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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05 00:59:30
Name nickyo
Subject [일반] 금요일 밤의 대학교 역.

일본 가는 것을 앞두고 잠시 같은 학교의 형님을 만나러 갔다.
진지한 이야기 따위는 집어 치우고, 편안히 형님한잔, 나 한잔, 친구한잔 돌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다
어느 새 밤이 깊어 느지막한 지하철을 탔다.


금요일 밤의 지하철 역, 대학교 앞에 역이 있어 학생들이 와글와글하다.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 지하철을 타고 집을 향해 몸을 실어 나른다.
승객들의 대부분이 얼굴이 새콤한 붉은 빛으로, 다들 얼굴에 제각각의 표정을 띄운다.
이것이 대학문화의 현실일까나 하는 어려운 생각보다는
나도 몇 년 전에는 저런 신입생이었지 싶은 마음에 괜히 짠하다.


맥주 몇 잔에도 기분이 약간 상기되었는지
덜컹거리는 전철 안에서 가만히 핸드폰을 꺼낸다.
가끔 이렇게, 즐거운 술자리를 마치고 취했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아주 맨정신이라기도 조금 껄끄러운, 약간의 기분이 넝실넝실 대는 상태가 되노라면 내가 지나온 여자들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첫 사랑의 아련한 기억부터, 찌질했던 짝사랑이나, 처참했던 고백의 상대, 혹은 최근까지 좋아했었던 사람등, 어느 새 모두 과거의 사람이 되어 이제는 그리움이라는 그룹안에 묶여있다. 전철의 덜컹거림에 맞추어 괜히 번호를 누르고 지워본다. 그녀들을 좋아한다거나 하는 감정은 이미 재가 되어 바스러진지 오래건만 어쩐지 문득문득 이렇게 기분이 슬픔이하 처량함 이상 정도가 되노라면 떠오르고는 하는 것이다. 그것은 '뭐 하고 살까'하는 기억부터, '그땐 그랬지'하며 웃음지을 수 있는 이야기까지 머리속에서 그려진다. 그러다보면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고, 그녀들도 가끔 내가 이렇게 기억날 때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며 피식 웃어도 본다.


과거의 사람들. 추억, 혹은 그리움 등의 방에 숙박중인 그 사람들. 어쩐지 그들의 전화를 받고싶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듣고싶었다. 잘 살고 있는지, 요즘은 어떤지, 아무 의미 없이 그저 그들이 기억속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아련함. 술 기운이 약하게 올라온 밤에 홀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그리움의 아련함을 쫓아왔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한 번 좀 더 희미하게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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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러브
11/03/05 01:27
수정 아이콘
금요일날 수업은 없지만
학교에서 잠깐 약속이 있어서
학교를 갔다

간단한 약속 후에
도서관에서 쩔어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

평소엔 사람도 없던
학교정문 막걸리 집 버스정류장 앞에서
술에 취한 20살 남녀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버스를 기다리고있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추워서인지, 아니면 술이 취해서인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버스에 올라타는 그들

꽤나 마셧나보다

그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타자마자, 버스안에서 달콤한 과일향의 술 내음새가 무표정하게 음악을 듣고있던 내 코까지 들어온다

소주인지 막걸리인지 모르는 냄새가 콧속을 자극하면서
순간 20살일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땐 나도 그랬지...

봄이 왔긴 왔구나
-----------------
이번주가 개강이였는데요
학교 캠퍼스에선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새학기 기분을 전~혀 못느꼈는데...
확실히 술집 주변은 새학기가 맞는것 같더라구요

술에 취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버스를 기다리는 새내기들을 보니
참 묘하더라구요

저도 저럴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24살이네요
휴...ㅜㅜ
라울리스타
11/03/05 02:09
수정 아이콘
2학년 복학해서 개강한 후, 이리저리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어여쁜 여자친구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 굴뚝같지만,

과목마다 준비해야 할 것들 준비하고, 교재하나 사려고 해도 이젠 최대한 싸게 사려 이리저리 알아보고, 막상 수업들어가보니 2년동안 리셋된 내 자신의 지식에 좌절하며 1학년 과목들 다시한번 살펴보는 등...생각보다 바쁘고 치이게 살면서 군대에서 꿈꿔온 개강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있네요. 물론, 아무리 그래도 군대보단 사회가 좋지요.

그러다가 보면 딱(?)봐도 티가나는 새내기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대학생(성인)이 되어서 느끼는 자유, 처음듣는 대학수업에 대한 설렘(특히 특강이라면 더욱), 빡빡한 고등학교는 달리 처음 맛보는 공강의 여유, 선배나 동기 한사람이라도 더 알고 친해지고 픈 마음, 어설프게 한 화장, 교복에서 벗어나 잘 입어보자 하는 마음에 과도한 패션의 압박, 수업끝나고 마시는 술자리의 즐거움, 걱정없는 내일,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처음 해보는 혼자살이, 풋풋하지만 찌질했던 사랑이야기, 그리고 입대걱정과 현실로 다가온 입대, 그러면서 드는 인간관계의 회의감과 혼란 등등....

그때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이러한 감정들이 이젠 추억으로 다가오네요. 그리고 정신차리면 다시 현실...크크크
11/03/05 21:22
수정 아이콘
입시에서 벗어나 스무살이라는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 , 첫사랑도 해보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군입대. 그리고 전역.
전역 후 기대와는 다른 바깥세상. 입대전과는 다른 대학생활...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네요.
이럴 때일수록 글쓴분처럼 지나온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나고 그러네요.
저는 글쓴분처럼 주저에서 멈추지 않고 연락도 해보고 그랬네요. 하지만 후회합니다...
추억은 그때의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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