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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3 21:19:23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명문대 교수님의 남다른 궤변에 대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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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일관된 아집으로 야당 의원들의 분풀이 이외에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사청문회에 대한 많은 글들 중 명문대 교수의 직함을 가진 분이 쓴 위 글을 읽고 그 남다른 궤변에 감탄을 아니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 화자는 인사청문화를 '망신과 영광 사이의 아슬아슬한 담장'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인생이 삼류소설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징검다리' 등으로 표현하며 그 자리의 중요성을 내심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 강조는 '허물이 없는 사람들도 아닌 그들, 국회의원들' 이라는 피장파장의 오류처럼 보이는 단어 앞에 어느덧 무색해집니다. 한술 더 떠 검증의 의무를 진 그들(국회의원)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에서 '허물이 없는 사람들도 아닌데 왜 위축되냐'라고 말하니 정말이지 당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뻔뻔해지기라도 하란 것인지.

예. 범죄는 누구나 다 저지릅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해 누구나 다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늘 아래 깨끗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그런 사실은 굳이 지금 상석에 누가 있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경찰도, 검찰도, 법관도, 대기업 총수도 범죄로 잡혀들어가는 세상이지요. (다만 어떤 작자들은 온라인 게임 도둑패치하듯이 특사명단에서 고의 누락까지 시켜가며 뒷구멍으로 빠져나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것은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그런 명박(命薄)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때묻은 '공직자가 될지 검증해야 하는 사람'에게 국민이 도덕을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아먹고 살게 될 자들이며 국민을 위해 일할 의무가 법으로 명시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지금 국회의원의 자리에 있는 자들이 아무리 때묻은 자들이라 해도 그들이 검증을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 역시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고, 국민의 이름으로 일할 의무가 법으로 명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차 때묻은 사람인데 왜 위축되냐'라는 식으로 말하니 - 정말 그 자들이 위축이 되었는지조차도 의문이긴 하지만 -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화자가 국민의 세금과 국민의 이름으로 일할 의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경히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들기까지 합니다.


그들이 가야 할 자리는 공인(公人)의 자리입니다. 그러니 사생활에서 공적인 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결격사유가 있는지 없는지가 당연히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공직생활 혹은 이전의 공직생활에서 자신이 얼마나 국가의 법규를 집행하는 데에 적절한 사람인지를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절차가 인사청문회라는 이름으로 법규에 명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법규에 따른 절차를 가리켜 '순도 100%의 청정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진대, 하나의 흠결이라도 걸릴 요량이면 인격파탄자, 부도덕한 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라는 식으로 피장파장의 오류나 우물에 독 뿌리기 같은 것이 생각나는 비논리적인 모욕을 퍼붓는 것은 정말이지 꼴사나운 노릇이며, '국가 대사를 담당할 지도층이기에 사람됨을 낱낱이 살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다.'라고 서술한 나중의 말과도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저는 이 궤변을 관통하는 이데올로기는 단 하나. '온정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병역문제, 위장전입, 탈세, 부동산 투기 등과 같은 법규 위반 및 공직자로서의 결격사유와 관련된 부분을 '사생활'이라느니 '프라이버시'라느니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고, '사생활을 어디까지 파헤쳐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따위의 소리를 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그러면서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놓습니다. 국민의 의도를 거스를 생각이 없다고 위장하기 위해 위장전입자 반대 의견이 65%라는 여론조사를 인용하거나, '청문회의 순기능을 폄하하거나, 지도층의 자질 검증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변명하듯 말하고 있지요.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공동사회의 미덕인 우애', '프라이버시의 파괴'. '생활세계의 식민화' 운운하는 소리는 이 궤변이 창궐한 토양이 바로 '온정주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위장전입은 처벌받는 상황에서 무려 공직자가 될 자들의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피치 못할 속사정' 운운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 것인가요? 법규에 지정된 절차가 단 몇 명의 상석에 앉은 자들의 아집 때문에 유명무실하게 진행되어 온 눈뜨고 못 볼 광경을 2년 반 동안 봐 오고도, 도덕성보다는 능력이라고 외쳐대는 자들이 나라 꼴을 어찌 만든지를 봐 오고도 자신의 입과 손을 이렇게 굽게 놀릴 수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기득권자는 역시 다르구나 하는 풍모가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명문대 교수 직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저같은 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자가 이런 근천스러운 말을 공개된 자리에서 하면 알바니 정직원이니 하는 소리만 듣고 망신만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관둘랍니다. 어차피 이래봤자 다 뻐팅기면 총리며 경찰청장이며 장관이며 다 할 것이고 물러난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 아닌가요. 부적격 도장 찍어 봤자 한 20일 뒤로 임명식이 연기될 뿐이잖습니까. 현실에 지쳤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지난 2년 6개월 동안의 인사청문회가 보여주고 있는 광경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는 이런 글에서 그저 명문대 교수님이 가르침 주신 남다른 궤변이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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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3 21:21
수정 아이콘
사간원의 자리가 인품이 강직하고 청렴해야함은 당연한 전제이지만,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다하여,
사간의 직을 소홀히 하거나 정을 두어야 한다는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군요.
Siriuslee
10/08/23 21:21
수정 아이콘
장관은 위장전입은 필수, 전과는 옵션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abrasax_:JW
10/08/23 21:24
수정 아이콘
능력이 있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은 없는건지 당혹스럽습니다.
정말 없다면 할 말이 없네요. 근데 교수라는 사람이 저런 글을 쓰면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비판은 안 받습니까?
10/08/23 21:26
수정 아이콘
말 그대로 '본인도 지금 바로 그러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일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쓴글이군요. 자신이 했다는 말 단 한구절도 안넣고 자가인증이랄까, 클클. 조만간 저분도 몇년 안에 공직인사 후보로 뵙느게 아닌지... 줄타기용 언플이라면 꽤나 짭짤하네요. 으흫으흫
Psychedelic Moon
10/08/23 21:36
수정 아이콘
휴... 도대체 왜 이렇게 된지 모르겠네요. 한국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진짜 존재하지 않는것인지... 저 위사람들에 뻔뻔스러움에 다시한번 감탄하고 또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의 논리에도 정말 감탄 할 수 밖에 없네요. 지금까지 유명무실해줘 왔던 청문회를 더 엄격하지는 못할망정 온정주의라니요. 제가 저런 사람에게 배울수도 있다니 치가 떨립니다.

휴... 화가 진짜 많이 납니다. 이 사회에에 또 기성세대에게 또 이것을 바꾸지 못하는 저에게도 말이죠 한사람에게는 힘이 너무나도 없습니다. 아무리 외쳐바도 돌아오는 것은 "편하게 살려면 그냥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꽃다운 나날이 썩어가고있고 청년들은 취직지옥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워 보지도 못하고 장년들은 퇴직지옥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윗사람들중 어떤분은 자신을 잘못했지만 공직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라고 하고 그거에 대해 어떤교수는 프라이버스 운운 하면서 옹호하는 입장의 글을 쓰고 있네요.

솔직히 마린 루터 킹 을 존경하지만 이럴때 만큼은 정말 의구심이 들더군요. 과연 피흘리지 않고 사회를 바꿀수 있는가 말이죠.

ps. 글을보다가 너무 열받아서 한번 댓글 달게 되네요. 혹시 문제가 된다면 자삭하겠습니다.
성야무인Ver 0.00
10/08/23 22:07
수정 아이콘
전 저게 명문대 교수의 궤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겁니다. 진장관후보가 특별하다고 보시나요? 절대 아닙니다.
달걀껍질
10/08/23 22:18
수정 아이콘
타산지석은 본받을 만한, 모범이 되는 일에 쓰는 사자성어입니다
marchrabbit
10/08/23 22:26
수정 아이콘
강의실에서 비판은 안 하더라도 학생들끼리 쑥덕쑥덕하기는 하죠.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 교수님이실 줄이야 ㅠㅠ (뭐, 전적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10/08/24 00:22
수정 아이콘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원문을 읽고 나니 시안님과는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되네요. ' 허물이 없는 사람들도 아닌데 왜 위축되냐? ' 라는 문장이 피장파장의 논리를 사용하기 위한 문장으로 쓰여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바로 다음문장에서 ' 사생활이 공공성의 심판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 라면서 앞 문장에 대한 답을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피장파장의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으로 초점이 옮겨졌어야 합니다.

송호근 교수가 나름대로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들을 빠져나갈 구멍으로 매도하는건 비난을 위한 비판입니다. 변명이라고 말씀하신 '청문회의 순기능을 폄하하거나, 지도층의 자질 검증을 완하하자는게 아니다.라는 문장은 변명이라기보다 정치적 영역과 학자로써의 관점에 따른 관점을 분리하는 작업으로 보입니다.

허접한 수준의 찌라시수준으로 쓰여진 사설은 아닙니다. 사회학자로써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관점이며, 논리전개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가 있지도 않습니다. 타블로의 경우와 연관해서 생각해볼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공적영역이 사적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경계선으로써의 청문회를 바라보는 문제는 타블로의 경우와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공감하느냐 공감하지 않느냐는 개인의 판단입니다. 전 공감하지 않구요. 다만 이 글이 덮어놓고 비판하기에는 논리전개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글이 아닙니다. 만약 교수가 이정도 견해도 피력하지 못한다면 마찬가지의 논리로 경향신문의 박경신교수나 조국교수도 비판받아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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