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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24 23:48:07
Name 김영호
Subject [기타] [펌]해서는 안될짓을 한 한국
월드컵 첫경기와 두번째 경기때까지 한국의 플레이는 그동안 1승도 건지지 못했던 국가로써 개최국의 체면을 살리는데 성공한 멋진 시합이었다. 이때까지 '외국 언론들의 반응'은 전부 칭찬 일색이었다. 축구 후진 대륙인 아시아의, 개최국 최초의 16강 탈락이 유력했던 한국이 예상외로 수준급의 경기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외국 언론들이 칭찬 일색이었기에 우리나라의 '상식있고 공정함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마음놓고 우리의 선전을 기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부터 뭔가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파랭킹 5위이자 이번 월드컵의 우승후보였던 포르투갈마저 '겨우 16강이 목표인' 한국에게 밀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 언론들도 눈에 보이지 않게 슬금슬금 태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한데.....정말 실력일까?

우리나라의 이른바 '상식'있는 사람들은 당황했다. 축구를 지지리도 못하는 한국이 어떻게 포르투갈을 압도하는 '비상식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불안한 그들은 자신에게 뭔가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외국 언론들과 우리 나라 언론들은 우리팀의 경기력을 칭찬하는 글로 도배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경기력이나 악질적이었던 파울은 너무 눈에 보였으니까. 헤매던 그들이 간신히 찾아낸 것은 포르투갈 언론. 그들이 심판판정을 문제삼으며 그 때문에 졌다고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뱉자 이들은 그제서야 자신의 '상식'이 맞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한국이 어떻게 실력으로 포르투갈을.....

하지만, 이탈리아전 이후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이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마저 무찔러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식있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패배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민족이었다. 아시아의 축구 후진국에게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이탈리아 언론이 게거품을 물자, 이들은 이에 편승. 자신들의 상식과 공평무사함을 내세우며 각종 게시판에 승리를 부끄러워하자는 이야기로 도배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의 편이 되어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 해외 네티즌들이 누군가. 국적만 다를 뿐 그들과 똑같이 '상식있고 공평무사한' 사람들이 아닌가.

결국 바로 어제의 스페인전. 한국은 해서는 안될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끝에 제압하고 4강에 올라가버린 것이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우리에게 호의적이던 해외 언론들도 슬슬 판정에 꼬투리를 잡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린 이걸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의 축구 변방인 우리로써 그것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유럽인들이 어떤 사람인가. 자존심, 특히 축구에 대한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굳이 잉글랜드의 예를 들 것도 없다. 우리와 붙었던 나라는 전부 전통적인 강호이며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나라들이다. 이들에게 월드컵 4강은 유럽 셋에 남미 하나, 혹은 유럽 둘에 남미 둘, 혹은 유럽 넷으로(아마 이런 적은 없었을 것이다)만 구성되어야 하는 '성역'이다. 남미의 국가 중에서도 오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이 그들 유럽과 겨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변? 청소년 대회나 올림픽이 아닌 (이미 그곳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버렸기에) '월드컵'에서 그들이 인정하는 이변은 '8강'까지만이다. 8강조차 그들은 찝찝해 하며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카메룬이 8강에 올랐을 때도, 그들은 노골적으로 잉글랜드가 승리해서 유럽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기도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마저 그들의 바램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결국 금기는 깨졌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심판판정을 문제삼으며 한국이 혹시라도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유럽인들로 심판을 몽땅 채워버리는 일 밖에는 없었다.

한국의 평범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여. 화내지 마라. 아직 우리는 개최국이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대를 두 경기나 더 응원할 수 있다. 그리고 심판이 말도 안되는 판정을 할라치면 당장 야유를 보내고 불만을 표시해라.

해외 언론의 반응? 신경쓰지 마라. 그 해외 언론이라는 것은 거의 다 유럽, 그리고 백인, 그리고 패자들의 반응일 뿐이다. 남미의 언론이 뭐라고 했다는 기사가 있었던가? 게다가 그 '언론'이라는 것이 한국의 스포츠신문보다 얼마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시는가?

해외 네티즌의 반응? 뭐하러 신경쓰는가? 지금 이 게시판에 오심과 편파판정을 들먹이며 도배하기 바쁜 사람들과 해외 네티즌은 국적만 다를 뿐 다 똑같은 사고방식의 사람들이다. 아시아의 변방이 4강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한국 대 터키가 역대 최악의 월드컵 결승전이 될 거라고 떠드는 몰지각한 사람들인 것이다.

우린 이미 금기를 깨버렸다. 하지만 한달만 지나면 우린 새역사를 쓴 아시아의 맹주로 세계에 기억될 것이다. (사실 2~3개월은 더 걸릴 지도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독일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해 기본적인 원칙마저 잊어버린 피파와 유럽인들의 몰지각함이나 시원하게 두들겨 줬으면 한다. 더불어 몇몇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출처 - 후추닷컴 archanfel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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