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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05 14:53:49
Name 스테비아
Subject [유머] [유머] (혈압주의) 스테비아의 군대이야기 03. 군 생활 마지막 일주일
사실 군대 이야기는 백 명이면 백 명 다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간부 입장에서 보는 군대 이야기는 희소할 것 같아서 올리는 거랍니다. 크크;;
취업준비를 하면서 자기소개서에 매번 쓰는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까먹을 것 같아서 남겨둡니다.

전역 일주일 남은 저는, 이미 대부분의 짐을 집에 보내 두고 마지막으로 택배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전역일은 6월 30일. 일요일이었습니다. 다른 부대는 28일에 끝내고 집에 가는 곳도 있다는데, 6월 30일에 집에 가랍니다 ㅡㅡ

우리 중대장님은 느닷없이 파견을 명 받았습니다.

그럼 중대는 누가 지키지?
그래서 6월 22일 토요일부터 중대장님이 돌아오는 29일 토요일 아침까지 중대장 대리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동기들 말년이라고 BOQ에서 나오지도 않는 친구도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ㅠ.ㅠ]
하지만, '집에 가는 날까지 영원히 여기 있을 것처럼 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기회라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아래는 마지막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6. 22. 토요일
토요일 당직은 D였습니다.
옆 대대에서 D를 맡고 있던 중대장님은 대대장님을 찾아가서 '얘랑 일 못하겠다'고 울었답니다. 그래서 우리 부대에 왔죠ㅜㅜ
그리고 부대에서는 7월 10일 전역하는 말년병장 셋이 있었고, 6월 24일 월요일 아침부터 말년휴가를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말년병장 셋 중에, 서른 하나 박 병장이 있었습니다;; 전입 와서 한 달만에 서른 살 이등병이 되었지요.
아무튼 이 박 형은, 토요일에 당직사관에게 '마지막으로 애들 족발좀 사 주게 시켜 주면 안 되냐'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D는 거절했습니다.
물론 원칙상 당연히 안 되긴 하는데, 문제는 B와 D는 당직때마다 뭘 시켜먹다 당직사령에게 걸려서 혼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란 겁니다.
몰래 시켜먹는것도 중대원들이 다 알고, 매번 걸려서 당직사령에게 털리는것도 다 알고, 그래도 그 다음 당직 때 또 먹는 것도 다 알고.....


6.23. 일요일
박 병장은 행정반 전화를 이용해서 족발집에 전화를 걸었고, 족발 공수에 성공했답니다.
그리고 먹을 곳이 없는 만큼 당연히 D에게 걸렸지요.
D는 중대 카톡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박 모 병장이 족발 시켜먹지 말랬는데 먹다가 걸렸습니다. 대대에 보고하고 월요일에 징계위원회 열겠습니다.'

1. 내일 아침에 휴가 떠나는 사람을 무슨 수로 징계위원회를 여느냐..
2. 중대장님도 자리에 없는데 징계위원회는 나랑 행보관이 여느냐..
3. 징계위원회가 짠 하면 펑 하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거 준비하는 과정 여태 안 봤냐...
4. 대대에 보고하면 중대장 없는 중대 잘 돌아간다고 대대장님 참 좋아하시겠다...
5. 넌 도대체 당직사관이란 인간이 족발 시켜먹도록 뭐 했냐??
6. 여기서 4번이 내 입에서가 아니라 대대장님 입에서 나올텐데??

등의 의문이 들었고, 황금같은 주말은 멘붕이 되었습니다 ㅠ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월요일 출근을 했습니다.


6. 24. 월요일
월요일이니까 지휘통제실에 올라가서 중대 대표로 일일상황보고를 해야 합니다.
중대장님은 슬슬 다음 선임소대장이 될 B를 회의에 올려보내고 싶어했지만, 대대에서 작전과장님이 거부해서(...) 제가 올라갔습니다.
박 병장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나옵니다. 이미 셋 다 휴가 출발. 아마 중대장님과 D소대장 사이에 이야기가 있었나 봅니다.
사실 원칙대로 하면 처벌하는 게 맞지만, 이등병때부터 키워온 친구들이기도 하고...
'그까짓 족발 좀 미리 시켜주지 왜 일을 크게 만드냐'가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회의시간에 일주일 동안의 계획 보고를 했습니다.
월요일에는 목요일에 있을 신병교육 수료식 예행연습을 하구요.
화요일에는 연대장님 정신교육이 있어서 준비를 하구요.
수요일에는 사단 부관과에서 수료식에 앞서서 검열을 하고 수료식 준비를 마칩니다.
목요일에는 신병교육 수료식입니다. 사단장님, 연대장님, 그리고 1000여 명의 면회객이 오십니다. 그리고 신임 소대장들이 전입해 옵니다.
금요일에는 새로 온 소대장들을 데리고 소대장 이/취임식을 하고, 대대 체육대회 행사인 군장축구를 합니다.
토요일에는 드디어 해방!!!ㅠㅠ
이렇게 보고를 드렸습니다. 무슨 일주일 사이에 상급부대 지휘관이 몇 번을 오는지...

아무튼, 월요일은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침회의랑 오후 결산 때문에 지휘통제실 들어가는 게 부담일 뿐이죠.
솔직히 제가 할 일이 아닌데.... 동기들 중 올라온 건 저 뿐이었습니다. 다른 중대 중대장님들도 측은하게 바라보구요..



6. 25. 화요일
전쟁 몇주년이더라? 아무튼 관련해서 행사도 있었지만 생각이 안 나네요.
대신에 연대장님이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교육이 있었습니다. 2개 중대가 동시에 하지요.
대대 강당에서 정신교육을 진행하는데, 600명 앉을 의자 세팅, 마이크 세팅, 칠판과 필기구, 입구 청소, 강당 화장실 청소 등의 일이 있네요.
B에게 연대장님 드실 물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매번 쓰는 잔에다가요. 제 서랍 안에 있는 새 보드마카도 함께요.

오실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네요. 강당 앞에 갔습니다. 웬 빨간색 모닝 하나랑 육공 트럭이 주차되어있네요 -_-
"이거 뭐야??"
"모르겠습니다. 전화도 안 받습니다."
"야이.... 모르면 다냐? 연대장님 오시는데?ㅠㅠ 물은?"
"아..... 지금 떠오겠습니다."
대대를 가로질러 야외교육장으로 뛰어갔습니다. 사단 부사관 집체교육이 있어서 타 부대 부사관들이 구급법을 배우고 있거든요.
빨간색 모닝 주인을 찾아서 손 잡고 뛰어와서 차를 뺐습니다. 연대장님 도착 7분 전.
육공은... 들어 있는 자재를 보니 건물 보수를 하러 온 것 같습니다. 이번엔 본청 건물로 달렸습니다.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상사 한 분이 보입니다. 연대장님 얘기를 꺼내자 앞서서 달려갑니다.
결국 주차된 트럭이 빠지긴 했는데, 흙이 자욱하네요. 빗자루를 가져와 쓸었습니다. 연대장님 도착 3분 전.
B가 물을 떠 옵니다. 미리 말해 준 것처럼 대대장실 앞 근무병실에서 투명한 유리잔에 잘 떠 왔네요.
라면이라도 끓일 수 있는 따끈따끈한 물을 떠 왔네요. 영상 30도가 넘어가는 여름에요. ㅜㅜ
물을 버리고 다시 강당 앞 중대로 들어가 차가운 물을 떠 왔습니다. 연대장님 도착 1분 전.

이렇게 행사는 무사히 끝났..... 옆 중대장님이 말씀하십니다.
"칠판 보드마카 중에 파란 색이 안 나오던데? 내가 바꿔 놨어 걱정 마~"
책상 서랍에는 새삥 보드마카가 그대로. 하아....ㅠㅠ


6. 26. 수요일
수료식 최종 연습입니다. 그리고 면회객 입장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주민등록증을 받고 보관하고 출입증과 교환하는 일도 필요하고, 자기 아들이 몇 소대 몇 줄에 서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게 상황판도 만들어야 합니다.
화장실은 반짝반짝 눈이부시게, 면회오신 분들 앉으실 의자, 그리고 그늘을 가릴 천막도 설치해야 합니다. 통신과가 마이크를 잘 설치했는지도 확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대 모든 기간병과 간부의 임무를 나누어 줘야 합니다.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일병 000은 위병소에서 사열대로 꺾어지는 곳 입구에서 면회객 통제, 사단장님 들어오면 경례 확실히!'
'상병 000은 1소대 앞에서 면회객 통제, 수료식 후 1소대 집합시켜서 지시사항 전달 후 해산'
'병장 000은 어제 당직근무니까 들어가서 자다가 훈련병들 면회 복귀하면 소지품 검사'
'중사 000은 미안하지만 오전에 면회객 주차장 통제하고 오후에 근무취침을...ㅠㅠ'
'하사 000은 훈련병 입장할 때 맨 뒤에서 입장 신호를! 수료식 후 점심식사 추진'
등등등... 하나하나 분명한 역할을 주고, 근무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제일 잘 하는 부분, 인정받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이 날도 일이 많을 뿐이지 어려운 건 없었습니다. 퇴근할 때 보니 당직사관과 저만 남아있는 게 함정 ㅡㅡ


6. 27. 목요일
수료식 날입니다.
갑자기 연대장님이 전역 장교들을 연대로 소집합니다. 부연대장님과의 정신교육이 있답니다.
나능 어쩌지? 하고 있는데 저도 가라고 하네요. 총 지휘는 화요일에 같이 정신교육 준비했던 옆 중대 중대장님께 맡긴답니다.
아... 열심히 연습시켰는데 잘 하나 봐야 하는데.... 이상한 데서 말아먹으면 어쩌지? 마이크가 안 나오면 어쩌지? 상 받는 훈련병들이 실수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맘을 비우고 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이제 말아먹으면 욕만 들으면 되지 뭐...
부연대장(말년 중령)님과의 짧은 이야기가 끝나고, 수료식 종료와 함게 저도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부대쪽에서 면회객들 차량이 줄지어 나옵니다. 잘 됐겠지?
중대에 가니, 소대장들은 보이지 않고 부사관들은 초상집분위기..
주임원사님이 중대장 없는 중대라고 불안해서 좀 심하게 뭐라고 했나봅니다. 다들 울상입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서 대대장님 얼굴을 살짝 봤습니다. 싱글벙글한 걸 보니 별일 없었나 봅니다. 아 다행이다...ㅠㅠ

면회시간이 끝나고 어느덧 복귀시간. 훈련병들이 부모님과 함께 줄줄이 들어옵니다.
이제 부대 내로는 부모님들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문 앞에서 부모님께 경례도 하고 포옹도 하고 하면서 들어옵니다.

복귀시간이 끝나가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ㅠㅠ
미리 파악해둔 전화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한 명이 전화를 받지 않네요..
복귀 10분 전, 전화가 연결됐습니다. 지금 오고 있다고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대대장님께 보고했습니다.
다행히 3분 남기고 마지막 한 명까지 복귀했습니다. 같이 지켜보던 대대 참모들과 중대장님들이 안도의 숨을 쉽니다.
중대로 복귀해서 다시 한 번 인원 파악을 했습니다. 각 소대 이상 없다고 합니다.

"**! X중대 부중대장입니다. X중대 훈련병 면회 복귀자 생활관에서 재파악했습니다. 전원 이상 없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오늘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맘 졸이는 순간은 많았지만...




6. 28. 금요일(여기는 과거 글을 인용합니다.)

어제, 저와 바통터치할 두 명의 소대장이 중대로 왔고, 연대에서는 금요일까지 정식으로 소대장 이/취임식을 실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소대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이취임식을 진행하라는 거죠. 초임소대장의 지위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요일의 마지막 대대 결산 회의. 일주일 내내 제가 들어갔지만, 제 자리름 맡을 B에게 회의를 올라가라고 했습니다. 이게 해 봐야죠...
대대에서도 미치지 않고서야 제가 있을 때 회의에 들어가서 요령을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할거고, 일주일 내내 했는데 저보고 빠졌다고 하진 않겠죠.

당시 대대는 중대대항 군장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축구를 완전군장으로 하는 겁니다. 저는 이런 훈련이 병사들 무릎에 치명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대대에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생각해서 일정을 미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금요일에 두 경기를 해서 그날부로 군장축구를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7월부터는 삼각족구(코트를 두 개 놓고 족구를 세 팀이 하는..??)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소대장 이취임식을 중대장님도 없이 하는 건 무리고 하니, B에게 회의에 올라가서 보고할 것을 알려줬습니다.
군장축구를 미루든 이취임식을 미루든 보고를 드리라고요.
한편, 중대에서 이취임식 준비를 아무도 안하더군요... 저는 소대장 보직이 아니라 이취임식이 없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내려온 B는 '군장축구도 오늘내로 끝내고 이취임식도 오늘 내로 끝내라'고 지시받았답니다.
군대가 아무리 막혀 있다지만 그럴 리가 없는데... 해가 지는 시간인데 축구는 언제하고 이취임식은 언제할까 멘붕이 왔습니다.
연대에서 소대장 이취임식을 오늘 내로 끝내라는 건, 총기와 인원을 모두 갖춘 자리에서 확실한 이취임식을 하라는 거거든요.
그러면 총기도 다 꺼내서 받을어 총 하고 사회도 보고 등등 해야 하는데, 이 시간에는 무리입니다.

대대장님께 전화드렸습니다.
"00! 중위 000입니다." (긴히 부탁할 때는 이름을, 정식 보고가 필요할 때는 직책을 대는 센스!)
"응~그래"
"xx중대 소대장 이취임식을 아직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군장축구 중인데, 밤에 연병장에서 방송준비하기에도 제한되고 중대장도 부재중이라 내일 오전에 집합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보고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중대장은 오늘까지 파견이고 내일 이취임식때는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 어차피 중대장도 없는데 하면 이상하잖아. 그렇게 해~"
"예, 알겠습니다. 00!"

대대 간부들에게 단체 카톡들 보냈습니다. 이차저차해서 이렇게 됐고, 휴일에 전부 출근하셔야 하게 되서 죄송하지만 이게 맞는 것 같다고.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는데, 왜 보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누구한테 그렇게 들었는데?? 대대장님??"
"그게... 옆 중대 중대장님도 그러고 지원과장님도 그러고 연대장님 지시인데 어떻게 안하냐고 그러면 대대장님 노하신다고 그러고 또...."

결국 대대장님 지시도 아니었고, 대대장님께 기는 참모부 이야기 듣고 알아서 꼬리내리고 결산 때는 이야기도 안 한 거죠...

결국 군장축구 하는 내내 옆에서 제 군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탈탈 털었습니다.
너 하나때문에 일주일 고생한 간부들이 휴일 오전에 다시 모여야 하고, 제 때 보고만 드렸으면 오늘 중대장님 없이도 할 수 있었고, 왜 중대장님 대신 중대 대표로 올라가서 참모부 말 듣고 꼬리내려서 이런 상황을 만들고, 그럼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을 직접 내려야지 왜 낼모레 전역하는 나한테 '이제 어쩌냐'는 식으로 전화하고 배를 째냐고, 나 집에 가고 나면 집으로 전화할 거냐구요.



6. 29. 토요일.
아침에 중대장님이 출근하셨고, 행정보급관님과 대대 강당에서 소대장 이/취임식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준비 다 하고, 이취임식때는 방송실에 숨어서 지켜봤습니다. (마이크를 켤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냐!!!!)
중대장님은 새로운 소대장들과 함께 훈시를 하면서 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연대본부로 떠날 시간입니다.
연대장님 지시로 전역병들 사고치지 말라고 하루 전에 연대본부로 불러서 한꺼번에 전역시키더니, 전역장교에게도 똑같이 합니다ㅡㅡ

중대에서 그 동안 감사했다고 간부들이 돈을 모아 맞춘 감사패를 전달해줬습니다. 여태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좋은 거네요.
기간병들 하나 하나 껴안아주고, 간부들과 인사를 하고 돌아섰습니다.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절도있게 경례해 준 홍 중사님. 형님 그 경례 하나에 군생활 모든 일이 보람있게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동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밤을 보냈습니다.
잠이 안 오더군요. 더워서...... 내가 왜 여기 생활관에 누워서 군생활 마지막 밤을 보내야 하나!!ㅠㅠ



6. 30. 일요일.
추리닝 복장으로 나온 연대장님 앞에서 전투복을 갖춰입고 전역신고를 했습니다.
전날 저녁에 연대 들어와서 머리 깎인 동기 윤 중위는 우리보다 한층 더 깊은 빡침을 느낍니다.
연대 인사과에서 전역증을 나눠줍니다. 코팅지에 끼워서 코팅도 안 하고 사진은 직접 붙이라고ㅡㅡ

연대버스를 타고 대대로 돌아가서 대대장님께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집으로 갔습니다.
정말 긴 일주일이었는데, 매번 있던 일의 종합판같아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ㅠㅠ

조금 있으면 이게 벌써 일 년이네요. 시간 빠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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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5 15:05
수정 아이콘
저번부터 글을 볼 때마다 궁금했는데 49기이셨습니까....한참 아래 기수 학군입니다. 양질의 글 감사합니다. 내년에 야전가서 열심히(B, D)가 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스테비아
14/06/05 15:1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일하는 시간에만 일해도 B, D는 되기 어렵습니다 크크
후보생때든 임관후든 궁금한 거 있으시면 쪽지로 편하게 물어 보셔요~^^
설탕가루인형형
14/06/05 15:08
수정 아이콘
족발로 인한 반전이 있을줄 알았는데 아쉽네요.^^;
스테비아
14/06/05 15:14
수정 아이콘
저 전역 후에 두 친구가 당직사령 서면서부터는 모든 중대에서 족발 파티가 열렸다는 전설이 들립니다..
당직사령이 지휘통제실에서 내려오질 않아서 당직사관들이 참 좋아한다고...;;
대대에서도 두 친구 사령근무 안 세우려고 둘 빼고 나머지만 먼저 사령근무 투입하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은 인원이 없어서 실패ㅠㅠ
파란발바닥
14/06/05 15:09
수정 아이콘
작전사 예하부대로 산꼭대기에 있었던 일반병인데 장교님 입장에서 쓰신 글이라 그런지 재밌네요 크크 힘들었고 다신 가고싶지않은 곳이지만 얘기 듣는건 좋아합니다 재밌게 잘봤어요 크크
스테비아
14/06/05 15:15
수정 아이콘
다시 가라면 저도 안 갑니다. 군대에서 소원이 '나가면 공장에서 하루 종일 반복노동하는 일만 하고 싶다'였습니다. 크크크
수틀리면 진짜 기쁜 마음으로 공장 취직할지도요... ㅠㅠ
14/06/05 15:11
수정 아이콘
스테비아님 글 읽을때면 군시절 봤던 개념 장교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배울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이 드는데...
반면 진짜 생각만 해도 열받는 장교도 있었지만 말이죠 크크
스테비아
14/06/05 15:17
수정 아이콘
위에 규현님 글도 있지만, 전역하는 분들은 저처럼 하면 안됩니다.
저는 ABCD를 겪으며 전역 후 바로 취업을 포기한 상태였어요. 그냥 내가 다 하고 쿨하게 나가서 취업 준비한다는 생각이었거든요ㅠㅠ
4번째 이야기는 봄내님을 위해 저를 가장 열받게 했던 상관 이야기를 써야겠네요. 크크
14/06/05 15:1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14/06/05 15:36
수정 아이콘
실례지만 일년 지나셨다길래..혹시 구직 끝나셨나요?
스테비아
14/06/05 16:47
수정 아이콘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하반기에 갈아탈 예정입니다. 흐흐
인규Roy문
14/06/05 15:54
수정 아이콘
07학번 이신가 보군요.
스테비아
14/06/05 16:48
수정 아이콘
네... 얼마전에는 B 친구에게 쪽지도 왔는데 점차 신상이 털리는군요...? ㅠ_ㅠ 농담입니다.
14/06/05 16:34
수정 아이콘
군대 글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전역한지 5년 되었네요. 6월 30일 하니까 옛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저희 때는 6월 30일이 화요일이었는데 그 전 주에 대대전술이 있었어요. ATT도 아니었는데, 연대장님 오신다고 대대장께서 전역 간부들까지 전부 다 복귀행군까지 다 해야 한다고 금요일 새벽까지 행군하던 기억이 납니다. 임무 브리핑도 드라이도 A급으로 해야한다고 해서 후임 한 번 시켜보지도 못했네요. 정말 성격좋던 동기 인사과장은 말년 휴가도 잘리고 행군하다가 폭발... 말년 휴가 4박 5일이 3박 4일로 짤린 것을 동기들은 다 챙겨주고 인사 혼자 못 나가면서까지 훈련 같이 뛰었거든요.

저 근무할 때는 일부 후배들도 부사관들도 다 좋았는데 말년에 갓 부임했던 대대장이 문제였어요. 뭔 회식을 그렇게 좋아해서 가족들도 있던 양반이 매주 두 번씩 여군상담/초급장교상담/참모부간담회 등등 별 핑계를 다 대면서 회식을 하지 않나... 인사담당관은 회계 빵구난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알아서 (?? 어떻게??) 처리하라고 그러고. 주임원사에게 그 동네 막걸리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막걸리를 사오라고 하고 (!!), 회식할 때 주임원사가 알아서 기셔서 (표현 죄송...) 짬 안되는 부사관들이 고기 굽고 나중에 BOQ와서 불평하고... 아주 골 아팠습니다 흐흐.

그나저나 저 때 근무할 때 뭔가 마가 끼었는지... 참 다양한 일이 많았어요. 말년에 GP에서 수색에서 사고쳐서 포병 FO를 갑자기 동반 투입하라고 그러지 않나... 그 때 게다가 BTCS 파견 나가라고 해서 초급 장교들 전부 파견나간데다가, 군단에서 사고 예방 차원에서 중위(!) 이상으로만 올리라고 해서 (도대체 어떻게? 총원 4/4/60에서 3/3/50인데 포대장 전포대장 빼면 누구를??) 덕분에 말년 중위 두 명 2개월씩 GP 올렸네요. 포대에선 욕 먹고 동기들한테 섭섭한 소리 듣고... 소주 한 잔 사주고 제 잘못도 아닌데 미안해하면서 GP 올리고 그랬네요. 사실 굉장히 미안하고, 그러면서 어쩔 수는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지시에 화만 났습니다. 군단 지시사항인데 어찌할 수도 없고. 덕분에 근무표는 아주 패닉... 저 같은 경우 사흘에 한 번 근무였어요. 플러스로 말년 휴가를 다 못 나가지 않나... 더 어이없는 것은 GP는 그 쪽에서 사고쳐준 덕분에 올라가는 건데, 수색에서는 물자도 알아서 협조(!)하라고 하고, 전파도 잘 안 하고 귀찮은 사람 취급하고... 지금 생각하면 왜 안 뒤집어 엎었나 싶습니다. 어차피 전역하는데 보병연대본부가 바로 앞인데 소원수리를 쓰거나 미친 척 하고 배깔고 누울걸...

당직은 6월 셋째주까지 꼬박꼬박 섰었고. (어차피 마지막 주가 대대전술이라 근무가 따로 없었네요.) 동기들은 이리저리 치여 근무하다가 전역 후에도 취업 죄다 실패... 파견나간 애들은 어차피 주말이 없었고, 잔류인원들도 주말마다 당직이어서 동기들은 4,5,6월에 토익도 한 번 제대로 못 보고들 전역했네요.

근무 중에는... 참모부 계원은 충원을 안 해주고 담당관이 관심이라서 혼자서 말년까지 일 붙들다가 전역한 것 같습니다. 똘똘한 애 지휘실습 때 왔길래 일주일 잘 알려주고 시키려고 그랬는데 전역 7개월 전 전입 온 본부포대장이 하극상... 저 말년이라고, 실권 없다면서 (이건 들은 이야기.) 마음대로 저한테 상의도 없이 애들 보직변경 시켜서 대대장에게 보고까지 하고 본부포대로 채갔네요. 허허. 덕분에 새로 받은 소위가 전혀 일을 이해 못해주는 덕분에 전역 후에도 전화 계속 오고, 감사도 빵꾸났다는 소식 듣고 (자그마치 재감사... 1년 전에 최우수 받은 부대가, 허허. 예를 들어 바인더에 다 정리해놓고 간 자료가 없다고(?) 지적 받고, 그 친구는 제가 만들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뭐 전역 간부 팔아먹는 거야 전혀 비난할 것이 안 됩니다만...

그 후에 몇 명 보직해임 당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전역하고 나서 씁쓸한 소식들만 들었지만, 말년에 너무 데여서인지 애정도 식었고 별로 군대 기억은 들여다보게 되지 않더군요... 지금 적다보니 제가 너무 물렀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덕분에 생각나서 전역하고 처음으로 주저리주저리 꺼내봅니다. 흐흐.
스테비아
14/06/05 16:49
수정 아이콘
다른 사람이 제 글을 보면 이런 심정일듯합니다...ㅠ.ㅠ
병장 단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말을 하며 불평해도 해 줄 말이 없을 때... 그 기분....ㅠㅠ
단약선인
14/06/05 17:05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든 인정 받고 잘 하실 분 같습니다.
스테비아
14/06/05 17:4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정작 밖에서는 아직 인정받기 어렵네요 ㅠ_ㅠ
14/06/05 20:52
수정 아이콘
역시 믿고 보는 스테비아님 군대글. 전설의 D가 살짝이나마 등장했군요.
위에 DS님 경험담도 그렇고 어리버리한 후임자들때문에 몸담았던 부대가 초토화되는걸 보는건 참 씁쓸합니다.
전 병장 제대이긴 했지만 제가 있는 동안엔 2년간 영창이 한번도 없었는데, 말년에 전입온 이병이 어째 범상치 않았는데 제대하고 들으니 부대가 그 친구 덕에 대격변을 겪었다고.... 영창도 줄줄이 가고 각종 복지가 싹다 날아가버렸다죠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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