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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0/25 23:29:03
Name pErsOnA_Couple
File #1 nevermind.jpg (64.2 KB), Download : 18
Subject Nevermind (Nirnava) - 共感, 涅槃




너무나 많은 대중음악관련 서적에서 논했던 앨범, Nevermind에 대해 잡설을 늘어놓자니 두렵기까지 하다. 이 앨범에 대해선 할 말이 많기도 하지만 동시에 특별하게 할 말이 없기도 하다. 당시까지의 메인스트림이었던 헤비메탈을 완전히 종식시켜버린 터미네이터와 같은 장르 종식설, 육중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와 아이돌 스타일과의 교배, 언더그라운드 그런지 사운드를 메인스트림 제작방식으로 제작했다는 프로듀싱 방식의 혁명 등등으로 요약하여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석연치가 않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설명은 어떤가?

"곡 전체가 F5 - Bb5 - Ab5 - Db5 라는 단순한 코드 진행으로 이루어진 악구를 가지고 있고, 템포의 변화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거의 이펙트가 걸리지 않은 기타의 인트로가 넌지시 시작되다가 느닷없이 강력한 디스토션을 먹은 기타가 드럼과 베이스의 뒷받침을 받아 파괴적인 사운드를 난사한다. 그리곤 다소 잠잠해진 뒤 리드믹한 보컬이 버스(verse) 부분을 장식한다. 그리고 다시 코러스(chorus) 부분에서는 인트로 후반부와 유사하지만, 이제는 절규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진 난폭한 사운드가 듣는 이의 귀와 몸을 두들긴다. 간주의 기타 솔로도 현란한 속주가 아니라 보컬의 멜로디 라인과 동일한 단순한 연주이지만, 묘한 불협화음 속에서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긴장감을 유지한다."

위의 글은 얼트 문화와 록 음악 1이라는 책에서 Smells like teen spirits를 설명해놓은 글이다. 더더욱 모를 단어로 점철되어가고 있다.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

Nevermind 앨범은, 그리고 Nirvana의 음악은 따라 하기는 쉽지만 창작하기는 어려운 음악이다. 기타를 조금만 칠 줄 아는 사람이라면 Smells like teen spirits의 코드를 카피하기란 어렵지 않다. 실례로 글쓴이의 지인들이 조직했던 밴드 역시 시류에 편승하여 Nirvana 카피전문밴드로 다시 태어나 3달간의 맹연습(직접 지켜보건대, 진짜 맹연습이었다.) 끝에 Bleach, Nevermind, Incesticide까지 거의 완벽하게 연주를 카피하게 되었다. 보컬이나 Nirvana 특유의 필, 스피릿 등등에 대해선... 음.. 넘어가기로 하자. 물론 3코드 펑크정신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글쓴이의 지인들에겐 In bloom, Lithum을 연주할 때만큼은 Nirvana가 되어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다는 상상에 흠뻑 빠질 수 있었고, 복잡한 리프를 틀리지 않게 연주하느라 정신없었던 예전과는 달리 간단한 리프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정리해보자. 3코드 펑크정신에 충실했던 Nirvana의 성공은 비틀즈 이후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번 로큰롤 드림을 꿈꾸게 만들었다. 그들만의 연주, 그들만의 감정인 초거대공룡 헤비메탈 그룹에 대한 실체 없는 동경보다는 당장 내 손에서 울려 퍼지는 내 감정이 실린 3코드 음악이 더 소중하다는 말일게다.

물론 Nevermind의 곡들이 모두 3코드 단순리프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Lithum, In Bloom, Polly 같은 곡에서는 펑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변화무쌍한 리프변화를 보이고 있으며(드림시어터의 그것을 상상한다면 대략 낭패이다), 이전까지의 하드코어 밴드들의 시종일관 유지하는 극한의 사운드와는 달리 완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숙함, 그런지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잃지 않는 팝적인 감각, Territorial Pissing에서 보여주는 순혈펑크정신과 Something in the way의 Nirvana표 발라드에까지 미치는 변화무쌍한 음악적 스펙트럼 등은 이 앨범이 어째서 9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인지를 보여준다. (필자는 그래서 이 앨범보다 좀더 내밀한 In Utero를 더 좋아한다.)

시대의 젊은이들을 일깨우려는 메시지..같은 얘기는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후 커트 코베인의 생과 운명을 생각하면 말이다. 또한 아시아의 동북부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가 아무리 앨범 속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노래를 듣는들 시어에 가까운 가사에서 그런 메시지를 감지해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직접 들어보시길.



순진하게 Nirvana가 활짝 열어젖혔다고 하는 얼터너티브 장르가 온전히 커트 코베인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사림은 없겠지만, 사운드적인 면에선 우리나라에는 그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은 그룹, Pixies에게 빚지고 있는 부분이 많고, 장르를 대하는 태도나 정신적인 면은 R.E.M과 무관할 수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부분을 용광로처럼 녹여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 커트 코베인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시대를 규정하고, 시대의 흐름을 제어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만은 제어할 수 없었던 커트 코베인. 그가 원했던 것은 그 자신의 해탈과 열반이었을까, 아니면 전세계 젊은이들의 해탈과 열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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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25 23:35
수정 아이콘
기교가 전부가 아니란걸 직접 보여준 너바나. 혼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거창하고 메시지와 정신이라는게 담겨져 있는 앨범이죠.
06/10/25 23:49
수정 아이콘
일단 네버마인드를 보고는 이 곳의 Nevermind님이 생각났고..
클릭을 하니 너무나도 유명하고 (그리고 좋아하는) 너바나의 네버마인드 앨범 커버를 보고 반가워했습니다 ^^;;

중,고등학생 때, 친구는 너바나를 굉장히 좋아했고.. 저는 메탈리카와 메가데스를 굉장히 좋아했기에.. 서로 CD를 바꿔들으면서 머리를 흔들흔들했던 기억이 나네요 ^^;;

"비틀즈 이후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번 로큰롤 드림을 꿈꾸게 만들었다." 부분은 심히 공감이 갑니다.
그저 살짝 살짝 마음에 드는 그룹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Nirvana가 딱 그랬죠...

덧붙여서 pErsOnA_Couple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이 쯤 되는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무어라 형용하기 조차 힘든데..
이렇게 글까지 쓰시니 말입니다.
샴페인슈퍼노
06/10/25 23:51
수정 아이콘
십수년이 지났지만 락에 대한 이정도 열정과 스피릿이 담긴 음반을 요즘에 만나기도 쉽지 않죠.. 간만에 들으니 좋네요 '스멜 라이크 틴 스피릿'
그렇다면 스피릿의 원조는 커트 코베인?? 껄껄껄~~
소나기아다리
06/10/25 23:53
수정 아이콘
음악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글이 pgr에 올라올때마다 무척 기분이 좋네요..(비록 너바나를 좋아하진 않지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네버마인
06/10/25 23:54
수정 아이콘
영어 닉네임의 Nevermind 님이 있다면 한글명인 저도 있답니다.....^^
삽마스터
06/10/26 00:04
수정 아이콘
데이브 그롤은 밴드 만들어서 잘나가고 있는데
베이시스트는 뭐하고 지내나요?
NeverMind
06/10/26 00:07
수정 아이콘
헉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 부터 내가 피지알 유명인사가 됬지 하면서...설래인 마음에 들어왔지만...^_^;;
뭐 제 닉네임의 본래뜻이 이거니까 뭐 기분은 좋네요....
너바나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정확히는 스멜스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그 전까지는 뉴메탈들..ratm이나 콘,린킨파크를 좋아하고
메탈리카나 딥퍼플,레드제플린정도의 락 고전넘버들을 하나 두개씩 들어나가고 있던 저에게
컬쳐쑈크란 이런것이다 라고 몸소 체험하게 해준 너바나...
제 평생의 한이 너바나의 라이브를 듣지 못한다는 것 입니다...
저에게 너바나의 라이브를 듣게 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평생노예가 될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스멜스와 미발표곡인 유노유라잇입니다....
스멜스야 너바나와의 첫경험(???)이라서
그리고 유노 유라잇은 언제나 제가 힘들고 고민에 빠질때
어느 순간 제 몸이 찾는 노래입니다
너가 옳다는 걸 넌 안다...라는 노래제목과 가사가 절 위로해주는 것 같거든요....
marchrabbit
06/10/26 00:26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제 친구는 커트 코베인 엄청 싫어했더랬죠. 그만큼 떴으면 후배들 돌봐주지 락 스피릿이니 뭐니해서 자살했다고요. 그래서 그러려니 하면서 시큰둥하게 있다가 레코드가게 간 김에 Nevermind 테이프 사봤는데 첫곡부터 쇼킹~! 엄청나게 좋더군요. CD 안 사걸 후회할 정도로.
뭐...; 그래도 제 최고의 밴드는 King Crimson 입니다;;;;;
새벽오빠
06/10/26 00:56
수정 아이콘
드림시어터류의 현란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커트옹만큼 '혼을 살라가며' 음악하는 아티스트를 대보라면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대가 진정한 '스피릿'이오

사족으로... 세기말에 90년도 최고의 명반선정을 온갖 잡지 및 방송매체에서 했었는데 Nevermind가 1위 아닌걸 본적이 없네요
정말 대단한 앨범입니다
NeverMind
06/10/26 00:59
수정 아이콘
9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에서 빠질 수가 없죠....빠지는게 무개념이죠....
어느평론가가 '너바나이후의 뮤지션들은 커트 코베인에거 빚을 지고 있는것이다'라고 한게 기억나네요...
커트의가디건
06/10/26 02:41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너바나글을 만나니 너무나 반갑네요^^
제가 중학교때 락음악에 빠지게 만든 계기가 된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그후 너무나 많은 훌륭한 밴드들을
만났지만 역시 너바나의 그것과 비교할수는 없더군요..훗~
스타크래프트사이트지만 이런글 좋아요~~
p.s.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제 아뒤도 커트코베인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었다는..역시나, 저 동영상에도 커트는 가디건을 입고있군요^^
점박이멍멍이
06/10/26 10:17
수정 아이콘
NIRVANA.... 밴드명대로 열반의 세계로 간..... ㅠ.ㅠ
XoltCounteR
06/10/26 13:51
수정 아이콘
후...
전 정말로 커트와 지미 때문에 기타 입문할때 오른손잡이이면서 왼손기타를 칠것을 심하게 고민했었습니다...
젯나이트
06/10/26 23:19
수정 아이콘
너바나가 활동할 당시에는 너바나가 롤링스톤즈이고 펄잼이 비틀즈라고했었죠. 그 당시에는...
지금은 펄잼보다는 너바나가 더 높게 평가 받지만요.
역시 너바나가 먼저 히트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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