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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2/06 13:49:20
Name 너T야?
Subject [정치] 한국은행전(허생전 패러디) (수정됨)
아래 한국은행이 발표한 출산률 대책을 보고 살짝 끄적여 봤습니다.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 이름, 집단, 사건은 허구이며 실존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대충 따왔을뿐입니다.

경제상황과 각종 내용에 대한 부정확하고 무식한 부분은 제가 멍청한 것이니 욕을 부탁드립니다.

----------------------------------------------------------------

  이윽고 밤이 되자 여가부는 수행원을 다 물리치고 홑몸으로 정부와 같이 한은의 집을 찾아갔다. 벤츠를 타고 가기가 송구스러워 걸어서 갔다. 정부는 여가부를 잠시 현관문밖에 세워두고는 혼자 안으로 들어가 한은을 만나보고 정부가 온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한은은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말했다.

   “그대가 가져 온 와인이나 어서 풀게.”

   그래서 두 사람은 술을 내어 즐겁게 마셨다. 정부는 술을 마시면서도 문밖에 세워 둔 여가부가 민망스러워 거듭 여가부의 일을 이야기하였지만 한은은 좀처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밤이 이슥해졌다. 그제야 한은은 말했다.

   “손님을 불러볼까.”

   여가부가 들어왔다. 그러나 한은은 일어나 맞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몸둘 바를 몰라 하다가 마침내 나라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자기의 뜻을 말했다. 한은은 손을 휘저었다.

   “밤은 짧고 말은 기니 듣기에 지루하군. 지금 자네 벼슬자리는 무엇인가?”

   “장관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나라에서는 믿을 만한 신하겠군. 내 사회적 갈등을 청산할 테니 대통령에게 청하여 여야 지도부에게 삼고초려를 하게 할 수 있겠는가?”

   여가부는 머리를 떨구고 한참 동안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어려운가 합니다. 그 다음의 일을 듣고자 하옵니다.”

   “나는 둘째 번이라는 것은 배우지 못했네.”

   눌러 붙어서 재삼 묻자. 한은은 다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에 많은 홀아비,홀어미가 갈등을 맺어 아기를 낳지 않고 있네. 자네가 나라에 청하여 군가산점, 임신출산가산점을 지원하고, 체납 세금을 털어 집값을 2015년 수준으로 내려서 그들에게 살집을 장만해줄 수 있겠는가?”

   이것도 정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여가부는 한참이나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어렵겠습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그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럼 아주 쉬운 일이 있으니 자네가 할 수 있겠는가?”

   “원컨대 듣고자 합니다.”

   한은은 말했다.

   “대체로 출산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둥지가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네. 또 아기를 먹이고 입히고자 고용을 안정화시키면 도서고금 가정에 불화가 없었네. 지금 미국 땅에는 천하의 주인이 들어앉아서 스스로 달러를 찍어내고 금리를 올리고 있네. 이에 대한민국은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물가는 치솟을 걸세. 이제 우리가 우리 청년들의 고용률을 상승시키고 육아휴직을 강제로 가게 법으로 지정한다면 그들은 기뻐하며 혼인과 출산을 할걸세. 그렇게 되거든 나라가 이제는 가족 관련 지출을 늘리고, 도시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지방 투자를 늘린도록 하게. 그리고 결혼제도에 대한 전통적 방식과 허레허식을 완화하여 국민들이 부담없이 결혼과 혼전 동거를 하게 한다면, 그때야말로 출산률은 치솟고 천하대사를 꾀하여 부국강병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런 다음 IT 및 문화 산업에 투자하고 문어발 기업을 정비하여 코스피를 안정시켜 나라 경제를 회복한다면, 우리 나라는 적어도 2050년에 인구가 없어서 소멸할 걱정은 없을 것이네.”

   여가부는 얼빠진 듯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기업들이 수도권을 지키고 있으니, 강제로 지방을 보낼 수 없고 육아휴직을 법으로 지정한다면 누가 일을 하여 나라가 돌아가겠습니까?”

   이 말에 한은은 버럭 화를 냈다.

   “소위 행정부와 국회가 대체 어떤 놈들이냐? 한번 선출되면 나라를 돌보지 않고 제멋대로 이득을 취하니 얌통머리가 없지 않느냐? 출산률이 0.6이 다 되어가도록 고령표, 성별 갈등에 따른 이탈표만 신경써서 아무것도 못하니 이건 나라를 이끄는 지도부로서 주관이 있는 것이냐? 그러면서 어찌 일할 사람이 없다 하며 주둥이를 놀리는 거냐? 옛날에는 원룸 신혼을 시작해도 손가락질 하지 않았고, 열심히 일하면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SNS 오남용과 젠더 갈라치기, 고물가로 청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그래 그까짓 휴직과 가산점을 아낀단 말이냐? 뿐만 아니다. 장차 다음 엘리트가 IT, 순수과학, 문화, 미디어를 익혀야 하거늘, 그 넓은 직종 중에서 의학만 찾아? 내 비로소 세 가지를 말했으나 너는 그 중 한 가지도 못 한다 하면서 그래도 신임 받는 행정부 노릇을 한단 말이냐? 이런 놈은 참수하는 것이 옳다.”

   한은은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 찔러 죽일 듯한 기세다. 여가부는 크게 놀라 엉겁결에 뒤창을 차고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그는 다시 한은의 집을 찾았으나, 이미 집은 텅 비고 찬바람만 쓸쓸할 뿐, 주인의 종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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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4:08
수정 아이콘
크크 재밌네요. 진짜 뭐라도 해야될 터인데...
안군시대
23/12/06 14:18
수정 아이콘
필력이 부럽습니다. 크크크크
及時雨
23/12/06 14:26
수정 아이콘
결국 망했구나
23/12/06 14:31
수정 아이콘
술술 잘 읽히는 좋은글입니다~!
이른취침
23/12/06 14:43
수정 아이콘
지방투자…해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정도 상권과 문화적 혜택을 누릴려면 서울과 비교해도 경쟁력있는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냥 단순 쪼개서 나눠주면 효율성만 떨어지고 경쟁력은 더 없어지죠.

우리 인구규모에선
경남 호남 이렇게 아주 큰 도시 두 개만 있어도 서울 집중도도 확떨어지고
효율성도 올라갈텐데 부산 쪽은 지형이 문제고
호남쪽은 산업 경쟁력이 문제네요.
라방백
23/12/06 15:26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하게 보지만 사실 지역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이든 어디든 정부가 각 잡고 의지와 돈을 써서 진행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신규 도시 개발사례중 물론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진행하면 대부분은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네옴시티같은 진짜로 말도안되는 계획도 되네 마네하고 있는데요. 그간 한국식 신도시 사업이 너무 허술해서 욕을 먹었고 그래서 정부를 못믿겠다 하는건 이해가 가지만 불가능하다는건 말도 안되죠.
이른취침
23/12/06 18:24
수정 아이콘
문제가 한두군데 몰아준다 그럼 나머지 지역에서 엄청 반발해서
결국 나눠먹기가 되고 결국 정책효과가 거의 없어지는 악순환이…
라방백
23/12/06 18:58
수정 아이콘
사실 시작이 서울에 너무 몰리는걸 방지하는게 목표였는데 한 20년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서울과 타지역의 격차는 계속 커지기만 했죠. 뭐라도 했어야한다는 건데 뭐라도 안된거니까요...
23/12/06 14: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크크
다음은 홍길동전 입니다!
너T야?
23/12/06 15:12
수정 아이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은 없는...?
23/12/06 20:13
수정 아이콘
흑인 뱀파이어 홍길동 맞죠? 마녀랑 정분나는
23/12/07 14:30
수정 아이콘
mr.Hong
I just want to say father and brother
23/12/06 15:43
수정 아이콘
진짜 제발 뭐라도 해야되는데.. 저는 현시대의 시대정신이 저출산 + 기후위기 극복이라고 봐요
무냐고
23/12/06 16:45
수정 아이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저는 현시대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합리를 가장한 이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아니면돼 악깡버 누칼협 알빠노로 대표되는
지구 최후의 밤
23/12/06 17:17
수정 아이콘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그냥 한 글자 '돈'이에요.
명분, 공익, 배려, 협조, 양보 이런 걸 박물관으로 보낸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새강이
23/12/06 15:48
수정 아이콘
이리도 훌륭한 글에 추천을 할 수 없다니!
오호통재라~
임전즉퇴
23/12/07 00:23
수정 아이콘
손가락이 너무 근질거리네요..
일간베스트
23/12/06 16:0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패러디 글이 예전에는 참 많았는데~ 최근에는 보기 쉽지 않네요.
너T야?
23/12/06 17:41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요즘도 롤갤문학이라던지 그런 건 있지만, 아무래도 글만 길게 써놓으면 읽기가 꺼려지지요.
저도 이런 글은 피지알 말고는 못 올리겠더라고요. 아무도 안 읽어주는... 흐흐
Mattia Binotto
23/12/06 16:05
수정 아이콘
지난 번 관련 글에 허생전 덧글을 달았는데 이렇개 보게 되어 좋네요. 한편으로는 깝깝하지만요 크크
잘 읽었습니다
23/12/06 16:5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근데 중간에 육아휴직 의무화관련해서는 이견이 좀 있을거 같아요. 예전에 비슷한 정책안이 나왔을때 외외로 반대의견이 좀 나왔었는데 단순히 육아휴직 사용하기 어려운 근로환경뿐만 아니라 육아휴직하면 평상시 급여가 100% 보전이 안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여성의 휴직율이 높은거라고 하더구요. 전문직이거나, 기본급이 높지않은 경우는 그 간격이 크니 무조건 육아휴직을 하게 강제하면 불만이 나올 수도 있을법 하더라구요.
마동왕
23/12/06 17:24
수정 아이콘
보고서 내용 만으로 보면 한은이 집값 낮추라는 얘기는 안할 것 같긴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너T야?
23/12/06 17:39
수정 아이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집값 내리라는 뜻은 아니었군요.
검색해보니 물가랑 비교한 상승률이군요 흐흐
오류인걸로...
하아아아암
23/12/06 18:30
수정 아이콘
그렇다기보단, 그 영향력이 낮다고 나와서.. (0.002명)
23/12/06 17:38
수정 아이콘
여가부에서 저출산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다구요??
너T야?
23/12/06 17:43
수정 아이콘
앗...
23/12/06 19:33
수정 아이콘
원작에서 이완도 입만 산건 비슷해보이네요 크크
23/12/06 17:49
수정 아이콘
와 명문입니다~~
23/12/06 19:22
수정 아이콘
추천 버튼이 없네
23/12/06 19:32
수정 아이콘
정치탭인게 아깝네요.. 추천을 못드리는게 안타깝습니다.
23/12/06 19:33
수정 아이콘
효과는 약해도 아무튼 유의미한 포석을 놓으면서 기틀을 다질수 있고 한은 대책보다 쉬워보이는(?) 국회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으로 지금의 반쪽짜리가 아닌 완전한 행정도시로 만드는것조차 못하고 있죠. 아 여가부도 서울에 있군요!
장국영
23/12/06 21:00
수정 아이콘
한은이 말하는지방 투자는 지역중점도시일겁니다. 그냥 균등 투자가 아니라 지방에서도 될만한 곳만 투자하자는 거겠죠.
지난 번 지역중점도시에 관한 리포트도 그렇고 한은이 좋은 연구 보고서 많이 쓰네요. 한국의 씽크탱크는 이제 KDI가 아니라 한은이라고 봐도 될듯요.
애플프리터
23/12/06 23:14
수정 아이콘
정치판에서 여가부가 둔 수는 항상 위기를 불러왔죠. 느낌상 대마 몰살을 귀퉁이마다 시키고, 현재 막판에 접어든 바둑은 빼박 불계패의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빨리 AI이건 신진서님으로 바꾸든 해서 두집반패 정도로 막아야 다음판에 또 도전할 자신감이 남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의 젋은층은 미래에 자존감이 많이 낮아질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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