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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29 11:54:58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숙취


모닝콜 소리에 잠에서 깬 후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출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길에 편의점을 방문하여 숙취제거 음료를 사다 마시는 사치를 행하고 오금행 열차에 탑승 했습니다.

임진년 처음으로 겪는 숙취의 고통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쓰립니다. 한 해 목표였던 금주의 맹세를 어긴대 대한 벌을 받고 있나봅니다.

일전에 이야기한 그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눈치가 없는 성격이라 웃으며 자부해왔는데, 이런 건 또 쉽게 눈치 챕니다. 아, 정말로 끝이구나...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술한잔 하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차마 둘이서 마주할 자신이 없어 다른 친구도 불렀습니다.

오후 8시, 셋이서 마주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페르소나라고 하나요? 정말 행복한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자리에 나갔습니다. 분명 평소와 같은 이야기와 다소 험한 디스가 오가는데, 그와 나의 거리에 견고한 벽이 생긴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어린시절에는 필사적으로 그 벽을 깨부시려 노력했을텐데, 조금 나이가 차면서 사람이 변하나봅니다. 용기도, 정열도 없고 오직 앞으로에 대한, 과제에 대한, 오늘 술자리가 생활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차가운 계산 뿐입니다.

그와 만나기전 상실감에 고통스러웠습니다. 이성과의 만남을 겪은적은 없지만, 실연의 고통이 흡사 이러한 느낌이구나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사내답지 못하게 친구끼리 그냥 만나거나, 치우거나 라는 이야기로 답해주었지만 우정도 사랑과 이런 부분은 비슷한가봅니다. 괜히 이별을 노래 할때 멀쩡한 세상을 원망하는게 아니었네요.

만남은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자정은 우리에게 헤어짐을 강요했습니다. 웃으며 안녕을 말하며 가면속에서는 사요나라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잘살아라... 기약없는 다음에 보자는 약속을 잡고 약수역에서 집 방향이 같은 다른 친구와 맥주한캔씩 사들고 집으로 향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그 친구랑 이별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어냈습니다. 그런데 가면에 금이 갔나봅니다. 깨진 가면 사이로 빙빙 돌린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그는 눈치채지못한듯 합니다. 아니면 이미 오래전 눈치챘지만 나와 같이 그도 모른척 연극을 행했을 수도 있구요.

오래전 담배를 배워서 참 다행입니다. 이 녀석은 아무런 위로도 해주지 못한다는걸 미리 알고 있어 찾지않았습니다. 그와 나의 인연의 종착역을 해피엔딩으로 끝내니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픕니다. 임진년 처음 겪는 숙취의 고통이 너무 강렬해서 어린 제가 받아 들이기에는 너무 거대한가 봅니다.

Ps. 출근길 지하철에서 쓴 글이라 양과 질 측면에서 많이 부족할텐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그런것보다 부족한 제 필력의 영향이 더 크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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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눈
12/03/29 12:58
수정 아이콘
듣기에 기분나쁠 소리지만 피드백을 원하셔서 게시판에 글을 쓰셨을테니 간단히 적겠습니다. 솔직히 위로는 못하겠습니다.

세상은 그런거다, 늙어가나보다, 뭐라 아름답게 수식어를 붙이건 다 "핑계"입니다. 가면, 페르소나, 견고한벽, 다 로렌스님의 책임이 큽니다.
벽을 깨부시려 했는데 사람이 변해서 용기와 정열이 없다? 그건 용기와 정열 문제가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진정성"의 문제입니다.

사과하려는 진심이 없으시네요.
대통령
12/03/31 00:26
수정 아이콘
전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답변이없으셔서 주제넘게 여기에 댓글또답니다

글을 정성스럽게 쓰신거같고 쓰시는 표현은 휘황찬란한데 진심이 안느껴지네요 그친구도 사과받으려고 술자리온거같은데 아마 마지막기회조차도 증발이된게아닌지 안타깝네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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