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06 14:58:00
Name 판을흔들어라
Subject [일반] 옛날엔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수정됨)
그 옛날엔 정말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요?

지금이야 뭐라도 외울라치면 종이와 펜을 들고 깜지 채우듯 쓰고 읽으면서 외우기라도 할텐데
그 옛날 종이도 없던 시절 종이가 있어도 귀하던 시절에는 대체 공부를 어떻게 했을지......
쓸 수는 없으니 한자라도 공부할라 치면 손으로 허공에 대고 따라해보거나 모래 모아다 쓰곤 했을테죠?
아니면 '하늘천 따지 검흘현 누를황 집우 집주' 리듬을 타며 눈을 감고 계속 말하면서 외웠을 겁니다.
순서를 외우는 게 아니라 한자를 외우는 거니 책 한 번 쳐다보고 다시 눈 감고 머리 속에 한자를 그려보고

기술은 발전해서 스승이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녹음하거나 또는 영상으로 녹화를 한 뒤에
혼자 복습할 때 몇 번이고 반복해 다시 듣고 보면서 따라할 수 있었을 텐데
옛날에는 이건 꿈도 못꾸고 스승의 손놀림 발놀림 하나 하나를 어떻하든 머리 속에 넣으려고 애를 쓰며
'잘 못 들었습니다' 나 '다시 한 번 보여주십시오'란 말도 기껏 두 세 번 말하면 많이 말하는 것이고
더 하다가는 스승에게 '너 지금 나 똥개훈련 시키냐?'란 말을 들었을터인데
대체 정말 옛날엔 공부를 어떻게 했을지

'니가 공부해서 뭐하게?'
신분에 고하도 고하지만 머리의 총명함을 이유로 이런 소리를 했다면 이해가 갑니다.
인쇄술 발달 전에는 책이란 것도 귀한 것인데 열 번을 읽어도 한 쪽 하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붙잡는 것보다는
그나마 한 두 번이라도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이 책을 잡고 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겠지요.
스승도 지칠 터인데 언제까지 했던 얘기를 반복해서 할 수는 없는 법이고 시범의 앞지르기를 하루 웬 종일 하긴 어렵죠.
그래서 누구의 제자가 된다는 건 돈도 돈이지만 머리가 어느정도 있어야 받아주었겠죠.
자원의 효율적인 투자와 회수를 위해선 머리가 좋은 아이를 골라다 공부시키는 게 최선 아니었을지......


아둔하다는 건 거짓말이고 머리가 좋아야 구음진경을 몇 번 보고 외우는 거죠
깜지 쓰는 것도 아니고 몇 번 보고 외운다고 그게 다 외워지면 1% 아닌가요
아무리 18개라 해도 밥 며칠 대접 하는 시간에 몸 동작을 다 외운다니....
옛날엔 아무래도 천재들만 공부 했을 거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포프의대모험
20/12/06 15:03
수정 아이콘
진짜 텍스트의 절대량이 수십 수백분의 일 수준일거같은데 대부분 구술로 전달했을거고 몇명 옮기다보면 틀리는경우도 비일비재 했을거같아요
판을흔들어라
20/12/06 17:48
수정 아이콘
중간에 달라지거나 틀려져도 알 방법도 없고....
나주꿀
20/12/06 15:08
수정 아이콘
예전에 봤던 어느 다큐에서 오지에 살고 있는 글자가 없는 원주민들이 자기네 부족의 역사를 공부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글도 없는데 어떻게 교육을 하는거지? 하고 봤더니 간단하더군요. 그 부족의 할아버지가 몇시간짜리 부족의 역사를 암송하면

애들이 그걸 따라서 반복 암송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될 때까지 하면 된다는 거죠 덜덜덜)
판을흔들어라
20/12/06 17:49
수정 아이콘
시간이 상대적으로 널널했을테니 그런 방법도 쓸 수 있지 않았을까요.... 듣는 사람들이 많으면 교차검증 하겠는데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수가 줄면 끊어질 수도 있겠네요
상상마이너스
20/12/06 15:10
수정 아이콘
돌에다가 물로 쓰면서 연습했다고 들은거 같네요
판을흔들어라
20/12/06 17:49
수정 아이콘
본문에 썼는데 모래가 더 나을 거 같은데...
초록물고기
20/12/07 09:27
수정 아이콘
붓글씨 말하는거 같아요
후마니무스
20/12/06 15:11
수정 아이콘
이를 국가적 차원으로 본다면 국가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과 교육을 나누어 투자해야 했을겁니다.

그러니 양반 상놈으로 나누고 절대적인 공부량을 양반에게만 부여해서 탁월한 인재들을 필두로 국가체제를 유지한거라 봅니다.
판을흔들어라
20/12/06 17:50
수정 아이콘
평균적으로 경제적으로 '여력'이 되는 귀족 이상에게 공부 시키기
오리너구리
20/12/06 15: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런데 한자 원서 그대로 외우는 공부는 의외로 쓰는 것보다 말로 하는게 더 효율이 좋습니다. 선택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공부할 때 쾌적함은 차원이 다르겠지만요.
판을흔들어라
20/12/06 17:51
수정 아이콘
하긴 한자 그걸 다 쓰면서 공부하려면....
시나브로
20/12/06 16:54
수정 아이콘
불과 며칠 전에 사극 드라마 보면서 했던 생각인데 신기하네요.

학문 공부 말고도 인생 전체적으로 생각, 메모, 기록, 반복, 일깨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서 평생 제한 없는 노트, 간편 필기구 물자가 필요한데 옛 시대는 저게 안 되죠.

중인, 양반이라 해도 책 많이 읽고 메모 (어쩔 수 없이)상대적으로 조금, 최중요 포인트만 집중적으로 상기하는 수밖에 없을 듯..
판을흔들어라
20/12/06 17:53
수정 아이콘
저는 최근에 사조삼부곡 읽고 있습니다. 이제 의천도룡기 2권까지 왔네요. 책 읽으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antidote
20/12/06 17:36
수정 아이콘
옛날에 괜히 보통교육이 실시가 안된게 아닙니다.
인류 평균이 IQ 100이 되던가 안되던가 하는데 이정도의 지능을 가진 일반 대중이 당시의 테크레벨으로 지금 일반인이 가진 지식조차도 책이 귀했던 시절에 제대로 전달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업에 써야 하는 시간은 많이 필요하니 일반 대중에게 보편 상식을 가르친다는게 산업혁명 내지는 상업혁명이 일어나 일반 대중이 각각 지적인 역량을 가지면 사회 효용이 늘어나는 시대 이전에는 인력이나 시간 측면에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었다고 봐야죠.
사회의 주력 산업이었던 농민인 평민이나 노예들이 문자를 모르고 법을 몰라야 윗사람이 통치하기 좋아서 우민화가 되었던 측면도 물론 무시할 수 없겠지만 농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식의 전달도 쉬운게 아니었고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기술조차도 도제식으로 가르치는게 그나마 제일 낫기 때문에 그렇게 기술이 전수되었던 것인거죠.
이게 단순 지식을 넘어서 지식으로 밥벌이를 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전근대 이전의 학자들은 책 몇권 정도는 머리에 암기를 하고 다녀야만 했고 당연히 글 읽고 과거시험 공부하고 상소문 올려야 하는 사대부들 조차도 지식 교육을 위해서 요구되는 개개인의 지능이나 암기력 등이 지금에 비해 한참 높아야 가능했습니다.
판을흔들어라
20/12/06 18:06
수정 아이콘
종이와 활자의 발명이란 정말....
섹무새
20/12/06 18:01
수정 아이콘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옛날 학자들 진짜 대단하군요.
판을흔들어라
20/12/06 18:09
수정 아이콘
저도 무협지 읽다가 너무 쉽게 '외웠다'란 묘사가 많아서 생각한건데 생각보다 생각할 점이 많더군요
포프의대모험
20/12/06 18:14
수정 아이콘
오성이 뛰어나지 않으면 입문조차.. 크크
-안군-
20/12/06 19:17
수정 아이콘
춤 잘춘다는 아이돌들 보면 안무를 한두번 보고 바로 따라하더라고요.
타고난 재능도 있을거고, 워낙 훈련을 많이 했다 보니, 원리를 이해하는거죠.
학자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서부터 기초부터 착실하게 익혀두면 더 고급 지식도 쉽게 익히는거 같아요.
판을흔들어라
20/12/06 20:39
수정 아이콘
기초의 중요성은 기초를 배울 때 모르죠... 나중가야 체감
-안군-
20/12/06 21:00
수정 아이콘
그런의미에서 왜 무협물에선 옛날로 갈수록 무공이 더 강력한걸까요?? 구양신공을 익혔으면 그걸 기반으로 더 강력한 무공을 만들었어야지!! 왜 달마대사가 역사상 최강인지...
번개맞은씨앗
20/12/06 19:39
수정 아이콘
속담이나 미신 같은 것들이 나름 효용이 있었던 것이 '기억하기 쉬웠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문화적인 것을 '기억하기 쉬운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야 했던 걸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짧은 말인 속담이 있고, 정해진 행동양식이 있어 그걸 예절로 지켜야 하고, 또한 중요한 게 이야기겠지요. 이야기가 되면 잘 기억이 되니까요.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지고요. 미신은 왜 필요한가 하면, 그걸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면 긴글이 필요할 때, 그것은 기억과 기록 문제로 인해서 전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보다는 그냥 미신으로써 나름의 효용을 꾀한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진실을 알고 싶다면, 과거의 것들을 그때 환경적 여건, 그때 기술적 여건을 가지고 관찰하고 사고하고 평가해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판을흔들어라
20/12/06 20:43
수정 아이콘
게임야화란 프로그램에서도 언급이 되었는데 예전 역사 기록들에서 말도 안되는 소설 같은 대목이 나중에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해둔 경우가 있다 하더라구요. 미신이나 신화도 그런 측면에서 '말도 안되'라고 무조건 넘길것만도 아닌 거 같습니다.
노둣돌
20/12/07 11:17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려서는 종이가 귀해서 나뭇가지로 땅에 쓰면서 배웠어요.
한글, 한자 공부는 물론 사칙연산까지는 큰 무리없이 가능하더군요.
판을흔들어라
20/12/07 12:01
수정 아이콘
어르신..... 그렇다면 한글, 한자, 사칙연산이 아니라 논어라든가 사기라든가 하는 고전 혹은 근의공식 이상의 수학으로 넘어가면 나뭇가지 모래 물 돌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거겠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091 [일반] 차세대 반도체 패터닝 공정의 향방 [83] cheme18451 20/12/06 18451 51
89090 [일반] 필립 존슨을 캔슬하라는 요구 [18] 아난9625 20/12/06 9625 0
89089 [일반]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164] 피쟐러19192 20/12/06 19192 4
89088 [일반] 옛날엔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25] 판을흔들어라7700 20/12/06 7700 2
89087 [일반] [외신] 영국 항모전단 동아시아 파견, 日과 연합훈련 [20] aurelius8361 20/12/06 8361 3
89086 [일반] 그러고 보니 수능 치신 후에 그날 뭐 하셨나요? [87] 공기청정기7129 20/12/06 7129 0
89085 [일반] 2분이나 남았는데 "시험 종료" [89] ELESIS12830 20/12/06 12830 1
89083 [일반] 방역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해서 [157] 7급16839 20/12/06 16839 5
89082 [일반] 카카오TV 인터넷방송인 조던HD 사망... [29] 닭강정20514 20/12/05 20514 0
89081 [일반] 고스트 바둑왕. 사이와 토우야명인의 마지막 대국 [26] Love&Hate19841 20/12/05 19841 35
89079 [일반] [컴퓨터] 라이젠 2700X+3060ti+FHD 조합 테스트 [26] 김티모10358 20/12/05 10358 2
89078 [일반] 대박급 무협웹소설신간 '제암진천경' 추천글 [26] wlsak16530 20/12/05 16530 4
89077 [일반] 좋지않은 산술적인 코로나 지표 몇 가지. [29] 벨로린15951 20/12/05 15951 6
89075 [일반] SARS-CoV-2 의 장거리 비말 감염 - 논문 초록 번역 [7] 아난8117 20/12/04 8117 4
89074 [일반] 미니 키보드 이야기 [37] 바쿠10133 20/12/04 10133 0
89072 [일반] 집회 막자 반발한 민주노총....경찰 폭행 혐의 1명 검거 [64] 판을흔들어라13030 20/12/04 13030 1
89071 [일반] 혼술의 시즌 잡다한 편맥추천.. [59] 대장햄토리10971 20/12/04 10971 4
89068 [일반] [유럽] EU-중국 친선 싱크탱크, 스파이 혐의로 영구폐쇄 [11] aurelius9987 20/12/04 9987 13
89067 [일반] 분양형 호텔의 비극 [41] kien15406 20/12/04 15406 3
89066 [정치] 신임 법무부 차관의 야심찬 첫 발걸음 [153] 이호철17777 20/12/04 17777 0
89065 [일반] 카페노예의 코로나 2단계 2주차이야기 [49] Janzisuka10003 20/12/04 10003 22
89064 [정치] 정부 부동산 정책에 맞서는 리스크 [103] 출입문옆사원13410 20/12/04 13410 0
89063 [일반] [역사] 1853년, 서방의 이중잣대에 빡친 러시아인 [16] aurelius8707 20/12/04 8707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