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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01 01:25:59
Name TheLasid
Subject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일반화의 오류가 그것만 있다는 성급한 일반화를 멈춰주세요 :) (수정됨)
일반화(Generalization)
: 구체적인 사례 여럿에서 공통적인 성질을 끌어내어(abstracting) 보편적 개념으로 체계화하는 행위입니다. 추론이든 통계든, 결국 귀납(induction)에 의지합니다.

예시
: 포유류나 파충류, 조류 등 여러 생물을 보고 ‘동물’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
: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등 여러 도형을 보고 ‘다각형’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
: 통계 분석을 통해 국민 소득과 국민 건강 사이에 양의 상관(correlation)이 있다는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

효용성
: 여러 개별 사례에서 중요하고 관련성이 높은 부분을 추려내어 그 핵심을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현재 사례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 학습 능력.
: 패턴화(patterning, 정형화), 추상화(abstracting), 관념화(idealizing), 의미화(signifying) 등등등등 고등한 지적 활동에 큰 도움을 줍니다. 애매하고 모호한 친구들을 훨씬 잘 다룰 수 있게 해줍니다.

일반화 관련 문제
:각 오류는 상호베타적이지 않습니다. 즉, 여러 오류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1)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
: 다들 아시는 바로 그 오류. 결론을 내리기에는 사례 즉, 표본이 부족한데 너무 성급하게 일반화한 오류입니다.

2) 나태한 귀납(slothful induction)
: 제대로 된 일반화에 따른 논리적으로 강력한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류입니다.

ex) 판수가 충분한데도 승률이 낮은 유저가, “하...맨날 우리팀 트롤 때문에 지네, 난 왜 이렇게 ‘운’이 없는 거야?”라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

3) 압도적인 예외(overwhelming exception)
: 타당한 일반화이긴 한데, 명제에 어떤 특정한 조건이 딸려 있어서, 그 조건을 만족하는 표본이 거의 없고(즉, 예외가 너무 많고), 따라서 해당 명제가 성립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는 경우입니다.

ex) 알코올중독자인 사람이 “저는 가정폭력범이 아닙니다.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아내나 애들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심지어 저 부분을 생략하고 말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음.

4) 편향된 표본(biased sample) 혹은 대표성이 없는 표본(unrepresentative sample)
: 표본을 모으긴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편향된 표본을 모은 경우입니다. 즉, 표본에 대표성이 없어서 생기는 오류입니다.

ex) 내 친구 여러 명한테 물어봤더니~

: 대표성 있는 표본을 추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 무작위 추출법 등의 기법이 필요합니다.
: 특정한 목적으로 표본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것은 대표적인 데이터 마사지 기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5) 생생함에 호도됨(misleading vividness)
: 성급한 일반화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그 결이 다릅니다.
: 일기나 구매평, 리뷰, 댓글 같은 일상적인 것들부터 경찰서나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목격자 증언 같은 것들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 즉, 일화를 담은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에 해당합니다. 이 용어는 국내에서 흔히 ‘입증되지 않은 증거’라고 번역되는데, 말 그대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화적 증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일반적인 결론을 입증하려면 사회적으로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일화적인 증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믿을 만하면 믿을 만할수록, 도출된 일반적 결론이 중대하면 중대할수록, 이를 입증할 유인이 생깁니다.

만약 어떤 화자가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서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면,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와 그밖의 수많은 이유로 인해, 그 결론이 옳다고(혹은 틀리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화적 증거만으로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론을 내리려면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화자의 이야기가 생생하고, 구체적이고, 심금을 울릴 경우, 또 화자에게서 호감이나 진정성이 느껴지는 경우, 우리는 단순히 그 일화를 믿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자가 내린 일반적인 결론까지 믿어버릴 수 있습니다. 즉, 이야기의 생생함에 호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생생하면 생생할수록 호도될 가능성이 큽니다.

ex) 자기 아이가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을 맞은 뒤 자폐증에 걸렸다는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증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믿음. 수차례의 철저한 연구 결과 MMR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상관이 없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나왔으나, 상당수 사람들은 여전히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안티 백신 운동을 벌이고 있음.

: ‘생생함에 호도되는 오류’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호도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의 경험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앞서 언급한 어머니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선명한 경험을 했기에 자신이 내린 일반화된 결론을 진심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타인의 경험은 자기가 한 경험과 비슷할수록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최근 핫한 남녀 문제의 경우, 남자는 다른 남자의 경험을 더 생생하게 느낄 가능성이 크고, 여자는 다른 여자의 경험을 더 생생하게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생생함을 기준으로 사례를 취사 선택하거나, 사례에 가중치를 준다면, 결국 표본에 편의가 생깁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셈입니다. 자신이 답정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 이 부분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번외) 일반화를 제대로 했는데 잘못 해석(misinterpretation)하는 경우
: 특별히 일반화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일반화에서 나온 제대로 된 결론을 잘못 해석하거나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제가 주로 피지알에서 '관찰'한 사례를 열거해 보겠습니다.

*독해 관련
글자를 잘못 읽음.
글자는 잘 읽었는데 뜻을 잘못 앎.
알 수 없는 이유로 일부 단어를 보지 못함.
문장은 제대로 읽었는데 독해에 실패함.
다른 사람의 잘못된 해석에 영향을 받음(특히 SNS에서 심각한 문제).
등등...

*감정 관련
결론이 마음에 안 듦.
경험상 말이 안 됨.  
예전에 이와 관련된 기분 나쁜 경험을 함.
읽는 순간 기분이 별로였음.
저자가 마음에 안 듦.
출처가 마음에 안 듦.
등등등등......

*논리 및 통계 관련
그냥 잘 모름.
일반성과 절대성을 혼동함.
상관성과 인과성을 혼동함.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결론을 곡해하여 허수아비로 만든 뒤 허수아비 결론을 해석함(허수아비 오류, straw man fallacy).
등등등등등등........................................

진짜 하고 싶은 말
: 일반화에는 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 지성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성급한'이라는 말을 빼고 아예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일반화 입장에서는 퍽 억울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주관적인 경험 그 자체는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주관적인 경험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주관적 경험에서 결론이 나올 수 없다고 한들, 가설이 나오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러니 바로 결론으로 넘어가지 마시고, 일단 가설을 먼저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가설이 맞다고 가정하고, 그 가설이 '어느 정도' 맞는지, '얼마나' 유용한지 여러 가지 행동으로 검증해 보세요. 가설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시고요. 물론 이런 주관적 검증을 통과한다고 한들, 과학적, 혹은 통계적으로 맞는 결론이 되진 않습니다 하하하하. 어차피 개인이 과학적으로, 혹은 통계적으로 가설을 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방법론을 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구축이 안 되어 있으면 답이 없어요. 그래도 사적으로는 충분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그럭저럭 맞는 결론은 나옵니다. 당연히 앞서 언급한 오류를 염두에 두고 하는 편이 낫겠죠? 아무튼 이런 행위를 하면 할수록 추론 능력이 올라갑니다. 이 글이 일반화를 하시는 분들과 남의 일반화를 까시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관련 영문 위키를 상당 부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번역어가 이상하거나,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더 잘 아시는 분들께서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6-22 11:01)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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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e994
19/11/01 01: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19/11/01 01:54
수정 아이콘
아아 재미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피터 파커
19/11/01 02:10
수정 아이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촌로빈훗
19/11/01 02:25
수정 아이콘
유익해요~ 엄지엄지척!!!
통속의뇌
19/11/01 04:22
수정 아이콘
교양시간에 배운 내용이네요 크크크 완전 암기식이라 그땐 벼락치기로 외웠는데 지금보니 반갑네요!
잠이온다
19/11/01 09:02
수정 아이콘
'일반화에는 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 지성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에 동의합니다. 인간의 청보처리 능력은 한계가 명확하고, 이런 부실한 정보 처리 능력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전문인 분야는 알지만 다른 분야는 평균에 겨우 턱걸이하거나 평균보다 부족하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경제나, 남녀차별 등등은 한 연구나 사례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여러 사례가 있다해도 그게 결론을 이끌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심에 짬뽕 먹을지, 짜장 먹을지 조차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잖아요.

개인적인 꿈인데, 언젠가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기초-중급정도의 학문(특히 법률 분야)은 뇌에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정보의 비대칭이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지....
19/11/01 09:07
수정 아이콘
왠지 롤 챔피언 패시브 이름같네요 크크. 잘 읽었습니다.
19/11/01 15:38
수정 아이콘
보통 일반화하죠 본문 말씀대로 특히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 영역이 많으니) 그걸 일일이 틀렸다고 볼 수도 없는 거고.
-안군-
19/11/02 21:5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딥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쪽에서도 과연 인공지능이 일반화를 해 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일반화를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강인공지능이냐 아니냐가 결정되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일반화라는 것은 (현재까지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고, 사실 모든 분야에서 일반화를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죠. 극단적으로는 모든 일반화는 성급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이미 증명이 끝난 수학이나 과학적 명제가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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