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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26 23:23:21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허영의 잔해는 시디 8장...
2년 전인가 뜬금없이 클래식 음악을 잠깐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본조비만 들을 건가? 아이돌 음악도 좋은데 뭔가 깊이가 좀 부족한 것 같고...뭐 이런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후보 장르는 재즈와 클래식이었습니다. 제 자신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재즈 가수나 아티스트 가운데 아는 사람?"
"음...루이 암스트롱?...--;;"
"됐고...--;;"

"클래식 작곡가 아는 사람?"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바흐, 헨델, 드보르작, 브람스, 멘델스존..."
"오케이...거기까지...클래식으로 가도록 하지..."

그렇게 해서 클래식 음악 시디를 한 장씩 사기 시작했습니다. 뭐 구입하는 기준도 없었고 그냥 이름이라도 들어본 작곡가들 가운데 아무거나 하나 씩 사 모으기 시작했지요.

시디가 도착하면 무조건 익숙해 질 때까지 들었습니다. 마치 숙제를 하듯이 말이죠. 많이 들어서 멜로디가 익숙해지면 그게 음악 감상이라고 생각했지요.

처음에는 그래도 음악을 하나 둘 씩 알아간다는 생각이 있어서 보람 같은 게 있었는데 역시 이걸 공부처럼 접근을 하니까 금방 한계가 오더군요.

한 시디를 8장정도 모으니까 어느새 “클래식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리라”라던 처음의 각오는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지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면서 분위기도 시들해지더군요.

숙청되었던 본조비, 아하, 듀란듀란, 마돈나, 건즈앤로우지스, 메탈리카가 다시 복권이 되어서 화려하게 권력의 전면에 재등장했고 클래식 음악 시디들은 시디 장에 고이 모셔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게 2년 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외출하면서 차에서 클래식 음악들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처음에 무슨 대단한 각오라도 한 듯 음악을 들을 때는 처가에 처음 인사드리러 가서 처가 식구들하고 먹는 저녁처럼 그렇게 부담스럽던 음악이 이제 아무런 생각 없이 듣다보니 점점 좋아지고 익숙해집니다.

뭘 해야지 하는 그런 게 없으니 맘 편하게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허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시디 8장은 남아서 차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동안 저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걸 계기도 또 클래식 한번 본격적으로 들어봐? 이런 건 이제 안 하려고 합니다. 결과가 뻔히 보이기에. 그래도 이 겨울의 초입에 브람스의 교향곡을 1번부터 4번까지 번갈아 들으면서 조금은 더 클래식 음악을 즐겨보렵니다. 베토벤의 영웅은 이 계절에는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아서요...--;;;

이러다 보면 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의 시디 플레이어에는 메탈리카가 들어가 있겠지만 그런 날이 오더라도 그렇게 슬퍼하게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다시 클래식 시디가 꼽힐 날이 언젠가는 꼭 올거라는 믿음이 이제 생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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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무무무무
15/11/26 23:34
수정 아이콘
쉽게 쉽게 가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쉬는 날 느긋하게 클래식 FM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으면 클래식에도 금방 익숙해지죠. ^^
전 클래식 얘기나오면 음반 추천 안하고 출발 FM과 함께나 당신의 밤과 음악 들으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명연주 명음반이나 FM 실황음악 같은 코너로 넘어가면 되고요. 정말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합니다.
Neanderthal
15/11/27 00:05
수정 아이콘
그렇게 방송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더 잘 알게 되면 좋긴 하겠는데...원체 게을러서 말이죠...사실 그 정도의 열정도 없고...--;;;
재활용
15/11/26 23:52
수정 아이콘
넓게 보면 같은 음악이라 이야기하는 건데요, 전 처음 메탈리카를 들었을 때마다 잠을 잤었습니다.-특히 4집이 그랬습니다-반복적인 기타리프가 수면제 역할을 했나 본데 제가 메탈의 문법을 잘 몰랐나 보죠. 클래식도 문법에 익숙해지면, 듣는 맛을 알게 되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Neanderthal
15/11/27 00:07
수정 아이콘
저도 메탈장르를 잘 모르지만 메탈 음악이 듣다보면 지루할 때가 있기 합니다...저는 가끔 들어야 좋더라구요...--;;;
15/11/27 11:36
수정 아이콘
원래 메탈음악 들으면 잠 잘와요
특히 기타리프가 좋은곡이면 스르르...
오마이러블리걸즈
15/11/27 00:14
수정 아이콘
한때 노다메에 빠져 드라마에 나오는 클래식만 주구장창 들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흐흐
지금은 다시 가요로 회귀했지만...
Neanderthal
15/11/27 00:26
수정 아이콘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게 늘 저의 한계였습니다...--;;
tannenbaum
15/11/27 00:16
수정 아이콘
메탈돼지 모이새오.
아닌척 하지마새오. 다 티나오.
문 열어 주새오. 간만에 해드뱅 같이 해오.
Neanderthal
15/11/27 00:24
수정 아이콘
저는 언제나 헤비메탈보다는 모던락이 더 좋았습니다...콜렉티브 소울류의 음악이 딱이었는데...--;;;
tannenbaum
15/11/27 00:43
수정 아이콘
아마 피쟐에 콜렉티브 소울 아시는 분 드물걸요 홍_홍
본격 아재인증 댓글
15/11/27 01:47
수정 아이콘
콜렉티브 솔 좋아하는 사람 여기 또 있슴다...저도 브릿팝류로 한때 밤마다 장근석 신드롬을 겪고는 했었죠, 아 제프 버클리....
지금은 클래식도 많이 듣고 블루스 재즈도 많이 들어요. 뭐든지 많이 경험해봐야 좋은 게 뭔지도 아는거 같습니다.

지금 젤 좋아하는 뮤지션은 키스자렛.

그리고 이따 저녁에는 데미안 라이스 공연을 와이프랑 보러갑니다. 오호호호호
장황한 댓글 죄송합니다. 브람스 음악 좋군요!
재활용
15/11/27 01:54
수정 아이콘
헐 콜렉티브 소울도 좋아하고 키스자렛도 좋아하는데..80년대 일본에서 엄청나게 사랑했었죠. 전 동시대 팬은 아니지만 예전 공연 영상을 보니 좋아졌어요. 녜녜녜녜녜녜녜녜 연주도중 터지는 스캣? 부분때문에 여친하고 들으면서 항상 빵터졌었는데 말이죠 흐흐흐
김연아
15/11/27 14:03
수정 아이콘
요즘 콜솔 2집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홍홍
Darwin4078
15/11/27 10:26
수정 아이콘
그러지 마시고 유명한 멜로디가 있는 곡 위주로 들어보세요.

이를테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라든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라든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라든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이라든가...

메탈 좋아하시면 클래식 언젠가 귀에 들어옵니다. 클래식의 헤비함이 또 끝내주죠.
Neanderthal
15/11/27 11:01
수정 아이콘
뭐 또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하면 금방 시들해질 걸 알기에...^^...그냥 현재에 만족하렵니다...--;;;
-안군-
15/11/27 19:23
수정 아이콘
뭐, 음악 듣는데 그냥 듣기 좋으면 되는거지, 장르가 무슨 소용인가효?
장르 나누는건 평론가들이나 할 일이고, 우리는 그냥 듣기에 좋으면 장땡인겁니다?

차에 넣고 다니던 MP3 시디(네, 카오디오가 구식입니다. -_-;)에서,
베토벤 소나타 -> 케미컬 브라더스 -> 빌에반스 -> RATM 순서로 듣고 있으면... 동승자들의 멘탈이 붕괴되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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