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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12 21:44:32
Name 라디에이터
Subject [일반] 나의 소개팅(?)
예전에 스페인의 항구도시 마옹과 이름만 비슷한 김포의 마송에서 지낼때의 일이다.매일 같은 죽노동에 시달려 온몸에 근육통을 달고 살았었다.그렇지만 불타는 청춘을 푸쉬업으로 달래고 있을 무렵 오랜만에 반가운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야 너 형이 소개팅 시켜줄게 이리로 와라"

그때 그분은 혜화동 대학로에서 살고 있었다.
거기를 갈려면 말 그대로 산넘고 물넘어 세시간이나 걸려서 갈수있는 먼거리였다.

하지만 평생 소개팅한번 연애한번 못해본 연애고자로써 기회가 왔을때 필사적으로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콜을 외쳤다. 때마침 토요일 6시에 온 전화라 넉넉잡고 9시면 볼수있겠다 싶어 급한 마음에 샴푸를 하며 몸에 비누칠을 하는 멀티 플레이를 하고 급하게 꽃단장을 하고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다.

무더운 여름 저녁이였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기분 좋아지고 새로운 이성을 만난다는 설레임에 한껏 기분이 업되고 그동안 연애를 글로 배웠기에 머리속으로 첫인사 대화를 어떻게 할지 하나씩 시뮬레이션을 하는 사이에 혜화동에 도착했다.

  "형님 어디세요?"

지하철 역에서 내려 전화를 걸었다.10분 뒤에 데리고 온다고 해서 어떤 처자와 올지 기대하며 항상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의 눈으로 보던 커플들을 자애로운 부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이 투박한 오토바이 배기음과 함께 그 형님이 왔다.

"라디야 어서타 소개팅 하로가자"

응!? 어디 다른곳에서 기달리고 있나 싶어 별다른 의구심을 품지 않고 뒷자리에 매달렸다. 이때 뭔가 이질감을 느꼈지만 오래동안 알던 사이고 바람을 가르는 속도감에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혜화동이 아닌 점점 서울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동대문 왕십리 그렇게 한강을 건너서 교대역에 도착을 했다.
난생 처음 온 교대역은 고즈넉한 시골마을 마송에서 온 시골쥐 였던 나는 건물들의 으리으리함에 입이 쫙 벌어졌다.

"형 무슨 교대까지 소개팅 하로 와요?"
"정말 소개팅하는거 맞아요?"

이젠 이질감이 의구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너 형이 거짓말 하던 이쁜애 소개해줄게"
"잠자코 따라와."

이쁜애라는 말에 헤벌쭉 입이 벌어져 거대한 빌딩안으로 들어가는 형님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어딘지 모를 층에 내렸다.
거기서 내가 상상한건 카페를 상상했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수많은 수의 테이블이 있고 자리에는 또래의 애들이 둘둘 앉아서 한쪽은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나같이 어리버리 한 사람들이 짜증과 답답함이 섞인 얼굴로 그 설명을 듣고 있었다.

어!!?? 엉!??? 이런 낭랑십팔세 그 소문으로 듣던 말로만 듣던 패가망신의 상징 대인관계 단절의 신화 다단계에 소굴에 온것이다.난 낚시바늘에 걸려 힘차게 팔딱더리는 붕어들의 심정을 이제서야 공감하며 도망가려했다.

그순간

"라디 너 앞으로 형 안볼거야? 정말 여자소개해줄게"

이렇게 말하며 붙잡았다.
형님 여자가 아니라 통발에 걸려서 빠져나올 생각도 못하고 다른 희생양을 꼬득이는 꽃뱀이겠지요.하지만 여기까지 왔고 마지막으로 형님 얼굴 세워준다는 생각에 테이블에 착석했다.

그러고 5분후 희망에 차 있는 표정을 가진 평범한 또래의 여자가 내 정면에 앉았다.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던가? 난 삼국지 게임중 설전을 한다는 마인드로 쏘아 보았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우리같이 부자됩시다"
"저희는 다단계가 아니고 네트웍 마케팅이예요"
"웰빙테크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뭐? 부자는 우리가 아니라 조희팔 같은 악의 우두머리겠지.네트웍!? 어디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나 싶었다.게다가 웰빙테큰 또 뭐야 조잡한 네이밍 센스에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다단계랑 네트웍이랑 피라미드랑 같은거 아니예요?"

반문했다.허나 내말은 탐욕의 귓등으로 흘리고 종이에 열심히 써가며 나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내가 100만원 만큼 물건을 사면 난 좋은품질의 생필품을 살수있고 날 데려온 사람은 25만원 그 윗놈은 10만원을 그리고 그 위는 또 얼마를 받는다며 광기어린 눈으로 설명하였다.

그게 피라미드,다단계지 이름만 네트웍으로 바꾸고 무슨 헛소리라며 따졌다.

"아~ 다단계는 불법이고 네트웍 마케팅은 합법이예요"

그리 대답하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이렇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설명을 하고 난 논파를 하는 사이에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전 이미 많은 돈을 벌었지만 라디씨 부자되시라고 이렇게 설명하는거예요"
"저와 같이 부자됩시다"

마지막까지 본인 할말만 하며 떠나려는걸 붙잡고  돈이 많이 벌었으면 캔음료 하나 사라며 자판기를 가리키었다.허나 주머니가 개털인지 어쩔줄 몰라하는걸 비웃으며 내가 음료수를 뽑아주았다.

"내가 힘겹게 번돈으로 사는거니까 고맙게 마셔요"

하며 건냈다.이렇게 하면 멋있을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오글거리네.쩝


"아니 소개팅 해준다면서요 이게 뭐 예요?"

"여자랑 만나게 해줬잖아"

이런 모래반지 빵야빵야! 이런사람이 아니였는데 돈귀신에 홀렸구나 싶어 절교를 결심하고 있던 중에 또 다른 중간 관리자가 나타났다.이게 무슨 아케이드 게임하듯이 적들 물리치면 또 다른 적이 나오는 시스템인가 싶었다.

또 다시  한참 개소리를 듣다가 짜증이 솟구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렇게 친했던 형님을 잃고 한동안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왔다.그러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식을 들이니 이제 네트웍 안하고 열심히 산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가 화해를 하였다.

그날 한잔하고 형님 집에 묵기로 하고 집에 찾아갔다.형님 방문을 여는 순간 할말을 잊었다.

거기엔 평생 쓰지도 못할 치약과 칫솔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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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12 21:56
수정 아이콘
스크롤을 내리면서 예상은 했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크크크크크
라디에이터
16/02/12 22:1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점먹고 강등당해 있을때 리플을 못달던 금단현상에
혼자 엄청 끄적거렸네요.

이래서 레벨강등(?)이 필요합니다.
엠마스톤
16/02/12 21:57
수정 아이콘
교대역에서 바로 예상....
그래도 먼저 찾아가주셨네요. 저라면 평생 안볼것 같은데....
긍정_감사_겸손
16/02/12 22:00
수정 아이콘
전 교대역하면 법원, 검찰청 생각나는데
검찰청 코앞에서 다단계가 빈번한가보군요 헐..
라디에이터
16/02/12 22:08
수정 아이콘
그전에는 정말 좋은 선후배 사이였어요 제가 어려울때 밥도 어려번 사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어서 고마움이 많이 남아있었네요.
긍정_감사_겸손
16/02/12 21:5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그형을 어떻게 알게된 사이입니까? 평소에 연락이나 만남은 얼마나 하던사람이고요?
전그게 더 궁금하네요 도대체 어떻게 알게된 인간이면 저딴곳에 데리고가죠? 조심하게요
라디에이터
16/02/12 22:06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선후배 사이고 그때까진 잘 지냈어요.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무슨일이 있었나 싶었더니 다단계였네요 흐흐흐
Sgt. Hammer
16/02/12 22:08
수정 아이콘
당장에 가족도 넘어가서 모르는 사이 자기 주민번호가 회원가입되어 있는 경우도 다반사인데요 뭘 크크크크
귀가 얇으면 누구든 솔깃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 친구는 10년지기가 다단계 들어갔다던데요.
tannenbaum
16/02/12 22:27
수정 아이콘
다단계에 넘어가면 진심으로 그게 큰 부와 미래를 가져다 준다고 진심으로 믿더라구요.
그래서 친분과는 관계없이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그게 그 사람에게도 진정 좋은 기회라 세뇌가 되어 있거든요.
물론, 어정쩡하게 친한 사람들부터 친형제까지 끌어들이기도 하니 친분의 정도는 별 상관이 없는 듯 합니다.
와우처음이해��
16/02/12 22:01
수정 아이콘
[마지막까지 본인 할말만 하며 떠나려는걸 붙잡고 돈이 많이 벌었으면 캔음료 하나 사라며 자판기를 가리키었다.허나 주머니가 개털인지 어쩔줄 몰라하는걸 비웃으며 내가 음료수를 뽑아주았다.

"내가 힘겹게 번돈으로 사는거니까 고맙게 마셔요"]


저도 이렇게 멋진 말하면 무엇이 생기나여
라디에이터
16/02/12 22:07
수정 아이콘
그때는 정말 판타지책에 미쳐 있어서 뭔가 있어보이는 말들을 외우고 다니고 있었죠 크크크
생기는건 나중에 이불킥?
방과후티타임
16/02/12 22:16
수정 아이콘
크크크, 위트있고 유쾌한 글이네요. 추천~
라디에이터
16/02/13 00:4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tannenbaum
16/02/12 22:18
수정 아이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이리 똑같나요.
전 한참 공인회계사 준비하던 때라 공인회계사 형님 소개시켜줄테니 인사 좀 하고 조언 좀 들으라는 친구에 꼬득임에 넘어갔었죠. 이후 스토리는 본문과 비슷합니다. 물론 전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V
라디에이터
16/02/13 00:43
수정 아이콘
지금도 수많은 청년들이 교대역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우며 다단계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겠죠
말머리
16/02/12 22:48
수정 아이콘
정말이지... 다단계를 할 바에는 차라리 영업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업은 최소한 자기 돈은 투자 안할 뿐더러 상위 10%는 월 천도 벌지만 다단계는 그것도 아니니..
유리한
16/02/12 22:50
수정 아이콘
교대에서 예상하고 말았습니다. 크크
게다가 회사 이름도 같네요. 크크
그나마 저는 교대역 쪽에 파견 나와있다가 전 직장 동료를 마주친거였어요.
왜 사회생활 잘 하던 사람이 다단계에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앞에 커피숍에서 대화를 좀 나눴죠. 사무실에는 끝까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크크
근성러너
16/02/12 23:16
수정 아이콘
.. 제가바로 그 스페인항구도시 마송사는데 덜덜
근성러너
16/02/12 23:17
수정 아이콘
답은 [통진]이다.
라디에이터
16/02/12 23:24
수정 아이콘
엇. 거기에 사시는 분을 보다니 왠지 반갑네요
마송읍내 입구에 있는 뚱가네랑
장이 열리는 곳에 있는 금천루라는 중국집이 맛있어서 자주 갔었는데 아직도 있나 모르겠네요
근성러너
16/02/12 23:46
수정 아이콘
크크 그러게요..

뚱네는 잘되서 현대아파트 랑 통진도서관아시나요? 그사이에 2호점 냈고요.
제가 외식을 집주변에선 잘안해서.. 금천루는 잘모르겠네요 흐흐..

검색해보니까 예전위치는 시장열리는곳에선 역간떨어져있는것같고..

5일장열리는곳은 서암리쪽 공영주차장겸.. 버스주차장? 으로바뀌었습니다. 흐흐

혹시나 나중에 오실일이있으시면 식사라도한끼..
라디에이터
16/02/13 00:28
수정 아이콘
흐흐 뚱가네에서 쪽지하겠습니다
16/02/13 00:12
수정 아이콘
순간 치약칫솔에 묶였다는 줄...
라디에이터
16/02/13 00:29
수정 아이콘
앗.. 오타 수정할게요
16/02/13 01:16
수정 아이콘
저도 말씀하신 웰빙테크 가봤는데 이게 다단계 상위 단계 있는 여자분일수록 예쁘더군요
(담당분 말고 사진들이 있었는데 예쁜분이 많았던...)
말은 잘 안들리고 계속 여자분만 쳐다봤는데도 많이 거북해하지 않더라구요
신나게 이쁜 여자분 감상하다 왔네요...
생각나는건 통장 보여줬는데 680만원 들어오고 670만원 나가고 또 들어오고 나가고
매달 680씩 번다는데 총잔액은 비슷했습니다

뱀다리로 이것도 인연(?)인데 혹시나 싶어서 전화번호 사는곳 물어봤는데 띄엄띄엄
대답해주다가 계속 설명 안듣고 말걸었더니 중간관리자로 넘기더군요(...)
중간관리자분이 이것저것 설명해주셨지만 이미 마음이 떠나서 그런가 건성으로 듣다가 나왔습니다;;
원래 선생님이 계속 말을 걸어줬다면 길게 들었을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런 끈기가 없더라구요...
잉크부스
16/02/13 01:29
수정 아이콘
저도 한번 끌려가서 듣다가..이건 논리가 너무 허술한데?
해서 논리 배틀 돌입..
별정 통신 다단계인데 전공인지라 흐흐

1승 후 다음 관리자 2승 후 다음 관리자 3승 후..
높은 사람이 오더니 이분은 판매나 하실분이 아니라면서
월급받고 강사하실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군요
뿌듯함과 혐오스러움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속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갈매기
16/02/13 22:17
수정 아이콘
우와 논리배틀로 그 분들중 한분이라도 정신차리셨길
켈로그김
16/02/13 09:27
수정 아이콘
결말이 멋져요 크크크;;
홍승식
16/02/13 11:3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오래 쓸 수 있는 치약과 칫솔이 어딥니까.
저 아는 분은 집에 정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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