.
나는 그녀석이 대리님을 여자로 안본다고 하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녀석은 막무가내였다.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와 그녀석 그리고.. 그녀와 같이 술을 먹고 있었다.
"이야~ 마다오랑 이렇게 따로 술 먹는건 처음이네?"
호탕하게 웃는 그녀와 술기운에 이야기를 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먹던 나는 필름이 끊겼다.

다음날 인사하는 나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그녀..
난 당장 그녀석에게 갔다.
어제 내가 실수한게 있냐고 물었다.
"진짜 기억 안나세요?"
(끄덕)
"형 기억 못하면 큰일나요"
(동공지진)
"형이 어제 대리님한테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순간 멍해지며.. 술취해서 좋아하단 이야길 했던 내가 싫었다.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차리고 대리님은 뭐라 하셨냐고 했다.
"아주 둘이...취해서 아주.. 에효... 대리님이 형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뽀뽀 했어요"
그때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며 취한 나에게 뽀뽀했던 그녀의 향기와 감촉이 기억났다.

그 이후 그녀와 가까워졌다.

그녀석이 항상 꼈지만 그녀가 혼자사는 집에도 초대되고 자주 술자리를 하게 됐다.
물론 남자대리에게는 티나지 않게 몰래 지냈다.

그녀의 집에 초대되어 술을 먹고 난 후 기숙사로 돌아가려 했던 우리는 기분이 업된 그녀석이
맥주 피쳐 더 사올테니 더 먹자고 우겨서 더 먹게 되었다.
자고 간다는 그녀석의 말에 나는 제지를 했지만
취기가 오른 그녀는
"난 니네가 다 꼬맹이로 보여~ 하지만 남자는 조심해야 하니 거실에서 자"
우리는 그녀의 거실에서 잠이들고 말았다.

새벽에 나는 언젠가 맡았던 향기때문에 잠에서 깼다.
거실에서 잠을 청한 내 옆에 그녀가 곤히 자고 있었다.
꿈일거라 생각했다.
티비에서 보던 볼 꼬집기를 했다.
아팠다.
나는 한동안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이러면 안될거 같다고 생각해 손을 빼려는 찰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대로 우리는 잠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녀석은 그녀와 나의 만남에서 제외되었다.
그녀와 단둘이 근처 호수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호수에 단둘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근데 대리님 손 잡아도 돼요?"
이녀석 봐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던 그녀는
"그래 잡아라~ 손이 닳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니가 언제 물어보고 잡았었니?"

그녀와 걷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내 생애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행복이란 이런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해질녘까지 걷고 이야기 하던 우리는 이제 집에 가기로 했다.
운전대를 잡은 나는 가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다.

"오늘 집에 안가면 안돼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그녀의 표정은 보지 않았다.

"나 여기서 내려줘"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대리님 차 주차한곳까지 가요"

차가 서기 무섭게 그녀는 차에서 내리며
"넌 내리지 마"

그녀는 그렇게 갔다.

잠이 안왔다.
눈 감은 내내 실수한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내 인사를 무시하는 그녀..
잠을 못자 정신없는 나는 오전일과 내내 멍하니 컴퓨터 앞에 있었다.

'잠깐 나와봐'
퇴근무렵 카톡으로 온 메시지
그녀를 따라 간곳은 아무도 오지 않는 회사 뒤편

아무말 없이 나를 보고 있는 그녀..
난 사과하려고 했다.
"어제 일은.."

그녀가 나에게 안겼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그녀의 향기
나는 두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렇게 우린 아무말 없이 한참동안 우두커니 있었다.



그 이후 우리는 어느 연인처럼 지냈다.
점심시간 첩보작전을 방불케한 둘만의 오붓한 식사를 하며
그렇게 우린 가까워지고 행복했다.

'연구실에 모기가 있는거 같아요. 모기 세방 뜯김'
이란 내 말에
F-킬라를 들고 연구실로 찾아온 그녀

나는 행복했다.
그녀가 새로 입양한 강아지 친구도 나와 관련된 이름을 지어주었다.

오늘 대리님 너무 바쁜거 같다는 나의 말에
처리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는 그녀.
나는 일을 다 했던 시점이어서
도와주러 간다며 그녀 사무실을 찾았다.

잠깐 외근을 해야 한다는 그녀
나에게 이거 이렇게 해서 이렇게만 정리하면 된다,
나는 걱정말라며 다녀오라고 한다.

그렇게 이렇게 정리하던 그때.
PC에서 카톡이 올라온다.
그녀가 핸드폰을 두고 갔던 터라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봤던 카톡

나는 그 카톡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둘이 있을때 핸드폰에 뜨면 친구라고 말했던 사람이 카톡을 보냈었다.
개인적인거니 보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오랜 고민끝에 확인을 했고
친구가 아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돌아온 그녀에게는 일이 너무 어려워 다 못 끝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그때 부터였을꺼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행복에서 초조함으로 바뀐것이..

아마 그녀는 알고 있었을거 같다...
카톡 메시지에 1이 없어졌으니..

애써 티를 안내고 지내던 어느날..
같이 술한잔 먹고 들어가는 그녀를
대리를 태워 보내고 가는 길..

전화가 왔다.

"마다오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근데 우리 예전처럼 돌아가면 안될까?"

나는 왜 그러냐며
술깨고 전화하라고 나에게
"난 술 안취했어"

나는 내일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는다.

그때부터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버렸다.
데이트 하자는 나의 말에 바쁘다며 가는 그녀.

나는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술에 만취해 전화하고
전화 안받으면 장문의 카톡을 보내고.
그녀는 묵묵부답.

회사생활이 많이 힘들어졌다.
한달 내내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왔다.

아마 그때 그녀석이 "형 이러다 진짜 죽어요" 란 말을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검사를 했더니 내 수치가 차트밖을 나갈정도로 심하다고 한다.
난 꾸준히 약을 먹으며 치료 받으려고 노력했다.

술은 절대 먹지 말라했지만
심해지는 날이면 약먹고 술먹고 술먹고 약먹고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어느날.
일을 하다 약을 먹고
잠깐 화장실 다녀와야 겠다 생각하며 일어나 연구실을 나가는 나에게
"형~형~ 어어~ 형!"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주저 앉아있었다.

"아~ 잠깐 졸았네~ 난 괜찮아" 하며 일어나는데
새로들어온 또 다른 그녀석이
"형 피나요"

미간에서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정신을 잃었을 때 사무실 벽과 부딪힌 것이었다.

"일단 병원다녀올께"

그때 회사 시스템이 대리인 그녀에게 말을 하고 나갔어야 했다.

휴지로 미간에 흐르는 피를 지혈하며
"잠깐 병원 다녀올께요"
하는 나에게
"응 다녀와"
라고 눈길도 주지않고 투명 스럽게 말하던 그녀는
돌아서는 내 뒷모습을 보았던거 같다.

"너 잔말말고 내차 타"

솔직히 정신이 없던 나는
그녀차를 타 병원에 갔다.

우리는 아무말 없이 갔다.

내 상처를 보던 의사는
뭐 이러쿵 저러쿵 한거 같은데
나는 오통 밖에 그녀만 신경쓰였다.
그녀는 밖에서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밴드로 조이는 조치를 하고 뭐 어떻게 하고 나왔는데
나는 철없이 웃으며 이랬던거 같다.
"주사 맞을까봐 걱정했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녀가 눈에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녀에게 나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눈에 그녀가 보이니 더 미련을 갖는거 같은 느낌.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가끔 아주 가끔
술에 만취해 그녀 번호로 전화를 하는 찐따짓을 한적이 있다.

열에 한두번 전화받는데
서로 안부묻고 다음에 밥한끼 하자는
허레허식같은 전화로 마무리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술에 만취해도 전화를 거는 짓은 하지 않지만..

몸이 힘들때.
정신이 힘들때.

내 인생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나는 참...
바보같다.


================================================

이제 PGR이 내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배출구가 된거 같아요.
오늘 힘들게 일하는데 이때 생각이 들더군요.

항상 두서없고 그냥 써내려간 글인데..
저도 오랜만에 그때 생각 느끼며 글을 적었습니다.

제가 글을 잘 못꾸미다 보니
갑자기 이말했다 저말했다 하지만
그냥...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제일 행복했던 때.

아마 며칠전에 그 남자대리한테 안부묻는 전화가 와서 더 그랬나 싶습니다.

이제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지내고 싶습니다.(2)

마음속을 비워야 또 다른 마음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두서없는 글
생뚱맞은 글
앞뒤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입니다.
코로나때문에 예전같지 않지만
몸 마음 내려놓고 푹 쉬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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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Star
20/09/26 00: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배드 엔딩인데 마무리가 좋은 추억으로 남으셨군요. 기억이 좋게 남았으면 좋았던 거죠.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마다오
20/09/26 21:03
수정 아이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Your Star님~ 닉네임에 정말 멋있으십니다.
너의 별~
항상 빛나시길 바랍니다^^
구동매
20/09/26 00:27
수정 아이콘
오이오이 마다오 힘내라구!
누구나 찐따짓할때가있고
늘 후회한다고~!
네녀석은 소중하니 아끼라구!
마다오
20/09/26 21:05
수정 아이콘
오이오이 구동매~님~!
후회가 있어야 결정이 있다고 생각해~
오이오이~
갑자기 오이 김밥이 먹고 싶어지네~요~
내가 사는 안성에는 오이김밥 유명한 곳이 있다고~요~
내일 오이김밥을 먹고 말겠어~ 오이오이~
마리아 호아키나
20/09/26 01:14
수정 아이콘
가을이라서 그런지 저도 덩달아 옛사랑 생각이 나네요.
힘들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삶인것 같습니다.
마다오
20/09/26 21:07
수정 아이콘
내 마음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꽤 큰 사람이라^^
옛사랑~ 멋있네요
이문세의 "옛사랑" 들으며 잠을 청해봅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0/09/26 09:23
수정 아이콘
지긋지긋한 정치 이념 논쟁보다는 이런 글이 좋네요.
건강은 젊을 때 지켜야 합니다.
마다오
20/09/26 21:10
수정 아이콘
지니팅커벨여행님의 건강도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정치이념은 저도 별로...
끝이 없는 논쟁이랄까~
끝이있는 사람이야기가 좋습니다~
차기백수
20/09/26 11:33
수정 아이콘
..ㅠㅠ잘읽었어요
마다오
20/09/26 21:11
수정 아이콘
차기백수님 감사합니다.
백수가 아닌 백조로 뵙고 싶습니다^^
브라이언
20/09/26 12:28
수정 아이콘
어? 제 경험이랑 비슷한 면이..
동호회 친구라고 했던 사람과 섹파로 지냈더라고요..
그 당시 쓰던 네이트온 보고 알았네요.
결국 제가 얼굴보며 다닐 자신이 없어서 회사 나왔죠.
마다오
20/09/26 21:14
수정 아이콘
진짜 저랑 비슷하네요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떠나야 하는가 봅니다
눈에 밟히면 결국 마음도 밟히고 마는게 사람인가봅니다^^
브라이언님 화이팅~!
브라이언님같은 분이랑 소주한잔~ 캬~ 하고 싶은 날입니다.
브라이언
20/09/26 22: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당시 힘들었는데, 전 회사나오고도 바보같이 종종 만났었죠.
그런데 또 다른 아는 형님들과 또 그런짓(?)을 하는거 우연찮게 또 알게되었고.. 정 떨어져서 연락 끊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저도 섹파였던거죠 뭐...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고, 좋았던 기억은 가끔 떠오르네요.

요즘은 사고싶었던 집들이 너무 올라서 문재인 욕하며,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큰 고민되는 40대 가장이 되어버렸네요.
마다오
20/09/27 21:52
수정 아이콘
좋았던 기억만 간직하고 싶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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