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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09 01:12:02
Name Dabeeforever
Link #1 http://www.tum.co.kr
Subject [잡담]GGMAN이란 분이 있었지...
프로게임계가 시작된 것은 98년 쯤이었다.
아마 그도 그때쯤 프로게이머를 시작했었으리라...
(부끄럽게도 나는 프로게임계의 초반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

내가 한 가수의 팬이 된 것도 98년 쯤이었다.

지금 그는 박경락, 서지훈, 김현진 등 어린 후배들과,
임요환, 박정석 등 전국구 스타들과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초반, 그가 2패를 당했다.
그는 힘겨워 보였다.

그 다음주, 나는 겜비씨로 향했다.
또다시 1패...
내가 초짜저그를 좋아하는 편인데도(그는 전생에 천재 피아니스트가 아니었을까-_-;;)
불구하고 내 기분은 매우 시무룩했다.

책속의 다비님의 얼굴도 약간 우울해 보였다.

역시...안되는 것일까?
세월의 힘이라는 건...

2년 반 동안 나오지 않고 있는, 심하게 말하면
잊혀졌다고도 볼 수 있는 그녀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그 다음 주, 다시 갔다.
상대는 쉽지 않았다.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이겨냈다.
엄청나게 처절한 경기 끝에 황제를 이기고 만 것이다.
그래, 나도 안다. 황제는 연습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약간 씁쓸했던 건 이 공간에서 그의 1승을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황제가 설령 전략을 짤 시간이 모자랐다 하더라도,
그의 1승은 정말로 값진 것이 아니었는가?
그가 저그였기 때문인지...황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시간의 흐름 때문인지...

물에는 생명의 근원이 있지만, 그 자체에는 생명이 없다.
따라서 물은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순리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연어는 물보다 영원하지 못하지만, 생명이 있다.
그래서 연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힘들지만...
그렇기에, 인간은 살아 숨쉬는 존재이고 무한한 집념을 가진 존재이기에
승부세계에서는, 때로는 말 그대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된 조지 포먼이 챔피언을 되찾기도 하고
10년간 정상을 빼앗겼던 조치훈이 기성을 탈환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난, 2년 반 동안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겜비씨에 갈때 항상 이 세상에 열권도 안되는(7~8권으로 기억)
그녀의 팬북을 들고 간다.

(이번주 겜비씨 오신분들은 알겠지만
pd님이 내가 하도 오래 들고 있으니 요환님과 관계된 책이 아닌가 하셨다는...
그책 다비 팬북임. 참고로 그때 검은 잠바에 정석님 인터뷰 때 그 옆에 있었던 사람-_-)

그가 다비동의 일원이란-_-;; 이유도 있지만
아주 달라보이는 둘에서 무언가 같은 것을 느낀 이유도 있다.

이번 리그에서 GGMAN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프로게임계에 커다란 획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신주영, 국기봉, 이기석...그들도 이대로 끝이 아니었으면 한다.
공백기를 넘어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의 박용욱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다...

GGMAN, 신주영, 이기석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도 "있다".

시간의 힘은 기억보다 강하다, 하지만 어떠한 인간들은 시간보다 강하다.
나는 1세대들의 약진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설령 시간의 흐름과는 어긋나는 일일지라도...
매우 힘든 길일지라도...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걸어 걸어 걸어 가다보면......



p.s 깜빡하고 쓰지 못한 게 있어서리...
      왜 이번에도 그에게 맞는 유니폼을 만들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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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범
02/11/09 02:16
수정 아이콘
^_^글 내용 무지 좋네요..감동도 있고;;
퍼가도 될까요?
02/11/09 02:57
수정 아이콘
저역시 박현준 선수의 승리에 누구보다도 감동했던 사람입니다. 박현준 선수 멋있었습니다. 머랄까..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다소 안타까운마음을 지울길이 없던것은 박선수의 자신감 없어 보이는 말이었습니다. 요즘선수들이 워낙잘해서... 라는 뉘앙스의 인터뷰...
하지만 박선수가 부활할때 스타크래프트는 또한번 날아오를 것입니다.
박선수 할수있습니다! 박선수가 뭐가 모자랍니까. 박선수의 부활에 많은 올드팬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낼것입니다. 재기, 부활 이라는것은 쉽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것을 보여줄때 사람들은 박선수의 '멋'에 흠뻑 빠지고 말것입니다.
02/11/09 10:22
수정 아이콘
박현준 선수, 이번 리그에서 저그 상대로는 플토로 하실꺼라고 하셨죠.
좀 의외였습니다.
50:50의 랜덤실력이라면 저그에게는 테란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이 정설이니까요.
그처럼 자신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그의 결심에서,
그리고, 이제는 한물 갔다고 평가받는 사우론 저그 플레이를 끝까지 고집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그마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파이팅입니다^^*
02/11/09 10:59
수정 아이콘
박현준선수가 임요환선수와 했던 게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박현준선수가 임요환선수와 게임했단 자체를 몰랐죠.
박현준선수 뒤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pgr채널에서 몇번 뵈었는데, 게임 옵도 두어번 했는데,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임요환선수에게의 승리를 계기로 꼭 좋은성적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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