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때 김민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항상 떠올리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애잔한 개구리 아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겁쟁이 사자였죠
으르렁거리기만 해도 모두 비켜서는, 이 세상에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존재지만
정작 사자는 겁이 많습니다. 한주먹 거리도 안될 것같은 상대가 덤벼도 몸을 움츠리고 벌벌 떨죠
김민주 역시 비슷합니다. 누구와 비교해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 비주얼과 피지컬의
소유자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 전혀 자신감이 없었죠.
자신이 애매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역할을 맡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물론이고요
그런 심리상태가 이어져 그룹배틀에서는 사상 초유의 센터 추대(!)를 거부(...)하는
(그것도 무려 날고 기는 참가자가 모인 어벤저스 조에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죠
제발 이걸로 물고 뜯어주세요 여러분 하면서 고사를 지내던 안준영이 어안이벙벙할 상황...
그래도 사자와의 차이가 한가지 있긴 합니다
김민주의 경우는, 어느 정도 원인이 명확한 편이라는 거죠
- 준비하던 그룹이 여러번 무산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차피 안될 거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룹이름은 무려 소녀레시피(...)
아마 이런 이름의 신인걸그룹이 나온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아이돌 팬들은 뒤집어질 겁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망하려고 작정했냐 하는 식으로요.
(여담으로 구구단, 소나무 등이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분야 최고로는 보너스베이비를 꼽는...)
하지만 그런 팀도 해당 회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그것만 바라보고 연습하는 친구들에게는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팀이 여러번 엎어졌다는 건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나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다음에도 어차피 비슷할 거야, 난 항상 왜 이럴까.
정을 줬던 같이 있던 언니,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떠나갑니다.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듭니다
유일하게 남은, 의지하는 언니 크리샤츄는 공중파 오디션에 나가 유명해지고 솔로로 데뷔합니다
언니가 잘된게 너무나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자신 혼자만 뒤처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의 자존감이란 건 본인의 외형이나 재산 같은 것에 의해 형성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걸어왔냐,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결과를 얻어내느냐에 따라 생겨나는 거죠
지난 2년간은 김민주에게는 꾸준히 자존감이 깎여 나가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의욕을 가지고 참가한 프듀에서의 D->C등급 역시 그런 생각을 굳히는 데 일조를 했고요
감탄이 나오는 비주얼과 썸네일. 누가 봐도 작품이 나올 것같은 스타트
하지만 분명히 연습을 했을 텐데도 이내 민망해하면서 계속 언니를 돌아보고
동작도 소심해지는...결국 크리샤츄가 앞으로 나와서 도와줍니다
사실 아무리 비주얼이 좋아도 이런 식으로 움츠러 들기만 하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PD라고 유에서 무를 창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시청자도 볼게 있어야 평가를 하니까요
하지만 재밌게도, 김민주는 그런 와중에도 나름 꽤나 잡아 준 참가자이긴 합니다
2화의 클립. 1분 남짓한 분량인데 계속 얼굴이 잡히고 이름표도 눈에 잘 들어오는.
클립영상으로는 없지만 밤늦게까지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잡아주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빛을 본다고 생각해요.” 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C...애잔한 개구리 비긴즈...)
7화에서는 밤새 안무를 짜고 연습하느라 고생하는 배은영 옆에 딱 붙어있으면서,
같이 밤을 새며 죽어라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본인이 1등을 하자 팀원들, 특히 배은영한테 미안해하며 눈물을 펑펑 흘렸던
1등을 해도 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며
(난 알것 같다만...)
절대적인 분량으로 따지면 많진 않지만, 7화까지의 김민주는 그 분량이 나오기가
힘든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깨알같이 잘 잡아준 편입니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사실 이런 케이스는 프듀 제작진이 이미 시즌1에서도 보여준 바가 있습니다. 바로 김소혜였죠
시즌1 당시 총괄을 맡았던 한동철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PD가 '소혜가 안 자고 연습만 한다'고 하더군요.
안 자고 연습만 해서 실력이 너무 늘었어요.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 춤을 못 췄지만
처음 입소했을 때보다 잘하니까 당연히 방송에 많이 내보내야죠.
4시간만 연습한 애가 방송에 나갔으면 특혜지만, 전 노력한 애한테 기회를 준 거예요.]
분량 논란이 있을지언정, 그 시작은 평소에 죽어라 연습을 하는 모습이었던 거죠
이때도 안준영이 제작을 도맡아 했던걸 생각하면 이번 시즌에도 성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안준영도 그런 이유로 초반에 소혜와 아리요시 리사에게 분량을 줬다고 했던 바도 있고.
(스태프를 향한 김민주의 폭풍 3어시...아니 인사
성실하고 예의바른 친구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김세정과의 스토리, 그리고 폭풍같은 리액션으로 분량을 쓸어담은 소혜에 비해
김민주는 잡아줄만한 컷이 별로 없었다...라는 쪽이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두드러지는 비주얼과 비율, 그리고 피지컬. 성실하고 예의바른 태도.
사실 이정도면 떨어지는 게 이상합니다.
시청자들의 판단도 그러했습니다. 순위변화를 보면 알 수 있는 게
13 -> 17 -> 19 -> 15 -> 6-> 20-> 15-> 11(데뷔)
9화 이전 주중의 중간발표(22위)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생방인 20위권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정병존 멤버지만, 원래 정병존이란 건 그만큼 뽑아주는 사람이 있을때나 가능한 거죠
결국 김민주에게 필요한 건 정병존을 뚫어낼 결정적인 한방이었습니다.
아니, 한방이랄 것까지도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보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감 있게 제대로 어필하는 거였죠
이채연이 더 잘해야 한다는 주박에 묶여 있었다면, 김민주의 주박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계기를 준 건, 다름아닌 시청자들이었습니다
굳이 그렌라간의 '그' 명대사를 나열하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에게 힘을 얻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없는 의욕을 내게 만들어주고, 결국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룹평가에서 떠먹여주는 센터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던 김민주는
포지션평가에서는 놀랍게도(!) 센터를 지원합니다. 이내 소심하게 해서 떨어졌지만(...)
이 사이의 변화 원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룹평가는 프로듀스 방송 직전에 촬영한 분량입니다.
본인에 대한 반응을 알 길이 없죠. 순도 100%로 오로지 자기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반면 포지션평가는 방송을 5회씩이나 하고, 1차 순발식까지 마친 후의 분량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라는 얘기죠. 앞서 기술했다시피 김민주에 대한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이 반응을 확인했을 때부터 김민주의 마음가짐은 달라지기 시작했을 겁니다
'해도 안 된다' 에서 '노력하면 할 수도 있다'로
그리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죽어라 노력한 다음 순발식에서 받아든 등수는 6위(!)였습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김민주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겁니다
노력이 결과로 돌아왔으니까요
다음 컨셉평가에서는 두번이나 밀려나면서 애잔함 풀스택을 찍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센터를 지원하고, 결국 센터에 서게 되죠.
'노력하면 할 수도 있다' 에서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로 바뀐 모양새랄까요
9화 중간점검 때, 메이제이 리의 칭찬은 김민주에게 꽤 큰 의미를 지닙니다
방송 시작부터 이 연습 이전까지 김민주에게 줄곧 자신감이 부족하고,
그래서 동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한 트레이너였거든요
이게 애잔함 2스택을 쌓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란걸 감안하면,
정말 엄청나게 변한 거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할지언정, 그로 인해 움츠러들지는 않는 상태로까지 올라온 시점입니다
2주 동안의 11픽이라지만 86만표는 옆집 강아지 이름이 아닙니다.
이미 그룹평가때와는 딴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괜히 혼자서 그렇게 줄기차게 광고판에 찾아가고, 몇차례나 손편지를 남기고,
포스트잇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답글을 단게 아니었죠.
어느 연습생이 광고판이 소중하지 않겠습니까만, 김민주에게는 더욱 특별했습니다
자신감 없는 자신을 바꾸게 만들어준 사람들과 처음으로 생겨난 연결고리였으니까요
이 광고판에 돈을 보태신 분들은, 정말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방출과 거절 2연타가 안겨준, 본인에게는 악몽이었지만
분량적으로는 신의 선물이나 다름없었던 9화, 그리고 달라진 모습과 센터의 무난한 소화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던 김민주에게 딱 필요했던 모습이었고,
결국 11위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며 데뷔에 성공하게 됩니다
본인의 말처럼, 열심히 노력한 김민주는 결국 빛을 보게 됐습니다
애잔한 개구리가 웃는 개구리가 된 거죠
1:00~
응 다시 애잔(...)
개인적으로는 이번 프듀는 몰입하지 말고 편하게 봐야지...라고 마음먹고 실제로 그러고 있었는데
(시즌1 소혜때 너무 전쟁을 해서...-_-;;)
이친구 글을 한개 두개 올리고 올릴거리를 찾아 이것저것 뒤지다 보니 결국 그 결심이 깨졌던 터라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 마지막으로
얼반웍스는 이번 프듀에 참가한 한국 기획사 중, 단연 최고의 회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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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할때 채연이가 그랬죠. '삼천개 달리면 삼천개 다 봐요.'
그 말 듣고 헉 했습니다. 상처 많이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 워낙 이쁜 애들이 많다보니 비주얼 관련된 악플은 비교되면서 더 심했을 것 같은데 그걸 다 본다면
있는 자존감도 다 날라갈 듯... 그래도 막판엔 센터가 되고 데뷔조도 들면서 극복하는 모양새가 된게 다행이랄까요.
라스에서 구라형이 늘 얘기하는 것처럼 댓글 최대한 안보는게 최상이긴 한데 100% 보는 성격이면 아예 안보게 바꾸긴 힘들 것 같고...
승기조언대로 보긴 보되 빨리 넘기면서 대강 보는 걸로 정신적 대미지를 최소화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