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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16 22:57:09
Name 오누프
Subject [일반] 오늘 런닝맨을 통해서 본 우리네 모습들
(주의 : 12월 16일자 런닝맨 스포 있음)

대통령 선거가 사흘 남은 시점에서 오늘 런닝맨에서는 “투표”를 소재로 최종 레이스를 펼쳤네요.
현재 투표율 자체가 굉장한 이슈가 되는 이 시점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예능을 통해 유머 있게 풀어낸 것에 대해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룰을 설명하자면

1.        최종 레이스에서는 한 명의 왕과 나머지 백성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최종 레이스 장소에 도착한 이광수가 제 1대 왕이 되었죠)
2.        왕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오직 왕만이 백성들의 이름표를 뗄 수 있고, 백성들은 왕의 이름표를 뗄 수가 없습니다.
3.        대신 백성들은 투표를 통해서 왕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투표용지는 곳곳에 숨겨져 있어서 이를 찾아낸 다음에 개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면 됩니다. 현재 살아 있는 백성 수의 절반 이상을 득표하면 그 사람이 왕이 되고, 이전 왕은 다시 백성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런닝맨 제작진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에 천부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종 레이스 전에 했던 게임 중에 음식을 가지고 청기백기 게임을 하는 건 정말 재밌더군요 크크. 오죽하면 런닝맨들이 “별별 게임을 만든다”고 하니까 자막으로 “먹고 살기 위해 만드니까”라고 나왔었죠.)

오늘 방송을 보면서 예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많이 오버랩되더군요. 방송을 보면서 몇 가지 재미난 점을 발견했는데,

1.        왕이 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백성들이 투표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한효주 씨도 자신이 왕이 된 다음에는 “내 왕국의 목표는 백성이 없는 것” 이라고 했죠.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최근에 있었던 선거 여론 조작을 기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나, 선거 때마다 종종 불거져 나오는 개표 조작 의혹 등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2.        백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어떻게 해서든지 투표용지를 찾아서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투표를 하라고 독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묘하게도 현재 사람들이 (특히,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투표율을 높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모습들이 생각났네요.

3.        한 때 왕이었던 사람도 투표에 의해 왕이 교체되면 일반 백성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그 사람은 현재의 왕에 의해서 공격 당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됩니다. 전 대통령들이 하나 같이 퇴임 후부터 무언가에 시달렸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상황이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점 때문에 차라리 약한 왕(지석진)을 세우려고 시도를 하기도 했죠 (이 장면에서는 예전에 봤던 한 만평이 떠올랐네요. 12월 3일 자 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artid=201212022045552).

4.        제1대 왕 이광수 시대에는 워낙 광수가 포악(?)해서 모두가 대동단결해서 광수에게 대항했지만, 그 이후로는(제2대 한효주, 제3대 유재석) 사람들이 왕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쓰게 되죠. 한효주 왕 시대에는 김종국이 잽싸게 호위무사를 자처해서 개리 이름표를 뜯었고, 유재석 왕 시대에는 송지효가 붙어서 고수의 이름표를 뜯었죠. 누군가 권력을 쥐기만 하면 그 옆으로 줄 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데, 방송을 보면서 그러한 모습이 떠올라서 씁쓸했네요.

이번 방송은 굉장히 재미있기도 했고, 또 이러한 analogy도 많이 떠올라서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네요. 물론 제가 요새 선거 관련 이슈들에 너무 빠져 있어서 이런 상상들을 하게 된거겠죠 크크. 상상이 지나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혹시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는가도 궁금하네요.

그래도 오늘 방송의 백미는 유재석(왕)과 송지효(백성)이 최후까지 살아 남았는데, 궁극적으로 승리를 한 사람은 송지효였다는 점이죠. 왕과 백성, 절대권력과 평범한 시민이 대결하는 상황에서 송지효가 숨겨두었던 투표용지를 가지고 개표소로 달려가 자신에게 투표함으로써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투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면 민주시민이 승리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12월 19일 꼭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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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머리
12/12/16 23:02
수정 아이콘
어엉ㅠㅠ 스포당했엉
암튼 투표합시다!
강동원
12/12/16 23:04
수정 아이콘
오늘 런닝맨은 진짜 역대급이었습니다.
진짜 각본이 없는건지 강력한 의심이 들었는데, 사실 마지막에 고수씨랑 한효주씨가 두 분 다 '각본없이' 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고
그냥 각본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하고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네요.
뭐 그래도 예능이 재미 있으면 장땡 아니겠습니까. 크크크

한효주씨는 진짜 매력적이었습니다. ㅠㅠ 여왕님 저도 호위무사로 어떻게... 굽신굽신
김승남
12/12/16 23:18
수정 아이콘
각본이 있죠. 특히, 왕코형님 잡히거나 이름표 떼일 땐 항상 다 세트 준비해두고 샷! 하면 연기시작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티가 많이 나요. 오늘만 해도 학교에 대체 그런 상자가 왜 있을까요? 지석진으로 표 몰아주다가 왕 되기전에 상자 안에서 잡혀서 죽는걸로 다 짜져 있는거라고 볼 수 밖에 없어요.
12/12/16 23:40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런닝맨을 초반부터 본 사람으로서는 전주대 도서관이 다른 장소보다 상대적으로 숨을 공간이 부족해서 숨을 곳을 제작진에서 만들어줬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런 식의 숨을 공간 제공은 예전에도 종종 나왔었구요. 제가 제작진이라면 지석진 아웃 순간을 공들여 만드느니 차라리 최종 우승자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짜는게 더 그럴 듯한데요..
루스터스
12/12/16 23:52
수정 아이콘
런닝맨 제작진은 실내 이름표 찾기의 경우 숨을 곳을 자주 만들어줍니다.
초창기 월요커플 시작할때 미술관 편부터 등장한 상자고, 최근 다른 화에서도 박스 형식으로 숨을 곳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석진씨 한테 표 몰아주는건 이상할건 없었고, 오히려 제작진 개입은 무효화 순간이든, 발표 지연 여부에 더 개입이 많았다고 봅니다.
반니스텔루이
12/12/17 01:05
수정 아이콘
근데 마지막에 유재석씨가 그냥 이름표 떼게 냅두는거 보면.. 솔직히 아쉽긴 합니다;

물론 일부로 그랬겠지만
스웨트
12/12/16 23:05
수정 아이콘
재밌었나 보군요 흐흐 다시봐야겠네요
12/12/16 23:06
수정 아이콘
2대왕께서는 겉과 속은 물론
앞과 뒤도 같으신 어진 임금이시더군요 ㅠ.ㅠ
12/12/17 00:02
수정 아이콘
한가지 빠트리신게 있는데 왕이 된 사람들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을 잊고 왕이 된 이후 [아부를 떠는 사람]에게 잘해주죠.
이것도 되게 인상 깊더군요. 선거 이후의 백성들은 그저 내 앞길의 장애물이지 돌봐주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
내조하는남자
12/12/17 00:18
수정 아이콘
역대급이었죠... 크크
좋은생각
12/12/17 01:31
수정 아이콘
오늘 '남자의 자격' 보신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거기서도 비슷한 방송내용이었죠.
'남자, 절대권력' 이었나 하는 부제였는데,
이경규의 독재를 끝내려는 김국진파(이윤석,윤형빈)와 이경규 체재가 이어져야 편하다는 이경규파(김태원).
결국 김국진이 권력을 차지하였는데, 이경규와 똑같이 독재를 펼치죠. 처음에 말했던것과 다르게.
런닝맨과 똑같은 내용은 아니지만서도, 두 프로그램 둘다 선거,투표관련된 이야기가 나와
선거철은 선거철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크
긍정_감사_겸손
12/12/17 02:40
수정 아이콘
하하 오늘 남자의자격에서도 했었는데 크크
강한의지
12/12/17 07:39
수정 아이콘
남격도 그렇고

일부러 투표율 올리려고 그런 것 같아요.

무한도전 보고 배운것도 있을테고
New)Type
12/12/17 09:05
수정 아이콘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를 예능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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