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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5 05:56
전능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라는 사고실험이라면 굳이 전지를 전제하지 않아도 전능이라는 속성 그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지 않나 싶네요.
아래의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긴 한데, 뇌가 이미 결정해두었다는 것이 자유의지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되는 게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개체로서 인간이 무언가를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느끼더라도 실제로 이는 이미 뇌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라는 얘기인데 제가 느끼기로는 그 뇌에 의한 결정이 자유의지 그 자체가 아닐까 싶거든요. 종교얘기를 해보자면 개신교에서는 이런 결정론이 있었죠. 자신이 천국에 갈지 말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런데 결론은 [그러니까 막 살아도 된다]가 아니라 [그런데 자기가 구원받을 것인지는 죽은 뒤 하느님 앞에서만 알 수 있으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는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딱히 충돌하는 건 아니겠지요..
23/05/05 07:21
그럼 그 뇌에 의한 결정은 어디서 오나요?라는 게 자유의지 부정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주체가 아니라는 거죠. 세상 만물에 주체 따위는 없고 모든 것은 객체이며 모든 것은 환경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인과적 결정론이죠. 이를 초월하는 근원적 행동 원인을 상정하는 것은 이원론이고요. 그래서 자유의지를 사실상 영혼론이라고도 합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말이 파리나 박테리아 수준으로 자유의지가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설탕 한 줌이 자유의지가 없는 수준으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같고 그 법칙은 자유의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즉 위에서 언급된 그 자연의 법칙이란 달리 말해 유물론인 것이고요. 인간은 사실 인간이 아니라 기계란 거죠. 그 종교 얘기 저도 좀 해보자면, 그러니까 결론은 [막 살아도 된다]가 아니라 막 살지 말지 열심히 살지 말지까지도 다 결정돼 있다는 거고요. 그냥 너는 그럴 만한 인간으로 태어났고 지금도 그렇게 생성되어가는 중이다는 이야기인 거죠.
23/05/05 07:41
라플라스의 악마가 보기에는 결정되어 있겠지만 실제 현실은 양자역학과 같은 랜덤성이 있기에 완전히 하나의 길만 있게 결정된 것은 아니죠
물론 랜덤성이 있다고 그것이 곧 자유의지가 있다는 말이 되는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23/05/05 07:57
위에서 언급된 그 종교 얘기에서는 완전히 하나의 길만 있게 결정된 것이죠.
물론 세부적인 루트는 다를 수 있지만 천국에 가고 말고는, 더 정확히는 천국에 갈 만하게 살고 말고는 정해진 사항입니다. (전지성 개념에 따르면 사실 세부적인 루트도 다를 수 없지만요) 그와는 별개로 제가 첫문단에서 거론한 것은 결정론이냐 비결정론이냐의 차원이 아니고요. 자유의지 부정론은 결정론을 함의한다기보다는 유물론을 함의하는 거죠.
23/05/05 07:06
전지, 전능, 전재 소위 신의 3속성은 신의 한계나 모순성을 드러낸다기보다는 인간의 논리와 사고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마다 다 전지, 전능, 전재를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고, 특히 각 영역에서 시간이라는 속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모순 즉, 설정 출동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논리적인 영역에서 볼 때 전지와 전능은 굳이 서로 엮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모순적인 개념입니다. 나는 전능하므로 그 무엇도 날 해칠 수 없다 vs 나는 전능하므로 모든 것을 부술 수 있다. : 말 그대로 모순이죠. 나는 전지하므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안다 vs 나는 전지하므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과 그 확률을 안다. : 전지성의 정의는 세계관과 앎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지성에 관해서는 특히 할 말이 많습니다만, 결국 결정론, 비결정론, 확률론, 운명론 등등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니 합의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연역적인 지식과 귀납적인 지식을 같은 층위의 지식으로 볼 수도 없다는 문제도 있고요. 본문에서 언급하신 퀴사츠 해더락은 선조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이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와 타노스가 싸우는 1400만 605가지의 미래"를 보고 온 존재죠. 저는 이 둘이 모두 전지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이들이 미래를 아는 방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설령 둘 중 하나가 전지하다고 하더라도 둘 모두가 전지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침부터 재미난 글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
23/05/05 13:51
즐겁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런 걸로 얘기 나눠보고 싶지만 피지알 아니면 그럴 곳이 없어서 ㅜㅜ
퀴사츠 해더락과 타임 스톤의 차이를 논의해보는 거 재밌을 것 같네요. 찐 덕후 논쟁이네요 크크크
23/05/05 07:14
내용 초반의 전지전능한 존재가 미래의 비극을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것부터 인간의 오류 아닐까요? 그러한 미래도 그 존재가 그렇게 설정한 것일테니까요
23/05/05 07:18
저는 슬프게도 자유의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뇌가 느끼는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조차 DNA수준으로 결정되어 있는 느낌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하는...
23/05/05 08:46
내가, 네가 살아갈 길은..이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하늘에 의해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다. 만화책 배가본드에서 나온 대사이지만, 그 핵심은 스피노자의 철학과 일치합니다. 자유의지에 관하여...스피노자의 에티카 추천드려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
23/05/05 08:52
그런데 재밌게도 그런 인식의 대표주자가 바로 기독교입니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그 정해진 값을 향해 나아가는 식으로밖에는 행동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값들을 수행하는 것은 너니까 너에게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뭐 그런 식. 양립가능론과 기독교 예정론은 세계관은 달라도 자유의지와 관련된 논리만큼은 놀랄 만큼 닮아 있습니다.
23/05/05 09:12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일한(?) 결론인데 스피노자는 그 논증에 수학적 증명을 시도하고 신을 배제했으니, 종교에 무관심하거나 신학적 배경을 배제하고 생각하려면 스피노자가 읽어볼만한 텍스트일것 같습니다. 교황청이 빡쳤던 이유도 이해가 되고 흐흐...
사실 만화방에서 배가본드 보다가 저 대사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서,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만화책 보라고 얘기합니다 크크크
23/05/06 12:32
아마 그 만화책 천번 읽어도 모를 거예요. 왜냐면 대부분의 인간은 그걸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거든요. 자유의지 부정론이 괜히 대세인 게 아니죠. 저는 기존 논리체계의 틀로 보면 간단해지는 문제라고 봅니다. 자유의지 같은 것은 없다는 걸로 말이죠. 굳이 자유의지에 대한 개념을 부자연스럽게 수정하는 대신.
23/05/05 09:02
개인적으로 종교적 분위기랑은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이런 거 볼 때마다 결정론과 비 결정론쪽 논쟁이 먼저 생각이 나서 댓글을 달아보면…
개인적으로 전지=전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특정 확률로 드러날 뿐이지 (확률론적) 결정론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일련의 과정을 안다고 그걸 빗겨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비유적으로 말하면 날아온 궤도를 그리면 앞으로 날아갈 궤도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변수들을 일일이 계산할 수 없기에, 인간의 두뇌로는 결정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언급이 없지만 자기 실현적 예언에 대한 명작 sf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르네요. 흐흐 소설이든 영화든요!
23/05/05 09:08
예를들면 시뮬레이터를 설계한 개발자의 경우
시뮬레이터에서 어떤 개별 변수들의 일어날 확률을 미리 정해뒀지만 그런 개별변수들이 모여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는 상태죠. 그리고 시뮬레이터가 돌아가는중에도 개별변수값을 조정할수 있지만 다른변수들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모릅니다 이런정도면 전지전능한걸까요? 시뮬레이터 내에서는 신이라고 부를수있을까요?
23/05/05 09:17
조금 이해가 안 되는데, 전지한 거와 전능한 것이 왜 모순인가요? 본문의 예시에 수천만 명이 고통받고 수억 명이 죽어나가는 게 전능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게 전능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지 않나요? 전지전능하다는 건 신이라 부를만 하고, 그 존재가 제가 생각하는 불행을, 어떤 사람이 생각한 불행을 고쳐줄 능력도 되겠지만, 그게 그 불행을 고쳐줘야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일인 것 같은데요.
전지하다고 전능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전지하다고 전능할 수 없다는 것마저 방증하는 건 아니죠. 본문의 예시는 애초에 전지전능한 인물들이 아닌데 전지전능에 대한 해석에 대한 예시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지 않을까요?
23/05/05 09:18
진짜 쓸데없는 여담인데, 예전에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원제 그대로 개봉했거든요.
영어원제를 음차하는걸 굉장히 싫어해서, 차라리 "[전지전능 브루스] 이 정도의 제목으로 개봉하는게 맞다, 그래야 직관적으로 영화 제목만으로 이해도 더 잘되고" 라며 얘기했는데. 친구가 "요즘 애들은 전지전능보다 올마이티라고 쓰는게 더 잘 알아들을거다" 라고 반문하더라구요 크크크크
23/05/05 10:09
그정도는 아닐겁니다.
애초에 영어,한자 공부를 많이해서 그 단어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주변의 사용빈도가 중요한건데 전능,전지란 단어는 올마이티에 비해선 접할 확률이 높은 단어거든요. 프로듀서님의 친구가 말씀하신 단계가 되려면 이 글에 달리는 댓글에도 올마이티라는 단어가 등장해야 하는데 없죠....
23/05/05 09:52
- 전지전능이나 삼위일체 같은 말은 네모난 삼각형이란 말처럼 언어의 조합일 뿐 의미가 없는 말인 것 같습니다.
- 뇌과학이나 생물학쪽 얘기를 들어보면 어차피 시각이나 청각 등을 통해 얻는 정보라는 건 뇌가 나름대로 재가공한 정보일 뿐 현실 그대로가 아니고 사고라는 건 언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거고, 뇌는 나름의 환상과 착각을 만들어 제공하는 거고... 그러고 보면 나라는 건 뇌가 만든 가상현실, 매트릭스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뇌는 개체들이 생존하여 유전자를 퍼뜨리게 하기 위한 실용적인 가상현실을 제공해주는 역할? (그리고 매트릭스가 있다면 그 밖 역시 또다른 매트릭스가 아닐지 알 수 없을 거고, 그렇게 무한겹의 매트릭스가 있을 수도 있을 거고) 자유의지나 매트릭스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어차피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매트릭스가 아닌 현실을 사는 것처럼 살겠죠. 그렇지 않게 살아본 사람이 있을까요.
23/05/05 09:59
재밌네요.
전지와 전능을 어떻게 정의하고 증명할 것인가. 인류의 총합보다 나으면 전지, 전능인가. 언젠가 인류가 우주를 증명하면 전지에 닿았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요.
23/05/05 10:03
저도 예전에 본문의 뇌과학 실험결과를 보고 자유의지에 대해 한참 고민해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자아, 의식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전에 일기장에 적은 글을 옮긴 것이 문체가 어색한데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아, 의식 혹은 자유의지라는 것은, 뇌가 만들어낸 허상, 혹은 뇌(신경)의 결정을 비추는 거울이나 모니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인 뇌를 비춘다는 것에서 본질이 아니라고 할 것이 있을까? 그 자체로 본인 뇌를 비추기에, 본질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뇌가 선택한 것과, 의식이 선택한 것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뇌는 환경에의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의식이란 것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환경 변수를 입력받고 있다. 즉, 의식이란 뇌에 대한 입출력 장치 같은 것이면서 결국 뇌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좁은 의미의 뇌의 작용이란 무의식의 영역을 말하지만 광의적으론 의식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실험에 따르면 의식(혹은 사고)은 직접적으로 특정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실 사유의 결과를 무의식에 피드백하여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간접 선택) 이를 생각하면 결론적으론 내 의지로서 선택이 가능하다, 혹은 자유의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결론에 따르면, 사유하는 것이 즉 나를 정의하게 된다. 그리고 니체의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를 다시 떠올려보게된다. 충달님의 "해석"이나, 빅터 프랭클의 "반응할 자유" 와도 닿아있는 사유였던 것 같아 남겨봅니다.
23/05/05 10:14
입출력을 말씀하셔서 저도 첨언하자면요. 사실 뇌의 작동도 내외적 변수를 입력받은 출력일 뿐이라는 거죠. 그게 허상인 자아가 바로 나다!를 시전할 순 있어도 그 허상인 자아가 주체적이다! 자유롭다!는 시전 불가능한 이유고요. 물론 뭐 위에서 나온 얘기처럼 양립가능론자나 기독교 예정론자마냥,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행동을 수행하는 것은 너이기 때문에 하여튼 책임은 있는 것이다 식으로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만 보편적인 삘과는 동떨어져 있죠. 그래서 (본문 동영상에서도 스쳐지나가듯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만) 약한결정론 같은 건 재정의된 자유의지라는 비판을 받는 편이고요. 요컨대 우리는 입력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입력 행위를 한다고 착각하는 그 모든 선택들은 사실 입력이 아니라 출력이란 거죠. 따라서 우리는 통제를 할 수 없는 거고요. 따라서 우리는 자유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게 인과율이 지배하는 유물론적 세계인 거죠.
23/05/05 13:33
전능할 수 있지만, 전지하는 바람에 시간의 인과를 거스르지 못함. 요게 제가 생각한 전지와 전능이 양립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23/05/05 13:40
그래서 기독교에서 예정을 말하는 것이긴 하죠. 예지가 있다면 그것은 예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시간의 인과 자체가(거기에 함축되어 있는 목적성이) 전능자의 뜻이란 말입죠 유신론적으로 보면.
23/12/15 07:03
이 댓글을 이제야 보게 되어 늦게나마 답변을 드리자면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쯤 되면 예정되었다는 게 필연적으로 목적성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한 예정으로 가득 차 있는 세계, 즉 결정론적 세계를 만든 게 신이니까요. 그래서 예지예정보다 이중예정을 훨씬 논리적이라고 하죠
23/05/05 10:57
저도 그걸 인상깊게 읽었는데!
제 결론은 결정론적 세계에서 자유의지가 없다는 시스템적인 결론과 내 삶에 선택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결정은 서로 논의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네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데브스]라는 드라마에서 보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지만 그걸 보고 다르게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이 틀린걸까요 사실은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걸까요? 대부분의 루프물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뭔가 하나씩 불완전하게 설정하죠. 볼 수 있는 미래의 조각이 제한적이라거나. 그래서 뭔가 주인공이 착각을 해서 결과적으로 예고된 미래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죠.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모순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23/05/06 00:36
모든 것을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고
불완전한 예측을 보고 불완전하게 예정된 것과 반대로 행동하며 나는 자유의지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도록 설계....?
23/05/05 10:41
전지전능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르게보면 전지전능하면 닥터맨하탄의 마지막처럼 아무것도 할필요도 의지도 없어진다고 봅니다. 여튼 전지전능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100프로 전지전능이 아니라 전지전능에 가까운 존재라고 봐야죠. 타노스가 전지전능하다면 절반을 날리지 않고도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었겠죠.
23/05/05 11:30
종교학적인 전지전능은 좀더 제한적인 의미로 봐야죠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자신이 만든 우주에 한정해서 전지전능인 것이지, 자신이 포함된 우주를 포함한 개념은 아닐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시뮬레이션 우주를 만들어내었다면 그 우주에 관한한 전지전능할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창조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전지전능하다는 의미는 아닐거라는 겁니다
23/05/05 12:12
글의 주제와 완전 일치하진 않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가톨릭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생각과 줏어들은 얘기들 적고 갑니다 반박시 여러분들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는 사실 난제니까요 신이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전능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선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가 그를 신으로 불러야 하는가? 이상 에피쿠로스의 역설 그리스도교에선 이를 신이 악의 성질을 갖는다가 아닌 완전한 선으로서의 전지전능한 신이 있고 악도 존재한다 신의 영역엔 악이 없고 악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어둠이 빛이 있는 곳엔 들어설 자리가 없다) 원죄를 지어 선과 악이 혼재된 인간은 그래서 신을 믿어야한다 (신과의 일치를 지향) 라는 원리 그러면 나머지 의문점은 원죄와 자유의지 여기선 관념론적 도돌이표 의문이 발생합니다 왜 신은 악을 멸절하지 않는가 왜 신은 인간이 원죄를 짓지 않게 창조하지 않았는가 로봇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서 만들어서? 왜 그럼 신은 신과 같이 원죄를 짓지 않는 완전히(상징적 텍스처인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안따먹도록) 흠결없이 만들지 않았을까 such like God 이에 대해 명쾌한 관념적/이성적 논리로 답변하시는 신부님 여태 한 분도 없었습니다 아니 답변하시려는/이해시키려는 의도 자체가 다 없으셨고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하고 웃으시더라구요 한 학사님(가톨릭 신학대생)분이 저에게 무슨 얘기 하려는지는 공감하는데 그에 대한 정답은 각자의 몫임을 전제하시고 신이 또다른 신을 창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하시면서 그런건 어쩌면 순리 자체이신 신의 본성과 배치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셨다 합니다 물론 학사님 스스로에게도 명쾌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근사치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에게는 인정과 선택/불인정과 거부 둘로 나뉘어서 신앙이라는 선택을 해야한다라는 심플하게 생각하시기로 마음 먹으셨다고 신앙생활의 초기는 좀 허술해보일 순 있어도 점점 성서의 가르침 예수님이 설파한 사랑에 매료된다고 그걸 믿고 바라며 신부님이란 직을 택한거란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네요 왜란 의문보다는 삶에서의 열매를 맺는거에 신앙생활의 방점을 두어라 저는 그런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명쾌함을 좋아하는 인간 중에 하나지만 이 부분은 살면서 각자 답을 찾아내는게 결국 맞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23/05/05 12:47
"신이 또다른 신을 창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말씀하시는 주제와는 상관없는 내용인데, 저는 '의미'라는 말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신이 없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신이 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목적이 있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나' '목적이 없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나' '영원한 행복이 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남보다 우월하지 못한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남보다 우월한 삶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식으로 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런 말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게 과연 무슨 뜻일까, 뭔가 내용이 있는 말인가, 그냥 '나는 그게 좋다/싫다'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싶다/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다르게 하는 것 뿐일까, 라는 등의 생각이 들어요.
23/05/09 18:32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제가 들은 답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답은, 인간의 부족함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죄가 있어야 선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으며, 미움이 있어야 사랑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로 이야기 해도 같습니다.) 만약 어느 세상에 사랑만 있다면, 인간이 사랑이 무언지 알 수 있을까요? 빛만 있는 세상에서 어둠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있을까요? 즉,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간이 신의 사랑과 자비, 구원 등의 개념을 알려면 필연적으로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필요하고, 결국 인간에게 사랑을 주려면 인간은 부족한 존재(즉 서로를 미워하는 존재)로 창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3/05/05 12:48
종교에서의 '전능'은 철학적 의미의 전능과는 다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고대인들은 신이라는 존재를 왕들의 왕, 군주들의 군주 정도의 개념으로 본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누구도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그런 존재 말이죠. 말 한마디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졌다는 뜻이고, 그런 의미에서 성경에서 '신의 말'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죠. 그래서 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을 선지자라 부르며 존경했던 것이고요. 이후 그리스/로마의 철학적 소양이 깊었던 사도 바울은 그 철학적 이해와 유대교/기독교의 신론을 결합해서 교리를 만들어내게 되고, 그 모양은 '이데아'와 매우 흡사합니다. 인류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어떤 이상 같은거죠. 그리고 그 이데아의 결정체를 예수라 생각해서 그러한 가르침을 소아시아 지역에 전파하죠. 어쩌면 전능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매몰돼서, 원래의 뜻이 지워져버린 그런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3/05/05 13:26
전지하면서 전능하다는 것은 과연 존재가치가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이미 태어난 이후부터 끝이 어떤지 알고 있다는 건데..
23/05/05 13:29
그냥 약속일 뿐인 단어 쪼가리에 매몰되어 인간 중심적인 해석과 논의에서 오는 한계입져 인간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지않고 바닥 부스러기와 다를바 없는 걸로 본다면 전지전능은 충분히 양립가능합니다 그걸 받아들이기 싫을 뿐이지
23/05/05 13:56
존재 자체로 전지전능은 가능할 지 몰라도 (순수한 가정입니다) 인간의 감각 그 자체가 불완전하므로 그 전지전능을 보고 느끼고 확신할 방법은 없지요.
그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그 전능한 능력으로 인간에게 완전한 전지전능을 보여주고 느끼게끔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긴 한데... 그 전지전능한 존재가 뭐가 아쉬워서 고작 인간에게 그런 수고를 들여야 하는데? 라고 해 버리면 그만. 또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애초에 시간과 공간 인과율에 구애받지 않을텐데, 그런 존재를 인간이 인간의 관점에서 '그 존재는 ~~~를 알 수 있고 ~~~도 할 수 있는데 왜 ~~~렇게 안 함?' 이라고 항변해 봐야 무의미하죠. 인간이 생각하는 '안다'나 '한다'고 하는 행위는 결국 시간과 인과율에 귀속된 것이고, 그 시간과 인과율 자체를 주재하거나 아니면 시간과 인과율도 그 존재의 일부에 불과하다면 인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예를 들면 소설의 내용과 세계관은 작가가 창조하는 것이니, 작가는 소설의 창조주이자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제 아무리 강력하고 위대한 먼치킨이 나와봐야 작가가 나가리 시키면 그만이고, 작중의 시간 흐름도 작가가 고쳐 쓰면 그만이니까요. 그 소설 속의 인물이 작가보고 '당신은 왜 전지전능하면서 이런 고통과 불합리를 용인하는가? 그러니 전지전능한 신 따위 없다!' 라고 항변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지요. 쓰다보니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숭배해야 한다는 종교인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전 무종교에 불가지론자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전지전능을 인간이 인간의 틀 안에서 재단해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만 가정한다면 전지전능은 충분히 가능하고 별다른 모순 없이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예요. 물론 그걸 믿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고요.
23/05/05 15:21
전지전능을 논할때 하나의 시공간만 존재하고 그중에서 선택해야한다고 하면 미래를 알면서 바꿀수 있냐 없냐 등의 모순과 비극이 생겨나게 되지만
무한대의 시공간이 태초부터 동시에 존재한다면 그 모순은 사라지지 않나요? 예를들어 무한한 메뉴 조합이 가능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돈이나 먹을수 있는 양의 한계때문에 한가지 메뉴만 선택해야한다고 하면 비극이 생겨나겠지만, 돈이 무한하고 내 위도 무한하다면 그냥 아무때나 아무거나 골라 먹으면 되겠죠. 심지어 아이스크림 가게자체도 문닫을수 있게하는 힘이 있다면.. 전지전능은 성립 할 수 있지 않나요?? 그냥 단순한 사고실혐을 해보았습니다.
23/05/05 17:52
결정론적 세계관의 핵심전제는 모든 구성요소와 인과가 확정되어있어야한다는건데, 확률의 세계인 양자역학처럼 난수가 발생하는 영역이 있지 않을까요.
만약 자유의지와 관련해서도 이런 랜덤한 변수가 존재한다면, 흔히 말하는대로 자유의지가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오롯한 무언가도 아니지만 완벽한 허상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한번씩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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