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18 21:59:07
Name 킬리 스타드
Subject [일반] 명확한 닫힌 결말의 영화 <잠>, 스포일러 리뷰
스연게에서 영화 잠 썩토지수를 보고 필받아서 적어봅니다. 저는 비교적 명확한 결말을 제시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반하여

영화에 대한 주변 반응은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런 시각도 있다 라는 차원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대체로 잠의 결말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이선균이 1. 연기를 한 것인지 2. 정말로 빙의가 풀린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결론은,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유미의 조현병으로 망가져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겁니다.


영화 잠의 1장은 주인공 집에서 일주일째 계속되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는 아래집에서 찾아오는걸로 시작합니다.

아래집은 층간소음으로 시달리고 있음에도 윗집을 방문할때 선물을 사 오는 인격의 소유자로서 층간소음을 과장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임에도 일주일째 새벽만 되면 쿵쾅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하소연을 하면서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이선균이 렘수면행동장애 때문에 쿵쾅거리고 돌아다니고 있다면, 왜 정유미는 깨지 않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영화의 막바지에서 제시됩니다. 이선균이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오는길, 정유미가 있는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계단참에서 아래집 꼬마와 눈이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 이선균이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아래집에서 얘기하던

쿵쿵 울리는 소리가 이선균이 없는, 정유미만 있는 집에서 큰 소리로 울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소리는 제3자인 꼬마의 귀에도 들립니다.

(소리나는 쪽을 쳐다봅니다. 아래쪽에 있는 정유미가 아래집 찾아갔을때 소리나는 장면에서는 정유미만 위를 쳐다보는것과는 다릅니다.)


즉, 처음부터 지금까지 쿵쾅거리며 집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은 이선균이 아니라 정유미였다는 점을 비교적 분명한 형태로 영화에서는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면 이선균은 대체 왜 정유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모르는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답 또한 영화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영화 도중에 정유미는 자고 있는 이선균에게 정량을 먹이는 것이 아니고, 먹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구

약을 밀어넣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다른 약도 먹일 수 있을 뿐더러, 마찬가지로 영화 막판에 굿하는 장면의 사진을 보면 이선균은

49재하는 날, 즉 겨울철에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채로 눈앞에서 굿판을 벌리고 등에 글자를 새기는데 잠을 자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아무리 렘수면장애가 있다해도 저 상황에서 잠을 자는건 말이 안되고, 약으로 의식을 잃었다고 보는게 상식에 부합합니다.


이러한 전제(정유미가 망상을 중심으로 한 조현병이 있고, 이선균은 렘수면장애가 아닌 약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로 영화를 보면,

해답을 위해 깔아준것 같은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선균은 정유미 외의 다른 사람이 함께 있을때는 렘 수면 장애의 증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임신으로 인하여 계속해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제3자(아래집, 클리닉의 의사 등)에게 공격성을 드러낸것은 정유미입니다.

이선균이 피가날때까지 눈앞에서 얼굴을 긁는데도 정유미는 깨지 않습니다.

이선균이 상처가 난 채로 출근을 한 뒤 정유미가 핏자국을 따라가보자 반려견인 후추가 침대 밑에 숨어 있고, 정유미가 불러보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상처로 인하여 배역이 없어진 이선균은 거실에서 불을 끈채 후추를 안고 있었고, 퇴근한 정유미는 품에 안겨있는 반려견을 빼앗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상처가 난 것은 이선균인데, 반려견은 정유미를 피해다닙니다.

정유미는 영화내내 둘이 함께라면 극복하지 못할게 없다는 가훈을 강조합니다. 셋이 아닙니다.

수면클리닉의 렘수면장애의 증상으로 보여준 팜플렛은 이선균의 증상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심지어 이선균은 해당 자료와 순서도 동일하게 증상이 나타납니다. 마치 누군가가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선균의 증상을 만든것처럼.

이선균이 렘수면장애 증상으로 창문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할 때, 외부에서 보이는 시각의 앵글에는 정유미의 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부인은 정유미가 이선균을 밀고 있는것인지, 당기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창문에서 방으로 떨어지며 정신을 차린 이선균의 입은 방금까지 날고기를 먹고 물을 마셨지만 깨끗합니다.

정유미가 아래집에 전에 살던 할아버지를 물어보러 갔을때,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나지만 아래집 사람은 반응하지 않고 정유미만 그 소리를 듣습니다.

개 짖는 소리없이, 아기 우는 소리 없이, 조용히 살고 싶다. 너랑만 단 둘이라는 문장은 처음에 말한 무당을 제외하고는 정유미만 반복합니다. 칼을 두드리며. 결국 영화의 끝에 이선균과 단 둘이 남습니다.

정유미의 엄마는 무당에게 부적을 받아옵니다. 정유미는 그걸로 아빠가 돌아오기라도 했냐고 타박을 하구요. 그런데 아빠는 왜 떠났을까요? 정유미를 임신했을때는 무슨일이 있었던걸까요? 정유미의 집에 온 무당은 멀쩡한 사람도 미쳐버리게 만들거 같은 말을 하고 떠나고 실제로 그 이후로 정유미의 망상은 악화일로를 겪게 되는데, 이게 이번에 처음 있었던 일일까요?

정유미는 죽은 반려견의 사진을 다시 보다가, 이선균이 반려견을 안고있는 사진을 보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장고를 돌아봅니다.

원래는 더 많지만 시간관계상 이정도만...


아무튼 이러한 시점에서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유미의 망상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자 정유미와 이선균 단 둘이서 있을때의 장면은

정유미가 보고 있는 장면이지 실제 현실이 아니고, 이 점을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현실과 정유미의 눈에 비친 장면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보여주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끝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12/18 22:05
수정 아이콘
보고나서 감독의 의도가
세미 곡성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오컬트로 혼란을 주기에는 힌트가 너무 많았죠

저도 본문에 해석에 동의 합니다.
애초에 연극배우라는게 너무 큰 힌트고
엔딩씬은 연극무대 그 자체죠.
주인공은 티비에서는 빛을 못보지만 연극무대에서는
Costa del Sol
23/12/18 22:52
수정 아이콘
크크 저도 세미 곡성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보면서 곡성냄새가 많이 났는데 답이 꽤 정해져 있던 느낌이라..
대체로 본문에 동의합니다.
이정후MLB200안타
23/12/18 23:18
수정 아이콘
저는 단순히 정유미가 스트레스로 망가져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이야기의 시작이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결말 부분만 놓고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생각해봤는데 애초에 조현병이라는 해석은 되게 솔깃하네요. 좋은 의견 잘 봤습니다 재밌네요 흐흐흐
잿빛토끼
23/12/19 00:11
수정 아이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남편 연기력이 저정도까지 되면, 등짝 스매싱 빈도는 좀 적겠다란 생각을 한 유부남 1인이었습니다.
사이프리드
23/12/19 00:19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에 아빠가 떠났다는거 듣고 혹시 유전으로 내려오는 뭔가가 있나 의심하다 나중에는 처음에 무시하던 부적을 임신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이 약해지니까 의지하는 걸 보고 사이비쪽 비판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조현병이 더 일리가 있는것 같아요. 그러면 초반에 이선균 볼에 상처도 정유미가 긁은걸까요? 후반에 이선균이 집에 돌아왔을때 부적으로 도배된 집 보면서 정말 식겁했네요. 무서워서 곁눈질로 보긴 했는데 그래도 분량도 적당하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수타군
23/12/19 08:44
수정 아이콘
더 적어 주세요 완전 잼미나네요 흐흐
귀여운호랑이
23/12/19 11: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 이 해석이 맞나봅니다!

전 정유미의 변화가 좀 급발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어색했는데 이 글을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같은 영화를 보고도 이런 세세한 점들을 전 못 봤는데 대단하네요.
23/12/19 12:36
수정 아이콘
두가지 해석이 있어 더 재밌는 영화라고 봤는데, 이래저래 한쪽으로 치우치는게 적합한 것 같긴합니다.
터치터치
23/12/20 01:53
수정 아이콘
이 글 안봤으면 딴 영화를 볼뻔 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56 [일반] 구축 다세대 주택이 터진 사례 [74] 네?!15716 24/02/05 15716 6
100855 [정치] '최은순 가석방' 추진? -> 법무부 검토한적 없다 반박 [95] 시린비15819 24/02/05 15819 0
100854 [일반] 강남 20대 유명 DJ 만취녀... 벤츠로 오토바이 들이받아 라이더 사망 [115] 프로구217648 24/02/05 17648 7
100852 [일반] 역대 그래미 어워드 헤비메탈 퍼포먼스 부문 수상곡들 모음(스압주의) [25] 요하네즈8732 24/02/05 8732 6
100851 [정치] 민주당은 선거제 전당원투표한다더니 결국 연동형 유지하고 위성정당 만들기로 했네요 [115] 홍철15777 24/02/05 15777 0
100850 [일반] 우리집 미국놈 자폐맨 이야기 [44] Qrebirth14377 24/02/05 14377 171
100849 [일반] 전세사기가 터지는 무자본 갭투자의 유형 중 하나 [34] 네?!11565 24/02/05 11565 10
100848 [일반] 자폐스펙트럼 아이는 왜 바지를 내릴까 [332] 프로구222311 24/02/04 22311 48
100847 [일반] 사람은 과연 베이즈 정리에 따라 살아가는가 [12] 계층방정8584 24/02/04 8584 5
100846 [정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김경율 결국 불출마 선언 [53] 빼사스11698 24/02/04 11698 0
100845 [정치] 민주 탈당파 뭉쳐 '새로운미래' 창당…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 [39] Davi4ever13360 24/02/04 13360 0
100844 [일반] [팝송] 제가 생각하는 2023 최고의 앨범 Best 15 [12] 김치찌개8059 24/02/04 8059 19
100843 [일반] 내과 전공의 1년차 후기 및 책 소개 [34] 헤이즐넛커피9787 24/02/03 9787 32
100842 [일반] [뻘글] 완전자율주행 시행 전에 원격주행을 시행하는 건 어떨까요? [37] VictoryFood8019 24/02/03 8019 1
100841 [일반] 보이스피싱을 당해보고 쓰는 안내(?)사항 [46] 삭제됨9031 24/02/03 9031 26
100840 [정치] 20년 이상 지속되었던 의사집단의 정치적 우경화 경향이 윤석열 때문에 끝나는 것일까요? [104] 홍철16004 24/02/03 16004 0
100838 [일반] <추락의 해부> - 추락을 해부하거나, 혹은 해부당하거나. (약스포) [4] aDayInTheLife6435 24/02/03 6435 2
100837 [일반] 주호민 사건 재판 유죄 판결 이후 특수교사 인터뷰 [509] 종말메이커23803 24/02/03 23803 12
100836 [일반] 라이젠 8600G,8700G 벤치마크: 그래도 이젠 쓸만한 내장그래픽+ 5700X3D는 정보가 아직 부족 [19] SAS Tony Parker 7087 24/02/02 7087 0
100835 [일반] 인니 기술자 KF-21 자료유출 적발 [14] 어강됴리9463 24/02/02 9463 3
100834 [일반] <웡카> - 극상의 가족영화. [15] aDayInTheLife7700 24/02/02 7700 6
100833 [정치] 尹지지율 2%p 떨어진 29%…9개월 만에 20%대로 하락 [78] Davi4ever15138 24/02/02 15138 0
100832 [일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13] 번개맞은씨앗9674 24/02/02 9674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