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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24 20:51:02
Name 별마을사람들
Subject [일반] [잡담] 귀에 귀뚜라미가 들어갔었던 이야기
저는 곤충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논에서 메뚜기도 잘 잡고 잠자리나 개미도 잘 갖고 놀았었는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었던 곤충들이 징그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민학교 4학년때인가, 벼를 베다가(어머니 따라 그냥 흉내나 내는 수준이었지만) 그 벼의 줄기 사이에서 거꾸로 매달려
알을 낳고 있는 사마귀를 처음 보았을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후 어린이 새농민이라는 잡지에서 교미후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의 모습은 그 이후로 곤충들 중에 최고의 혐오대상으로
선정(?) 되었었지요.
나중에 미국바퀴를 알게되고 순위가 약간 변동되긴 했지만...
처마밑에 거미줄 치고 있던 커다란 왕거미와 사마귀는 정말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요.

각설하고, 제가 국민학교 5학년 때이던 1985년 어느 여름 밤...
시골 농가이면서 무더운 계절이라 집의 모든 문들을 활짝 열어놓고 자고 있었습니다.
잠들기 전 살풋 자그마한 귀뚜라미가 방에 들어와서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잠을 청했지요.
(크흑...그것이 불행의 시작점일 줄이야)
문득 자다가 시끄러워서 잠을 깼는데... 어디선가, 어디선가...정확히 근원지가 파악되지 않는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_-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문지방을 넘어 보고, 눈 앞에 보이는 적재물 들을 치워보며 근원을 파악하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하던 찰나
귓속에서 어떤 미묘한 것의 움직임을 간파한 저는 사태를 깨달았지요.
집에는 당시 저보다 세살 어린 남동생과 저...
그때가 자정이 거의 다 된 무렵이었는데, 아랫 집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분들께서는 일단 후레쉬를 귀 옆에 비춰서 그놈으로 하여금 스스로 빠져나오기를 유도하였으나 실패...
고민하다가 귓바퀴와 귓구멍 주변에 참기름 발라놓고 기다리기...역시 실패;;;
귀후비개로 좀 쑤셨더만, 소리는 더욱 커지고...이윽고 귓속에서 고막을 건드리는 듯한 고통과 피가 묻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분들도 밤이 깊자 잠자리로 들어서고, 외양간의 암소만 우두커니 절 바라보고 있었지요.

결국 집에 다시 돌아온 저는 머리를 방바닥에 옆으로 찧어가면서, 중력과 관성의 힘으로 놈을 빠져나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몸부림을 치다가 그 시끄러움과 고통속에서도...잠은 오는 것인지...잠들어 버렸습니다. -_-;;;
그 이후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고, 별다른 고통도 없길래...무던히 넘어갔습니다.
(사실 좀 한쪽 귀가 잘 안들리는 것처럼 느껴졌으나 놈이 아직 나의 귓 속에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던 마음이..)
그 후 아무 탈 없이-가는 귀가 좀 먹었지만-5개월 가량이 후른 후에...
우연히 뒤척이다가...머리를 모로 뉘였을 때 귓속에서 그놈이 나온 것입니다.
털퍼덕! 은 아니고, 슈악~ 도 아니고...스스슷~ 요렇게 은근 슬쩍 나온 놈의 모습은 이미 마른 상태로...

아아~~ 그때 저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놈이 기어코 어린 영혼에게 민폐를 끼치더만 결국 그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굶어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혹시라도 누군가 저에게 귀뚜라미가 사람 귓속에 들어 갈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주 자신있게 "네, 귀뚜라미는 사람의 귓속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0-
또한 그 이후 사마귀와 미국바퀴등 혐오스런 곤충에...또 다른 의미로 귀뚜라미가 포함되었습니다.
(사실, 생김새로 치면 귀뚜라미보단 곱등이가 더 혐오스럽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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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탐구자
11/03/24 20:52
수정 아이콘
헐헐헐. ;;;;; 반년 동안이나....
PGR끊고싶다
11/03/24 21:00
수정 아이콘
5시간도아니고 5개월이라니....
잘못본줄알았습니다.
그 귀뚜라미는 도대체 왜 귓속에서 나오지않았을까요....굶어죽을텐데...
별마을사람들
11/03/24 21:09
수정 아이콘
안 나온게 아니고 못 나온거라고 추측합니다...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위치;;;
정제된분노
11/03/24 21:23
수정 아이콘
병원에.. 가시지..;;;
11/03/24 21:27
수정 아이콘
레알인가요...으으으으으 상상만 해도...
냉면처럼
11/03/24 21:40
수정 아이콘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들려주신 것처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네요 크 [m]
11/03/24 21:47
수정 아이콘
끔찍하긴한데 너무 재미있어요;;;
11/03/24 23:03
수정 아이콘
저는 아니고 제 동생이 어렸을 때 귀에 벌레가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동생이 자다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군요 귀에 뭐 들어갔다고.. 4살쯤 됐었던것 같네요
119에 전화를 했는데 귀에다 조명을 계속 비춰주면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벌레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구급대원 분들이 오시고 병원까지 갔는데 정작 병원에서는 암것도 없다고 하더군요.....?
아마 이동중에 빠졌었나 봅니다.
슈퍼컴비네이션
11/03/24 23:11
수정 아이콘
어릴때 귀에 바퀴벌레가 들어갔었습니다. 근데 그냥 귀가 아프기만 하고, 바스락 거릴뿐 별 이상없길래 넘어갔었죠. 그러다가 누나가 귀지를 파주는데, 날개가 나온겁니다...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이비인후과를 갔습니다. 벌레가 안에서 죽었다는군요. 근데 벌레를 빼는데, 웬 송곳같은걸로 빼는겁니다. 그때의 고통이 지금도 떠오를 정도로...그리고 다 됐다고 해서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엄청 나왔더군요. 그리고 휴지? 솜? 으로 지혈대충하고 집에 왔던게 기억납니다... 의사가 치료를 잘 못하는 의사였는지, 원래 할수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가 나는데도 그 후 대책이 정말 안좋았던것 같네요. 덕분에 이름도 한동안 기억했었죠.
LegNa.schwaRz
11/03/24 23:27
수정 아이콘
예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귀에 소독용 알코올을 넣으면 벌레들이 죽는다고 하더라구요. 급하면 소주라도 가능했던걸로 기억해요. 뭐 왠만한 작은 벌레라면 귀에 크게 피해를 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소리가 장난이 아니니 알코올로 죽인 다음 이비인후과에 가시면 친절히 빼주실꺼에요.
大人輩
11/03/24 23:39
수정 아이콘
음, 정확히 제 경험은 아니지만 같이 일하던 친구가 귀에 바퀴벌레가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녀석 말로는,

'자고 있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손으로 치우려고 했다. 하지만 바퀴벌레의 습성상 가장 가까운 구멍으로 숨으려고 했고 그게 내 귀였다.'

...... 병원에 가서 바퀴벌레를 빼냈는데 다리 하나, 날개 하나씩 빼내는데 토할뻔 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귀는 감염되서 퉁퉁 붓고...
11/03/25 01:03
수정 아이콘
전 귀에 비비탄 넣는 장난치다가 쏙껴서 안나온적이 있었죠.
이게 둥글둥글한게 박히니까 뽑아낼 수가 없더라구요.

병원갔는데 처음엔 송곳같은걸로 1차시도. 아프기만 했고.
2차로 석션 하는 걸로 씁. 빨아들이니까 금방 빠졌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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