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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9/09 22:54:01
Name KABUKI
Subject 무비위크 43호 테란의 황제 스크린의 문을 두드리다.
임요환이 스튜디오에 발을 들여놓자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남자 포토그래퍼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촬영 내내 멀찌감치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그들이 요환에게 '러시'를 감행한 것은 촬영 직후. 포토 그래퍼의 주문으로 촬영 내내 방방 뛰느라 안 그래도 정신없는 그에게, 그들은 사인 공세를 퍼부었다. 유명 연예인들을 많이 접하는 그들조차도 그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 인기많은 야구선수나 축구선수를 접했을 때에 열광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으리라. 80년생, 23세의 어린 나이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박도 있는 임요환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운도, 상업성에 기댄 덕도 아니다. '나'에게 충실하려는 그의 자존심과 자신의 모든 것을 게임에 투자할 수 있었던 배짱때문이다.

영화출연은 어떻게?
투자사인 MBC프로덕션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주인공 소지섭이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게이머 중에서 유명한 사람을 필요로 했죠. 그러나 앞으로 영화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할 수 있다고 해도 별로... 내가 잘하는 것에만 매진하고 싶어요.

어떤 면에서 안 맞는지?
체질에도 안 맞고, 전 끼도 없거든요. 전 내성적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끼나 장기 같은 걸 보여주는게 싫어요. 할수도 없고요.(웃음) 이번에 팬들과 함께하는 여름캠프에 가서도 개인기를 보여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고민돼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영화 촬영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영화 촬영장엔 사람도 많아서 어색했을 텐데, 상대 배우가 잘해 줬나?
처음에 대본을 다 외워 가고 팀 내 친구들과 연습도 했어요. "네가 소지섭 해" 그러면서요. 그랬더니 애들이 막 웃는 거에요. 그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연기 연습을 할 수 없었죠. 그래도 대사 부분에 있어서는 숙지를 하고 갔어요. 연기하기 전에 보니까 무척 진지하더라고요. 쑥스러워서 웃을 줄 알았는데, 지섭씨가 자기가 안 나오는 신에서 대사도 받아주고 다들 진십으로 대해 주니까 동화가 돼서 잘할 수 있었어요. 지섭씨는 나랑 비슷해요. 내성적이고 묵묵한 면에서 서로 다가가기가 힘든 거죠. 그래도 전화번호는 주고받았어요.

영화 속에서 퇴근 후에도 게임, 주말에도 게임, 취미도 게임인 캐릭터로 나온다. 실제 생활은?
실제로도 그래요. 주말에도 게임을 해야해요. 사실 게임 하느라고 친구들과 연락도 많이 줄었어요. 남자애들은 다 군대에 가 있어서 만날 사람도 없고, 그냥 게임만해요. 스타만 해도 시간이 없는 걸요. 사실 감독님 몰래 나가서 영화도 보고 그래요.

게임은 힘겨운 나 자신과의 싸움
자신의 모든 것을 게임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후회는 없나?
가끔씩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보통 시간이 많이 안 나긴 하지만, 그나마 시간이 날 때도 만날 사람이 없을때. 내가 진작에 와 친구들에게 신경 써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해요.

능력 있는 선수를 상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프로 게임이 이제 막 걸음마 단계고, 게임도 다른 프로 스포츠랑 같다고 생각해요. 야구나 축구를 따라가려면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죠. 스타 플레이어가 많이 나오면 그만큼 남들 시선에 주목되고, 그러면서 시장도 커질 거에요. 주요 팬층인 청소년들이 보면 프로게이며는 정말 돈도 잘 벌고 잘사는 줄 아는데, 정말 몇몇만이 응당한 보수를 받고 있는 거에요. 구단 스폰서 십 없는 애들은 마땅히 연습할 데도 없고, 나이는 먹어 가고 힘들죠. 그런 게 이제 줄어들고 잘되려면 게이머들이 더욱 노력을 많이 해야죠.

힘들어도 잘 표현하지 않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성격 같다.
무척 외로움을 많이 타요. 외로움을 풀 길이 없어서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죠. 그래도 게임이 잘되면 그런 게 조금 풀리고, 지금 7연승, 5연승이라 많이 풀리고 있어요. 팬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글들을 보는 게 가장 큰 힘이 되죠.

심리 상태에 따라 게임 승패도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한두 번 졌는데 팬들이 슬럼프라고 그러면 '정말 내가 슬럼프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심감도 많이 잃어버려요. 그래서 연패를 거듭하고. 분위기를 타는 성격이에요. 이길 때는 무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계속 이기고, "임요환은 갔다"그러면 계속 져요. 그동안 내가 팬들만 보고 살았구나,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게임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죠. 그때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재미있는 게임은 저절로 나오는 거죠.

게이머 중에 동년배가 많아 질투가 심할 것 같다.
솔직히 IS 팀원 외에는 친한 게이머가 별로 없어요. 친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돼요. 낯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어서 더 힘든 것 같아요.

"거만하다. 자만심이 강하다"라는 주위의 시선에 대해서는?
슬럼프를 겪을 때의 얘기에요. 저도 그때는 자만했다고 느껴져요. 그러나 지금은 같은 팀에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워낙 많고,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게임을 해야 하기에 자만할 수가 없어요.

스타크래프트가 외국에서 영화화된다는 소리가 있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영화화된다면 어떤 종족의 무슨 역을 맡고 싶은지?
저그나 프로토스는 피하고 싶고요.(웃음) 테란의 마린이요.

배틀 크루저의 사령관은 어떤지?
배틀은 좋아하는 유닛이 아니고, 좋아하는 유닛은 드롭십인데 드롭십 기사는 여자라서요. 탱크를 좋아하는데 탱크 안은 비추지도 않을 거 아니에요. 마린은 얼굴도 자주 나올 거고, 메딕도 있잖아요.

축구 선수 중 스타크래프트의 임요환과 비슷한 선수를 꼽으라면(잘생긴 점에서 안정환을 염두에 두고 물어봤다)?
제가 개인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게 마이크로컨트롤이거든요. 축구에서 컨트롤을 절하는 사람이 안정환이기 때문에, 안정환? 하하. 컨트롤적인 면만 비교해주세요! 사실 안정환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목표는?
가장 가까운 목표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거에요. 온게임넷 스카이배 스타 리그와 KPGA 투어, 그리고 현재 예선 진행 중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우승이죠. 군대를 갔다 오면 순발력도 떨어지고 손도 많이 굳어질 거에요. 멀리 본다면 공부를 좀 많이 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글/최미현기자,사진/이유미(무비위크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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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viva
02/09/09 23:57
수정 아이콘
좋은 기사 퍼오셔서 감사합니다.^^
쌔규이
02/09/10 01:49
수정 아이콘
여기서 아주 중요한게 발견되네요. 찬반양론이 일고 있는임요환의 스타일문제가...
쌔규이
02/09/10 01:49
수정 아이콘
심리 상태에 따라 게임 승패도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한두 번 졌는데 팬들이 슬럼프라고 그러면 '정말 내가 슬럼프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심감도 많이 잃어버려요. 그래서 연패를 거듭하고. 분위기를 타는 성격이에요. 이길 때는 무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계속 이기고, "임요환은 갔다"그러면 계속 져요. 그동안 내가 팬들만 보고 살았구나,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게임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죠. 그때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재미있는 게임은 저절로 나오는 거죠.
쌔규이
02/09/10 01:51
수정 아이콘
머 어떻게 보면 임선수 개인주의 같기도 하지만...-_-;; 임선수 스스로 상업적인걸 피해가는 셈이 되겠네요. (이거 엉뚱한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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