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12/11 02:36:14
Name redtea
Subject [공모]PGM <4> (완결)

이 소설은 '픽션' 이므로 실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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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으셨네요."


"제가 바쁘다보니, 신경을 잘 못 써서요."


"그 때 그 캐릭터 아이디 '박태민' 맞죠? 그 때 진짜 고생해서,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제 캐릭터가 일을 저질렀네요."


"그럼 '서지훈' 캐릭터 삭제 승인하시는 거죠?"


"......아쉽긴 하지만...... 그럴께요."


수형은 책상위의 종이에다가 '서지훈 삭제 승인' 이라고 작게 갈겨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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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이시죠?"


지훈은 큰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재진은 오히려 그런 지훈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계속해서 킥킥 웃기만 했다.


"이 세상은 모두 가상세계야. PGM 온라인 이라는 '프로게이머 육성 시뮬레이션 온라인 게임' 이라는 서버 속의 세상이란 말이야. 그리고, 지금 이 모습은 내 캐릭터의 모습이고."


그러니까...... 나는...... 단지 게임속의 한 캐릭터...... 일 뿐이라고?


"그럴...... 그럴 리가 없어요! 왜냐하면... 난 생각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잖아요.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있는 캐릭터와는 다르잖아요!"


"그럼 하나 묻겠는데, 니가 니 마음대로 행동했던 게 언제부터였던 것 같아?"


지훈은 재진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면, 지훈은 아주 예전부터 단지 보이지 않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듯 딱딱 시간에 맞추어서 연습을 했고, TV를 보고, 외출을 했었다. 그러다가, 1달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지내다가, 1달 이후에서야 그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멍해진 지훈을 상관하지 않고, 재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PGM은 매우 복잡한 게임이야. 최대한 실제와 같도록 하기 위해서 캐릭터들의 지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해졌지. 예를 들자면, 바로 너 같은 '각성한 캐릭터'들의 등장이야.


원래 캐릭터들은 유저들이 정해놓은 일과대로 움직여.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연습, 그러다가 인기도에 비례해서 인터뷰 요청이 오고, 유저가 승낙하면 기자가 찾아오는 이벤트가 일어나고...... 그런 거지.


물론 온라인 게임이니까 공식 대회같은 곳에서 다른 유저들이 자신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실력을 겨루어 볼 수도 있고 말이지.


그런데, 중요한 건 유저가 로그아웃을 해도 마지막에 접속했었던 캐릭터는 계속해서 행동을 하고 있게 되. 1주일치 스케줄을 짜 놓고 로그아웃을 한다면, 유저가 1주일 간 접속하지 않아도 캐릭터는 1주일동안 그 스케줄을 소화를 해 낸단 말이야. 다만 인터뷰나, 정해져 있지 않은 경기 스케줄 - 예를 들어 예선전 같은거 - 은 취소가 되지만.


문제는, 스케줄이 짜 있지 않은 캐릭터가 1달간 방치되었을 때야. 스케줄이 없는 동안은 자동적으로 '휴식' 으로 채워 넣어지게 되. 캐릭터는 '휴식'을 하는 동안 멍하니 움직이지 않고 있게 되. 보통은 몇 년 동안이나 내버려 둬도 상관없는 경우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개중에는 '각성' 해버리는 경우가 있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되는 경우야. 프로그래밍 상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캐릭터는 서버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게 되. 박태민이나, 이재훈이나, 너같이."


그럼...... 아까 저 사람들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나?


"대신, '휴식' 스케줄로 되 있기 때문에 '연습' 이나 '외출' 에 관련된 행동은 불가능해. 아마도 너는 연습도 못 했을 거고, 현관 바깥으로도 나갈 수 없었겠지. 안 그래?"


열리지 않던 현관문...... 스타크래프트만 실행했다하면 고장나던 컴퓨터...... 그게 다 내가 게임 속의 캐릭터라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구나...... 지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이렇게 각성한 캐릭터를 쫓아다니는 건,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 야. 각성한 캐릭터들은 전체 캐릭터들의 0.001% 도 안 되지만 엄청난 잠재위험이 있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캐릭터들은 '키' 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 '키' 는 너도 알다시피 하얀 플로피디스켓이지. 이 거 말이야."


재진은 아까 지훈에게서 수형이 빼앗아 왔던 플로피 디스켓을 슬쩍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얼른 호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지훈은 엄청난 사실에 기운이 쭉 빠져 걸을 힘도 없어 힘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키' 는 중앙 서버와 각성한 캐릭터 사이를 중개해주고, 서버에게 마치 정상적인 캐릭터처럼 인식되게 해. 그러니까 '키'가 있으면 정상적인 캐릭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거지. 대신, 스케줄은 캐릭터 자신이 짜야 되겠지. 유저가 플레이 해 주는 게 아니니까.


거기까지라면, 우리도 쫓아다니지 않겠지. 그런데, 각성한 캐릭터 대부분이 다른 캐릭터한테까지 알리려고 한단 말이야. '이 세계는 가상세계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조종당하는 캐릭터일 뿐이다.' 라고 말이지. 그러다가 유저가 키우고 있는 캐릭터까지 각성해버리면 곤란해져버려. 그렇게 되버리면, 정상적인 서버 운영이 불가능해지지. 그래서, 아예 각성한 캐릭터들은 찾아내서 모두 삭제해 버리지. 이재훈이나, 박태민처럼. 곧 너도 그렇게 될거야."


"그럼...... 재훈 형도, 박태민도...... 모두 사라진 건가요?"


"그래. 대신, 캐릭터를 삭제할 때는 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니까 직접 전화를 하던가, 찾아가서 동의를 받아야 해. 지금쯤 수형이가 네 주인의 동의를 받아내고 있을 걸.


여기는 일반 캐릭터들로는 들어올 수 없는, 각성된 캐릭터들을 가두어 놓는 공간이야. 여기 들어온 캐릭터들 중 살아나간 캐릭터는 없으니까. 모두 삭제되었었지.


아, 그러고보니말야, 재밌는 사실 하나 가르쳐 줄까? 나도 오늘 알았는데."


지훈은 힘없이 재진을 올려다 보았다.


"박태민이랑, 너랑 주인이 같아."


"......?"


"그러니까 같은 계정의 두 캐릭터였다고."


그 사실을 들은 순간, 지훈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사실들이 마구 돌아가면서 형태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박태민 선수요? 본 적이 없어요. 알고 있기야 하지만'

같은 팀이었는데 왜 본 적이 없을까...... 당연했다. 태민과 지훈이 같은 계정이라면, 둘이 함께 나타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태민으로 접속하게 되면 지훈은 나올 수가 없고, 지훈이 나오게 되면 태민이 나올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가끔씩 지훈에게서 떠오르는 태민의 기억...... 아마도 같은 계정의 캐릭터다보니, 삭제되는 과정에서 약간이나마 남은 찌끄러기 데이터가 지훈에게로 흘러 들어온 건 아닐까.



"...... 그럼 당신이나 아까 수형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죠?"


"우리? 우리는 GM이야. 캐릭터로 접속해서 프로그램 내의 문제를 해결하지. 하지만, 요즘은 각성한 캐릭터들 쫓는 게 거의 주요 업무가 되어 버렸어. 꽤나 귀찮거든. 일단 그들이 가지고 있는 '키'를 압수해야 되고, 그들을 삭제해야 하고, 서버에 남아있는 각성 캐릭터들의 데이터까지 모두 지워야 해. 동료였던 캐릭터들의 기억 내에서 각성 캐릭터의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하고...... 할 게 태산 같지."


재진은 막 혼자 떠들다가 지쳤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지훈은 재훈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팀원들 중에 태민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물론 너 까지도 말이야.'


그 때는 지훈이 아예 태민을 본 적도 없었기에 몰랐던 것이었고, TV 재방송에서 봤던 모습도 GM에 의해 기억이 지워져 몰랐던 것이었다. 지금이야 태민의 메모리 데이터 때문에 드문드문 기억나기는 하지만......


"근데, 너 정말 이재훈 모르냐?"


"......알아요."


"큭큭, 진짜야? 근데 왜 모른다고 했어?"


"당신들이 예전에 박태민 선수를 잡아갔을 때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벌써 재훈 형에 대한 기억을 다 지웠나 했죠. 나야 서버의 지배를 안 받으니까, 당신들이 기억을 지우는 일을 했는지 안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러고보면 수형이가 확실히 머리가 좋긴 좋아. 이재훈을 삭제하라고는 했는데, 이재훈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일 - 2차 삭제- 은 하지 말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일부러 안 했었어."


제기랄, 한 방 먹었군. 지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재훈 형을 데려갔을 때, 왜 나까지 데려 가지 않았죠? 그 하얀 손...... 당신들 아닌가요?"


재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지훈을 쳐다보았다.


"GM 캐릭터들 중 하얀 손은 없어. 하얀 손이라면 플레이 캐릭터일 거고...... 우리가 재훈을 잡으러 갔던 건 미리 재훈인지 알고 갔던 건 아니야. 단지 GO 숙소에서 PGM 홈페이지를 향한 해킹이 있었고, 그자를 잡으러 가던 중 경고음이 울리길래 잡았을 뿐이라고."


"경고음?"


"보통 '각성 캐릭터' 들은 '키'를 가지고 다니니 있으나마나 한 프로그램이지만, 혹시라도 '각성 캐릭터' 들이 숙소가 아닌 곳에서 '키'를 떨어뜨리더나 '키'와의 접촉이 끊기면 곧바로 울리게 해 놨어. 그렇게라도 감시를 해 놔야 한 놈이라도 더 많이 잡을 수 있지."


그럼...... 그 하얀 손은 뭐야?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과는 상관 없는 사람? 그런데... 왜 재훈 형이 잡히도록 한 거였지? 지훈은 다시 생겨나는 궁금증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흠...... 수형이가 올 때가 됬는데......"


순간 지훈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지금 지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에서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여기는 일반 캐릭터들로는 들어올 수 없는, 각성된 캐릭터들을 가두어 놓는 공간이야.'


아까 재진의 말이 떠올랐다. 지훈은 슬그머니 재진에게 다가갔다. 재진은 수형을 기다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는 듯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안해요!"


지훈은 재진의 옷자락에 얼른 손을 넣어 디스켓을 빼냈다. 얼떨떨한 듯 멍청히 서 있는 재진을 놔두고, 지훈은 얼른 문을 향해 달렸다. '이 공간은 일반 캐릭터들은 있으면 안 되는 공간'...... 그리고 '키'를 가지고 있는 각성 캐릭터는 일반 캐릭터로 인식이 된다고 했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공간에 있으면 안 되는 캐릭터이니... 어느 공간으로 튕기든지 하겠지. 여기서 벗어나기만 하면 어쨌든 살 수 있어.


문을 뛰쳐나간 순간, 지훈은 자신이 숙소 앞의 광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지훈은 얼른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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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놓쳤어."


"......? 뭐?"


"'키'를 들고 도망쳐버리지 뭐야. 내가 너무 방심했나봐."


수형은 한숨을 내쉬며 재진을 째려보았다. 재진은 일부러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아...... 어디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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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일단 어디엔가 숨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GM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 어디로 가면 좋을까?


마침, 지훈의 시선에 큰 길을 지나가던 재윤이 들어왔다.


'재윤아!!'


'응? 아, 지훈 형?'


재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골목길로 따라 들어왔다.


"어디 갔던 거에요? 팀원들 모두 찾고 있던데......"


"말하자면 조금 길어. 너 혹시 오랫동안 숨을 만 한데 아는 곳 없니?"


재윤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너한테는 이야기 해야 되나?"


"뭘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재윤의 눈빛에, 지훈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이 세상은 PGM 이라는 가상 세계라고. 우린 게임 캐릭터구. 난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GM 들로부터 도망다니고 있는 거야....... 에이, 내가 생각해도 뻥 같긴 하다."


지훈은 머리를 글적이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데, 재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PGM...... 가상 세계요?"


"응? 너 믿어주는 거야?"


재윤이 씨익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 증거 있나요?"


"물론. 이게 나 같이 진실을 알아낸 캐릭터를 지켜주는 '키' 야. 얼른 봐. 여기 오래 있다가 내가 위험해 질 수도 있으니 가 봐야 해."


지훈은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재윤에게 보여주었다. 재윤은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플로피디스켓을 끄트머리를 잡았다.


"우드드드득, 우드득."


순간, 재윤이 팔을 휙 꺾어 순식간에 플로피디스켓을 부서뜨려 놓았다. 그와 거의 동시에, 어디선가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훈은 방금 눈 앞에서 일어난 일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재윤을 쳐다보았다.


"야....... 너......."


재윤은 빙긋 웃으며 지훈을 쳐다보았다. 지훈은 말도 하지 못하는 채로 재윤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방금...... 방금...... 플로피디스켓을 부숴뜨린 거..... 재윤이가 맞지?


"왜그랬어......!! 내 목숨이 달린 건데.......!!!


도망갈 수 있는 길도 없는 다급한 지훈에게, 재윤이 빙긋이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요."


"......뭐?"


재윤은 천천히 자신이 매일 걸고 다니던 부적을 꺼내 들었다. 꼭 플로피디스켓만한 크기.


매일 가지고 다니는 부적. 한시도 몸에서 떨어져서는 안되는 플로피 디스켓 '키'. 지훈은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부적주머니 안에서 재윤의 '하얀 손' 이 꺼낸 것은 눈부시게 하얀 플로피디스켓이었다. 재윤도...... 각성 캐릭터?


"왜...... 내 '키'를 부순 거지?"


지훈이 한탄하듯 말했다. 어짜피 더 이상 '키'도 없는 상황. 도망칠 곳은 없었다.


"형이 나에게 '진실'을 말했으니까요."


"......뭐?"


"각성 캐릭터들이 GM들로부터 쫓기는 가장 큰 이유는 '진실'을 말해버리기 때문이에요. 나처럼 각성해도 안한척...... 이러고 있다면 쫓길 이유가 없겠죠.


만일 형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각성 캐릭터였더라면 도와줬을지도 모르지만, '진실'을 말해버리는 캐릭터이니, 형을 살려두면 내가 위험해지겠죠. 박태민도...... 이재훈도...... 마찬가지였어요."


"뭐,뭐야...... 너...... 모두 알고 있었어?"


"전 박태민이 각성하기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이 세계는 PGM이라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대항해서 뭘 얻을 수 있죠? 삭제당하는 거? 쫓기는 거? 차라리 나처럼 조용히 있는게 이 세상에 훨씬 도움이 되요."


재윤은 조용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박태민은 너무 무모했어요. 감히 GM과 채팅까지 해 가며 도발을 하다니요. 그래서, 제가 IP 감춤 기능을 몰래 풀어버렸죠. 그래서 박태민은 숙소에서 도망을 쳤고, 다시 숙소에는 평화가 찾아왔었어요."


너무나도 편안한 재윤의 얼굴에, 지훈은 기가 질렸다. 말하자면, 재윤 때문에 태민이 도망갔다가 GM에게 잡혀 삭제당한 것 아닌가. 그러다가, 지훈은 앗차,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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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혹시 태민이한테 연락 없었어?"


"그 사람이 누군데요?"


주영에 이어 환중이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몰라요."


"박태민? 모르는데요."


재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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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일찍 알아채지 못한 거지? 분명 재훈 형은 '태민이' 라고 물었는데, 재윤이는 '박태민' 이라고 말을 했었는데...... 태민의 성을 알고 있는 재윤. 알아챘더라면 재윤이 각성 캐릭터라는 걸 미리 알 수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지훈은 입술을 더 세게 물어뜯었다.


"그리고, 이재훈도 조금 어리석었어요. 각성 캐릭터로서 살아남으려면 GM으로부터의 감시를 피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PGM 사이트에게서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IP숨김기능을 꺼버렸었어요. 그 때문에 GO 숙소가 GM의 타겟이 되었죠. 단체 조사를 받다가 제가 들통이 날 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이재훈을 GM에게 일찌감치 넘겨 버렸어요. 물론 GM은 절 모르겠지만요.


GM은 절 모르고, 전 GM을 알아요. 이것보다 더 큰 재미가 어딨을까요."


지훈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그럼...... 그 하얀 손이......"


재윤이 미소지어보였다.


"저였어요."


재윤의 하얀 손이 그제서야 지훈의 시야에 들어왔다. 지훈은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넌...... 니가 살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은 신경 안 쓰는 건가?"


"...... 그렇게 되나요. 그럼..... 그런 거겠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제 잘못이 아니라 박태민, 이재훈의 잘못이고, 지훈 형의 잘못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어디선가 검은 옷의 남자들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윤은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히 가세요."


그와 거의 동시에 지훈은 GM들에게 붙잡혔다.


"잠깐만요! 각성 캐릭터.... 저 말고도 또 있다구요! 그 사람은...... "


재진이 짜증을 내며 지훈의 말을 끊었다.


"또 도망가려고 수 쓰는 줄 누가 모르는 줄 알아? 수형이한테 얼마나 혼났는데...... 아까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난감했는 줄 알아? 빨리 끝내버려야 겠다......."


무엇인가가 번쩍 했다. 그리고, 지훈은 고목이 쓰러지듯 풀썩 넘어졌다. GM들은 지훈을 내버려 두고, 재윤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사람이 뭐라고 하던가요?"


재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이 세상이 가짜니 어쩌고.... 하던데요."


"설마 믿으시는 건 아니시겠죠?"


"에이,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가짜라니요. 말이 안 되잖아요."


GM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돌아서 가는 모습, 재윤이 가는 듯 하다가 쓰러진 지훈을 보고 빙긋이 웃는 모습, 지훈은 눈앞이 아련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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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서지훈' 이 삭제되었습니다.


                                       -PGM(Pro Gamer Maker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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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투신아~
05/12/12 21:00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그럼에도 댓글을 이제야 다는 군요. 마지막 마재윤 선수의 반전.. 마재윤 선수의 박태민선수를 언급하는 부분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저또한 놓친것인지 +_+ 좋은 작품이였습니다.
미이:3
05/12/12 23:21
수정 아이콘
으아; 완전 반전최고입니다^^
마재윤 선수; 너무 소름끼치는데요;
특이한 발상이어서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scv의 힘!!
05/12/11 12:04
수정 아이콘
헉....덜덜덜......마재윤선수 무서워요.......
유신영
05/12/11 12:10
수정 아이콘
허허~ 마재윤 선수 통합본좌로 떠오릅니까 ^^
그나저나 극적반전이 대단했군요!!! 몇 번씩이나!!! 수고하셨습니다 ^^
아케미
05/12/11 12:28
수정 아이콘
1편 볼 때부터 이렇게 멋있는 작품일 줄 알았다니까요! 마지막에는 소름마저 끼치네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05/12/11 13:05
수정 아이콘
마본좌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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