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09 21:33:33
Name 타츠야
Subject [일반] 변해버린 그녀
언젠가부터 그녀가 변했다.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표정도 더 이상 볼 수 없고, 이쁘게 보이려 했던 화려한 색깔의 화장도 나를 만날 때면 더 이상 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는 딱딱한 냉소로 변했다. 내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걸까? 나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걸까?

언젠가 다급했던 그녀가 급하게 연락이 온 적이 몇 번 있다.  
우연히 그 때마다 나는 출근 중이였지만 만사 제쳐두고 그녀를 위해 내달렸다. 어찌나 정신없이 뛰었는지 나중에 속옷이 다 흙탕물로 뒤범벅이 될 지경이었다. 차라리 그 때가 나았던 것 같다. 속은 아플지언정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으니깐.

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특히 지난 주, 앞에서는 딱딱하게 굴던 그녀가 뒤에서는 폭풍같은 랩으로 나를 해집어 넣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배신감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어떻게 동시에 그럴 수가 있지? 충격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충격에 몸을 부르르 떨며 결국 피를 볼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예감은 오늘 틀리지 않았다.

출근하려고 나서는 순간의 연락. 이대로라면 출근 길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다는 불길한 예감에 출근을 미루고 집에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답없는 그녀. 뭐하는 거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체념하고 다시 출근 길에 나선다.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서는데 그 때서야 다시 연락이 온다. 장난을 하는 건가? 화가 났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는 길에 다시 연락이 온다면 아내가 눈치를 챌지도 모른다. 하는 수 없이 몸이 안 좋아 휴가를 내는 걸로 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한다. 이제 나와 그녀 뿐이다.

외출하고 싶어하는 고양이들을 내보내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연락을 해본다. 하지만 연락이 또 다시 닿지 않는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거지? 셀 수도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집에서 천천히 걸으며 방법을 생각해본다.
나무위키에서도 방법을 찾아보지만 글을 읽을 수록 마음은 더 무겁고 긴장이 된다. 일단 자자.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은 여전히 괴롭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장소를 바꿔 연락을 해볼까? 2층에서 내려와 1층의 서재로 와본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는 나무위키의 글이 떠올라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연락을 기다려본다.
보리차가 효과가 있는지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드디어 그녀와 연락이 되었다.

하지만 마주한 그녀와의 대화는 순탄하지 않았다.
'나를 소중하게 하지 않았다', '언제 먹는 거에 재대로 신경을 쓰긴 했었어?'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달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몸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짜봐도 뽀죡한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이런 상황임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어찌나 웃었던지 배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녀와 연락이 닿기 전 pgr 유게에서 봤던 https://pgr21.com./humor/406596https://pgr21.com./humor/406607 글들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랬던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녀와의 좋았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그랬던 같기도 하다.

신가하게도 한참 웃고나니 다시 해볼 용기와 힘이 솓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번 한번만 더 해보자...

마침내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그녀와 나 사이에 약간의 피를 보긴 했지만 이 정도면 잘 정리된 것 같다.
그녀가 나를 거부했지만 크게 밀어내는 나의 포옹력에 마침에 용서를 해준 것이다.
모든 걸 정리하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드디어 쾌변. 사투 끝"
"축하해요"

==================
44년 동안 쾌변으로 방탕하게 살다가 몇 주 전부터 변비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물 많이 드시고 채소, 과일 많이 드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12/09 21:36
수정 아이콘
[어찌나 정신없이 뛰었는지 나중에 속옷이 다 흙탕물로 뒤범벅이 될 지경이었다.]
...설마...??
우와왕
20/12/09 21:50
수정 아이콘
앗...
타츠야
20/12/10 18:53
수정 아이콘
생각하시는 그거 맞습니다 ㅠ.ㅠ
타츠야
20/12/10 18:53
수정 아이콘
네... 한국에서 3번, 독일에서도 2번의 경험이 흑흑
한걸음
20/12/09 22:07
수정 아이콘
밀어낸다 내 안의 너를, 힘이 들지만 너를 보내련다
타츠야
20/12/10 18:52
수정 아이콘
정말 밀어내기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습니다. 쏘우가 생각났습니다.
한걸음
20/12/10 19:17
수정 아이콘
노라조 ㅡ 변비 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강추드려요!
타츠야
20/12/10 19:18
수정 아이콘
겸허한 마음으로 듣고 오겠습니다!
Justitia
20/12/10 05:11
수정 아이콘
"변"해버린 그녀였군요. ^^
타츠야
20/12/10 18:51
수정 아이콘
네 크크크 변! 해버린 그녀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178 [일반] [정보] 로도스도 전기 25주년 기념판을 크라우드 펀딩 하고 있네요. [21] 카페알파7577 20/12/10 7577 4
89177 [일반] 페이스북은 과연 반독점법 소송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9] Gottfried6410 20/12/10 6410 0
89176 [일반] 물고기의 즐거움 [9] 아난6014 20/12/10 6014 1
89175 [일반] 똥과 군인과의 가깝고도 먼 관계 [17] 트린7186 20/12/10 7186 11
89173 [정치] [단상] 문재인은 왜 박근혜 2.0 인가? [664] aurelius33286 20/12/10 33286 0
89172 [정치] 오늘의 메인이벤트 윤석열 징계위가 열리고 있습니다.-4명이서 심의합니다- [172] 죽력고16234 20/12/10 16234 0
89171 [정치] "너무 싸서 안된다" feat. 과기부 SKT [46] 카미트리아10643 20/12/10 10643 0
89170 [일반] (오랜 만의) 보컬로이드 곡 소개입니다. ─ 장산범 feat. SeeU [3] 카페알파8135 20/12/10 8135 0
89168 [일반] 영국 화이자 백신 접종 후 2명의 유사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ctoid reactions) 발생 - 의미와 해석 [68] 여왕의심복13795 20/12/10 13795 36
89167 [정치] 서울 아파트 전세 -> 반전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3] Leeka10126 20/12/10 10126 0
89166 [정치] 로이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내년 중반에야 미 FDA 승인" [85] 죽력고10824 20/12/10 10824 0
89165 [일반] [과학] 통 속의 뇌를 향하여 [12] 엘피6591 20/12/10 6591 4
89164 [일반] [드라마 태조 왕건] 견훤은 왜 왕건에게 패배했는가? [24] TAEYEON8349 20/12/10 8349 6
89163 [일반] 코로나와 운동에 대한 잡담 [18] Right7058 20/12/10 7058 0
89162 [정치] 5.18 왜곡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87] 깨닫다11184 20/12/10 11184 0
89161 [일반] 최근의 컴퓨터 부품값 상승.. [19] 맥스훼인10350 20/12/09 10350 2
89160 [정치] 친문 내분? 손혜원 사석에서 문재인 XXXX라고 불러 [138] aurelius18001 20/12/09 18001 0
89159 [일반] 집에 국가유공자 문패가 왔네요 [18] 한국화약주식회사8652 20/12/09 8652 54
89158 [일반] 아버지와 식물이야기 [8] 댄디팬5565 20/12/09 5565 6
89156 [정치] 역사의 도전과 선택 [22] 강변빌라1호6204 20/12/09 6204 0
89155 [일반] 변해버린 그녀 [10] 타츠야6822 20/12/09 6822 4
89154 [일반] [미국] 바이든, 국방장관에 4성 장군 출신 로이드 오스틴 내정 [19] aurelius11390 20/12/09 11390 3
89152 [일반] 조두순에게 이러다 경호인력 투입될거 같지않나요? [59] 허스키13383 20/12/09 1338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