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아싸>

(전략)

어느 날, 상훈이가 돌아와 있었다. 그는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힙했다. 문득 그의 팔뚝에서 빛나는 클럽 팔찌가 눈에 들어왔고, 옆에 끼고 온 친구까지 눈에 띄었다. 나는 겁먹은 소리로 악을 썼다.
"너 미쳤니? 너 기어코 미쳤구나. 미쳐도 왕창. 가짜 인싸 짓까지. 너 정말 미쳤니?
"헤이, 이러지 말고 이제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어. 나는 힙한 핵인싸고 보다시피 친구도 있어. 내가 좀 별난 것 뿐이야. 방학동안에 아싸들 삶도 좀 경험하고, 친구 귀한 줄도 좀 느껴보고 싶어서 아싸인 척 해본것 뿐 이야. 앤 마이네임이즈 낫 상훈 벗 대니얼. 유가릿? "

인싸들이 제 붙임성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아싸를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 아싸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외로움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내 외로움 그게 어떤 외로움이라고. 내 외로움은 나같은 아써에게 있어서 소명이다. 거기다 맙소사. 이제부터 인싸들 사회에선 아싸장난이 유행할 거란다.

나는 클럽 팔찌를 받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를 내쫓았다. 나는 그를 쫓아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아싸를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내 외로움을 구성했던 내 피규어와 포스터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방에는 이미 덕력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아싸를 훔쳐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은 빛나는 외모, 인맥, 붙임성만 갖고는 성이 안 차 아싸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인싸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아싸를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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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놈들아 아싸까지 훔쳐가진 마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