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사업을 실패하셨습니다.

빚지고 탈탈 털려서 집이고 뭐고 다 날아간건 아니지만 집안의 현금성 자산은 끝장난듯 합니다.

보통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이제 우리집은 어떻게 사나요... 이런 식의 이야기겠지만

저희 집 사정은 좀 다릅니다.

일단 40평대 아파트가 두채가 있습니다. 잠실에 한채 분당에 한채 분당집은 전-월세 줬구요

(이게 현재 부모님의 유일한 수입인듯 합니다.)

그리고 친가. 외가 모두 무척이나 잘 삽니다. 재벌 수준은 아니지만 대기업 임원, 괜찮은 벤쳐회사 대표, 교육감 요런 수준입니다.

부모님 형제들 우애도 무척 깊어서 주말마다 모여서 카드게임 하시고 맛있는거 먹으러 다니시고 하십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형제들끼리 지금까지 다달이 회비를 모아서 모아 놓은돈도 저희집으로 보내주고

다달이 이런 저런 도움을 주고 계신듯 합니다.

고로 사업에 망했다곤 해도 평범하게 사는데는 일말의 지장도 없는 그런 집 입니다만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하죠 그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려서부터 부잣집 막내딸로 자라셨습니다.  58 평생 되시도록 돈에 관해서 문제를 못 느끼고 사신 분이죠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긴축재정에 돌입하시며 예전에 비해 형편없이 제한된 수입에 맞춰서 생활을 잘 꾸려나가고는 계신데

사람 성격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나 싶게 한순간에 어두워 지셨습니다.

친구분들과도 진짜 자주 뵙고 사시고 골프, 볼링 클럽도 일주일에 한번씩 가셨는데 지금은 친한 클럽 회원분들 연락도

마지못해 받는것 외엔 회피하고 계시구요  그런것 외에도 친척도 잘 안만나려 하시고 집밖 출입 자체를 잘 안하십니다.

또 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온 집안 불이 다 꺼져 있습니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으셔서 티비만 보고 계시죠

보고 있노라면 살아 무엇하리 ... 그런 표정이십니다  그런데 그 표정이란게

예전에 제가 고시보다가 1년 지나고 아니다 싶어서 포기했는데 부모님껜 1년더! 을 외치고 돈은 받아 쓰면서 '쳐 놀다'

걸렸을때 어머니께서 충격먹으시고 자살 시도를 한번 하셨습니다  수면제를 목구멍으로 넘기시기 전에 제가 필사적으로

막아 토하게 하고 거의 한달동안 빌고 또 빌어서 넘어간 일이 한번 있었는데

딱 수면제 드시기 전 그 표정이 지금 표정입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항우울제도 처방 받으시는데 그닥 달라지는것도 없습니다.

맨날 무서워 죽겠습니다.  밤마다 안방에 몰래 가서 잘 계시나 확인 해 보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도대체 어떡하면 삶의 용기를 드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