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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20 21:42:31
Name 세츠나
Subject 임요환을 능가하는 것은 임요환 뿐이다!
...라고 믿어온지 어언 몇년째인지.

이른바 절대 임파 (구개음화 하셔도 괜찮습니다)인 저로서는 결코 변하지 않을 신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만...이번 OSL 결승전은, 정말 보고싶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은 임요환 선수가 아니지만, 김수겸 선수의 대사가 문득 떠올라 외면해버렸습니다.
"그분이 없는 곳에서는 가을의 전설도, 금쥐도 의미 없다!" 랄까요?

임요환을 능가하는 것은 임요환 뿐이다.
달리 비유하면, 임요환 앞에 임요환 없고 임요환 뒤에 임요환 없다.
직역하면 '다음 임요환'이 되는 포스트-임요환을 전면 부정하는 말이 되겠죠.

이윤열 선수가 한참 전성기일때...(기간이 꽤 됩니다만 알아서 상상해주세요 ^^)
정말 그는 내 고뇌의 원천이었습니다. 계속 부정해야만 했으니까요. 그래도 아직은...이라고.
뭔가 그가 임요환에게 미치지 못하는 점을 끊임없이 생각해내야만 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객관적인 성적만 가지고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는 위업을 그는 이루었지요.
제 머릿 속에 남은 것은 두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 이윤열 선수 자신도 아직은 황제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는가 -


- 황제라는 단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부침도 세월도 모두 겪어내어야 하는 것이다 -


그리고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그는 부침도 겪었습니다.

오히려 군대에 가기 직전까지도 거의 고정 엔트리처럼 양대리그 어디에선가는 찾아볼 수 있던
정말 '노장은 죽여도 안죽고 사라지지도 않는다(?)'의 대명사 같은 임요환 선수에 비하면
무척 기나긴 고난의 길을 걸었습니다.

임요환 선수는 슬럼프라는 소리를 제일 많이 들은 프로게이머일 것입니다만, 오히려 막상
그의 경기 대부분은 양대 리그 본선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생각해보면 정말 지독한 일입니다;)
예선 경기까지 찾아보는 열성은 어느덧 잃은 이 올드팬은 이윤열 석자를 거의 잊을 지경이었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입대 날짜를 받아놓고, 그나마 챙겨보던 OSL 스타리그조차 보는게 시들해진 후.
PGR에 오면 유게 검색해보고, 조금의 즐거운 웃음과 조금의 실소를 머금고, 다른 사이트로 떠나고.
수퍼 파이트는 참 오랜만에 챙겨본 경기였고, 마재윤 선수가 결국 또 MSL에서 우승했음을 알고.
마본좌론에, 에이 뭐 그쯤 했으면 본좌 시켜주지 뭘 논쟁씩이나...하며 진지함 없는 한마디를 던지고.
결국 임요환 선수는 입대를 했고, 가끔 머리깎은 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착잡해하기도 하고...

그러다, OSL 결승전. 운명이자 필연인 가을의 전설...거기엔 그 때 그 사람, 오영종.

가끔 프로리그 성적이나 뒤적뒤적하던 전적게시판에서 본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라? 이윤열?"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있었습니다.
나는 임요환 선수의 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타계의 팬이라는 자기합리화의 일환일지 몰라도
한두개의 글을 보더라도 누구와도 대략 아는척 하면서 대화를 나눌 정도의 지식을 골라먹는 테크닉은
스스로 생각해도 제법이기 때문에 -ㅅ-; 알고는 있었습니다. 알고는 있었는데...

아아, 정말 보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때문에 보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보고싶지 않아서, 그 유별난 감정 때문에.
보아도 안보아도 그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지고 이기고 이기고 지고...그 후 저는, 마지막에 왜 그렇게 이윤열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을까요?

그 복잡한 감정을 도저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사실 별로 하고싶지도 않습니다.
보기 전에는, 김수겸의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다 보고난 이후에는...
베지터가 왜 그렇게 허탈한 한마디를 날려야만 했는가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 윤열아, 니가 최고다."

여전히 절대 임파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임요환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영원히 임요환 뿐입니다.
그러나 그 긴시간 동안 고뇌의 원천이었던 이윤열 선수. 축하합니다. 전인미답의 그 발자국을.
이스포츠라는 무대에서 포스트-임요환이 단지 실력이나 성적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다른 스포츠나 예술세계에서처럼 전설과 빛나는 영광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당신만이, 그 단 한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누군가의 포스트가 아니라 오직, 이윤열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여전히...임요환의 뒤에는 임요환이 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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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메딕
06/11/20 21:47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 결승전은 임팬으로 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결승전이었네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괴롭다고나 할까^^
그래도 역시 이윤열 선수는 최강이고 오영종 선수도 최고라고 말할만한 경기였습니다.
이즈음 드는 생각... 보고 싶다 요환아~ 아흑
러브젤
06/11/20 21:52
수정 아이콘
아직도 유효한거같은데요.. 설령 어떤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10번 넘게해도 임요환을 넘어서지는 못한다고봅니다.
세츠나
06/11/20 21:59
수정 아이콘
아직도 '전인미답'의 영역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영역에 도달하는 선수들은 다 각자 영웅들이 되겠지요.
그들 모두가 팬들에게는 황제이고 천재이고 본좌입니다. 임요환 선수만 독야청청한다고 능사는 아니겠지요.
오히려 그동안 '그분'과 이름을 나란히하는 네임밸류가 더 많이 탄생했었어야 하지 않나...이제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OSL 결승을 치른 이윤열 선수는 정말 자신의 목표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한꺼풀 벗었구나 싶더군요.
계속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짧은 글재주로 써봤습니다. 논쟁이 되지 않았으면...^^
06/11/20 21:59
수정 아이콘
단지 강력햇던것 이상을 가지고있는 선수니까요.
임요환은 임요환이고 이윤열은 또 제1의 이윤열일 뿐이지요
고양이혀
06/11/20 22:05
수정 아이콘
제 1회 슈퍼 파이트 현장에서 마재윤 선수의 강력함에 치를 떨었고, OSL을 집에서 지켜보며 이윤열 선수가 가져간 금쥐에 아쉬워 하는, 그런 임파인 저는..... 누가 뭐래도 그냥 평생 임요환이 최고다!! 라고 외치며 살아가려구요. 그분은 그분, 천재는 천재, 마에스트로는 마에스트로. 각자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 최고인 법이겠지요..
이즈음 드는 생각... 보고 싶다 요환아~ 아흑(2)
남들과다른나
06/11/20 22:07
수정 아이콘
전 두 선수 경기를 모두 좋아하는 편인데, 실력과 업적 면에선 이윤열 선수는 이미 충분히 임요환 선수를 넘어섰음에 틀림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의 인기를 넘어설 선수는 정말 10회 메이져 우승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지도 모르죠.
글루미선데이
06/11/20 22:22
수정 아이콘
사실 이제 이윤열에겐 황제의 뒤를 잇는 황태자라는 이름보다
자신만의 또 다른 신화를 쓰고 있는 세상을 놀라게 한 천재라는 타이틀이 걸맞습니다

이윤열은 강하다 그리고 꾸준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티원이 임요환이고 임요환이 티원이듯이
팬택이 이윤열이고 이윤열이 팬택이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06/11/20 22:59
수정 아이콘
림 -> 임 : 구개음화 (x) 두음법칙 (o)
구개음화: 미닫이 = 발음시 미다디(x) 미다지(o)

임요환 선수나 이윤열 선수나 슬럼프를 딛고 올라와서
오랫동안 정상권의 실력을 유지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죠(이윤열 선수는 우승까지 했으니 +알파...)
이제 과연 30대 프로게이머 미션에 성공할 수 있을지. ^^
06/11/20 23:0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복잡한 심경에 빠져있는 요환 선수팬을 웃음짓게 하는군요. ^
06/11/21 00:32
수정 아이콘
임파를 어떻게 구개음화 할까 한참 고민하고 있었는데, 두음 법칙을 잘못 말씀하신건가요?;;
이신근
06/11/21 00:41
수정 아이콘
이미 실력적인면은 최연성선수나 여러 선수들이넘었다고 보고 업적면에서이젠이윤열선수가앞서죠 ㅋ
레몬향기
06/11/21 01:27
수정 아이콘
게시판에서 세츠나님의 글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아이디를 보고 반가워서 클릭하고,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임팬으로써 참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본 결승전이었어요.

두 선수 모두 좋아하는 선수라 재밌는 경기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심정으로 보았는데...
5세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저도 모르게 '얄아 제발!!!'을 외친 건 무엇때문이었을까요.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그냥 시원섭섭합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랜 슬럼프를 딛고 우승해내고, 큰 무대에서 아버지를 부르는 윤열선수를 보며 정말 대견했으니까요.

이윤열 선수,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아버지도 틀림없이 지켜보고 대견해하실 거예요. 앞으로도 멋진 모습 기대합니다.

물론 공군소속으로서 좋은 활약과, 30대 프로게이머라는 미션이 아직 남아있는 임요환선수도, 힘내주세요.
당신의 경기를 보며 울고 웃는 팬들이 있으니까요^^
세츠나
06/11/21 01:54
수정 아이콘
아직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다니 ^^; 이번 결승전 때문에 오랜만에 뭔가 불붙었는지 밀렸던 경기들 중에 이것저것 골라보고 있습니다.
에고...졸업 준비해야되는데 ㅠㅠ 난감...
anti-terran
06/11/21 08:52
수정 아이콘
구개음화나 격음화가 아니라 경음화(된소리)인 것 같아요. 임파->임빠라고 해도 좋다는 말씀 아니었을지.

임요환은 임요환, 이윤열은 이윤열이죠. 인기는 임요환이 많고, 우승은 이윤열이 많이 했고. 누구 전적이 더 좋다, 누구 팬이 더 많다, 누가 우승을 더 많이 했다는거야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누가 누구를 넘어섰다(?)는건 각자 워낙 독보적인 영역이 있는 선수들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06/11/21 12:34
수정 아이콘
세츠나님 기억하는 사람 여기 또 있습니다. ^^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셨네요. ^^ 가끔 유게에 댓글정도만 남기신건 봤지만.. 흠, 이윤열선수!! 해낼줄 알았어요. 박서와 겨울때도 그랬지만, 이윤열선수는 정말 못 당한다니깐요.. ^^;; 그래도 처음으로 기분좋은 마음으로 윤열선수를 응원했습니다. 아마 박서와 붙었다면 또 이윤열선수와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생겼겠지만요. 사람마음이란게 그렇네요.. ^^;;
머릿돌
06/11/22 01:05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는, 만화책 창천항로에서 표현하는 조조와 같은 존재라 생각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 한 사람이 주는 영향력 그 자체를 다른 선수들이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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