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1/26 12:39:07
Name 공방양민
Subject 그들에게 재갈을 물려라.
제가 기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유의 개념에 관해서 인데요..

자,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봅시다.
"사이렌"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노래는 매우 매혹적이어서 노래를 들으면 사람들이 스스로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하는군요. 이를테면 바다의 요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딧세우스 역시 이들의 유혹에 직면하게 됩니다. 사이렌의 위험성을 깨달은 오딧세우스는 자신의 선원들은 모두 솜뭉치로 귀를 막게 하고 그 자신은 눈과 귀를 가리고 자기 자신을 돛대에 결박하여 그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첫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돛대에 묶여 있는 상황 아래에서 오딧세우스는 자유롭습니까? 자유롭지 않습니까?
몸이 결박되어 있으므로 자유롭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위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었으므로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분이 있을텐데요. (저도 흡연자입니다.)
최근 사회 분위기는 흡연자의 입지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죠. 공공시설은 전부다 금연시설로 지정되고 담배값도 연속해서 인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흡연자들은 다음과 같이 항변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의 자유의지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정말로 자유로운 행위일까요?
생각해 봅시다. 식사 후에(식후땡이라고 하죠^^), 혹은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흡연의 욕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입니까? 정말로 나의 이성으로부터 발현된 자유로운 욕구입니까? 엄밀하게 말해서 흡연욕구란 것은 체내의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호르몬 작용으로 인한 생리적 현상에 불과합니다. 즉, 담배를 피우는 것은 몸의 명령에 한 개인의 이성이 복종하여 나타나는 행위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두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자유로운 것입니까? 아니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자유로운 것입니까? 철학적 의미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더 자유로운 행위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첫번째 질문의 대답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딧세우스는 돛대에 묶여 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자유롭습니다.

위의 두 이야기 모두 자유를 제한 함으로서 자유는 궁극적으로 수호되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때로  더 큰 자유를 위해 어떤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학에서는 이러한 자유의 제한을 두고 "재갈물리기(gagging)"라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재갈물리기에는 전제되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재갈을 물게 함으로서, 즉 어떤 자유를 제한 함으로서, 보장되는 다른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그 가치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딧세우스와 흡연의 예에서 그 가치는 자기 자신의 생명과 안전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pgr로 넘어와 볼까요?
이곳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어떤 것입니까?
제가 알기로 이곳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정말로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보듬어 나가는 곳입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회원들은 그러리라고 믿습니다.  

솔직히 제가 이 글을 쓰게된 계기는 얼마전 있었던 프로리그 결승후에 올라온 귀맵과 관련한 글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귀맵)이 사실이라면 그것으로 인해 스타판 전체가 매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중차대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한 정말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단지 순간의 추측에 의거하여 발설하는 것은 모든 스타크래프트 관계자와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을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기검열입니다.
내가 올리려는 이 글이, 혹은 이 댓글이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는 갖추고 있는 것인가?라는 최소한의 고민을 가지는 것이 이곳이 지금처럼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게시판으로 남는 최고의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테지요.

그래서 저는 운영자님의 보다 폭넓고 강력한 개입이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어떠한 글에 대해서는 분명히 보다 더 강력한 재갈이 물려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발설의 자유가 옹호되는 커뮤니티가 아닌,
communication의 자유가 옹호되는 커뮤니티를 꿈꾸니까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1-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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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영대
06/01/26 12:41
수정 아이콘
아이디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글이군요.
굳~
IntiFadA
06/01/26 12:43
수정 아이콘
왜냐하면 저는 발설의 자유가 옹호되는 커뮤니티가 아닌,
communication의 자유가 옹호되는 커뮤니티를 꿈꾸니까요.

멋진 말입니다. 이 글 역시 에이스 게시판감^^
My name is J
06/01/26 12:44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만, 절대적인 시간과 인력에 대한 부족현상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시간과 인력을 맞추고자 운영진을 늘린다면....좋은 회원 분들을 방패로 삼아버리게 되겠지요.
덕분에 떠나신 분이 없으신것도 아니고요.

정말...운영진을 늘릴때 혈서라도 받아서(퍼억-) 종신 계약!(퍼어억-) 뭐 이런거라면 모를까요. 으하하하-
메딕아빠
06/01/26 13:01
수정 아이콘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
있는 그대로 모두 표현하기에는 ...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라는 ... 단순한 사실 ...

나 혼자가 아니기에 ...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글에도 ...
주의를 기울이고 ... 배려가 담겨 있어야 하는거겠죠 ...

강력한 재갈물리기 ...의 필요성에 대한 글쓴님의 생각 ...
동의합니다 ...!
D.TASADAR
06/01/26 13:02
수정 아이콘
생뚱맞은 이야기입니다만.. 엊그제 "트로이"를 빌려왔는데, 오딧세우스가 이카루스에 완전 가려서 기분이 좀 나빴습니다. ;; (옛날 만화 "우주선장 율리시즈"의 영향으로 오딧세우스를 좋아합니다.ㅋ)
IntiFadA
06/01/26 13:07
수정 아이콘
D.TASADAR님// 이카루스가 아니고 아킬레스겠죠. 원래 호머이야기에서도 아킬레스는 최강입니다. 아킬레스건만 제외하면 완전 사기유닛... 이카루스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날개로 미로에서 탈출하다가 너무 높에 날아서 날개접합부위 밀랍이 녹아 떨어져 죽은 사람 이름이구요..^^
홍승식
06/01/26 13:16
수정 아이콘
이 글.. 왜 여기 있나요? 에이스 게시판 경유 추게로~~
데스싸이즈
06/01/26 13:19
수정 아이콘
저렇게 멋질글 쓰시는분들보면 참 부럽습니다......
추게로~~~
06/01/26 13:21
수정 아이콘
강력한 잣대를 적용할 운영진 자원자를 찾습니다. ^^
06/01/26 13:29
수정 아이콘
운영자라는 일이 참 어렵죠. 강하게 나가면 사람들이 반발하고 느슨하면 관리 안한다고 뭐라고 그러고.. 전에 타 사이트 운영자를 하다가 제가 너무 완강하다는 말에 잠시 손을 놓고 있었더니 관리 안하냐? 라는 말에 발끈해서 따따부따했던 기억이 나네요.(흐.T_T)

한마디로 운영진...파이팅!!!! 지원은 안합니다~~~(텨텨텨.)
뽀너스
06/01/26 13:30
수정 아이콘
멋진 비유네요..
You.Sin.Young.
06/01/26 14: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그런데 흡연 예시라서 발끈해버렸습니다. 흡연자라서 그런가..
06/01/26 18:52
수정 아이콘
일단 좋은 글로써 지적 쾌락을 주신데 고맙습니다^^
..이런 누구나 읽어봐야할 글의 조회수가 천힛도 안된다는게 안타깝네요.
추.게.로.
아케미
06/01/26 18:59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저는 뜬금없이 "자유라는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버렸지만 말입니다. ^^;
여기 있지 말고 다른 데로 가죠~
Ms. Anscombe
06/01/26 19:08
수정 아이콘
아도르노 선생의 멋진 예였죠..
06/01/26 20:11
수정 아이콘
저도 비교적 규모가 작지않은 커뮤니티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pgr처럼 거대하고 굉장히 많은 유동인구수를 보유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들이 이런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운영자분들의 힘이 아주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싶네요. ^^
엘케인
06/01/26 20:16
수정 아이콘
강남구청 에이스 찍고(..응??) 추게로~~
Mutallica
06/01/26 21:26
수정 아이콘
음... 공리주의
06/01/27 11:49
수정 아이콘
공방양민님...흡연의 예시는 저도 공감합니다만, 얼마전에 있었던 귀맵의 예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때의 상황은 충분히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신 글쓴이가 나름 눈팅도 했지만 '피지알의 역사'와 같은 것을 잘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 아니었나 진단해봅니다.

되려, 그 글에 저글링 개떼처럼 달렸던 댓글들을 예로 드시는 것이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요. 한두개의 댓글로도 충분하고, 아니다 싶으면 skip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을 거의 반사적으로 댓글을 달아서 개념을 운운하고 있는 모습 말이죠.

피지알에 글을 쓰면서 그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기는 하지만, 그런 실수는 애교로 봐준다고 해도(말 그대로 몰라서 그런 것이고 거의 부커진 논란처럼, 잘 아는 사람들은 농담으로 볼만한 거니까요) 마녀사냥을 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면 다 해결될 듯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힘들어서 지혜로운 운영자 분들도 손을 못쓰시는 거겠죠.
Anabolic_Synthesis
06/01/27 13:3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는 운영자님의 보다 폭넓고 강력한 개입이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어떠한 글에 대해서는 분명히 보다 더 강력한 재갈이 물려져야 합니다.

전 이것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감합니다. ^^;;
다만.. 운영자님들께서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벌백계의 책략을 한 번 사용해보심이 어떠할지..

올바른 생각이 자꾸 이곳 저곳에서 글에 담아나오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PGR은 이렇게 자성하면서 맑아지겠지요..
공방양민
06/01/27 15:56
수정 아이콘
저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뒤따르는 방안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현재의 시스템 아래서는요..운영자께서 피지알에 24시간 상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소년님께서는 글 자체보다 그 글에 반응한 사람들에게 좀더 잘못을 두고 계신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러한 "분란성 글" 자체에 좀 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을테지요.
그래서 제 생각엔 "신고" 버튼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글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었을 때 운영자가 아닌 일반 유저가 먼저 피드백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이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06/01/27 17:36
수정 아이콘
신고에 해당하는 쪽지신고를 하시면 됩니다.^^
06/01/28 02:46
수정 아이콘
일단 추게로 가죠. 추게 한표!
06/01/28 16:51
수정 아이콘
적절한 추.게.로!를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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