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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28 17:37:47 |
Name |
legend |
Subject |
저글링의 눈물(1) |
이 글을 공모란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써 봅니다.글의 모티브는 파인애플의
마린의 후회란 곡을 듣고 적었습니다.그리고 그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도록 마린의 후회
노래를 태그해놨습니다.음악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저글링의 눈물
"그거 아십니까?"
세일런일병의 말에 침대곁에 기대어 있던 해리슨병장이 의아한 얼굴로 일병을 내려다보
았다.
"뭘?"
"아,글쎄 제 새 여자친구가 연구소쪽에 일한다지 않습니까?거기서 일하다보니 아는것도
많더군요.그래서 저한테도 몇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던데요.예를 들면 히드라는 꼬
리로 슥슥 뱀처럼 기어가는데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순식간에 몇십미터를 이동한데요."
속사포처럼 빠른 일병의 말에 병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일병을 노려보았다.
"그래서,결론은 너 여자친구 자랑이냐?"
해리슨병장의 노려봄에 세일런일병은 움찔하며 다시 나불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아,저 그게 아니라...으하하!아아,병장님,병장님.그거 또 아세요?글쎄 저글링같은 저그애
들은 눈물을 못 흘린데요.눈물샘이 아예 없다나...?그리고 그 괴물코끼리 울트라리스크는.."
세일런의 계속되는 폭포수같은 수다에 해리슨병장은 결국 웃고야 말았다.웃음지은 얼굴로
그는 배럭스 창문을 통해 밖에 떠 있는 휘황찬란한 3개의 보름달을 보며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부모님께선 잘 있겠지...?댄,그 녀석도 이제 병역의무를 지게 될텐데...걱정이군.'
이제 얼마 안 남은 제대날짜를 세어보며 아직도 수다를 떨어대는 일병의 귀에 들리지 않
는 작은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세상...전쟁따윈..."
해리슨병장이 속해 있는 테란진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는 순찰임무를 받고
이동 중이었다.
"이제 전역도 안 남은 병장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이런 @^%@^@@"
순찰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차라리 진영순시라고 하는게 옳을 정도로 순찰임무는 간단
한것이지만 병장에겐 짜증만 날 뿐이었다.
'망할,재미도 없고...아무리 지금 인력이 딸리다지만 혼자 순찰보내는게 말이 되는건지..
후,따분한 산책놀이나 해야된다니...확 저글링이나 튀어나왔으면 차라리 낫겠군.'
그때 병장의 시야에 갑작스레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병장은 그동안의 경력이 녹슬
지는 않았는듯 재빨리 전투태세를 취했다.그의 시야에 하나의 점이 나타나더니 점점 가
까워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점은 병장이 그토록 바라던 생물로 변하였다.
'어째서 이곳에 저글링이?'
병장은 바로 가우스건을 발포하려 했지만 그 순간 갑자기 저글링은 비틀거리면서 홱하고
쓰러져버렸다.이에 당황한 병장은 움찔거리며 가우스건을 내린채 저글링에게 천천히 접
근하였다.
저글링의 모습은 처참하였다.이곳저곳에 총에 맞아 난사당한 상태였다.그야말로 죽기직
전의 상태인것이다.
'어쩌지?'
병장은 어떻게 할까 고심에 빠졌다.병장의 눈에 들어온 저글링은 자신이 보았었던 악마같
은 광기어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미약하고 작은 병아리와도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저글링의 눈과 병장의 눈이 마주쳤다.저글링의 눈은 맑았다.아무것도 모르는냥 순수하고
백치같은 눈...그가 본 저글링의 핏빛 광안(狂眼)과는 전혀 다른 눈이었다.
그 눈을 보고 병장은 결정하였다.
"뭐,그냥 냅둬보자."
그렇게 말한 후 병장은 저글링의 몸체를 데굴데굴 굴려서 주위의 바위무더기 안으로 밀어
넣어 보이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병장은 가우스건을 내려놓고 헬맷을 벗어던지곤 바위무더기위에 걸터앉았다.
이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기후를 가져서 굳이 전투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될만한 환경이
었기에 병장은 거리낌없이 전투헬맷을 벗어던진것이다.
병장은 이제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여린 마음의 감상에 빠졌다.
'처음 전투에 나갔을땐 총조차 못 쥐고 손만 덜덜 떨며 주저앉아 있었지.두번째도 총만
잡고 있다가 고참들의 호통에 쏜 총에 맞은 저글링이 지른 신음에 얼마나 놀랐던지...
그때의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내 자신이 신기하군.크큭.'
이젠 4년동안의 군대생활이 막 끝나가려 한다.여리고 순수했던 18살의 소년에서 22살의
세상에 물든 청년으로...
문득 고개를 돌려 그의 뒤에 있는 저글링을 바라보았다.저글링은 고통속에서 신음을 흘리
며 누워있었다.
'저 괴물을 내가 왜 살렸을까?죽여야 하는 존재인데...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인데...'
저녁노을은 이제 절정에 달하여 샛노란 빛과 시뻘건 빛이 어우러져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병장의 몸도,그가 앉아있는 바위무더기도,바위무더기 밑의 저글링도 모두 샛노랗
고 시뻘건 모습으로 물들어갔다.
병장은 담배를 꼬나물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깊게 빨아들인 후 흰 연기를 훅 내뱉자 하
얀 연기는 금새 노을에 물들여 붉은 아지랑이를 만들어냈다.병장은 생각했다.
'어떤 생물이든 결국 죽고 싶진 않겠지.하지만 저 노을이 모든걸 붉은색으로 물들이는것
처럼 전쟁이란 녀석도 모든걸 죽음으로 물들이는건가...'
병장은 어느새 순찰시간이 한참 지났음을 깨닫고 옆에 놓아둔 가우스건과 헬맷을 집어들
고는 바위무더기위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몸을 돌려 저글링에게 말하고는 진지로 발걸음
을 옮겼다.
"굿나잇,저글링."
병장의 몸은 노을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원래 단편을 기획하고 적었는데 어느새 적다보니 한번에 다 적기엔 좀 양이 많아질꺼
같더군요.어쩔 수 없이 중편규모로 바꾸고 노래는 마지막편에 넣을까 생각중입니다.
아무튼 재밌게 봐주세요.^^
그리고 다 쓴 다음 잘 썼다고 생각되면 이 글로 공모해볼까 합니다.장편 계획해놓은걸
쓰자니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것 같네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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