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데뷔 20주년 기념 팬 파티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후기를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쓰다보니 의식의 흐름이 뒤죽박죽이되어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신화의 데뷔 기념일이 980324인데, 그로부터 1주일 후인 980331이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출시일입니다. 10대의 일부, 20대의 전부, 이제 곧 30대의 전부를 채울 제 인생의 큰 두 가지 덕질이 이런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더라구요.
저는 신화의 1집 팬은 아닙니다. 그때는 존재를 몰랐었죠(...) 저의 입덕곡은 지금 생각하면 2집 T.O.P였던것 같아요. 저는 내내 제가 3집 휴식기(기도) 입덕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랑 같이 팬파티에 온 제 중학교 동창 말로는 제가 이미 T.O.P때 멤버들 초상권 사진을 신나게 뿌리고 다녔다고 하니 그 친구의 기억이 맞겠지요.
신화가 다리가 길어지는 학생복을 광고하고 yo 너 뭐될래를 외칠즈음 99PKO가 시작되고 iTV열전! 게임챔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학원을 째고 게임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기였죠. 저는 지금은 돌아가신 고모에게 스타를 처음 배웠는데, 고모는 제게 너는 테란에 재능이 없으니 저그나 하여라 라고 하셔서 지금껏 종족이 저그입니다.
신화가 웃통을 벗어제끼며 그댈차지하고 싶다던 온리원 활동과, 올유어드림스 무대에서 전진이 에릭을 지렛대삼아 무대 앞으로 튀어나오는 아크로바틱을 할 때 까지만 해도 제가 이 사람들을 18년 후에도 좋아하고 있고 이 팀이 18년 후에도 살아있으며 이 곡 제목이 20주년 기념 타이틀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지요. 이때는 또 온게임넷이 개국하고 한빛소프트배 데뷔자들 중 임요환이라는 존재가 떠오를 때 쯤이었네요.
그런데 당연히 관계가 없다, 고 생각하고 있던 두 가지 팬질이 연결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김동완의 텐텐클럽에 임요환 선수가 고정게스트가 된 일입니다. 코카콜라배 임진록, 월드컵의 열병, 가을의 전설 등이 정신없이 지나갔던 때이기도 합니다. 그즈음 신화 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온갖 사건사고를 견디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뭘 저런걸 가지고 예민했나 싶은 것부터 정말 심각했던 것들까지 다양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진이의 머리부상이 있네요. 중태, 오늘밤이 고비, 같은 살벌한 타이틀을 보면서 밤을 꼬박 샜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헤이컴온-와일드아이즈(이상4집) - 퍼팩트맨(5집)으로 이어지는, 신화의 위상 자체가 달라지게 된 매우 성공적인 활동이었다는 것이 또 아이러니하지요.
신화가 너의 결혼식을 발표하고 북한에 육로로 다녀올 무렵, 저는 첫 직관을 갔습니다. 파나소닉배였어요. 신화가 SM에서 나오니 마니 하고 있던 혼돈과 카오스의 때, 스타판도 최초의 '연출된'오프닝으로 현장에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마이큐브배와 함께 프로리그가 출범하며 팀체제가 정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신화가 SM에서 나와서 팬들에게 윈터스토리 2003-2004를 선보이고, 대망의 2004년이 밝았습니다.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가 개막하고 2주 후, 신화의 7집 Brand New가 발매됩니다. 그래서 제게 스카이 프로리그 3라운드는 11월에 시작해서 신화의 대상과 함께한 리그로 기억됩니다. 2004년을 수놓은 이야기들은 너무 많지요. 질레트, 에버, 아이옵스, 스프리스, 당골왕..신화팬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때와 스타리그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겹친다는 건 제법 재미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행복했던 나날을 상징하는 저 스카이 프로리그 3라운드 오프닝곡 제목이 'Day in hell'이라는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전형적인 복선이라 웃음도 안 나오네요.
2005년,채널마다 나오는 신화 멤버들의 개인활동들과, 우주배 결승에 박정석 선수를 응원하러 내려갔던 해운대...거기 있었던 사람이 접니다. 2006년, 신화의 8집과 월드컵과 광통령과 ..의 성전이 2007년 충격과 공포의 3.3혁명으로 마무리되고, 저에게는 신화의 해외 공연에 처음 갔던 경험을 한 해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2008년,
이딴 걸(...)던져주고 군대에 가버린 신화놈들처럼, 공군 에이스 창단 이후 제가 응원하던 많은 선수들도 은퇴, 해설 전향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한국에서 열렸던 BWI에서 스타크래프트 2 티저영상이 발표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 사족을 붙이자면 저는 RUN을 정말로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역대 신화 타이틀곡 순위를 꼽으라면 3위 안에 드는 곡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이 뮤직비디오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저런 꼬락서니는 다시 보고싶지가 않긴 합니다(...)
2008년은 또한 당연하게도 신화가 데뷔 10주년을 맞는 해였습니다. 아이돌그룹이 10주년을 찍었다는 것도 그 당시엔 대단한 위업이었지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체조경기장에서 하면서 정확히 4년 후 여기 이자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은 정확히 2012년 3월 24일에 지켜집니다.
그렇게 그동안 저는 스타리그와 교대로 군대 다녀오는 멤버들 개인활동을 보며 기다리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만은, 아시다시피 2010년, 그 일이 터져버렸고...
그동안, 신화 역시 상표권 분쟁때문에 길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화가 SM을 나온 2003년부터 시작된 그 긴 싸움은 2015년 5월이 되어서야 마무리됩니다.
2012년, 스1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스타리그가 있던 해, 신화는 컴백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저의 e스포츠 팬으로서의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ASL이나 각 선수들의 개인방송들 여전히 재미있게 보고 있고, 스2 트릴로지가 완성되고 난 후에도 재미있게 보고 즐기고 응원하고 있으며,
특히 작년 스타 리마스터의 발매 이후로 앞으로의 20년을 기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고, 바로 얼마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지켜보고 제가 응원합니다.
이 지면에는 신화와 겹치는 부분들때문에 스타1 이야기밖에 쓰지 않았지만 워3, 스2, 롤, 오버워치, 많은 종목들을 지켜보고 정 주는 선수들이 생겼고, 저는 앞으로도 그들을 응원하면서 지켜보게 되겠지요. 한 번 정을 주면 못 떼는 버릇을 신화 덕에 들이게 되어서, 한 번 제 눈에 든(?) 선수들을 그렇게 계속 응원하고 직관도 가고..그러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화는..
이제 20주년을 맞았습니다(마지막에 뭐가 이상한게 있는 것 같지만 착각입니다).
여기서는 정말 간단히만 적었지만 20년동안 하루도 바람잘날이 없는 팬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반 이상을 한 팀을 계속 좋아하며 응원하고,
그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과 무대와 공연을 보여주고
그로 인해 맺어진 다양한 인간관계와 추억들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이 팀에 그간 낸 돈 이상의 큰 것들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춘은 인생의 일부분이 아니라 인생 전체와 대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생의 한 계절입니다' 고 천상병 시인께서 말씀하셨는데,
그런 청춘을 6명이서, 또 수많은 팬들이 함께 똘똘 뭉쳐서 보냈으니 신화라는 팀의 청춘은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지금부터 또 시작이리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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