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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0 13:53:59
Name Magnolia
Subject [일반] 문재인 4년뒤 자연인으로 돌아가 저의 "영웅"으로 남아주세요.
<평어체로 갈겨쓴 점 이해해 주세요..>


어느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항상 영웅을 원한다.

그게 어두운 밤에 검은 망토를 두르며 박쥐문양을 가슴에 새기며 활동하는 모습이든

겉으로 보기에도 땀띠와 땀에 쩔어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을까 걱정되는 쫄쫄이 스판을 입은 거미모양을 가진 모습이든

아니면 TV에 나와 "교실이데아"를 부르며 가슴에 쌓아 놓았던 불만을 대리 표출해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든

불교 절 문양을 살짝 돌려놓은듯 한 모습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며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든

아이일때는 한없이 후레쉬 맨에 열광하지만(요즘 애들은 눈치가 빨라 진즉에 꺠닫고 뽀로로에 집중하지만..)  머리가 커지면 커질 수록  이 생각들이 얼마나 무의미 하단 것을 알고

  "교실이데아"를 불럿던 영웅이라 생각했던 이가 "울트라맨" 이야라는 접두사에서부터 스타크래프트 저그 궁극의 느낌이 나는  영웅의 이름을 가진 노래에선 "영웅이란 존재는 더는 없어" 라는 확인사살까지 해준다.

이렇듯 우리는 영웅을 바라지만  영웅이란 없다는 삶의 누적되고 채득된 객관적 진실앞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가끔 코믹스나 영화에서나 그들을 XX맨 거시기맨 머시기맨 이라는 항상 접미사 맨으로 끝나는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라는 남성 우월중심적 언어 선택의 모습으로 (원더우먼 누님 죄송요~) 그들을 분기마다 화려한 CG 떡칠로 된 영화로나마 접할 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들 영웅은 쫄쫄이 스판을 입었음에도 항상 여름 성수기때에 활동하는 수고로움을 보여주면 "이열치열이 그들의 공통된 저항정신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유딩 초딩때 꾸러기 수비대에서 "호치호치" 하며 나타났길 기다렸던 아니 다섯가지 힘을 하나로 모아 "캡틴 플레니" 의 마냥 영웅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로 수동적인 자세보다 이제 직접적인 것으로 표출된다.

바로 투표와 정치.

그렇다 바로 정치가 우리가 생각했던 영웅들의 대본이며 BGM이며 배경이다 .

그런데 우리가 초딩시절에 생각했던 모습과 달리 이 정치에서의 영웅들은 완벽하지 않다.

돈이 많으며 성공한 사람들이지만 가끔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는 이들이며,
아테네의 영웅이지만 논문을 표절한 비양심적인 사람이기도 한 양면 존립적인 영웅들이다.
어렸을 때와 달리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으며 단지 자신의 가치를 어느쪽에 부여하는가에 따라 그들의 모습은 "독재자의 딸"  일수도 "산업화를 이룬 살해된 영웅의 안타까운 딸" 일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현실적으로 영웅이라는 의미의 완벽함 보다 다른 의미를 그대들의 지지자에게 부여하며 초딩시절 세상을 바꾸며 자신의 세계관을 구해줬던 영웅을 이젠 나이가 들어 "정치인"이라는 모습에 투영한다.








박근혜 당선자가  수많은 취재진과 화려한 플래시 세례속에 이동한다.

모든 언론의 관심의 집중은 8차선 도로를 달리며 광화문을 향하는 카니발 차량의 박근혜 후보이다.

누구나 느껴지듯 그녀는 승리자이며 만화나 영화에서 보듯 "영웅" 의 모습으로 언론과 지지자들의 환호와 환대를 받으며 활짝웃으며  행진한다.

이때  오른쪽 작은 화면으로 고요하게 민주당 당사로 이동하는 문재인 후보가 보인다.

분위기는 침통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더이상의 환호는 없었고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영락없이 위와 대조되는  패배한 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문재인은 웃으며 악수하고 오히려 연신 죄송하다는 말로 그들을 달랜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며칠간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보낸 주신 성원에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며 웃으며 어린 아이같이 말하는 그에게서 그동안 투표가
끝나면 정치권에서 수많이 보아왔던

패자의 모습과 형식적으로는 같았지만  나는 이상하리만치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인상 깊었던 한 여학생의 울음에 말 없이 5초 남짓 꼭 안아주며 아무말 없이 달래던 모습

어딘가 들려오는 "이게 다 국민이 멍청해서 그렇습니다"의 한 남성의 외침에

특유의  나직한 웃음소리로 "하 하 하 하 하" 거리던 모습.

패배 선언 기자 회견을 마치며 기자들에게 추가 질문은 상황이 이러니 "죄송합니다"라고 입술을 꼭 깨물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내가 생각해왔던 "정치인 영웅"은 아니였다.

그렇다 정치적으로 보면 그는 보잘것 없을 수도 있다. 기껏 정치라고는 한 지 1년도 안되었고  화려한 언변으로 남을 휘어잡지도 못하며 변호사라는 직업이 무색하리만큼 말을 더듬기도 하며 일X 사이트에선 그렇게 욕하던 현대판 "선비"같은 모습에 현대의 치열한 정치판에서 그의 모습은 오히려 무능력 해보이기도 이질적이기도 하다.

실패한 정부로 낙인 찍힌 참여정부 대표적 친노이며 당을 장악할 카리스마도 정치력도 그에겐 없으며 안철수라는 사람의 도움 없이는

대선을 제대로 치루기 힘든 후보였다.

이렇듯 그는 정치인으로써 이번 대선에서는 "영웅"이 될 수 없었으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리만큼 선거때보다 패배한 지금의 그가 더 좋아진다.
더이상 그는 친노라는 이름의 역사속으로 사라져야할 아니면 4년후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정치판에서 없어질 사람일 수도 있다고 나에게 물음을 던지고 그래도 좋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역시 YES다. 왜인지  모르겠다.

나는 정확하게 그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처음엔 반감을 가졌을 정도고 안철수가 되어야 생각했을 정도다.

민주화 운동 후 투옥생활 사시합격 후 연수원 차석 그러고 22년간 인권변호사...

그렇다 그는 김여진씨가 찬조연설에서 말한 대로 얼마든지 기득권의 바운더리에 들어갈 수도 있었고

노무현의 연설 때처럼 성공한 사람이지만 남의 위에서 군림하지 안았을 수도 있다.

물론 이건 그들의 주장일 수도 정치적 수사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들이 거짓이 아니라고 선거가 끝난 지금에서야 확신이 든다..

어떤 이는 혹이나 나에게 지금와서 문재인을 소위말해 빨아서 머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야권에선 중요한건 어떻게 재개편 하느냐이고 다음 선거를 치루며 안철수를 필두로 한 개혁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관심 없다. 정치라고는 단지 이쪽 한 번 했으면 저쪽 한 번 해야 정치가 발전한다는 소위말해 김구 할아버지가 1번으로 나와도 1번이란 내 선택지에 없는 번호를 가진 사람이라 평소에도 선거기간에도 정치는 그다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대선이 끝난 지금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선 더이상 정치적으로 가치 부여가 쉽지 않을거고 야권에서는 친노라는 타이틀은 철저히 배제될 것이다.

이렇듯 "정치인" 문재인은 나에게 더이상 관심이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선 더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모르겠다. 그가 지난 몇개월간 보여준 행동과  언행 어렴풋이 알고 있는 그가 살아온 길... 그동안 보아 왔던 정치인과 다른 굉장히 이질적이며 낯선 문재인이라는 한 "인간"으로의 모습이 어떻게 몇개월만에 사람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왜일까??

그가 진짜 내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지금은 흐릿하게나마 기억하는 그 순수한 존재 가치만으로 멘토로서의  "영웅"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여줄 수 있는 기대때문일까??

"정치인" 문재인으로 대선에 패배한 지금 "자연인" 문재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문재인의 "운명" 이라는 책 사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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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하는남자
12/12/20 13:59
수정 아이콘
문재인이란 인물만 따져보면...정말 호감가죠.

저도 그래서 민주당이 싫었음에도 뽑았던 거 같습니다.

유비같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어보입니다..

신야땅을 빌리기 전의 유비의 모습이 현재의 문재인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 -0-;; 서서, 제갈량 등의 보좌하는 인물이 없어서...
Magnolia
12/12/20 14:01
수정 아이콘
저도 문재인을 보면 같은 느낌을 받았는게 .... 과연 "유비"라는 인물이 문재인씨와 같은 모습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내조하는남자
12/12/20 14:03
수정 아이콘
예 그래서 민주당을 죽어라 까려고요.. 왜 저만한 인물을 위에 놓고 지들 멋대로 행동해서 떨어뜨렸냐고 분풀이 하고 있어요.
12/12/20 14:03
수정 아이콘
민주당은 정말 욕먹어도 쌉니다. 문재인만한 후보가 없었어요.
Dornfelder
12/12/20 14:06
수정 아이콘
문재인 없었으면 정동영, 손학규, 김두관 이런 사람들끼리 다투다가 2007년 대선처럼 참패를 당했겠죠.
인간실격
12/12/20 13:59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문재인이란 인물이 참 아깝습니다. 아까워요...
Dornfelder
12/12/20 13:59
수정 아이콘
제 생각과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박근혜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람으로만 관심이 갔었는데 갈수록 정치인으로 어떤가와는 상관 없이 멋있고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잘 모르니 존경까지는 아니겠지만, 제게 있어 이 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엘 고어가 대선에서 부시에게 패한 후 재야에서 활동하면서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것처럼 문재인 의원도 국회의원이 끝난 후 재야에서 뭔가 주목할만한 업적을 남겨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착한테란NaDa
12/12/20 14:00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엔 아니었는데 보면 볼 수록 믿음이 가더라고요. 신기합니다.
greatest-one
12/12/20 14:01
수정 아이콘
문재인의 "운명" 이라는 책 사서 꼭 읽어보세요. 아마 원하시는 그 모습이 있을겁니다.
12/12/20 14:03
수정 아이콘
정치인 문재인도 참 괜찮은 사람이지만, 자연인 문재인도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높은 곳의 삶을 살 수 있었으나, 일부러 낮은 곳에서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존경합니다.
그리고 잘 생기셨잖아요.^^
Magnolia
12/12/20 14:07
수정 아이콘
진짜 이게 심리학 적으로 외모도 중요한 부분인거 같아요. 대표적 냉소주의 작가인 척 팔라닉의 책에서 지금의 예수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미남형 얼굴에 몸도 심지어 황금비율에 디올 모델의 바디를 가지고 있다고 디스하죠. 과연 예수의 실제 모습이 뚱뚱한 돼지에 오덕후 생김새였으면 지금의 예수가 있었을까 하는게 글의 요지였는데. 사람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게 외모도 중요한거 같아요. 그런면에서는 사람은 40대 이후부터 외모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에도 저는 공감하구요.
12/12/20 14:09
수정 아이콘
저도 문재인 후보가 미남이라서기 보다는 얼굴에 선함이 나타나서 좋아합니다.
살아온 인생이 보이거든요.
12/12/20 14:08
수정 아이콘
제 페북에 올린 글입니다.

'이제 당신들은 그 댓가를 치뤄야 해. 세상은 냉정하거든.. 실수라고 봐 주고 그런 거 없어.'

이 말이 설레발이길 바랍니다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12/12/20 14:11
수정 아이콘
문재인 후보는 4년동안 국회의원으로써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비록 떨어져서 대통령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으로써의 문재인씨도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라 믿습니다.

절대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12/12/20 14:11
수정 아이콘
어제 속이 상해서 안봤던 문재인후보의 패배인정 연설을 봤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연설 후 그냥 나가도 될 터인데, 질문을 안받는 것에 대하여 마지막까지 "양해해 주십시요"라고 기자들에게 말합니다.
이런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EndofJourney
12/12/20 14:12
수정 아이콘
문재인 의원이 대선 패배했다고 해서 4년 후 자연인으로 꼭 돌아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재인 의원 성품상 자연인으로 돌아가버릴 것 같긴 한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대선 재도전은 힘들겠지만... 의미있는 일을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발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개인적 욕심과 기대가 문재인 의원에게 상당히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선거에 패배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가진 호감이 눈녹듯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은 대선후보가 아닌 의원으로서 멋진 의정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12/12/20 14:15
수정 아이콘
처음엔 안철수후보 지지자였는데 단일화과정 잡음때문에 반발심리로 문후보쪽으로 돌아섰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문재인후보가 정말 너무 좋아졌고 존경하는 마음이생겼습니다. 선거기간동안 더욱더 신뢰를 갖게되었고 국가지도자로서도 충분한 역량이 될것이라고 굳건한 믿음이생겼습니다. 행동이 정치인같지않아서 더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싶네요..
12/12/20 23:34
수정 아이콘
단일화과정 잡음에는 문재인의 통큰 언플이 크게 작용했죠
12/12/20 14:17
수정 아이콘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너무 아깝네요...
12/12/20 14:37
수정 아이콘
정말 역량있는 분인데 안타깝습니다.. 아쉬워요,.
12/12/20 14:42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 이렇게 아픈것은 선거의 실패보다는 인간 문재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Backdraft
12/12/20 14:48
수정 아이콘
일단 별 쓸데없는 딴지지만 '평어체'로 갈겨쓰신거구요.. 흐흐
저도 시대를 잘못 만난 영웅으로 남겨두고 싶네요..
반대로 52프로의 영웅이 쎄도 너~무 쎗네요.
Magnolia
12/12/20 14:54
수정 아이콘
아 감사합니다. 하하
나이트해머
12/12/20 14:53
수정 아이콘
다시 나올 겁니다. 묵혀둘 수 없죠. 사실상 신진인재풀이 2007 총선때 한번 수면 아래로 한꺼번에 가라앉았다가 일부만 다시 떠오른 거고, 그 인재풀의 대표격이 문재인입니다. 나머지는 나이가 안되요. 박원순 서울시장 나와준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민주당에서는 문재인을 밀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안철수가 제3당으로 민주당을 흡수하거나 민주당 안으로 입성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12/12/20 23:35
수정 아이콘
다시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이미 안 나온다고 했는데 자기가 한 말 안 지키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요? 아닌가... 다시 나와선 경쟁력도 별로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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