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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3 03:55:58
Name PianoForte
Subject 어느 무명씨의 짧은 결승 '시청' 후기.

(우선 편의상 선수 존칭은 웬만하면 생략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1. 오프 가려다가 다른 데 다녀와야 해서 못 갔습니다. 9시 반쯤? 집에 돌아왔는데 전 당연히 경기 끝났겠지 하며 결과 확인부터 하려고 포모스를 들어갔는데, 2:2 됐다는 기사까지만 뜨고 최종결과가 안 나와 있더군요. 당장 pgr, 스갤 등을 확인해 보고 온게임넷 홈페이지의 두부에러(;;)를 뚫고 경기를 틀었습니다. 참고로 1경기 재경기사태 때문에 경기가 한참 지연됐다는 건 좀 나중에야 알았어요.

2. 5경기에서 이영호의 위치는 7시, 다들 아시다시피 프로리그 고석현전, 네이트 MSL 결승 1차전 모두 이영호가 7시였고, '이영호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 둘 다 졌죠. 정말 이영호 선수와 매치포인트 7시와는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번에도 정말 이영호의 배를 째는 플레이를 김정우가 제대로 찌르면서 한 방에 경기를 잡았네요. 앞에 든 두 사례도 흐름은 비슷했죠. 뮤탈리스크와 저글링이라는 수단의 차이만 있었을 뿐.

3. 엔딩까지 끝나고, 열릴 생각을 않는 타임머신TV는 포기하고 다음 TV팟을 통해 나머지 경기들을 봤습니다. 스타에 식견은 별로 없지만, 이번 결승 경기에서 재미있었던 두 가지는 '역스윕' '둘 사이의 심리전' 딱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황당무적(;;) 방송 중에 이승원 해설이 한 말이 있죠. '실력과는 관계없이 둘이서 대등한 실력을 가지고 치고박고 싸우는 게임이 진짜 재미있다'라고요. 오늘 경기는 이영호가 앞의 두 경기를 '압도'하고, 김정우가 뒤의 세 경기를 '압도'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압도의 원인이 두 선수간의 치열한 머리싸움의 결과라는 게 그나마 관전을 재미있게 했지요.

4. 저야 오프를 가지 않았으니 현장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목격을 한 건 아닙니다만, 많은 분들이 귀가(혹은 노숙?)하신 후 올라오는 글들을 읽자니 좀 사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바글바글한 오프 관중들을 보니 온게임넷이 정신줄을 좀 놨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비록 위기감을 느낀 e스포츠팬(혹은 스덕)들이 대거 결승전 현장에 참여하면서 결승전 흥행 자체는 성공적이긴 했지만, 절대 이것 하나로 지금의 위기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와 줘서 고마워요. 지금부턴 알아서들'도 아니고, 사람이 적을 경우를 물론 더 무겁게 생각할 상황인 건 맞지만 사람이 많이 몰릴 경우도 생각해야 했던 거 아닙니까? 오늘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을 수천명의 오프 관중들 중에 앞으로 다시 오프를 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커뮤니티에 글 올릴 정도의 '매니아'들이 '짜증나서 다신 안 간다'라는 성토를 쏟아내고 있는 판국인데요. 이미 조작사건으로 내상을 입은 e스포츠판에 온게임넷이 강펀치 한 방 더 날려주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제발 온게임넷 정신 좀 차리십쇼. 아직 위기 끝난 거 아니라고.

5. 어쨌든, 이런 상황에선 항상 약자를 응원하는 제 천성(?) 때문에 김정우의 우승을 은근히 바랬는데(테란유저인데도요. 하하;), 이렇게 멋지게 이영호를 꺾어버려서 김정우 선수에게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 절대강자가 출현하는 걸 별로 바라지 않아서 지금처럼 '후보자(?)'들이 한 번씩 끌려내려가는 걸 보는 맛이 쏠쏠하더라고요(아무래도 변태인가 봅니다). 임이최..의 전성기에도 한 번씩 딴죽을 거는 선수들이 있었죠. 이러저러한 이유(?)로 29일에는 이영호 선수가 멋지게 우승을 해 주길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29일에도 전 다른 일 때문에 오프는 고사하고 경기 시청조차 힘들겠네요. 이런 망할(e스포츠 망하란 얘긴 아니고요).

번외. 제가 갔던 유일한 오프는 잠실야구장에서 했던 마이큐브배 결승이었습니다. 막 수능 끝났을 때죠. 수험표 들고 가면 무슨 특별석인가에서 관람하게 해 준다고 해서 들고 갔는데,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전 어버버하게 돌아다니다가 안내원(당시엔 자봉단이 있을 때였으니 자봉단의 일원이었을지도)이 밀어넣어(?)서 얼떨결에 특별석 끄트머리에 가서 관람을 했던 기억이 얼핏 납니다. 그 때 생각하며 '참 일처리 엉성하게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벌써 6년 넘게 지났지만 본질은 크게 나아진 게 없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온게임넷도 좀 제대로 정신차리길 바라겠습니다. 그나저나 6년 반만의 오프는 또 다시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네요. 그냥 프로리그 경기라도 보러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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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다하카
10/05/23 04:49
수정 아이콘
2경기는 머리 싸움보다는 이영호 선수가 스탑러커를 잡아낸 순간을 분수령으로 기울었다고 봅니다. 9시에서 병력을 크게 한 차례 줄였고 나머지 병력은 본진에 묶어둔 상황에서 러커로 체제전환을 했기 때문에 김정우 선수는 그 타이밍에 이영호 선수가 그토록 공격적으로 나오리라 생각치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러커전환 전에 센터를 잡고 있지 않다면 스탑러커가 무서워서 함부로 못 나가는것이 일반적이죠;;) '스탑 러커' 두 기를 귀신같이 잡아낸 이영호 선수의 기세와 그로 인해 본진, 9시, 7시 세군데의 공격포인트를 동시에 주었다는 점이(병력보다는 드론과 테크에 치중하고 있었죠) 김정우 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 이후 이영호 선수의 공격에 우왕좌왕 하다가 진것 같습니다. 스탑러커가 잡혔어도 침착하게 상대 병력의 동선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방어했더라면 말씀하신 '치고박고 싸우는 게임'이 나올법 했다고 보는데 저도 좀 아쉬웠습니다. 3경기는 정말 심리전의 진수였죠.(평범한 2햇 뮤탈을 상대를 기만하는 전략으로 바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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