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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2/23 08:08:01
Name 김유라
File #1 1708643255429.jpg (200.1 KB), Download : 51
Subject [일반] [노스포] <파묘> 후기 (feat. 2월22일2관E열22번22시20분)



미리 결론부터 적자면,

"제 기준에서는 사바하보다는 모자랐고, 초반은 9점에 후반은 5점이라 7점을 줄 수 있는, 장재현 감독의 장점과 단점이 반복된 영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사실 제가 장재현 감독을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 내에 종교, 토속신앙을 교묘하게 섞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굉장히 흥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종교적인 이야기는 색깔이 굉장히 약합니다.

그렇다보니 <곡성>이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종합적인 평가는 <곡성> 에 비하면 한참 모자랍니다. 물론 비쥬얼적인 만듦새는 어떤 측면에서는 <곡성> 보다 훌륭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2.
영화는 전체적으로 1부와 2부로 나누어도 되는 스토리 구간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도 챕터를 나누어 진행되니 1-3회, 4-6회 정도로 보면 될 듯 합니다. 1-3회는 정말로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만약에 1-3회의 흐름을 4-6회까지 이어갔으면은 장재현 감독의 역대급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4-6회에 힘이 많이 빠졌습니다. 솔직히 좋게 표현해서 힘이 많이 빠진거지,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앞뒤를 같은 사람이 만든게 맞나?" 싶을 정도로 허점이 드러납니다.

그렇다보니, 초반이 후반에 묻히면서 영화 자체가 빈약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랑종>이 초반 9점, 후반 1점이라 평균이 5점이었다면, <파묘>는 초반 9점, 후반 5점이라 평균이 7점인 딱 그런 느낌입니다.

3.
1번에서 썼던 이야기를 다시 적어보면, 장재현 감독의 장점은 "말이 안되지만, 묘하게 말이 될 수도 있는" 딱 우리가 무속신앙을 보는 그 느낌을 참 잘 풀어내는 것입니다.

<검은 사제들> 은 엑소시즘을 다룹니다. 엑소시즘은 당연히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이지만, 영화 내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조금씩 조였다 풀어가면서 줄타기를 훌륭하게 해냅니다. 그렇다보니 "현실에서도 저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교묘하게 우리의 마음 속으로 들어옵니다.
동일하게 <사바하>도, 마지막에 밝혀지는 김태석의 정체는 과학적으로 말이 안됩니다. 중반까지도 <검은 사제들> 처럼 그 줄타기를 정말 잘하다가, 김태석의 정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힘이 빠지기도 했었죠. (하지만 저는 <사바하>가 담고 있는 종교적 메시지 전달이 너무 훌륭해서 <검은 사제들> 보다는 훨씬 높게 칩니다.)

그런데 이번 <파묘>는 너무 노골적입니다. 후반부부터 흔히 이야기하는 "귀신" 이 너무 직접적으로 위해를 끼치고 다닙니다. 그렇다보니, 후반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와르르 무너져버리면서 영화 자체가 B급 오컬트물이 되어버립니다. 이게 재미의 반감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4.
물론 이런 악평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를 잘 만들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최민식 배우와 유해진 배우는 거의 상수 수준의 연기이기 떄문에 믿고 봐도 되는 사람들이고, 김고은 배우와 이도현 배우의 정극 연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이도현 배우는 비쥬얼만 보면 약간 껄렁껄렁한 미남 배우 느낌이라 한계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훌륭한 정극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비쥬얼적으로도 훌륭합니다. 흔히 동양 신앙에서 '음기' 라고 불리는, 음산한 기운을 정말로 잘 표현했습니다. 위에서 비쥬얼적으로 특정 부분은 <곡성> 보다도 낫다고 평한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5.
풍수지리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보고 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풍수지리도 모르고, 그쪽 분야에 관련된 단어도 워낙 생소해서 좀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도 꽤 있었습니다.



종합적으로는 10점 만점에 7점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영화관 티켓값은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 하지만 띵작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영화.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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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묘유
24/02/23 08:34
수정 아이콘
파묘 후기만 보고 앞뒤안보고 들어와서 놀라서 요즘도 파묘가 있나 위로해드리려다가 다시 보니 영화제목이었군요

후기로 들어도 재밌어보이네요 제 스타일인듯
마일스데이비스
24/02/23 08:44
수정 아이콘
캬리 파묘파묘랑 콜라보했으면 좋겠어요
덴드로븀
24/02/23 08:46
수정 아이콘
장재현 감독이 자신의
장점은 잘 살렸고
단점은 크게 극복하진 못했다...정도로 보는게 맞겠죠?
김유라
24/02/23 08:49
수정 아이콘
네 딱 그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단점이 더더욱 잘보이네요
24/02/23 08:59
수정 아이콘
귀신이 노골적이다 이거 랑종보면서 헛웃음나왔던 제 느낌이랑 비슷하네요 그래도 랑종 1점주신거에비해서 5점 주셨으니 한번 보러갈까 고민되네요 흐흐
김유라
24/02/23 09:00
수정 아이콘
랑종의 뇌절파티는 헛웃음이 나오는데, 파묘의 뇌절은 좀 에반데? 싶은 선에서 끝나긴 합니다 크크크크
24/02/23 09:28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동의 합니다

다만 후반부.. 가 제기준에서는 랑종과 거의 동급이네요.. 그래서 점수가 더 낮습니다

전가의 보도는 칼집안에 있어야 명성이 유지되듯

귀신은 숨겨져있을수록 더 무서운법인데.. 그것이..
24/02/23 09:31
수정 아이콘
그리고 딴소린데,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일본무장은 꼭 저런식으로 스텐다드화 되어있는것 같아요
이순신 3부작때도 느낀건데

우라돌격(이건 맞나?)을 좋아할거같은 살육기계?

가끔 일본컨텐츠 보다보면 쟤들은 왜저렇게 서양인 = 거만한인간으로만 그릴까 싶을때가 있는데

각 나라마다 외부를 보는 시선이 다르구나 싶기도 하고

크리에이터들이 현실을 안보고 컨텐츠만 반복학습하다 보니까 발전이 없구나도 싶고
24/02/23 09:34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분위기대로 갔으면 한국 영화 사상 역대급 오컬트 무속 영화 됐을거라 생각합니다
후반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합니다 이런 한국영화 보기 힘들어요
24/02/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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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가득한 해석 링크>
https://theqoo.net/hot/3116993380?filter_mode=normal&page=1

뭐.. 그래서 배경이 저렇게 밝혀지는 순간 한국인으로서는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엔딩이 날 지 확정이 나기 때문에
끝까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쫄깃함이 떨어지긴 했죠
빌런 설정 자체는 압도적인 느낌이 괜찮았는데요
월드워z에서 처음으로 뛰는 좀비가 나왔었죠? 그런 거라든가 데오퓨 오프닝의 센티넬이라든가..
바카스
24/02/23 12:23
수정 아이콘
곡사검 이랑 같은 선상이 아닌것 같아요.

막상 변화구 날아올 땐 극장내 여기저기서 실소가 들렸는데
크레딧 올라갈 땐 그래 이건 잘 짜여진 k판타지 오컬트구나 싶은, 따라서 후속작도 나온다면 기대가 되는 흐흐
24/02/23 12:54
수정 아이콘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좀 별로긴 했지만 서사입히기 쉬울거라 판단하고 일본무사 집어넣은거 같고요. 워낙 이쪽장르가 졸작이 많고 잘만들기도 어려운 쪽이라서 아쉬운점이 있지만 티켓값정도는 낼만하다 생각합니다.
송파사랑
24/02/23 12:57
수정 아이콘
볼만합니다. 돈이 아까운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 전개나 막판 힘이 떨어지는 점은 분명히 있지만, 씬 하나하나가 공들인 티가 많이 나서 아주 좋았습니다.
김유라
24/02/23 14:47
수정 아이콘
박평식 평론가 3점이 떴네요

[파묘(3.0)] "난폭, 변덕, 애국의 삽질"
참고로 검은 사제들은 2.5점이었습니다.
토마스에요
24/02/23 16:59
수정 아이콘
건축무한육각면체의 비밀 이란 소설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차라리 그게 더 세련되었어요.
청보랏빛 영혼 s
24/02/23 23:51
수정 아이콘
어우~ 소설은 진짜 수작이죠. 영화도 잘 됬으면 좋았을 건데...
토마스에요
24/02/24 00:55
수정 아이콘
영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나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절대 방 밖을 나가지 마십시오.
삼성시스템에어컨
24/02/24 01:25
수정 아이콘
오행 속성 2중첩으로 극딜 갈기는게 와룡 생각났어요
신사동사신
24/02/24 06:08
수정 아이콘
친구가 보고
개망작이라해서
예매 생각도 않고있는데
좋아하는 장르도 딱히 아니라서
Ott로 기다려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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