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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0/06 23:33:29
Name 데브레첸
Subject [일반] 순문학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왜 드물까 (제목 수정) (수정됨)
다들 아시다시피 원작이 문학작품인 영화는 많습니다. 명작에 한하자면 오히려 원작이 따로 없는 영화가 드물 지경이죠.

그렇다면 원작, 특히 순문학을 각색한 게임은 어떨까요?
있기는 하나 싶고(우선 들어본 게 없습니다), 있더라도 문학작품을 각색한 영화보다 훨씬 수가 적겠지요.  
최근에만 해도 김초엽의 '스펙트럼'이 벌새의 김보라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확정된 것과 너무 대조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순문학을 한때 즐겨 읽었던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많이 아쉽습니다.  
장르문학은 그나마 나은데, 순문학은 특히 고상하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진입장벽이 좀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에는 더더욱 읽는 사람만 읽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당장 저도 그러니...)
예전이라면 그냥 교양이니까 권장도서로 읽으라고 유도하는 것 말곤 답이 없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소설 줄거리를 게임에다 각색해 집어넣는 것이지요.

비디오 게임은 더 이상 옛날의 조잡한 미니게임이 아닙니다.
장르도 플레이 방식도 매우 다양해졌고, 스토리와 게임성 그래픽 등은 옛날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죠.
슈퍼 마리오 갤럭시를 플레이하던 저를 본 아버지가, 80년대 처음 했을 때에 비해 엄청 발전했다며 감탄하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퀄리티의 게임도 많고, 제작자가 많아져 영화 수준으로 스탭롤이 길어진 게임도 수두룩하죠.  
청년,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게 점차 중장년, 여성에게도 넓어지고 있고요.  
과장 좀 보태서, 영화가 20세기에 본격적으로 발명되고 발전된 문화라면 21세기엔 게임이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읽은 작품 중에서도, 돈이 될 만큼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철학을 지닌 순문학 작품이 제법 됩니다.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어느 섬의 가능성', '세로토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엘프레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페터 한트케의 '페널티킥 앞에 선 골기퍼의 불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생각나는 작품만 적어도 이렇게 많습니다. 여기 나온 작품들이 게임화된다면 바로 사러 갈 겁니다.
스토리가 정해진 소설을 어떻게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들까 궁금하실 수도 있지만, 요즘 어드벤처, 비쥬얼 노벨, 인터렉티브 무비 등 장르가 매우 다양해져서 충분히 맞는 장르를 고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미 진로를 정한 상황입니다만, 만약에 제가 전문 게임제작자를 꿈꿨다면 진지하게 여기 나온 소설 중 최소 하나는 게임으로 각색했을 겁니다.

* 제가 의도했던 건 순문학이었는데, 장르문학 게임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요;; 문학을 순문학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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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muzzi
20/10/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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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달빛조각사나 드래곤라자 게임이 떠오르네요
이호철
20/10/06 23:35
수정 아이콘
서쪽나무의 듄 시리즈가 소설 기반 설정을 바탕으로 나온 게임이었죠.
그리고 나온 게임마다 죄다 망하긴 했는데 드래곤 라자 설정으로만 서 너편정도 나왔을겁니다.
도큐멘토리
20/10/06 23:35
수정 아이콘
위쳐
20/10/06 23:36
수정 아이콘
읽자마자 듄과 위쳐가 떠올랐네요. 둘 다 소설기반 아닌가요?
20/10/06 23:37
수정 아이콘
드래곤라자... 위쳐 시리즈...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 반지의 제왕 게임 시리즈... 해리포터 게임 시리즈... 달빛조각사... 등등 생각나네요
20/10/06 23:37
수정 아이콘
톰클랜시 형님이 생각나네요
20/10/06 23:40
수정 아이콘
위쳐, 듄, 그리고 톰클랜시 게임들(레인보우 식스,디비전),대충 생각나는 들이네요.
20/10/06 23:40
수정 아이콘
IP 비용이 문제인데, 말씀하신 순문학 작품들의 경우 승부요소나 육성 등 게임성을 지니기 어려운 내용을 순수하게 세계관 차용만을 위해 지불하기엔 아직은 도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와 딱 반대인게 삼국지입니다. 게임성도 넘치는데 IP가 없으니 삼국지만으로도 산을 이루죠
이호철
20/10/06 23:43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삼국지 서유기 등등 고전문학계 게임은 진짜 엄청 많군요.
20/10/06 23:41
수정 아이콘
https://en.wikipedia.org/wiki/Category:Video_games_based_on_novels

내가 모른다고 없는게 아닙니다만...
산밑의왕
20/10/06 23:42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게임은 소설이나 영화와 다르게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고 헤쳐나가는 경험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말씀하신 작품들을 그대로 답습하자니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해지고 그렇다고 잘 각색하여 멀티엔딩으로 가자니 각색의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강미나
20/10/06 23:43
수정 아이콘
레이먼드 챈들러의 리틀 시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분노의 총성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상당히 고퀄입니다.
부질없는닉네임
20/10/06 23:43
수정 아이콘
순문학이면 현실적으로 게임화가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액션적인 요소가 적고 주인공 심리 묘사가 많을텐데. 비주얼 노벨, 텍스트 위주 어드벤처 정도라면 소설을 또 소설로 만드는 정도이고...
호미장수
20/10/06 23:43
수정 아이콘
여러 분들이 댓글 주셨는데 메트로 시리즈도 빼놓지 말아주세요 흐흐
이민들레
20/10/06 23: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디스코엘리시움 플레이 해보셨나요? 그리고 언급하신 소설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는 저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를 어떻게 게임화 할지 의견이 궁금합니다.
산밑의왕
20/10/06 23:48
수정 아이콘
음..19금 야겜이요?
20/10/07 00:29
수정 아이콘
하루키는 미연시죠!
-안군-
20/10/07 14:08
수정 아이콘
일루젼 일해라??
아, 스토리 중심이면 다른 회사가 하는게 나으려나...?
20/10/07 00:00
수정 아이콘
게임은 아무래도 온전히 서사와 이야기에만 힘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순문학과의 융합은 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많기 때문에 장르물이 아닌 이상, 소설을 게임으로 녹여내기는 쉽지 않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소설을 게임화시킨 비주얼 노벨에 불과할 뿐이죠.

글을 봤을 때, 데브레첸님이 원하는 건 온전한 게임이라기 보다는 '게임화된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단순히 게임화된 소설이 아니라 오리지날리티를 가진 게임을 원하죠.
홍준표
20/10/07 00:06
수정 아이콘
소나기 온라인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막 여캐랑 만나서 썸타고..
전립선
20/10/07 00:24
수정 아이콘
문학적 구조가 단단하게 짜여진 작품의 어느 부분에 게이머의 자유도를 집어넣을 공간이 있을까요?
언급하신 작품들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은 형식상의 선택지나 몇 개 집어넣은 비주얼노벨 외에는 상상이 안 되네요.
20/10/07 00:25
수정 아이콘
안 만들어지는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이십사연벙
20/10/07 00:32
수정 아이콘
뭐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인터랙티브무비 장르로 만들면야 만들겠지만 굳이 게임으로 플레이할필요가 있을까요? 크크.

물론 만든다면야 사러갈만한 글쓴이같은 분들도 제법 계시겠지만.. 게임의 주요 구매 타겟을 생각하면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은 아닐것같네요

좀비나 SF물까지가 그나마 마지노선 아닐지
20/10/07 00:43
수정 아이콘
인터렉티브무비 장르들은 DVD / BD에 챕터 셀렉터가 더 복잡해진 것뿐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가 사실 게임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만족감도 게임이라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영화 잘 봐서 느끼는 감정같아서..
열혈둥이
20/10/07 09:07
수정 아이콘
저는 사실 미디어 컨텐츠의 종결은 인터렉티브 무비 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게임제작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도 모던워페어2를 플레이하고 나서 인터렉티브 무비의 가능성을 느꼈기때문이거든요.

그래서 계속 VR쪽에 있는것이기도 하구요.
20/10/07 00:38
수정 아이콘
게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가 문제가 되겠죠.
단순히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될 경우 소설의 내용을 고스란히 보여주게 되면 그 이야기대로 플레이어를 끌고 가게되는 전형적인 '어드벤처'게임이 되고요.
원작 소설에서 스토리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한도내에서 각색을 하더라도 어드벤처 게임류로 수렴하게됩니다.
그리고 이런 물건을 잘만든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찍어낸 회사가 있었는데요... 텔테일 게임즈라고..
망했습니다.
네 돈이 안됩니다.
공기청정기
20/10/07 00:49
수정 아이콘
소나기 게임화 한다고 생각 하면...나올게 '이 바보!' 파트에서 돌 정확하게 던지는 미니게임이랑 무서리 한다고 무 밭에 잠입 액션이랑 선택지 따라서 입고 있던 옷만 묻냐 소년을 생매장 하냐(...) 말고 떠오르는게 없군요.(...)
20/10/07 00:54
수정 아이콘
소설이나 영화는 어쨌든 수동적인데 게임은 상호작용적이라... 장르문학 배경은 이미 많고 순문학은 특성상 게임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네요.
20/10/07 01:11
수정 아이콘
음.. 솔직히 말해서, 게임에 대해서 아예 잘못 생각하고 계신다는 말씀밖에 못드리겠네요;;

1. 순문학 작품을 게임으로 그대로 옮기면, 그냥 비쥬얼노벨이죠. 그것도 일직선 진행으로요. 거기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이미 스포일러가 책으로 나와있으니, 그냥 책을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2. 고전작품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적용시키는 케이스는 상당히 많습니다. 국내 작품중에 서풍의광시곡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가져온 요소가 많은겅로 유명했죠. (일단 몽테크리스토백작이 순문학이라고 보긴 그렇지만, 고전소설이니)
알음알음 이런식으로는 많이 사용합니다. 당장 국내 온라인 게임인 마비노기에서는 아예 셰익스피어라는 컨셉으로 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4개를 게임에 녹여내기도 했어요.
원하시는게 이런건가요?

3. 말씀하시는 순문학의 정의가 뭔가요? 외국저자가 단권책으로 출간되면 순문학인건가요? 죽은자들의 도시는 순문학인가요 장르문학인가요?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 같은 작품은 순문학인가요 장르문학인가요?
서스펜스
20/10/07 02:36
수정 아이콘
3번 의견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최근에 와서는 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거의 무너졌기 때문에 문학을 형태에 따라 나누는 시도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순문학이 소설화되기 어려운 것은 게임의 시스템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소설에서 묘사되는 표현을 이미지화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순문학이 다른 매체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부분이 깊이 있는 심리묘사인데 이걸 이미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이 고평가를 받은 이유도 그런 심리 묘사를 퍽 개념으로 나눠서 선택의 요소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유저가 자신이 선택한 심리에 따라 심리묘사의 깊이가 달라지니까요. 디스코 엘리시움이 그렇게 고평가를 받음과 별개로 판매량이 엄청났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죠. 구현하기는 어려운데 판매 가능성은 낮으니 문학적 요소를 게임의 핵심으로 들고갈 이유가 없는 겁니다. 스토리 요소에 적용시키기만 하는 걸로 충분하죠.
20/10/07 09:1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사실 순문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좀 웃긴 단어죠.
현재의 고전소설들이 당시에 대중소설이었다는것도 유명한 이야기고요. 현재에는 고전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쓸 당시에는 대중소설이었는데, 그러면 현재의 대중소설들을 굳이 순문학과 분리하며 폄하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고요.
애초에 순문학의 정의가 뭐냐는 질문이 있죠. 저같은 경우는 심리묘사라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로 잘 짜맞춰진 완성도있는 소설이라고 보긴 합니다만.. 아마 순문학이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다른 대답을 하지 않을까요?
ArthurMorgan
20/10/07 01:25
수정 아이콘
얼핏만 생각해도 많이 떠오르는데요... 서풍의 광시곡만해도 몽테크리스토 백작 스토리고;;;
20/10/07 01:28
수정 아이콘
운수좋은날은 게임화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력거로 감상하는 3D로 재현한 경성 투어! 시간제한이 있고, 일정 금액이상을 클리어할경우에 설렁탕 대신 의사를 왕진오게 할 수 있습니다. 종종 일제 순사의 삥뜯기를 피해가야하고, 잘못해서 손님을 치거나 하면 gta처럼 수배가 떠서 순사들이 자전거 타고 쫒아옵니다. 그리고 종종 히든 미션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로 가는 나석주를 태워주기도 하는데 이럴때는 순사들의 시야를 코만도스처럼 빠져나가야 합니다. 업그레이드 해서 나무 바퀴 인력커에서 자전거 바퀴 인력거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고. 디자인도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소재도 알루미늄등의 경량화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가 있고요 이러면 김첨지의 스피드가 상승합니다.
맛있는새우
20/10/07 02: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언급해주신 작품들 중에서 “눈 먼 자들의 도시”와 “백년의 고독”은 나름 재밌을 거 같네요. 전자는 좀비물과 비슷할거고 후자는 비교적 전쟁씬이 많으니까요.
-안군-
20/10/07 02:30
수정 아이콘
고전문학을 각색하거나 세계관을 차용해서 만든 게임들은 이미 많이 있지요... 크게 히트친게 별로 없을뿐...
티오 플라토
20/10/07 04:41
수정 아이콘
게임화 한다면 서사보다는 세계관을 잘 빌리는게 크겠죠? 판타지 소설 제외하고 전투와 자유도까지 생각한다면 sf물밖에 안 떠오르네요.
야스쿠니차일드
20/10/07 07:13
수정 아이콘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이런거 생각하고 들어왔는데..그런게 아니었군요
엘에스디
20/10/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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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노블을 넘어서 세계관과 인물의 매력을 살린 진짜 게임을 만든다면, 그건 이미 해당 텍스트를 장르문학으로서 즐기는 행위 아닐까요? 순문학으로 한정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avatar2004
20/10/07 08:39
수정 아이콘
순문학 원작은 몰라도 순문학 스러운 게임들은 많이 있죠. What Remains of Edith Finch 요런거도 있고 소위 워킹 시뮬레이터 류중에 메타 평론가 평은 높은데 사용자 평은 바닥을 치는 애들이 대체로 순문학 스러운 게임은 많아요..
카페알파
20/10/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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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순문학, 그러니까 소위 '순수문학' 이라고 불리는 쟝르를 말씀하시는 거죠? 이게 말하자면 쟝르문학이나 대중문학에 대비해서 순수하게 예술성을 추구하는 문학(나무위키 참조했습니다.)이라는 건데, 이게 게임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느 분야든 순수하게 그 분야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작품을 타 쟝르로 변환시키기가 쉽지는 않죠. 영화나 소설은 그나마 어느 정도 호환 가능한 부분이 있어 가능한 건데, 사실 그것도 완전하지는 않아, 영화로 순수문학의 그 언어적 유희 및 아름다움을, 그리고 소설의 글로 영화의 그 영상미를 담아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면 영화, 애니면 애니, 순수 문학 소설이면 순수문학 소설, 쟝르 문학 소설이면 쟝르 문학 소설 등 '이야기' 를 표현하고자 하는 매체에 따라 적당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쟝르적으로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실사 영화와 애니도 같은 스토리를 쓰더라도 한 쪽이 좀 어색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지요. 단, 이 쪽은 쟝르가 많이 유사한만큼 나름 성공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일본에서 애니를 실사화하는 경우 '이게 뭥미?!'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 중 일부는 이런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는 플레이어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순수 문학 쟝르를 그렇게 해서 그 참맛을 느끼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쟝르 문학, 특히 라이트 노벨은 그 세계관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세계와 설정 등이 다르기 때문에 그 세계관 안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강제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게임이라도 재미를 느끼는 거죠.

반대로 순수 문학이라 하면 대부분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경우에는 재미를 못 느끼기 쉽습니다. 재미 없는 게임이 도태되는 건 당연지사구요. 현실 세계라도 자율성(그리고 적당량 이상의 자극)만 있다면야 사실 어느 정도 강제로 스토리라인을 따라 가더라도 어느 정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순수 문학 바탕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자극을 넣기가 쉽지 않죠.

굳이 이야기하자면 키네틱 노벨 형태의 게임이 순수 문학을 스토리로 넣기에 가장 적당하긴 한데, 솔직히 이게 제대로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일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키네틱 노벨이라도 순수 문학스러운 내용을 재미있다고 플레이하는 유저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구요. 어쨌든 상당수의 사람들이 순수문학을 그리 재미있어 하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요.(전 나름 재미있게 읽긴 하지만요.)

순수 문학적인 내용을 일반 유저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게임에 버무려 넣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그런만큼 성공만 한다면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되겠지요.
BlueTypoon
20/10/07 11:03
수정 아이콘
순문학 원작이면 게임 장르가 제한되기도 하고 스토리텔링도 한계가 있고 일직선 진행도 큰 단점이죠.
MazM에서 만든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유령 게임이 있습니다. 일직선 어드벤처라도 나름 재미있게 해봤지만 여기 나온 리뷰들의 단점이 순문학 원작의 게임이 왜 한계가 있는지 알려준다고 봅니다.
빼사스
20/10/07 11:17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이 즐길 만한 '스토리텔링'과 장르적인 특성에서의 '강력한 흥미요소'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순문학은 문장에 공을 많이 들이기 때문에 문장력으로 커버한 소설은 영상이나 게임 등으로 만들 때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이유 아닐까 싶네요. 결국 각색을 잘한 경우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20/10/07 11:53
수정 아이콘
1. 순문학이란 무엇인가? 장르문학과 구분되는 순문학만의 특징이 뭘까?

를 먼저 생각해봐야겠고

2. 그 순문학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은 재미가 있을까?

도 고려해봐야겠죠.

순문학과 순문학이 아닌 문학의 경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겠지만, 흔히 말하는 순문학은 재미와 흥미를 최우선 목적으로 삼는 장르문학과는 다르게 일차적으로는 작가의 문학적 언술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 혹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지요. 그런 소설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낸다면 그 게임의 가치, 세일즈 포인트, 흥미 요소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선화
20/10/07 12:36
수정 아이콘
앨런 웨이크 생각이 나네요. 게임의 연출 자체는 미국 드라마를 그대로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문학을 소재로 한 게임이긴 하죠.
유자농원
20/10/07 12:38
수정 아이콘
일단 저는 7년의밤 정도면 장르문학에 가깝다고 생각중입니다.
소재나 배경문제아닐까요
하루키 소설도 인디레벨에서 킹능이지 대기업에서 모바일이나 pc온라인 프리플레이로는 쉽게선택하기 힘들듯.앨런웨이크 디텐션:반교 같은 작품들이 제일 가까울 것 같아요. 다들 패키지고 온라인 rpg나 가챠등의 대세장르로는 안됨
결론 : 하려면야 하는데 장르는 인터랙티브 무비고 흔히 게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플레이요소랑은 거리가 있다.
Horde is nothing
20/10/07 13: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순문학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이 때문이겠죠
게임의 스토리는 주가 아니라 서브가 되는 경우가 많은대
이정도는 굳이 저 원작을 이용해서 해야하는가? 싶은것들이니까요
장르문학, 만화 같은 경우는 눈에 확들어오는 캐릭터,기술,세계관이 있으니까 게임의 서브로 사용하기 편하구요
-안군-
20/10/07 14:10
수정 아이콘
존카멕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게임의 스토리란, 포르노 영화의 그것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해보니, 만약에 순문학을 게임화하면, 초흥행작을 패러디한 포르노 영화같은 느낌이 될 것 같긴 합니다.;;
20/10/07 14:13
수정 아이콘
보통 소설원작인 게임은 스토리보다는 풍부하고 흡인력있는 세계관이나 배경을 주로 차용하는데, 장르문학이나 역사소설에 비해 보통 순수문학이라고 일컫는 작품들은 세계관 설정같은 자질구레한 요소가 거의 없어서 게임으로 만드려면 스토리 위주의 어드벤처 게임으로 한정되다보니 게임화에 많은 제약이 있지않나 싶습니다.
metaljet
20/10/07 14:29
수정 아이콘
순문학 바탕의 게임을 찾으신다면 스팀에 프란츠 카프카 비디오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최근에 나온 물건이 하나 있긴 합니다.
20/10/07 14:38
수정 아이콘
동백꽃 온라인
비욘세
20/10/07 19: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메트로,위처,듄은 순문학이 아니죠.
순문학을 원한다면 차라리 순문학에 가까운게임을 하는게 좋습니다. 순수예술이라 할만한 게임을 찾아보세요.
개인적으론 GTA 산안,4,5정도가 게임에서의 순수예술이라 생각합니다. 게임플레이부터 디테일, 스토리까지 우리가 사는 세계와 나는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죠.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후까시 잡고 주절주절 떠벌리는 게임들은 막상 세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질문하고 있지 않거나 너무 얄팍합니다. 토먼트, 디스코엘리시움이 이런 장황한 게임들 중에서 어느정도 다가간 느낌인데, 그래도 순문학의 경험을 게임에서 찾는다면 차라리 gta..
20/10/07 19:20
수정 아이콘
순문학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20/10/07 19:25
수정 아이콘
재미 면에서 쉽지는 않겠네요 :)
대문과드래곤
20/10/0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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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문학은 문학으로 즐겨야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소설을 그대로 옮겨놔서 클릭 누르면서 보는 삽화 몇 장 추가된 이북 수준으로 만들어놓은 비주얼 노벨 형태를 배제한다면,, '문장이 없는 순문학'이 가진 매력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왜 현대미술 작품들을 소설화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이랑 비슷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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