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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02 12:11:36
Name No.42
Subject [일반] 양천구청, 신년벽두의 잠을 깨워주다.
서울시 양천구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보궐선거를 통해서 한나라당의 추재엽씨가 신임구청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만, 그 존재감을 크게 느끼게 된 일이 생겼습니다. 12월 31일 자정, 각종 시상식을 보고

영화를 보다 와이프와 더불어 3시 무렵에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곤히 잘 자고 있던 아침 7시 무렵에 어디선가 한 남성이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잠결에도 들릴 만큼 볼륨이 컸고, 고개 몇 번 흔들어 잠을 쫓고 들으니 마이크나 확성기 같은 것으로 뭔가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무시하고 자려했으나, 엄동설한에 이중, 삼중으로 닫아놓은 창문이 무색하게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라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더군요. 너무나도 언짢은 기분에 주섬주섬 외투를 챙겨입고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집 뒤에 있는 나즈막한

언덕, 이름만은 용왕산이라 거창한 곳에서 요란한 확성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학교 응원단 응원하는 투와 꼭 같았습니다.

저는 아직 철부지같은 지라, 잘 때 억지로 깨우는 것을 매우매우 싫어합니다. 그 울분과 짜증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육두문자를 읊조리며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용왕산을 어느정도 오르며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이 남자는 모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같은데, 시의원, 구의원 들에게 신년 각오를 한마디 하라고 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구청장님의 신년사가 있겠다나...

거기까지만 듣고 저는 발을 돌렸습니다. 만일 그 현장까지 올라가면 난동이라도 피울 것 같은 기분이어서, 1월 1일부터 사고치지

말자는 각오로 조용히 집에 돌아와 112를 눌렀습니다. 근방에 확성기 소음이 지독하니 조치 부탁드린다는 신고를 하였습니다.

5분도 되지 않아 낯선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경관님이셨습니다. 경관님이 말씀하시길, 구청에서 진행하는 신년 해맞이

행사인데, 방송 장비를 가져다가 하는 바람에 소음이 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통화하시는 경관님 옆에서는 다른 경관님이

'지금 주민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대체 왜 이른 아침부터 방송장비를 들고 행사를 하느냐. 구청에서 얼른 조치하라.'는 말을 어디엔가

하고 있는 것이 들렸습니다. 단잠을 설친 와이프도 매우 언짢은 듯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들린 '구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구청장' 운운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1월 1일 일요일' 이른 아침에

휴일에 늦잠자는 '그릇된 습관'이라도 고쳐주실 셈이었나 봅니다. 신임 구청장께선... 누가 하자고 해도 뜯어 말려야 정상인게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인데, 구청장쯤 되는 높으신 분은 인근 주민들 잠 싹 깨워가면서 '1월 1일 일요일'의 일출을 맞이하셔야 하는 거였나

봅니다. 어제의 수면부족으로 오늘까지 피곤한 30대가 짜증 섞어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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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vinus
12/01/02 12:14
수정 아이콘
뭐... 하나의 잘못만을 가지고 싸잡아 비판할수는 없겠죠.
다만, 이런게 한둘은 아니니 싸잡아 비판당하는거겠죠.
정말 어느 시대에 사는건지 한숨이 나올때가 많습니다.
테페리안
12/01/02 12:17
수정 아이콘
저런 행사는 보통 밑에서 권유가 아닌 위에서의 의지로 생기던데.... 휴일 아침부터 불려나간 시의원 구의원을 비롯한 공무원분들이 안쓰럽네요...
바람모리
12/01/02 12:18
수정 아이콘
어떻게든 관심받는게 삶의 목적이신 분들알테니..
아쉽네요 저라면 몰래 물풍선이라도 던지고 튈텐데 말이죠.

아 그리고 9회말이라면 고의사구죠.
유리바다
12/01/02 12:19
수정 아이콘
과연 불사조 구청장 추재엽;;;;;;;;
12/01/02 12:19
수정 아이콘
술먹고 있었는데 자기 보궐 나온다고 한 표 부탁한다고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당선이 됐군요..

그래도 요즘같은 세상에 추재엽이면 봐줄만 하죠..

그냥.. 뭐.. 똥 한 번 밟았다고 생각하세요.. [m]
12/01/02 12:21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한나라당에 복당했나보군요..

원래 누구 때문에 밀렸던거였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나네요..

무슨 계파 문제였는데.. 누구 계파한테 밀렸드라.. [m]
유리바다
12/01/02 12:23
수정 아이콘
원희룡 계파와 한판 붙었다 밀렸었죠. 이 아저씨는 구청장 출마가 무슨 취미인 것 같습니다;;;;; 십수년째 지방선거만 되면 추재엽이에요.
the hive
12/01/02 12:27
수정 아이콘
이게다 이제학때문입니다..
12/01/02 12:39
수정 아이콘
양천구민으로서 오, 뭔가 좋은 일을 했나 했더니.....
스치파이
12/01/02 13:16
수정 아이콘
식사하려고 고깃집에 갔는데,
옆 방에서 얼추 30명 가량이 "XX (모 대기업) 화이팅! 부장님 화이팅!"을 5분마다 외쳐대서 밥맛 잡친 생각이 납니다.
부장 딸랑이가 시키나 보던데 그거 맞춰줘야 하는 사원들도 고역이겠더군요.
12/01/02 18:44
수정 아이콘
트위터에서 본의아니게 아무튼 죄송하다고 하네요
본의아니게라, 그럼 구청장 비서가 혹은 공무원이 구청장 모르게 진행하고 성사시킨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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