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저는 개인적인 글을 하나 썼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 것들을 즐기면서 제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그런 글을 쓰고, 많은 분들이 응원도 남겨주시고 그랬습니다.
이제 2022년도 반환점을 돌아 여름이 깊어지는 7월입니다. 저는 몇 가지는 변하고 몇 가지는 변하지 않은 채로 2022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먼저 음. 취직 얘기부터 하자면, 아직은 못했습니다. 면접까지 가본데는 몇 군데 생기긴 했지만 아쉽게도 상반기에 취직을 하진 못했네요. 그래서 약간 방향을 전환해서 일단 이번 여름에는 자격증을 따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자소서를 쓰고 취업을 하는 것 보다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는데 집중하고 있네요.
그 다음은 뭐 제가 즐기는 취미 생활에 관련된 얘기를 하자면, 뭐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와 음악은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탑 건: 매버릭>과 <헤어질 결심>을 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편을 안보신 분이 있다면 강추하고 싶구요. 음악은 언제나 그렇듯 잡식성으로 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예전에 다른 글에서 본 Greta Van Fleet의 곡을 열심히 듣고 있네요. 그리고, 맥 밀러의 Circles는 여전히 명반인 것 같습니다.
불안과 우울은... 뭐랄까 해답을 아직 찾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게 취직으로 해결될 거라고는 믿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해결이 된다면, 제 상태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달라질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는게 참 슬프긴 합니다만.
전에, 다른 분들의 마음 챙김에 대해서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짚어주신 건 두 가지였네요. 수면과 운동. 그 중에서 수면은 오락가락하지만, 운동은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극적으로 늘지는 못하고, 한 낮에는 너무 더워서 못 나가고 있지만, 뛰기도, 걷기도 하면서 살도 빼고(너무 쪘어요...) 생각을 비워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더위 탓인지, 조금 지친 탓인지 어떤 반전의 계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바닥을 치는 집중력과 진득하게 하나를 붙잡고 있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 며칠 안 남은 기사 시험을 앞두고도 (아주) 열심히 딴 짓을 하고 블로깅과 이것저것을 습득하고 있으니까요. 친구와 기사 시험 직후에 어디론가 떠나볼까 하는 얘기도 해봤지만, 아쉽게도 스케쥴이 맞지도 않고, 취준생 둘... 이라는 망 조합이라 결국 엎어져버렸거든요.
어떤 반전의 계기를 외부에서 찾게 된다는 건, 아무래도 제 자신에게서 스스로 그러한 반전의 요소를 못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저는 게임으로 따지자면 체력바 자체가 적은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서 쉽게 지치고, 쉽게 샛길로 새버리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는. 제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사람이 저를 받아 줄 여력이 있을지, 그리고 제가 결국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하게 될지.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계를 살고 있지만, 그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저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너무나도 무지하고 너무나도 순진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모든 것이 잘될 거야, 라고 믿는 건 너무나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저는 부정적이고 염세주의적이거나 혹은 허무주의에 가까운 것 같거든요. 저는 의심하고 또 걱정하며, 회의감 속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취직을 한다고, 무엇이 된다고 이런 느낌이 물로 씻어내려가듯 한번에 나아질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제가 지금 취직과 스펙에 매달리는 이유가 의무감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그걸 기대하니까, 그래서 해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여기까지 오니까,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견뎌내고 있다고 말씀드려야할 것 같아요. 마음은 격랑처럼 파도치고, (뱃살도 정신차려보니 파도치고 있...) 외딴 섬에서 날씨도 그닥 좋진 않지만, 저는 견뎌내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모든 게 잘 될거라고는 믿지 않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낸다면, 뭐가 되지 않을까요. 확신과 믿음은 없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놔버리고 싶진 않거든요. 그건 제가 가진 몇 안되는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놔버리고 싶진 않다는 것. 때때로 집착과 긴장, 혹은 편집증적 강박관념으로 저를 얽매기도 하지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
모래를 손으로 쥐듯이 잡으려 하면 흘러내리겠지만, 아직까지는 저는 잡을 수 없는 것들을 잡으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순진하게 생각하고는 합니다. 몇몇 친구들은 일찍 늙어버린 것 같은 소리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