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5/12 08:54:50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2) 시흥은 왜 열두 지자체로 나뉘었을까

이전글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
 서문. 작은 세 고을에서 시흥이 시작되다
 1. 시흥의 맏딸, 영등포
 2. 그때 그랬다면? - 영등포부 승격
 3. 시흥의 둘째 딸, 안양
 4. 시흥의 셋재 딸, 관악
 5. 시흥의 넷째 딸, 구로
 6. 시흥의 다섯째 딸, 동작
 7. 시흥의 여섯째 딸, 광명
 8. 그때 그랬다면? - 시흥 있는 시흥
 9. 시흥의 일곱째 딸, 안산
10. 시흥의 여덟째 딸, 과천
11. 시흥의 아홉째 딸, 서초
12. 시흥의 열째 딸, 군포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9)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0)

14. 그때 그랬다면? - 소래읍이 오지 않았다면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1)

15. 시흥의 막내딸, 금천


16. 시흥은 왜 열두 지자체로 나뉘었을까


지금까지 1914년의 시흥군에서 서울시의 여섯 자치구, 경기도의 여섯 시, 합해서 열두 지자체가 나오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시흥군이 나뉘지 않고 하나로 남았다면663f3d1e6350c.png?imgSeq=23435

1914년 시흥군이 지금의 행정구역대로 시흥광역시가 되었다면.

시흥군은 구한말부터 경인선과 경부선이 모두 통과했고, 자동차 교통이 발달하는 대한민국 산업화 시기에는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모두 시흥군 일대를 지나도록 만들어져 교통이 매우 편리했다. 그 때문에 근대화와 산업화의 수혜를 직통으로 받아 열두 지자체가 나올 정도로 번성한 지역이 되었다. 1914년의 시흥군에 속한 지역의 인구를 합하면 2024년 4월 기준으로 서울시 쪽에 약 201만, 경기도 쪽에 약 183만, 합해서 약 384만 명이 살고 있다. 이는 현재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시인 부산의 약 328만보다도 많은 것이다. 시흥군이 그대로 광역시가 된다면 시흥의 딸은 아마 열세 자치구가 되었을 것이다. 안산시 상록구의 중심지를 차지하는 반월면이 빠지니 안산시의 두 구가 그대로 남지는 못하겠지만 안양시의 두 구가 그대로 자치구가 될 것이므로. 구청은 원래 시흥군처럼 영등포구에 두기에는 너무 서북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역사성을 감안해 지금의 금천구청 근처에 두지 않을까?


서울을 개발할 때마다 나뉘는 시흥군

그러나 역설적으로 너무 일찍 개발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도시로 성장하지 못하고 무려 열두 딸로 나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인근의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인천은 서울의 외항으로서 구심점이 되어 발전하며 주변의 경기도 지역들을 흡수했지만, 시흥은 어디까지나 서울과 인천의 발전 덕분에 2차로 발전한 곳으로서 나라에서 시흥을 구심점으로 개발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경부선과 경인선, 겅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시흥은 언제든지 이유가 생기면 서울을 위해 뜯어가기 좋은 지역으로서 주목받았을 뿐이다.


일제가 서울과 인천을 통합할 계획이 있었기에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는 길목인 영등포를 시흥에서 서울로 뜯어갔다.

6·25 전쟁 이후 서울의 확장 방향이 한강 남쪽으로 정해지면서 훗날의 구로, 금천, 동작, 관악, 서초 일대를 시흥에서 서울로 뜯어갔다.

서울 구도심의 공업지역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구로를 새 공업지대로 지정했고,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지가 필요해 금천을 독립시키고 광명을 시흥에서 서울로 뜯어가고자 했다. 정책이 바뀌면서 서울로 뜯어가는 대신 독립시켰을 뿐.

6·25 전쟁 때 한강철교를 폭파시킨 아픈 기억 때문에 한남대교를 놓았고, 한남대교가 놓인 김에 시흥에서 뜯어간 서초에 경부고속도로를 깔면서 서초가 독립하고 강남이 발전했다.

6·25 전쟁으로 정부기관이 안전하게 피신할 곳을 찾으면서 과천을 시흥에서 뜯어가 독립시켰다.

구로의 공업단지도 비대해지자 또 시흥의 안산 일대를 반월공단으로 뜯어가 독립시켰다.

그럼에도 서울에 사람이 계속 몰려드니 시흥의 군포 일대에 산본신도시를 만들어 독립시켰다.


그렇게 서울을 확장할 일이 있으면 시흥을 뜯어갔고, 서울에 사람이 몰리면 시흥을 뜯어갔고, 서울이 위험하면 또 시흥을 뜯어갔다. 시흥은 언제나 서울에 아낌없이 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렇게 줄 때마다 딸들이 하나씩 태어났다.

영등포(1936년)

안양(1973년)

관악(1973년)

구로(1980년)

동작(1980년)

광명(1981년)

안산(1983년)

과천(1983년)

서초(1988년)

군포(1989년)

시흥(1989년)

금천(1995년)


당시 한국은 읍·면 단위로 개발해 시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시흥은 열두 딸들로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군 전체를 개발하되 도시화되지 않은 지역을 남겨놓아 도농복합시를 만드는 현재와는 달리, 당시에는 아직 일본의 행정에 영향을 받아 시와 읍과 면을 동격의 기초자치단체로 보고 있었다. 그런 정부 당국이 보기에는 시흥군은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수많은 읍과 면을 묶어놓은 것에 불과했고, 따라서 필요할 때마다 시흥군의 읍과 면을 해체해 개발하는 데에 별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로공단이 구로구를 넘어 광명시까지 개발되게 했고, 안양시가 군포시와 의왕시까지 개발하는 등 한국의 도시는 읍·면 단위로 국한하기에는 너무나 광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결국 읍·면 단위로 산산조각난 시흥군과 비슷한 운명을 걸은 광주군, 양주군과는 달리, 용인시, 고양시, 남양주시, 화성시 등 개발이 뒤늦은 군에서 출발한 시들은 도농복합시라는 이름으로 분할을 피할 수 있었다.


이전 소속대로 따로 노는 시흥의 열두 딸들

재미있는 것은 시흥·과천·안산이 합쳐져 시흥군이 된 지 이미 10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시흥의 열두 딸들에 이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통근 데이터를 이용한 수도권 행정동의 생활권 분포 분석은 다음 그림과 같다.

663f3d379e09a.png?imgSeq=23436KCB통근데이터를 활용한 수도권 행정동 커뮤니티 분석. 정다빈·이재현, 대한교통학회 90회 학술발표회에서.

서초구·동작구·관악구는 3구역에 속하고, 안양시·군포시·의왕시·과천시는 21구역에 속하는데 동작구와 관악구 서부와 의왕시를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옛 과천군에 속한다.

영등포구는 1번 구역에 속해 나머지 옛 시흥군과는 달리 서울의 중심부와 같이한다.

구로구·금천구·광명시는 10번 구역에 속하는데 조선시대 시흥군의 핵심 지역이다.

안산시는 17번 구역에 속하고, 시흥시는 17번 구역과 25번 구역으로 쪼개지는데 17번 구역은 조선시대 안산군 일대다.

생활권으로 보면 서울의 발전으로 영등포구가 구 한성부 일대에 포섭되었고, 강남 일대가 개발되어 나머지 시흥군과 과천군에서 떨어져나왔으나, 나머지 시흥군 지역은 조선 시대의 시흥-과천-안산에 따라 생활권이 분리된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이유는 군내에 관악산과 수리산이라는 큰 산이 있어서, 관악산이 시흥과 과천을 나누고, 수리산이 시흥·과천과 안산을 나누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로는 서울 주도의 발전계획에서 옛 세 군이 하나로 합하는 지역인 안양을 일찌감치 독립시켰기 때문이다.

셋째 이유는 둘째 이유와 비슷한데, 서울 주도의 발전계획에서 옛 세 군이 하나로 합하는 지역이 아니라 관악산과 수리산으로 멀찍이 나누어진 지역들을 위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옛 시흥군에선 관악산 너머의 영등포와 구로를 개발했고, 옛 과천군에선 관악산과 청계산 자락의 과천을 개발했고, 옛 안산군에선 수리산 너머의 수암·군자면 해안을 개발했다.


일부러 시흥군을 옛 시흥, 과천, 안산으로 따로 분리시킨 것은 아니지만, 시흥군 땅을 필요에 따라 뜯어가서 개발했기 때문에 열두 딸들이 태어났고, 그 딸들 중 옛 군들의 경계를 아우를 딸, 다시 말해서 서로 따로따로 사는 딸들 사이를 이어줄 딸들이 없었기 때문에 열두 딸들은 이렇게 다섯 모임으로 헤쳐모여 살고 있다. 일제시대 시흥군과 광주군의 한강 남쪽 강변을 아우르는 제3권역에서 서초구가 강남구와 동작·관악구 사이를 이어주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한때는 하나였던 시흥의 열두 딸들.


서울을 위해 열둘로 갈라진 시흥군.


1995년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딸들이 태어날 일들은 없기에, 이 열두 딸들은 제각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대한민국의 수도권 서남부의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5/12 22:20
수정 아이콘
저 경계선 보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 도대체 시흥시 대야동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은 왜 부천 예비군훈련장일까요?
예전에 시흥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정작 시흥시 예비군 훈련은 안양에 가서 받는다고 하던데... 이것도 위에서 갈라진 영향이려나요?
계층방정
24/05/13 09:09
수정 아이콘
아마 예비군 제도 확립 이후인 1973년에 안양이 시흥에서 독립하고, 부천예비군훈련장이 있는 소래가 부천에서 시흥으로 옮겨온 것 때문인 듯합니다.
DownTeamisDown
24/05/13 09:15
수정 아이콘
최근에는 시흥 광명에서는 안산에 있는 상록예비군훈련장(구,반월예비군훈련장) 간다고 하네요.
안산은 다른 예비군 훈련장이 안산에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462 [일반] '입시업체 댓글조작' 폭로했던 스타강사 '삽자루' 사망 [53] 윤석열18075 24/05/13 18075 3
101460 [일반] 멍청해도 괜찮아. 구형 로봇청소기 후기 [25] 사람되고싶다11652 24/05/13 11652 5
101459 [일반] 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2) [27] Kaestro13385 24/05/12 13385 3
101457 [일반] [스압 & 데이터] 어제 찍은 오로라 사진 [18] 엔지니어11982 24/05/12 11982 20
101456 [일반] 30% 확룰로 생존하는 2천만원짜리 가챠 [90] 서귀포스포츠클럽16798 24/05/12 16798 58
101455 [일반] 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1) [36] Kaestro10755 24/05/12 10755 3
101454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2) 시흥은 왜 열두 지자체로 나뉘었을까 [3] 계층방정13485 24/05/12 13485 14
101452 [일반] [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6162 24/05/12 6162 0
101451 [일반] 칼성비(칼로리 설능비)의 시대 [17] pecotek10256 24/05/11 10256 3
101450 [일반] 학령인구 감소가 동네 문구점에 미치는 영향 [21] Croove13203 24/05/11 13203 11
101449 [일반] 문구점 근무중 겪은 빌런 올림픽 "은메달"편 3/3 [27] Croove11569 24/05/11 11569 24
101448 [일반] 왜 일러스트의 유방 크기가 커지고 있을까 [57] 사부작15681 24/05/11 15681 11
101447 [일반] 경력직 이직 후 느낀 점들 [33] Garnett2115244 24/05/10 15244 14
101446 [일반] 카니발 하이브리드 하이리무진 12일차 후기! [17] 아이유IU10770 24/05/10 10770 6
101445 [일반] 대한민국 라면 역사가 바뀐 오늘 [62] 핑크솔져13769 24/05/10 13769 4
101444 [일반] [음악에세이] 국힙 원탑 민희진의 정동의 힘 [12] 두괴즐9521 24/05/10 9521 21
101443 [일반] 타지역 분들께 소개하는 대전의 명물 성심당 [74] 겨울삼각형13253 24/05/10 13253 11
101442 [정치] 입시경쟁 과열, 저출산, 수도권 집중의 원인 : 대기업 일자리 부족 [25] 사람되고싶다8396 24/05/10 8396 0
101441 [일반] 엔비디아 파트너 만리, 녹아버린 RTX 4090에 대한 RMA 요청 거부, 사용자 과실 주장 [12] SAS Tony Parker 9501 24/05/10 9501 1
101440 [일반] [개똥글/스포] 만화 원피스에서 흰수염은 왜 그토록 에이스를 지키려 했을까? [30] TAEYEON10912 24/05/09 10912 0
101439 [정치] 윤석열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특검은 거부. 대일본 굴종 굴욕외교. [96] Crochen13366 24/05/09 13366 0
101438 [일반] 국립 과천과학관 남자 화장실 관련 민원을 넣었던 후기 [19] 설탕가루인형형13868 24/05/09 13868 27
101437 [일반] 남자화장실을 침략당했습니다 [104] 학교를 계속 짓자18223 24/05/09 18223 3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