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11/12 01:59:52
Name 필리온
Subject 바뀌어가는 것.
양신, 프로야구 선수이지만 '신'으로 불리는 선수가 있다. 삼성의 팬이라면 한번쯤은 누구나 불러봤을 이름. 양준혁.
나는 93년인가 94년인가, 중학생 때 신문에서 읽었던 양준혁의 1차 지명 기사를 기억한다. 삼성은 걸출한 왼손 거포 양준혁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 신문을 보았던 때로부터 벌써 13년인지 14년인지가 지났다. 양준혁은 선수협으로 트레이드되는 아픔이 있었지만, 결국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삼성의 주축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내가 삼성이 지면 훌쩍거리던 코흘리개 아이일 때 야구를 시작했을 양준혁은, 내가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뛰고, 슬라이딩하고, 다이빙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양신'이라고 부른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나온 것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왜 그렇게 스타크래프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가,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수많은 외부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 아무튼, 그 뛰어난 게임은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전략 게임이었고, 그에 따라 처음으로 게임 방송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그것이 자리를 잡고, 활성화되고, 시간이 흐르고...
내가 스타리그를 처음으로 (열심히) 본 것은 홍진호와 서지훈의 올림푸스 결승전이었다. 저그 유저인 나는 홍진호를 응원했지만 결과는 서지훈의 3:2 승. (그게 그 험난한 응원 세월의 시작이리라고는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신예 서지훈은 퍼펙트 테란이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테란 진영의 최강자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그 경기를 시작으로 나는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서지훈과 김택용의 준결승전을 보았다. 서지훈은 이미 중견 게이머, 아니 차라리 올드 게이머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위치에 서 있었다. 서지훈은 결국 그 경기에서 패했다. 그리고 두각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김택용의 결승 상대는 김택용보다도 어린 신예였다. 그 신예는 단 2년 전만 해도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았던 최연성을 격파하고, 1년 전만 해도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았던 마재윤을 격파하고 결승에 올라왔다. 충분히 그럴 만한 실력이었다. 결승전이 기대되는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나는 단지 게임을 보려고 스타리그를 보는 것이 아니다.

너무, 빨리 변화하고 바뀌고 잊혀져 간다.

5년 전에 16강을 이루던 그 많은 선수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홍진호는 다시 스타리그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이윤열이, 최연성이, 마재윤이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았던 시절이 었었고, 그 시절은 눈깜짝할 사이에 바뀌어간다. 6개월만 스타리그에서 눈을 떼고 있으면 그새 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바뀌어 있다. 모든 스포츠에 세대 교체가 있다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2년? 1년? 6개월? 3개월?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본 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5년 전의 게이머는 이미 아득한 옛날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가 된 것 같다. "올드 게이머" 라고? 하지만 임요환조차도 나보다 나이가 많지 않다. 나는 올해 공채로 취직해 인생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사람인데. 마치 스타리그라는 스포츠에서만, 원래부터 서른까지 살고 죽는 사람인 것처럼, 너무도 숨가쁘게 변해간다.

물론 어쩔 수 없겠지만,

다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그 선수들을, 좋아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들 만하면 사라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양준혁을 좋아한다. 그 정든 시간만큼.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16 22:5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11/12 02:05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요샌 매일 프로리그다 개인리그다 해서 게임이 있다보니.. 사실 다 챙겨보지도 못하고 묻히는 게임도 많고, 관심도 게임수가 적었던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지기도 합니다. 그냥 좀 유명한 선수나 스토리가 있어보이는 이슈가 될 게임을 위주로 보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죠.. 저도 그게 아쉽긴 합니다. 수많은 올드 게이머들.. 그리고 강력했던 본좌들.. 지는 모습이 넘 안타깝기도 하구요.
다시금 올드의 힘을 보여줬음 하네요. 마재윤선수도 온겜이 남았으니 선전했음 좋겠구요.
목동저그
07/11/12 04:38
수정 아이콘
저도 양신 팬이라는^^; 이스포츠는 확실히 선수들의 수명이 짧은 편이죠.
박지성&호날도
07/11/17 16:35
수정 아이콘
저도요 임요환이 안잊혀지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68 김택용, 마약 처방 대신 기본기에 충실하라! [38] ArcanumToss12675 07/11/17 12675
667 2007.11.17일자 PP랭킹 [7] 프렐루드6787 07/11/17 6787
666 [곰tv 결승 4경기 리뷰] 박성균 vs 김택용 in Loki II [29] 초록나무그늘11364 07/11/17 11364
664 [명맵,명경기] 그 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5 롱기누스2 : 임요환vs조민준 [10] 점쟁이9892 07/11/15 9892
663 [L.O.T.의 쉬어가기] 임요환... 당신께 프러포즈 합니다... SE [22] Love.of.Tears.10173 07/11/13 10173
662 바뀌어가는 것. [3] 필리온7576 07/11/12 7576
661 최연성과 마재윤, 놀랄만큼 비슷한 행보 [38] 라울리스타14699 07/11/11 14699
659 마재윤, 정신차려야한다. [32] Aqua13255 07/11/11 13255
658 천재는 노력으로 이길 수 있지만 노력하는 천재는 이길 수 없다. [11] Yes13021 07/11/11 13021
657 2007.11.10일자 PP랭킹 [6] 프렐루드6814 07/11/10 6814
656 잊을 수 없는 로망 [38] 리콜한방11436 07/11/09 11436
655 [명맵,명경기] 그 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4 데토네이션 : 최연성vs이윤열 [5] 점쟁이8777 07/11/08 8777
654 [설탕의 다른듯 닮은] 김택용과 카카 [14] 설탕가루인형8876 07/11/07 8876
653 [L.O.T.의 쉬어가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7] Love.of.Tears.7985 07/11/06 7985
652 [명맵,명경기] 그 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3 815 : 최연성vs오영종 [10] 점쟁이9077 07/11/06 9077
651 2007.11.04일자 PP 랭킹 [3] 프렐루드7780 07/11/04 7780
650 [명맵,명경기] 그 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2 루나_당신은골프왕 : 박태민vs이윤열 [17] 점쟁이9815 07/11/04 9815
649 낭만의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에게 바치는 글 [11] 블러디샤인9550 07/11/03 9550
648 스타크래프트 리뷰입니다. [28] 필리온10573 07/11/02 10573
647 [명맵,명경기] 그 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1 신백두대간 : 강민vs마재윤 [31] 점쟁이14615 07/11/02 14615
646 10월 Monthly COP - 이제동(르까프) [7] 프렐루드7310 07/11/01 7310
645 다시 돌아오는 테란 우울의 시대?(제목수정) [35] 프렐루드11643 07/10/30 11643
644 [L.O.T.의 쉬어가기] 임요환... 당신의 한계 따위를 버려라... [13] Love.of.Tears.10924 07/10/28 109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