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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07 14:24:23
Name 지아냥
Subject [일반]  비오는 날, 너무 생각나는 노래.. <낭만에 대하여>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록 보이는 건 넝쿨진 하얀 벽뿐이지만 탁 트인 창문이 있는 사무실에 있는데, 창문 너머로 사락사락 비가 스치는 소리가 설레기까지 하네요.

비오는 날 한가한 사무실에 앉아 창문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노래(무대)가 있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에 떠다닐지 궁금해 하면서..





있네요. 스케치북 <만지다> 의 ‘낭만에 대하여...’
이 방송을 본방으로 봤는데, 정말 감명 깊게 무대를 보았습니다.

원곡과 약간 다른 느낌의, 반도네온을 이용한 편곡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집중해서 음악을 감상하다보니 세삼 가사 한구절 한구절씩 다시 곱씹어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아버지’


저희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하셨습니다. 을지로에 사무실을 둔 조그만 광고회사였죠. 어렸을 적엔 종종 어머니와 함께 회사 근처 카페에서 곧 퇴근하실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같이 시내에 있는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가고, 명보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그리고 터진 IMF.. 다른 분들도 많이들 겪으셨겠지만..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잘나가는 회사는 한순간에 휘청거렸고.. 기계들은 순식간에 헐값에 팔려나갔고.. 남는 건 가늠조차 하기 힘든 빛과 아버지의 초라한 어깨였습니다..

가정불화. 그리고 이혼. 이미 고등학생인 저는 괜찮았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동생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 제 동생은 아직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사진을 보지 않습니다.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당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자괴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찾는건 술이요, 느는건 담배연기와 짜증이셨습니다. 예전 동료였던 분의 사업체에 들어가셔서 늦게까지 일하시고 항상 집에 오셔서 짜증. 분노. 짜증.. 그리고 문 닫고 혼자 술잔을 드시고... 주무시기 전에 나지막히 미안하다... 이렇게 살지 마라..


어느덧 50대 중만이 되신 아버지. 예전엔 정말 동안이셔서 어디가서 30대라고 속이고 여자만나는거 아냐? 이렇게 놀리기까지 했는데, 어느 순간 당신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많이 많이 늙으셨습니다...

이제는 친척분과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일 때문에 항상 늦게 오시지만 곧잘 짜증내시는 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아빠가 이레 뵈도 아직 능력 있는 남자다!! 우리가 굶진 않는다. 이런 농담도 곧잘 건네십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눈을 감고 글을 끼적이다보니.. 그냥 재미없는 제 개인사를 써버렸네용.. 이궁 죄송합니다.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아버지에게도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당신의 가슴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계실까.. 당신의 심정을 생각하니.. 그냥 목이 메어서요.. 하핫

단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아버지께서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와 함께 사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많이 고생하신 아버지 꼭 호강시켜 드려야죠. 제 인생 최대의 미션입니다.


모두들! 행복하고 뜻깊은 목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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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day
11/07/07 14:46
수정 아이콘
무대 너무 너무 좋네요.. 이걸 왜 아직 못봤을까!!!

글쓰신 분 꼭 미션 성공하실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샨티엔아메이
11/07/07 14:47
수정 아이콘
마침 비도 내리고 아주 좋네요. 잘들었습니다.
슈퍼컴비네이션
11/07/07 17:12
수정 아이콘
이 노래는 누가 부르던간에

원곡 버전을 따라올순 없을것 같다 생각들더군요.
위원장
11/07/07 17:27
수정 아이콘
이것도 좋지만 스케치북 100회 특집 The Musician 보면
이적 씨와 최백호씨가 같이 부르는 낭만의 대하여가 있습니다.
정말 좋더라구요.
동네노는아이
11/07/07 19:03
수정 아이콘
으아 목욕탕집 남자들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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