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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05 12:38:13
Name DesPise
Subject [미디어다음] 스타크의 매력 속으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4강 경기에서 '전투'에 집중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박정석과 강민 선수. ⓒ미디어다음 김준진
         
10월 17일 저녁 서울 삼성동 COEX 아셈 메가웹 스테이션. 두 명의 스타 게이머 강민(프로토스)과 박정석(프로토스)이 맞붙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4강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500여명의 게임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선망하는 무대로 꼽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에 서기 위한 최종관문. 여기서 떨어지면 수개월간 끌어온 긴 여정도 마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경기다. 긴장감이 경기장을 맴돈다. 선수들만이 아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관객들, 대형 현수막과 풍선 등 응원도구까지 챙겨온 서포터스들도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게임이 시작되자 관객들의 눈과 귀는 온통 대형 스크린으로 쏠린다.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는 '유닛'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 크고 작은 전투에 함성과 탄식이 드라마틱하게 교차한다. '1경기'는 강민의 승리. 강민 진영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이나 운동 경기장처럼 관객들은 흥분의 도가니다.


박정석이 '2,3 경기'를 따내며 앞서가자 장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박정석이 다크아칸의 마인드콘트롤(상대의 유닛을 빼앗는 마법)을 이용해 상대의 캐리어를 뺏는 기발한 전략으로 승리를 따내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일부 여성 팬들은 승부의 고비처마다 차마 스크린을 쳐다보지 못해 고개를 떨군 채 자신들이 응원하는 스타의 승리를 기원한다.  




스타 열기 2신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는 대신 PC방으로 향하는 직장인들. 길드(게이머들의 모임)를 만들어 팀배틀(팀 대항전)을 벌이고 내기 게임을 하는 문화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유행이 수없이 출몰하는 N세대 문화에서 하나의 게임이 고정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뉴스다.


이 게임의 국내배급사인 한빛소프트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98년 4월 첫 출시된 이후 확장판인 '브루드 워'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280만여 장이 팔렸다. 1000만장으로 추정되는 불법복제판까지 합치면 'PC게임을 하는 사람치고 스타크 안 해본 사람 없다'는 말은
'스타'를 못하면 '왕따'가 된다? 젊은 세대들은PC게임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동료의식을 느낀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출시 초기 폭발적 판매량에 비하면 주춤한 상태지만, 전체적인 열기는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11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결승전을 열어 처음으로 '야구장 시대'를 활짝 연다. 2년 전 처음으로 '체육관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주최측조차 '과연 흥행이 될까' 반신반의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9월 19일 열린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 부산 투어에는 무려 2만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지난 18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광주투어는1만5000명이 관람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부럽지 않은 관객 동원력이다.


마니아의 경지를 넘어 대중화의 길에 접어든 이후 '스타크'게임은 산업적으로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몰고 왔다. 스타크래프트가 90년대말 초고속 인터넷과 PC방 보급의 첨병역할을 하며 IMF탈출에 공헌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계속해서 스타크의 인기를 발판 삼아 게임중계를 전문으로 하는 4개의 케이블 및 위성방송사가 설립됐으며,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종까지 탄생했다. 이제는 어엿한 프로게임단 까지 10여개가 운영중이다.


한 경제연구원은 2001년 스타크래프트가 15만명의 고용창출과 4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왔다고 추산한 바 있다.


90년대 초반 신림동에서 대학을 다닌 현영수(29)씨가 스타크를 배우게 된 동기는 이렇다. "제가 98년, 좀 늦게 군대를 갔어요. 그 전에는 친구들 만나면 당구를 쳤죠. 그런데 몇 개월 만에 휴가를 나오니 친구들이 이제는 '스타' 하러 간다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옆에 앉아서 친구들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죠. '스타'를 못하면 '왕따'가 되는 분위기더라구요. 예전에는 한 건물마다 하나씩 당구장이 있었어요. 지금은 한 건물마다 하나씩 pc방이 있잖아요. "

            

'반강제적' 분위기에서 배우기 시작한 게임이었지만, 현씨도 어느새 친구들을 만나면 팀배틀을 즐기고 결코 마니아급은 안되지만 쉬는 날이면 게임 방송을 즐겨보는 수준이 됐다.


방송 중계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N세대 팬들. ⓒ미디어다음 김준진

출시된 지 7년째, 첨단의 유행이 나고 사라지는 게임계에서 수많은 올드팬을 거느린 이 게임은 여전히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내면서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스타크는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진단을 내놓았지만, 이 게임은 그때마다 보란 듯이 예상을 비웃으며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왔다. 이것이 불가사의한 스타크의 힘이자, 한국이 자랑하는 e-스포츠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도대체 어떤 마력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이토록 열광하도록 만들고 있는가. 그 대답은 PC방의 수백만 '게이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전략으로 GG(Good game, 패배를 인정할 때 쓰는 말)를 받아냈을 때의 쾌감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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